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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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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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3. 도움을 되려는 게 아니고 사람이 좋으니까 모임에 나가요

준우: 음... 엄청난 역할인 거 같은데. [웃음]


미라: 엄청난 역할... [웃음] 정말 엄청난 역할을 바라는데, 솔직히 나는 트랜스젠더가 특이한 거 같지도 않고. 그리고 “누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면... 좀 당황스럽거든요, 솔직히.


수엉: 예를 들면?


미라: 예를 들면, “(누군가가) 외모에 대해서 너무나 고민을 한다. 너무나 남자 같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남자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보기에는 예쁜데 본인 스스로는 난 남자 같다고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 너는 그런 친구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주면 좋겠어?”하고 나한테 물어보는데, 솔직히, 난 아직 TG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소연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과 내 생각에는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 모르는 게 많거든요. 이해를 못 하는 것도 많고, 왜 그럴까 싶은 게 많은 사람인데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면. 내 입장에서는 그냥 답답한 거죠. 본인들한테는 정말 심각한 고민일 수 있죠. 심각한 고민일 텐데 나한텐 그냥 되게 답답해. 그냥 다니라고, 당당하게. [웃음] 솔직히 그렇잖아요.


당당하게 다니라고~ 난 솔직히 그 말 밖에 해줄 수 없거든요. 실질적으로 난 그 고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거나 한 적이 없잖아요. 이야기를 듣고 TG들의 문제, 고민이 뭐가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 나 혼자 생각하고, ‘이런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는 거 자체가 솔직히 내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편견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이럴 거야!” 이게 편견인 거죠.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이고 대화도 한 번 안 해 봤는데 “그래, 그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거야.” 정말 난 그걸 모르겠는 거야. 정말 걔는 자기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적당한 말을 못 찾아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지만, 나는 더 모르는 거죠. [웃음] 어떻게 내가 알아, 그거를. 일생 동안 고민을 해 온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걸 듣고 여기서 잠깐 고민하는 사람이랑 다를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내 생각이 적절한 답인 거 같아서 답을 해 줘도 정말 만족할 수가 없죠. 솔직히 그쪽(트랜스젠더) 입장에서도 기분 나쁠 수도 있어요. “아, 넌 모르니까 그런 소리 하지” 그런 소리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난 더 조심스러워지고. [웃음]


준우: 어떻게 보면 “잘 살아라”라고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걸수도 있겠네요..


미라: 응, 그게 필요했겠죠.


수엉: 커뮤니티 열혈 활동하시잖아요.


미라: 열혈 활동까진 아니고요. 그것도 소연이가 권해서. 네가 다른 사람들 좀 더 여성화되는 데에 대해서? 여성화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냥 사회에 나갈 때 여성으로 활동하고 여성들과 많이 부딪히게 되니까 여성들이 주로 나누는 대화? 이런 거에 대해서 (커뮤니티 사람들은) 아직 약한 부분이 많으니까 ‘네가 좀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네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하고 말했어요.) 그렇게 도움을 달라고 해서 처음에 가입을 하게 됐고, 모임 같은 데는 대부분 나가게 됐죠.


수엉: 거긴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나가는 거예요?


미라: 처음 나갔을 때는 내가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고 하니까 나갔죠. 그래서 나갔는데, 뭐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고, 내가 다가간다고 해서 거리낌이 있거나 경계를 하거나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만났고. 만나다 보니까 또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아 그래. 누구 보러 나가야지.’ 그런 식으로 자꾸 나가게 되고, 그렇게 된 거죠. 사실 궁금해요. 지금, 내 위치가 어떤 위치인지. [웃음] 소연이가  ‘어 잘 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정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지.


수엉: 처음에 커뮤니티 가입했을 때 글들 보고 이러면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미라: 처음 커뮤니티 가입하고 나서 솔직히 말해서 고민상담… 이런 카테고리 있잖아요? 그런 쪽은 솔직히 내가 봐도 이해를 못 할 것 같고, 오지랖 넓게 뭔가를 말해준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아는 것도 없으니까 그냥 그 쪽은 처음부터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들어가서 보는 거라곤 뭐 사진방? [웃음] 사진방이나 뭐 수다방.


준우: 트랜스젠더가 많은 모임을 방문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미라: 처음부터 적은 인원수가 아니었거든요. 처음엔 말도 제대로 못 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상처 입을까봐. 내 입장이 그렇잖아요. ‘뭐라고 해야 되지?’ 내가 그렇게 (트랜스젠더를) 이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 입장이 되어본 것도 아니고, 정말 뭐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그냥, ‘좋은 사람들이 있어. 만나볼래?’ 라고 해서 간 거니까.


준우: 처음 나갔던 자리는 mtf들만 있던 자리였던 거예요?


미라: mtf들만 있었고, 다음다음부터 ftm을… 모임에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소연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나는 솔직히 트랜스젠더하면, 언론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워낙 유명한 사람이 하리수… 이러다보니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을 만났어도 처음 만난 게 mtf이었고, 언론에 공개된 것도 mtf이다 보니까 ftm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 땐 정말 새로운 충격이었죠. 정작 내 친구가 [웃음] 난 여자야! 라고 했을 때도 받지 않은 충격을 그 때 받은 거예요.


준우: ftm이란 사람들이 있단 것 자체에 말인가요?


미라: 그게 말 그대로 편견인 거죠. ‘남자에서 여자로 변할 수는 있지만 여자가 남자가 되지 않을거야.’라는 그런 게,  나도 모르게 있었던 거죠.


준우: ftm을 만났을 때 ‘혹시 나는?’하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미라: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정작 들었을 때 거기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안 한 이유는 내가 중고등학교 때? 이십 대 초반 때까지? (이미) 해왔던 고민이라는 것 때문이에요. 내가 남자라면? 이런 걸 생각을 했었으니까 이미 답을 내렸던 거고. ftm들을 만났다고 해서 ‘나는?’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준우: 아까 얘기했다시피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약간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잖아요. mtf들이랑 ftm들이 성별적으로 다르게 대하는 것을 체감한 적이 있어요?


미라: 내가 느끼기엔 mtf들은 성별적으로 다르게 대하는 것 보다는.. 그냥 처음 보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것 같고, ftm들은 뭐… 그냥 보통 남자들이 여자 대하듯? [웃음] ‘난 너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어!’ 이런 거 있잖아요. [웃음] 난 널 이해 못 해. 그래도 일단 여자니까 그냥 참고 넘어갈게. 막 이런 거? 그냥 ‘내가 남자니까 참을게.’ 이런 거. 이런 게 약간 보이는 거 같아요. 몇몇 사람들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몇몇 ftm들은 ‘나는 남자여야 한다’? ‘나는 남자다.’? 그런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어서. 마초같거나 젠틀한 느낌은 아니고 그냥. 음… 옛날 사람? [같이 웃음] 내 아빠 같은? [웃음] 앞뒤 꽉 막힌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진짜 있어요. 반대로 mtf들도 여자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박혀 있어요)


수엉 : 어떤 마음으로 활동하고 계신 건가요?


미라 : 처음에는 소연이가 내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서 부담감도 있었는데.  한두 번 나가고 하다 보니까… 내가 못 만나본 사람이든 만나본 사람이든 좋은 사람들 많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으니까 그냥 만나죠. 도움이 되건 말건 난 모르겠고~ [웃음] 그냥 얘기하고 수다 떨고.


아직까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있을 것 같긴 해요.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사소한 건 얘기해도 고민 얘기를 솔직히 나랑은 안 하거든요. 나는 무척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하지만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그건 내 생각이지. 그러니까 그냥 만나다 보면 친해지고 뭐…. 언젠가 내 조언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젠간 나한테 물어볼 수도 있는 거고.


준우: 누군가가 그 안에서 바이인 사람이 ‘바이는 뭐에요?’ 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같이 웃음]


미라: 그럴 수 있죠. 하다 못해 ‘너는 여기 왜 오니?’라고 물어볼 사람이 있겠죠? 아직까지는 없지만 차라리 좋게 말하든 나쁘게 말하든 ‘넌 뭔데 여기 오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굳이 그렇게 자기가 일을 만들지 않아도 상처가 많을 사람들이란 건 알지만, 어찌됐든 사회에 나가서 생활을 해야 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되고 숨기든 안 숨기든 생활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든 상처를 안 받을 순 없어요.


보통인 사람들도 다른 사람 말에 상처를 받는데. 특히나 여린 사람들이잖아요. 여린 사람들이면 더 많은 상처를 받을 거란 말이에요. 거기에 대해서 지금 드는 생각은 그런 거에 대해서 준비 없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겪어보지 않고, 느껴보지 않고 생각만으로 나가서 상처만 받는 거랑, ‘아휴, 뭐 그냥 이런 애도 있구나.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닐 거야.’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나가는 사람은 확실히 다를 거잖아요. 그리고 소연이는 정말 일반인 여자인 친구들이 나를 빼고도 그렇게 많은데, 걔네들한테 한 마디도 못 했을 거 아니에요. 한마디도 못 하고 걔는 그걸 딴 데 가서 다 겪고 왔을 거 아니에요.


준우: 자기는 말을 잘 했다고 하던데…


미라: 본인은 잘 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웃음] 그런데 소연이가 나한테 얘기했을 때도… 평소에도 말할 때 조심스럽고 뜸을 들이(는 성격이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흔들 말눈빛으로 말하진 않았거든요. 이미 다른 데 가서는 상처 받을 일을 많이 겪어 왔기 때문에, 자기가 그걸 알기 때문에 그런 표정을 하는 거잖아요. 비단 소연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겪었을 거고. 그게 안타까운 거죠. 내가 100% 다 이해는 못 하지만 안타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