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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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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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어쨌거나 헤테로섹슈얼? (3/6)

남자를 만났을 때는 여자로서


수은 :  그 전에는 남자애들한테 끌리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명자 : 어, 그니까. 가까운 사람한테 끌렸던 적은 거의 한 번도 없었던 거 같고. 왜냐면은 걔네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다 아니까. [웃음] 그럴 수가 없어요. 걔네들 업소 다니고 그런 거 다 보니까. 막 얘기 하고, 그걸. 네, 막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그걸 다 아니까. 네 그래서 남자를 만나면 아예 모르는 사람하고 만난다든지 그런 적은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한테 끌린 적은 (없고)... 어 그 뭐냐. 호르몬 하고 한, 일 년 전? 같이 밴드 했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새끼가 너무 잘 해주는 거예요. 남장으로 다녔는데. 그래 갖고 그때 결론을 내린 게 "아 쟤는 누구에게나 다 잘 해주는구나. 어, 졸라 친절한 이성애자 새끼." [다들 웃음]


수은 :  결혼하기 전에도 멀리 있는 남자 만났던 그 얘기는요?

명자:  되게 간헐적으로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 제가 밖에 나가는 거 자체를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데이트를 한다거나, 실제로 사람을 사귀는 것처럼 사귀지는 못했죠. 그냥 섹파에 가까운 사이? 그때는 내가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한 한 달에 한 번 보고. 두 달에 한 번 보고. 이런 사이인 사람이 한 명이 있었어요. 만난 지 되게 오래 전인데, 그 사람과는 그런 식으로 간헐적으로 꽤 길게 만났어요.


수은 : 그 사람하곤 어디서 알게 된 사이예요?


명자 : 비너스에서. 아마 그럴 걸요.


쭈느 : 그럼 러버 쪽?


명자 : 네. 근데 그 사람은 활동을 안 해요. 제가 알기로는 어디 나타나지도 않고, 거의 그냥 아는 애들만 만나는 거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그 사람도 그런 성향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되게 경계를 하고 그러니까 숨어서. 약간 뭐 클로짓 게이 같은, 네 그런 느낌인 거죠. 저는 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저도 굉장히 위험부담이 크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그렇게 길게 본 거 같아요. 일단은, 일단은 검증은 돼 있으니. 나한테 해코지하고 이럴 사람이 아니란 건 아니까. 뭔가 예. 사이는 좋았어요. 사이는 좋고. 문자도 자주 하고. 그렇기는 해도 제가 사귈 생각 자체를 못한 거죠. 실제로, 실제로 본격적으로 사귄다는 생각 자체는 일단 제 자신이 그게 안 되는 거죠. 그쪽도 별로 그럴 생각도 없었고요.


쭈느 : 둘 다 욕망에 맞춰서 만난 거네요.


명자 : 그쵸.


쭈느 : 전에 헤어졌던 그 여성 분 이후로 그 다음에 처음인 거예요? 그 중간에 없었어요?

명자 : 아 그 중간에, 한 명 있었는데. 음, 남자애요~


쭈느 : TG인 거 알고 만났어요?


명자 : 네. 근데 그 친구는 아마 지금 일베에. [같이 웃음] 되게 수꼴이었어요. 몰랐어요, 만날 땐. 그래서 헤어지고. 그때는 사실 일베가 그렇게 뜨기 전이라서 잘 몰랐죠. 일베가 성향이 그렇게 되기도 전이었고요. 근데 어쨌든 말하자면 일베충이었죠.  말하자면은 뭐, 정치적인 성향이, 매우 달랐어요. 어. 게다가 멍청했어요. [살짝 웃음] 그러니까, 내가 “그런 얘기 좀 하지 말자구. 어. 그만하자!” 라고 그러면 다 같이 그만하고 침묵 유지하다가 다른 얘기 하고 “이러자!” 라고 했는데, 끝~까지 그걸 못 했어요.


쭈느 : 오래 못 사귀었겠네요?


명자 : 예.


쭈느 : 그게 언제 전이에요?


명자 : 한  재 작년 한 말쯤부터 작년 초까지요? 그리고 한 1년 혼자 있었죠.


쭈느 : 아... 이게 약간 묻기 약간 껄끄러운 거긴 한데, 상대방은 여자로서 명자를 만났던 거예요?


명자 : 그런 거겠죠. 원래 게이는 아니었어요.


쭈느 : 러버 같은 건가요?


명자 : 비슷하죠.


명자 : 그 친구(일베남)... 그 친구도 살짝 섹파나 다름 없었던 게, 사실 제가 트랜지션을 하기 전이니깐요. 그러니까 제가 꺼려졌죠. 이렇게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호르몬을 하기는 했었고, 그때도요. 호르몬은 했고. 뭐. 걔랑 만날 때는 업도 하고 그랬지만, 밖에 나가지는 않고요. 그니까 사귄다고는 사귀는데 거리감은 있는 거죠. 그러고 막 둘이 어디를 놀러간다든지 밥을 같이 둘이 먹는다든지, 그런 일이 제가 싫으니까 못 하는 거죠.

쭈느 : 그러면은 바이오 남성들하고는 거의 대부분 섹파 관계나 아니면은 그냥 방에서 사귀는 관계였던 거죠?


명자 : 예, 예, 그랬었던 거죠.


수은 : 집에서 만나면 편하지 않아?


명자 :  그러니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그 전에는 여자랑은 사귈 수 있어도 남자랑은 섹파 관계였던 거죠. 남의 눈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 같아요. 남녀 같이 다니고 데이트하고 이러면은 안 이상하잖아요. 근데 남남 커플로 이렇게 막 다니는 거는 이상하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수은 : 그럼 그 사람 만날 때는 업 하고 만난 거예요?

명자 : 그쵸. 옛날에 그러니까 군대 가기 전이나 뭐 아니면 군대에서 휴가 나오거나 이럴 때. 그러니까 그때는 어렴풋이나마 내가 뭐, 여성으로 살고 싶다! 라는 것들이 있었지만. 사실 아까 말한 대로 내가 뭔지 정체를 잘 몰랐고. 게이가 아닐까라고도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게이는 아녔... 아니거든요. 응.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날 때에도 업을 안 하고 만나는 거는 내가 용납이 안 되는 거지. 그런 모습으로 그냥 섹파라고 하더라도 그런 모습으로 누굴 만나는 게 용납이 안 되는 거죠. 저한테는.


쭈느 : 양성애란 단어를 알았어도 그거랑 되게 다르게 생각을 했던 거예요?


명자 : 그쵸. 그러니까 제가 양성애자일 수도 있겠는데. 사실 또 되게 애매한 게, 그런 게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를 뭘로 정의내리느냐에 따라 만나는 사람의 성별이...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철저한 이성애자인거죠. [웃음] 예. 제가 여자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여자이면 남자를 만나야 되는 거고. 내가 남자라고 나 스스로 정의를 내리면 여자를 만나야 돼요 저는. 그게 머리 속에서 그렇게 유연하게 돌아가지를 않죠.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그거는. “남자도 만나고 여자도 만나지 뭐.” 그게 아니라, 예, 제 모습이나 아니면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 가지고, 상대방의 성별은 그 반대예요. 만약에 제가, 만~약에 지금 어떤 여자한테 끌리면 저는 트랜지션을 포기할 수도 있는 거죠.


쭈느 : 그럼 상대방이 여자임을 바라면?


명자 : 그게 제일 용납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예. 그러니까 남들이 그러는 거는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제 자신이 그러는 거는 이해를 못할 거 같아요.


수은 : 근데 이게 유연하지 않다고 했잖아. 근데 시기 상으로 보면 그 러버나 섹파? 그 사람을 만났다가 나중엔 결혼을 한 거예요?


명자 : 그건 그러니까 따로따로인 일이지. 그 사람을 만났었고, 그 다음에 이제 제대로 살아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얘를, 그 엑스와이프를 만났고, 그러고 여기를 단절을 한 거죠. [살짝 침묵] 예, 제가 생각해도 웃겨요.  근데 뭐, 지금은 사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그래도 여자한테 끌리면 어떡해~’ 라고 하는 게... 지금은 제가 이게 확신이 드니까, 그러니까 이러고 살잖아요. 그러니까 되게 이게 훨씬 더 편하고. 이게 좋아요. 만족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자한테 끌리는 일 자체가 없을 것 같은. [살짝 침묵 후 속삭이며] 복잡하죠~


쭈느 : 보통의 서사랑은 너무 달라서. 지금 같은 이야기는 자칫 잘못하면 ‘당신이 진짜 TG야?’ 라는


명자 :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되게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진짜 TG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냥 제 머릿속에는 호모포비아가 있는 것 같아요. 예. 그러니까 남이 그러고 다니는 거는 저는 관용이 되는데, 제가 그러고 다니는 게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제가 만약에 호모포비아가 아니었다라면은... 어? 이거 내가 호모포비아가 되는 분위긴데? [같이 웃음] 무슨 뜻인진 알잖아요~ 그럼 아마 게이로 살았을 수도 있을... 그럴 수도 있겠죠. 그리고 저는 실제로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사회하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인식이 전환되지는 않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어차피 예전에는 트랜지션 자체를 포기를 했으니깐요. 예.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죠. 사회적인 그런 입장이나 그런 것들 때문에 포기를 했으니. 그러니까 그 뭐냐, 제가 어떤 성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거는 바꿀 수가 없는 거고요. 제 성별 자체는... 되게 복잡하다. [살짝 웃음 후 10초 정도 침묵]


수은 : 근데, 그러면, 그러니까 남자로 살면서 여자를 만나는 거랑 여자로 살면서 남자를 만나는 거랑 연애할 때 많이 달라요? 느끼는 감정이라거나.


명자 : 네. 많이 달라요. 그러니까 그 롤에 대한 게 다른 거죠. 오래 그렇게 살다 보니까, 남성 모습으로 굉장히 오래 살다 보니까, 남성이 더 편한 부분도 있어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니까. 근데 진짜 본격적으로 이렇게 살면서 그래서 되게 적응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뭔가… 이걸 내가, 이걸 내가, 이 대접을 받고 있어야 되는 건가 막 이런… “뭐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웃음] 예. 그런 느낌이요?!


쭈느 : 예전에 한번, 술자리에서였나 그때 막 자위 얘기 나왔을 때, 별로 부대낌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명자가 한 적이 있어서, 그거에 대해서  다른 트랜스우먼들이 자기 얘기하는 거랑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 그게 왜 그럴까요? [웃음] 그런 거에 나는 레즈인가 그런 게 있었을 거로 얘기를 하잖아요.

명자 : 그니까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으니까 전환이 늦은 거 같기도 하고요. 네. 그리고 제가 그거를 잘 상상이 안 돼요. 제가 SRS를 한 다음에 어떻게 될 지가 잘 상상도 안 되고요. 뭐, 주어진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 그런 거죠. 제가 트랜스 레즈비언에 대해서 개념화가 시작된 게 굉장히 최근이에요. 그니까 어... 어떻게 보면 저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라서 일반엔 안 들어가지만, 남자는 이래야 돼 여자는 이래야 돼 이런 게 되게 틀에 박혔다 그럴까? 약간 그런 게 있어요. 그니까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는 않는데. 남한테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남들이 뭘 하든지. 그건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일단 저 자신에게는 약간 좀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사실 게이 커플로 보이기 싫다는 것도 그거를 딴 사람한테 적용하면은 혐오죠. 근데… 본인한테는 적용이 되는 거죠. 그래서 그... mtf 레즈비언이라는 것도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게 뭐 저한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 나보고 그걸 하라고 그러면 거부감이 있어요. 저는 매우 훌륭한 헤테로섹슈얼이라서. [웃음]


쭈느 : 그게 참 재미있는 거 같아요. 여자 만날 때에는 헤테로 남자. 그러면 지금은 남자 만날 생각이에요?


명자 : 그렇게 되겠죠. 모르겠어요. 그게 저는 어차피 금방 나갈 생각이잖아요. 그니까 당분간 연애할 생각은 없어요. (외국에) 나가서는 할 수 있겠죠. 잠깐 뭐 섹파를 만들어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럴만한 인간도 못 되고, 보수적이라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