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명자 : 트랜지션의 계기? 그거는 최근 일이죠. 완전히 최근 일이고요. 2~3년 전? 그때... 계기가, 이혼 때문이에요. 제가 잘못해서 이혼한 건 아니고요. 상대가 바람을 폈어요.
수은 : 결혼은 언제 했어요?
명자 : 그보다 1년 전에. 늦게 한 편이죠. 어쨌든... 그러니까, 결혼을 한 것도 제대로 살아보자의 연장선이었는데... 그치. 응. 마음 고쳐먹고.
쭈느 : 헤테로 남자로 살자?
명자 : 헤테로 남자로 살자! 라고 했는데 그게, 본의 아니게 실패를 했고요. 그래서, 에이 씨~ 난 이렇겐 못 사나 보다~ [긴 웃음] 라는 게 좀 있었고요. 그때부터 제모하고, 그러니까 눈에 잘 안 띄는 트랜지션을 시작을 한 거고요. 쌍꺼풀 수술은... 제가 눈이 굉장히 작았어요. 믿어지진 않겠지만 [같이 웃음] 그래서 눈썹이 눈을 찔러요 이런 핑계로 쌍커풀 수술하고. 그리고 제모는 사실 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니까. 제모하고, 호르몬 하고.
명자 : 어쨌든 (트랜지션을) 그렇게 시작을 했죠. 그때도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그때 뭔가 회사를 때려치울만한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는 기획자여서, 프리렌서로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트랜지션을, 시작을 하고 회사는 계속 다니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제 나가야겠다.” 한국을. [한 차례 웃음] 그보다 그 전에 하나가 더 있구나. 그냥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일단은 호르몬을 하고 이러면서, 되는 대로. 예. 살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을 했는데, 그때 전 여친을 만나버린거죠. [웃음] 그래서, 그때 한 번 더. 다시 제대로 살자 [계속 웃음] 그런 게 한 번 더 있었고요. 전환을 멈췄죠. 그래서 그 친구랑 한 1년 정도 사겼어요. 근데, 근데 이 친구가 알게 됐어요. 그런 일을. 내 성향을.
수은 : 어떻게 알게 됐어요?
명자 : 어... 그, 사이트를 들어가서 히스토리를 본 거죠. 커뮤니티엔 그냥 가끔씩 들어갔었죠. [정적 가운데 웃음소리] 근데, 이 친구는 괜찮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괜찮다고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거를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커뮤니티 같은 데를 안 들어가려고, 또 끊었었는데. 그래도 어떻게 또 생각이 나가지고 막 들어가고. 예. 막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나름 깨달은 거죠. 이렇게 사는 게 내가, 제대로 사는 게 아니구나라는 거를. 그러니까. 그때 거의,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랜지션을 하기 시작을 한 거고요. 다시 트랜지션을 시작을 하고.
쭈느 : 호르몬 전에 진단서는 필요 없었을 때였나요? 호르몬을 어디서 했어요? [웃음]
명자 : 진단서 없이 맞았어요. 그냥 병원 가서 맞았어요~ 그냥, 이래이래 하다. 그러니까, 병원에서는. 사실 그게 법적으로, 진단서가 있어야 호르몬을 맞고 이런 건 아니잖아요. 잘 안 해주는데 해주더라고요. 돈독이 올라서. [긴 웃음] 그러니까 뭐, 나이도 꽤 있었고... 예. 나이도 꽤 있고, 뭐 성향도 확실하신 것 같으니 그냥, 놓겠다. 자기가 의사도 아니고. 실장요. 참 황당하죠. 거기서 돈독이 오른 거죠~ 나이도 있고 돈도 있어 보이니까 그냥. [긴 웃음] 이걸 [말을 잘 한다는 의미로 입 앞에서 손을 털며] 잘 털었죠. 그러니까 뭐 내 얘기 그냥 했지. 눈물 돋게 했지~ 뭐 별 얘기 안 했어. 응. 그러니까 “뭐, 호적정정 하실 거냐?” 물어와서, “아, 난 결혼도 했고. 결혼도 한 번 했었고. 호적정정은 좀 어렵지 않을까. 일단은 호르몬 맞다가 외국에 나갈 생각이다.” 라고 얘기를 했었죠 그때.
수은 : 호르몬 하면서 몸의 변화나 이런 거는요?
명자 : 몸의 변화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너무 더디고 느리기 때문에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옛날 제 모습하고, 옛날 제 몸하고 지금하고 비교를 해보면 많이 바뀌었죠? 확실히, 예. 굴곡이 많이 부드러워지기는 했어요. 근육도 많이 빠지고.
쭈느 : 체모도요?
명자 : 체모는, 다 레이저로 지졌죠. 호르몬 하면서. 하면서 제일 처음 했던 게. 제일 처음 받았던 시술이요. 할 수 있는 덴 다 했어요. [웃음] 다리하고, 복부하고, 겨드랑이하고, 얼굴하고. 제가 털이 굉장히 쎄서, 쎄고 강해서, 얼굴은 한 스무 번은 한 거 같은데. 그리고 체모는 10번이 한 세트거든요. 예. 한 세트를 했고요.
수은 : 하면 괜찮아요?
명자 : 엄~청나게 다르죠.
쭈느 : 지금 봐도 다리에 털이 없는 거 같아요. 모공 자체가 안 보이는 거 같아.
명자 : 그러니까, 그 부위가 넓으냐 안 넓으냐 뭐 이런 거에 따라가지고, 견적 내는 게 틀리니까. 그리고 성형외과 시술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지만, 의사님들이 견적내기에 따라가지고 다 틀려져~
쭈느 : 근데 그때는, 외형이 남성이었을 텐데 병원에서 반응이 어땠어요? 그냥 하는가 보다?
명자 : 호르몬을 하는 병원에서 했죠. 거가기 그걸로 돈을 벌죠 사실. 왜냐면 거기서 호르몬을 일단 맞으면은 부연설명은 필요 없거든요. 다른 시술을 받을 때도. 근데 제가 만약에 그 병원에서 호르몬을 하고 다른 데를 간다라고 하면 설명이 필요해지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커밍을 해야 되는 거. 그래서 지방 넣을 때는 처음 갈 때는 남자로 갔고요. 그래서 그걸 했죠. 그 꼬치꼬치를 했고. 지방은 두 번 넣거든요. 한 번 시술을 하면. 그 정제를 해놨다가, 냉동 보존을 해놨다가, 그 다음에 한 번 더 넣는데. 두 번째 갈 때는 이렇게 갔고요.
명자 : 내가 여장을 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이상하게 보이면 정말 그거는 하면 안되는 거다. 라는 게 있는 거죠.
쭈느 : 3년 전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전환을 시작했다라고.
명자 : 그거는 호르몬인 거죠. 예. 밖에 나가기 시작한 거는 올해부터인 거고요.
쭈느 : 그럼 호르몬을 할 때도 사실 밖에서는 패싱이 아니었던 거고?
명자 : 그쵸. 그러니까, 애매하지만 남자였죠. 예.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하지만...
쭈느 : 호르몬 얘기가 나온 김에 다른 변화는 또 없었어요? 그러니까 호르몬의 전형적인 변화들 있잖아요.
명자 : 감정 변화가 가장 큰 거 같아요. 성욕이 아니라 감정이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예를 들자면, 제일 처음 극장에서 펑펑 울었던 게, 그... 뭐더라? 이완 맥그리거 나오는… 아빠가 게이로 커밍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거기서 정말 펑펑 울었던 이유가. 그때 이제, 그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하고 헤어지고, 그때 이제, 그 호르몬을 시작을 했었을 때였고요. 근데 영화가 아빠가 커밍을 하는 거잖아요. 아빠가 아, <비기너스>요. (그 영화) 굉장히 재밌어요. 근데 어쨌든 아빠가 커밍을 하는데, 그게 엄마가 죽은 다음에. 바로 커밍을 하거든요. 아들한테. 그리고 아빠는 되게 게이로 행복하게 살아요. 예. 근데 이제 그 주인공은 이완 맥그리거고. 일인칭 시점이거든요, 영화가? 옛날 생각을 하면, 엄마한테 아빠가 같이 살고 좋은 남편이었는데 애정이 있지는 않았다는 그런 게 계속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훌륭한 아버지기는 했는데. 어. 그냥 뭐 나가면서, 후다닥 키스하고 휙 나간다던지 그런 식의. 그러니까 참 그게 그 시기랑 이렇게 맞으면서. 만약에 제가 저를 계속 속이고 남자로 사는 게 불가능하다라는 걸 느낀 다음의 일이니깐요. 그런 데에서 제일... 그런 데가 울컥 한 거죠. 근데 그 이후로는 이제 슬픈 영화를 보면 울어요. 실제로. 그게 되게 틀려진 거 같아요. 감정변화가. 원래부터 평화주의자였는데 더 평화주의자가 되고.
수은 : 영화 보고 운 거 말고 다르게 설명하자면?
명자 : 글쎄 그냥 전체적인 거라서. 그냥... 어, 그 전엔 만약에 혼자 있거나, 그러니까 완전 화나는 일 있는데 혼자 있으면은, 화를 풀거나 이럴 때, 뭔가 베개를 팬다거나 [같이 웃음]어차피 여기 지금 혼자 살잖아요. 소리를 지른다거나. 예. 뭔가 “아이 씨!!” 막 그런 식이었다면 요새는 혼자 질질 짜는. 그런 식으로 뭔가, 감정 표현에서 좀 틀려진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아무도 없을 때라도. 예 저혼자 있고 굉장히 편한 데도 제가... 그때도 감정 표현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 씨발”처럼. 그런 게 바뀌는 거 같아요.
수은 : 호르몬 하면 성욕도 변해요?
명자 : 똑같아. [웃음] 사람마다 다르죠. 근데, 그 지금 트랜스 친구 중에 하나가 애기를 한 게, 걔는 적출을 했거든요. 그 친구가 얘기한 것 중에 제일 웃겼던 게, 옛날 왕들은 다 내시들한테 속고 살았다고. [살짝 웃음]
쭈느 : 근육량은 어떻게 줄이지? 근육량 줄이는 수술도 있긴 하지만.
명자 : 호르몬으로 충분히 주는 거 같기는 해요.
쭈느 : 그래도 한계가 있잖아.
명자 : 한계가 있죠.
쭈느 : 더 줄여야 되잖아, 사실은.
명자 : 집에 누워 있어야죠.
수은 : 근육은 안 써야지 줄어드는...
쭈느 : 이제는 이두나 삼두 선 안 보이죠? 이렇게 했을 때? [쭈느, 명자, 수은 차례대로 팔뚝을 들고 팔목을 수직으로 들고 힘을 준다. 함께 웃음]
목소리 수술
쭈느 : 목소리(수술)가... 왜 첫 번째였어요? 보통 가슴이 첫 번째던데.
명자 : 지금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뭐, 제가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다면, 가슴이 첫 번째일 수도 있겠는데... 몸도 비루하고. 어차피 그럴 만한 몸도 아니고요. [살짝 웃음] 노출을 할 만한 몸도 아니고. 지금은 어디 가서 얘기를 한다거나 할 때... 사실 제일 티가 나는 부분이죠.
쭈느 : 수술을 안 하고, 트레이닝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케이스도 있잖아요.
명자 : 해봤는데, 안 돼요. 그리고, 요번에 검사를. 그 뭐냐. 수술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이 정도 수치면 남자 중에서도 [굉장히 낮은 톤으로 바꿔] 되게 낮은 목소립니다.” [쾌활하게 웃음] 이게, 극복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예. 원래부터 목소리가 높지도 않고요. 헤르쯔 수치. 최저 헤르쯔랑 최고 헤르쯔랑 이렇게 잡는데... 그게 여기[손을 공중에서 가로로 세움] 걸치지도 못하는 거지. [웃음] 저 쪽 기준치에 걸치지도 못하는 거지. 살짝 이렇게 걸쳐 있으면 이 목소리를 내면 되잖아. 그걸 연습을 하면 된다 치는데…
쭈느 : 근데 그러면 지금 수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 거죠?
명자 : 목젖? (최근에) 얼굴에 지방 넣고. 눈 째고. 이것(눈)도 최근이에요. 2월인가, 3월인가.
명자 : 그리고 사실 거기서(외국에 있는 목소리 수술 병원)"리스크가 있다"라고 연락이 왔는데 . 그러니까 목에, 성대에 약간 그게 있으니까 그 상태에 따라서 그 수술여부라던지 치료시기라던지 이런 게 좀 틀려지는 리스크가 있다. 근데 그래도 가려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수술을 못 할 정도로 그렇게 막 엄청나게 크지는 않거든요. 그 전에 한번 한국에서 이비인후과 한 번 더 가고 그래야죠. 아니 뭐, 치료하고 수술하고 뭐 이래가지고 조금 늘어난다 그러면 출국 일정을 조금 바꿀 수도 있는 거고. 일주일 정도 더 있어도 추석 전에는 돌아오니까.
쭈느 : 그럼 돌아오면 또 남장을 하고 가족행사에 가는 거예요?
명자 : 그래두 되고요. 근데 아마 이번 추석에 못 갈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절개를 하거든요. 상처가 있을 꺼 아니에요. 그게, 뭐 그 스티치 제거를 2주 만에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좀 불안하기는 해요. 그래서 추석 때 아마 집에 못 갈수도 있겠다 라는 건 있어요. 근데 뭐 스티치 제거 하는 건 2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쭈느 :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어서 목소리 톤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정도 까진 아니겠지만 어쨌든.
명자 : 그거는... 그거는 각오를 하고 하는 거죠. 많이 바뀌겠죠. 많이 바뀌라고 하는 거고. [같이 웃음] 그거(수술 효과)는 제 생각에는... 시술 얘기가 되는데, 제 생각에는 성대 구조가 바뀌는 거에 대해서 본인이 적응을 못 하는 거예요. 예. 성대 구조가 바뀌면 발성 자체가 틀려져야 되는데 옛날 발성대로 하니까, 예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온다거나 비슷하게 나온다거나 그러는 거죠. 발성은 틀려져야지 맞고, 그건 연습을 계속 해야 될 거예요 아마.
수은 : 옛날에 밴드에서 보컬이었어요?
쭈느 : 그 목소리에 대해 아쉬운 건 없어요? 상실감도 있을 텐데.
명자 : 어… 사실은 아까운 면도 있기는 해요. 왜냐면 보컬을 계속 한 이유도, 계속 그걸 취미를 오래 유지를 한 것도, 제가 생각해도 제 목소리가 좋거든요. [웃음] 그러니까 그게 남녀를 떠나가지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완전 중저음. 바이브레이션 왕창 들어간 중저음. 저는 락을 가곡처럼 불렀어요.
명자 : 아니 어쨌든, 그게(노래) 없어지는 거는 참 거시기하기는 한데, 일단 충분히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제 인생에서 무슨 그걸로 돈을 벌고 싶다거나, 예 그럴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사실 지금은 이렇게 살잖아요. 옛날에는 평상시 모습이 남자였었고 그 목소리가 제가 평상시에, 예 그러니까 더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그 모습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고. 이 목소리는 분명히 걸림돌이거든요. “어? 쟤는 몸도 크고 키도 크고 발도 큰데, 말을 시키니까, 백 프로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웃음] 그리고 실제로 그렇고요. 사실 목소리가 지금 제가 여자 목소리면 사람들이 “쟤 되게 막 이래”라고는 안 하고 “쟤 몸도 이렇고 막 큼직큼직하다 근데 여자네?” 예. “그냥 커다란 여자다~” 라고 생각을 할 거잖아요. "발육이 남다르시네요~" 근데 사실 지금은, 너무 불편한 게, 어… 제가 만약에 버스를 타요. 제가 이렇게 띵똥 눌러 놓고 버스카드 찍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정류장을 지나쳐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응. 그냥 한 정거장 가야 돼요. [길게 웃음] 근데 그 모습을 옆에 있는 버스 승객이 보면 되게 이상하죠. 그러니까 그건 저도 불편하고, 저를 이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딴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굉장히 큰 거거든요. 지금 제가 뭐 지갑 들고 다니는데, 누가 이렇게 확~ 낚아 채갔어요. 못 잡아요. 제가 뛰어가서 잡아야 돼요. “도둑이야~”를 못 해요. 그리고 뭐 길을 물었는데. 뭐 물론 스마트폰이 있기는 하지만요. 예를 들자면, 누구한테 길 물어보기도 힘들어요. 그런 거 하나 하나가 다 제가 살면서 너무 불편한 거죠. 그러니까 노래를 하는 것 정도는, 그 정도는 포기가 가능해요. 근데 사실, 연습해서 여자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웃음] 되게 헛된 희망도 살짝 가지고 있죠.
쭈느 : 노래하는 사람들 mtf하고 ftm의 목소리 변화는 되게 질이 다른 거 같기는 해요. 또 어떤 면에서는. 그 상실감 같은 것도 되게 다른 것 같고.
명자 :상실감요? 하지만 근데 mtf들은 목소리 수술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없어요. ftm은 그냥... 어쩌겠어요. 종특인데.
엑셀레이팅 트렌지션
쭈느 : 그럼 올해부터 그러면 전환이 약간 속도가 올라간 거잖아요. 계기가 뭐예요?
명자 : 재둑이요. [살짝 웃음] 그러니까 막 데이트하는 것처럼은 못 다녔죠. 근데…
쭈느 : 재둑이랑 만났던 경험이 전환 속도랑 연관이 되게 깊은 경험이었어요?
명자 : 그쵸. 제가, 적어도 그렇게 보이긴 싫었으니까. 그런, 게이커플로 보이기는 싫었으니까요. 제가 돠게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기도 하고.
쭈느 : 게이 커플로 안 보이고 싶었긴 한데, 원래 이전에 명자이 세웠던 계획도 많이 변경한 거 아니었어요? 수술 스케쥴?
명자 : 재둑 만나기 전에 수술 스케쥴은 이미 잡아 놨었고, 지방은 1차를 한 상태였었고요, 그리고 어차피 좀 회사를 때려치운 것도 이제 본격적으로 하자. 그렇게 계획을 세워 놨었고. 근데 좀 느긋하게 잡기는 했었죠. 그니까 몸 상태 봐 가면서. 그니까 한창 그것보다는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을 했어요. 일단 나가서 잡을 구하고 거기서 좀 안정이 되면 이제 수술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했었죠. 갖고 있던 돈들이 있구. 그거 안에서 수술을 하건 도박을 하건, 그거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였으니까요. 게다가 수술을 하겠다 정도는 공유가 항상 되었던 거였지만 그걸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거는... 그걸 딱히 맞추지는 않았죠.
명자 : [다리의 흉터를 가리키며] 아, 이거??? 이건 굉장히 옛날에. 어렸을 때. 초등학교 2학년? 국민학교 2학년? 1학년? 뭐, 이때쯤 다친 건데, 없앨까. 그러니까 흉터 없애는 수술을 할까도 생각을 하기는 해요. 보기가 안 좋으니까 지금은. 지금은 이제 다리를 까고 다니니깐요. 옛날에는 여름에도 긴 바지 입고 다녔었거든요. 털을 보이기 싫어서. 남들한테. 아무리 더워도 긴 바지 입고 다녔거든요.
쭈느 : 그러니까 왔다 갔다 하던 고민의 길이에 비해서 전환이 되게 늦은 시기잖아요. 늦은 나이잖아요?
명자 : 그쵸. 그게 먹고 사는데 불편하지 않아서 그래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예. 제가 기본적인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회사를 다녔고. 그게, 그것도 물론 크고, 커리어도 일찍부터 쌓기 시작했고. 그거를 포기를 하고 전환을 하는 게 엄청난 리스크였고요. 예 그걸 감당을 못 한 거였죠.
쭈느 : mtf들 전환 할 때, 어린 아이 때부터 일찍 일찍 하지 말고 남자 몸으로 돈 벌면 더 잘되니까 돈을 벌어놓고 나서 나중에 전환을 해야...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명자 : 그것도.. 그러니까 장단은 다 있는 것 같은데... 장단점은 다 있어요. 근데 늦게 전환을 시작하면은 사실 그, 그 반짝일 수 있는 20대가 날아가버리는. 근데 그거야 어차피, 그때 일찍 했으면 이렇게 살지 못했을 수도 있는 거고.
쭈느 : 또 방금 말했던 그런 어드바이스는 그러니까 그 상태로 십 몇 년을 사회 생활을 할 만큼 정도의 마인드가 있어야 되는 거지.
명자 : 그거를 못 견딜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고.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한다 그래서 뭐 인생이 잘 풀린다는 보장 자체도 없는데, 남들한테 그렇게 함부로 해줄 만한 조언은 아닌 거 같아요.
쭈느 : 그러니까 나도 그런 식의 어드바이스들을 접할 때면은, 마치 빌 게이츠가 돈 어떻게 버는가를 조언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람마다 되게 다르고. 욕구도 다르고 전환욕도 다르고.
명자 : 맞아요. 빌 게이츠한테 물어보면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하겠고 [같이 웃음] 워렌 버핏한테 물어보면 주식 투자를 하라 그러겠죠. [웃음] 뭐가 정답은 없잖아요 사실.
수술에 대한 생각
명자 : 수술에 대해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이 아담스 애플을 제거한 것도 그렇고요, 지방을 넣은 것도 그렇고, 쌍꺼풀 수술을 한 것도 그렇고. 불편한 거부터. 그러니까 여성으로 패싱되기 위해서 좀 크리티컬한 거부터 한 거거든요. 저는 앞으로의 수술도 아마 그럴 거고요.
쭈느 : SRS 무섭지 않아요?
명자 : 무서워요. 그니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수술 후에 어떻게 될지 제가 어떤 확신은 없는 길에 있어요. 그런데 값도 비싸고 아프기도 아프고. 그거를 해야 될 이유는 잘 못 찾겠어요. 근데... 그런 거죠. 사람이 동시에 남자이자 여자로 살 수는 없어요. 응. 애매한 상태로 살아가기엔 힘들다는 거.
쭈느 : 적어도 본인한테는 그렇다는 거?
명자 : 그렇죠. 그래서 뭐 이래서는 수영장도 못 가고 헬스장도 못 가고. 사실 여러가지 살아가면서 제약이 많잖아요. 그리고 옛날부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았죠. 근데 일단은 구체적이 되다 보니. 사실 확신을 잘 안 들고 이제 막 그런 상태인 건데. 하기는 할 거예요. 근데 사실 뭐, 반평생 남자로 살았으면 됐죠. 남은 여생은… [웃음] 그렇게 가벼운 마음은 아니고요. 그렇게 가벼운 수술도 아니고.
쭈느 : 언제 "아, 해야겠다"란 확신이 섰어요?
명자 : “해야겠다”는 트랜지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이긴 한데. 이게 그 시기라든지 그런 거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죠. 일단은 그냥 스텝 바이 스텝으로 생각을 했고요.
쭈느 : 이미 이전에 커뮤니티 활동 경력이 있으니까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
명자 : 그쵸...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고요. 사실, 정보를 알고 싶으면 영어를 공부해야 돼요. [웃음] 국내에 하도 그런 정보는 없다 보니. 거의 구전되고 있죠, 정보들은.
명자 : 그때 지방 1차를 하고 한 3~4주 정도 지나서였었죠. 그러니까 그때도, 어느 정도 "이 정도면 됐는데?" 라는 생각이 조금 있을 때였어요. 근데 사실 거기서 제가 자신이 없던 거는 몸에 대해서. 몸뚱아리에 대해서. 마침 그때 날씨가 좀 추웠기 때문에, 그러니까 겨울이고 봄이고 막 이랬으니까, 그게 2차인 거죠. 사실 여름이 되게 걱정스러웠는데, 사실 호르몬이 좀 받았는지 살도 좀 빼기는 뺐고요. 지금도 사실 근데 제가 저를 평가를 했을 때는, 좀 이상해요~. 그러니까, 거대한 여자죠. 눈에 띌 수 밖에 없고. 그런 게 싫은 거죠 저는. 살을 빼야죠.
쭈느 : 살은 빼도 키는 남아있잖아요.
명자 : 아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누군가를 보고, "어? 이상하다/안 이상하다"라고 판단하는 게, 어떤 한 두 가지 요소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그걸 판단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근데 저는 지금 얘가 키도 큰데 덩치도 크고, 손발도 크고, 목소리도? 목소리도 두껍고. 그런 게 하나하나가 다 이상한 거죠. 그러니까 그 중에 한 가지 한 가지 씩을 줄여나가는. 그 목소리 수술 하고, 살을 빼고 그렇게 하면 그냥 키 큰 여자가 되는 거지. 키는 크고 떡대도 크고 막 이러고 저러고. “쟤는 뭐지?”가 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명자 : 목소리도 그렇고 되게 여러가지로 앞으로도 그런 게 있겠죠. 사실 의학적으로 멀쩡한 몸은, 찢고 꿰매고 해야 되는 건데. 목소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거는 있을 거예요. 근데 사실 전, 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 살면서, 어떤 패싱을 위해서 SRS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쭈느 : SRS는 좀 다르죠.
명자 : 그쵸. 그런데 일단 뭐 돈을 벌거나 이런 게 지금은 제가 별로 불편하지가 않아요. 이대로도 지금 일이 좀 되고 있고.
명자 :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 것도 별로 그렇게 큰 무리가 없고. 사회생활을 하고 이러는 데 있어 가지고... 그러니까 제가 호적을 정정하기 위해서 SRS를 하거나 뭐 그럴 필요가 없죠.
쭈느 : 그것도 지금 외국 나가는 걸로 해결을 할 생각인 거잖아요.
명자 : 나가면서 할 거예요. 아 안 할 수도 있어요. 그냥 적출을 할까. 생각도 좀 있는 게, 왜냐면 적출을 하고 좀 더 지나면, 그러니까 호르몬 더 받고 이러면 전체적으로 많이 더 여성화가 된 다음에 수술을 해도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그건 좀 고민하고 있는 중이긴 하고요. 어쨌든 SRS자체가 사실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거는 어떻게 보면, 제가 남자를 만난다라고 하면 SRS를 하는 게 좀 더 이게 외연 확장이 [살짝 웃음] 되기도 하겠죠. 근데 사실 그 이유로 제 살을 뒤집어 까는 거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할 생각을 하고 있고, 하긴 할 거인 것이 불편한 게 너무 많다는 거죠. 수영장 간다거나, 사우나 간다거나 예. 그러니까 저는 호적 정정을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에, 조금 그런 어떤 시술이나 이런 거에 대해선 관점이 좀 틀릴 거예요.
쭈느 : 그럼 지금은 그럼 대중탕 안 가겠네요?
명자 : 못 가죠~ 뭐 어디 놀러가면 월풀 욕조 같은 데 물 받아 놓고 예. 그런다든지. 호텔은 욕조가 별로 없어요. (이번에 갔던 호텔에) 수영장 있는, 완전 천국이었어요. (거기선) 비키니 입었죠. 그 랩 스커트 같은 걸 걸치고. 이번에 외국 나갈 때는 여성용 스포츠 수영용 바지도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갈까.
쭈느 : (사타구니가) 쬐일 텐데.
명자 : 아 그건~ 지금도, 평소에도 그러고 다니는 데요 뭐. 저는 이제, 제가 몸을 많이 드러냈을 때, 남성적인 굴곡이 보이고, 성기 뿐만이 아니라, 뭐 근육이나 이런 것들이 좀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거기 가서 호텔에서 수영 한 번 못 해 보는 것도.. [살짝 웃음] 그러니까 바지 수영복 하나를...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고 있는 거죠. 사실 근데 SRS를 하면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목소리도 그렇고 SRS도 그렇고 제가 살면서 불편하기 때문에 하는 거지.
쭈느 : 패싱 관련 다른 걸로는, 눈 수술은 생각 안 해봤어요? 라식 라섹 그런 거. 안경 쓰고 다니는 것 보다는 안경 안 쓴 게 더.
명자 : 아~ 요새 좀 생각하는 중이에요. 어. 근데 저는 사실, 제가 거울 보면 안경 벗는 것보다 안경 끼는 게 좀 더 어울리는 거 같긴 해요. 근데 이건 굉장히 오래 꼈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안경 끼고 다니는 여자가 쪼금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 다들 안 끼니까. 근데 나가면 크게 이상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고요.
쭈느 : 가슴 수술은 하실 거고...
명자 : 그거는 호르몬 충분히 한 다음에 할까 지금 생각 중이고요.
쭈느 : 그래도 전환 관련한 수술 치고는 좀 앞 선에 있는 꺼리 아닌가요? SRS에 비하면?
명자 : 그게 생각해보면, 근데, 호르몬을 충분히 하고 하는 게 훨씬 유리하긴 하죠. 살면서 불편한 부분은 아니에요. 물론 가슴을 까고 다닌다거나 (같이 살짝 웃음) 예를 들면 수영장? 그런 데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근데 사실 수영장에서도 티 입고 반바지 입고 그럴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완전 불편한 부분은 아니거든요. 내가 막 완전 허리가 24인치야! 그러면 하고 싶겠죠. 까고 다니고 싶겠죠. 헐벗고 싶겠죠. 지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차피 그러지 못하는데 불편하지는 않는.. 그 부분이.
수은 : 가슴에 대한 욕망 같은 거는요?
명자 : 있기는 한데, 그러니까 추석 끝나고 가슴 수술을 생각을 했었는데, 그거는 한 1~2주 전 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호르몬을 할까 하고 할까라는.
쭈느 : 3년이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명자 : 그래서 적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 지금 충분히 (호르몬 효과를) 받고 있지를 못하거든요. 간이 너무 땡땡해서 그런지. [같이 살짝 웃음] 하여튼 제가 살기 불편하니까 하는 거지, 막 바꾸고 싶은 욕망이 막 넘실넘실대서, “어. 아니면 난 정말 죽어버릴 거 같아!” 이런 게 아닌..거 같아요.
호르몬
명자 : 트랜지션의 계기? 그거는 최근 일이죠. 완전히 최근 일이고요. 2~3년 전? 그때... 계기가, 이혼 때문이에요. 제가 잘못해서 이혼한 건 아니고요. 상대가 바람을 폈어요.
수은 : 결혼은 언제 했어요?
명자 : 그보다 1년 전에. 늦게 한 편이죠. 어쨌든... 그러니까, 결혼을 한 것도 제대로 살아보자의 연장선이었는데... 그치. 응. 마음 고쳐먹고.
쭈느 : 헤테로 남자로 살자?
명자 : 헤테로 남자로 살자! 라고 했는데 그게, 본의 아니게 실패를 했고요. 그래서, 에이 씨~ 난 이렇겐 못 사나 보다~ [긴 웃음] 라는 게 좀 있었고요. 그때부터 제모하고, 그러니까 눈에 잘 안 띄는 트랜지션을 시작을 한 거고요. 쌍꺼풀 수술은... 제가 눈이 굉장히 작았어요. 믿어지진 않겠지만 [같이 웃음] 그래서 눈썹이 눈을 찔러요 이런 핑계로 쌍커풀 수술하고. 그리고 제모는 사실 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니까. 제모하고, 호르몬 하고.
명자 : 어쨌든 (트랜지션을) 그렇게 시작을 했죠. 그때도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그때 뭔가 회사를 때려치울만한 그런 게 없었어요. 그때는 기획자여서, 프리렌서로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트랜지션을, 시작을 하고 회사는 계속 다니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제 나가야겠다.” 한국을. [한 차례 웃음] 그보다 그 전에 하나가 더 있구나. 그냥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일단은 호르몬을 하고 이러면서, 되는 대로. 예. 살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을 했는데, 그때 전 여친을 만나버린거죠. [웃음] 그래서, 그때 한 번 더. 다시 제대로 살자 [계속 웃음] 그런 게 한 번 더 있었고요. 전환을 멈췄죠. 그래서 그 친구랑 한 1년 정도 사겼어요. 근데, 근데 이 친구가 알게 됐어요. 그런 일을. 내 성향을.
수은 : 어떻게 알게 됐어요?
명자 : 어... 그, 사이트를 들어가서 히스토리를 본 거죠. 커뮤니티엔 그냥 가끔씩 들어갔었죠. [정적 가운데 웃음소리] 근데, 이 친구는 괜찮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괜찮다고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거를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커뮤니티 같은 데를 안 들어가려고, 또 끊었었는데. 그래도 어떻게 또 생각이 나가지고 막 들어가고. 예. 막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나름 깨달은 거죠. 이렇게 사는 게 내가, 제대로 사는 게 아니구나라는 거를. 그러니까. 그때 거의,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랜지션을 하기 시작을 한 거고요. 다시 트랜지션을 시작을 하고.
쭈느 : 호르몬 전에 진단서는 필요 없었을 때였나요? 호르몬을 어디서 했어요? [웃음]
명자 : 진단서 없이 맞았어요. 그냥 병원 가서 맞았어요~ 그냥, 이래이래 하다. 그러니까, 병원에서는. 사실 그게 법적으로, 진단서가 있어야 호르몬을 맞고 이런 건 아니잖아요. 잘 안 해주는데 해주더라고요. 돈독이 올라서. [긴 웃음] 그러니까 뭐, 나이도 꽤 있었고... 예. 나이도 꽤 있고, 뭐 성향도 확실하신 것 같으니 그냥, 놓겠다. 자기가 의사도 아니고. 실장요. 참 황당하죠. 거기서 돈독이 오른 거죠~ 나이도 있고 돈도 있어 보이니까 그냥. [긴 웃음] 이걸 [말을 잘 한다는 의미로 입 앞에서 손을 털며] 잘 털었죠. 그러니까 뭐 내 얘기 그냥 했지. 눈물 돋게 했지~ 뭐 별 얘기 안 했어. 응. 그러니까 “뭐, 호적정정 하실 거냐?” 물어와서, “아, 난 결혼도 했고. 결혼도 한 번 했었고. 호적정정은 좀 어렵지 않을까. 일단은 호르몬 맞다가 외국에 나갈 생각이다.” 라고 얘기를 했었죠 그때.
수은 : 호르몬 하면서 몸의 변화나 이런 거는요?
명자 : 몸의 변화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너무 더디고 느리기 때문에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옛날 제 모습하고, 옛날 제 몸하고 지금하고 비교를 해보면 많이 바뀌었죠? 확실히, 예. 굴곡이 많이 부드러워지기는 했어요. 근육도 많이 빠지고.
쭈느 : 체모도요?
명자 : 체모는, 다 레이저로 지졌죠. 호르몬 하면서. 하면서 제일 처음 했던 게. 제일 처음 받았던 시술이요. 할 수 있는 덴 다 했어요. [웃음] 다리하고, 복부하고, 겨드랑이하고, 얼굴하고. 제가 털이 굉장히 쎄서, 쎄고 강해서, 얼굴은 한 스무 번은 한 거 같은데. 그리고 체모는 10번이 한 세트거든요. 예. 한 세트를 했고요.
수은 : 하면 괜찮아요?
명자 : 엄~청나게 다르죠.
쭈느 : 지금 봐도 다리에 털이 없는 거 같아요. 모공 자체가 안 보이는 거 같아.
명자 : 그러니까, 그 부위가 넓으냐 안 넓으냐 뭐 이런 거에 따라가지고, 견적 내는 게 틀리니까. 그리고 성형외과 시술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지만, 의사님들이 견적내기에 따라가지고 다 틀려져~
쭈느 : 근데 그때는, 외형이 남성이었을 텐데 병원에서 반응이 어땠어요? 그냥 하는가 보다?
명자 : 호르몬을 하는 병원에서 했죠. 거가기 그걸로 돈을 벌죠 사실. 왜냐면 거기서 호르몬을 일단 맞으면은 부연설명은 필요 없거든요. 다른 시술을 받을 때도. 근데 제가 만약에 그 병원에서 호르몬을 하고 다른 데를 간다라고 하면 설명이 필요해지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커밍을 해야 되는 거. 그래서 지방 넣을 때는 처음 갈 때는 남자로 갔고요. 그래서 그걸 했죠. 그 꼬치꼬치를 했고. 지방은 두 번 넣거든요. 한 번 시술을 하면. 그 정제를 해놨다가, 냉동 보존을 해놨다가, 그 다음에 한 번 더 넣는데. 두 번째 갈 때는 이렇게 갔고요.
명자 : 내가 여장을 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이상하게 보이면 정말 그거는 하면 안되는 거다. 라는 게 있는 거죠.
쭈느 : 3년 전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전환을 시작했다라고.
명자 : 그거는 호르몬인 거죠. 예. 밖에 나가기 시작한 거는 올해부터인 거고요.
쭈느 : 그럼 호르몬을 할 때도 사실 밖에서는 패싱이 아니었던 거고?
명자 : 그쵸. 그러니까, 애매하지만 남자였죠. 예.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하지만...
쭈느 : 호르몬 얘기가 나온 김에 다른 변화는 또 없었어요? 그러니까 호르몬의 전형적인 변화들 있잖아요.
명자 : 감정 변화가 가장 큰 거 같아요. 성욕이 아니라 감정이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예를 들자면, 제일 처음 극장에서 펑펑 울었던 게, 그... 뭐더라? 이완 맥그리거 나오는… 아빠가 게이로 커밍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거기서 정말 펑펑 울었던 이유가. 그때 이제, 그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하고 헤어지고, 그때 이제, 그 호르몬을 시작을 했었을 때였고요. 근데 영화가 아빠가 커밍을 하는 거잖아요. 아빠가 아, <비기너스>요. (그 영화) 굉장히 재밌어요. 근데 어쨌든 아빠가 커밍을 하는데, 그게 엄마가 죽은 다음에. 바로 커밍을 하거든요. 아들한테. 그리고 아빠는 되게 게이로 행복하게 살아요. 예. 근데 이제 그 주인공은 이완 맥그리거고. 일인칭 시점이거든요, 영화가? 옛날 생각을 하면, 엄마한테 아빠가 같이 살고 좋은 남편이었는데 애정이 있지는 않았다는 그런 게 계속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훌륭한 아버지기는 했는데. 어. 그냥 뭐 나가면서, 후다닥 키스하고 휙 나간다던지 그런 식의. 그러니까 참 그게 그 시기랑 이렇게 맞으면서. 만약에 제가 저를 계속 속이고 남자로 사는 게 불가능하다라는 걸 느낀 다음의 일이니깐요. 그런 데에서 제일... 그런 데가 울컥 한 거죠. 근데 그 이후로는 이제 슬픈 영화를 보면 울어요. 실제로. 그게 되게 틀려진 거 같아요. 감정변화가. 원래부터 평화주의자였는데 더 평화주의자가 되고.
수은 : 영화 보고 운 거 말고 다르게 설명하자면?
명자 : 글쎄 그냥 전체적인 거라서. 그냥... 어, 그 전엔 만약에 혼자 있거나, 그러니까 완전 화나는 일 있는데 혼자 있으면은, 화를 풀거나 이럴 때, 뭔가 베개를 팬다거나 [같이 웃음]어차피 여기 지금 혼자 살잖아요. 소리를 지른다거나. 예. 뭔가 “아이 씨!!” 막 그런 식이었다면 요새는 혼자 질질 짜는. 그런 식으로 뭔가, 감정 표현에서 좀 틀려진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아무도 없을 때라도. 예 저혼자 있고 굉장히 편한 데도 제가... 그때도 감정 표현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 씨발”처럼. 그런 게 바뀌는 거 같아요.
수은 : 호르몬 하면 성욕도 변해요?
명자 : 똑같아. [웃음] 사람마다 다르죠. 근데, 그 지금 트랜스 친구 중에 하나가 애기를 한 게, 걔는 적출을 했거든요. 그 친구가 얘기한 것 중에 제일 웃겼던 게, 옛날 왕들은 다 내시들한테 속고 살았다고. [살짝 웃음]
쭈느 : 근육량은 어떻게 줄이지? 근육량 줄이는 수술도 있긴 하지만.
명자 : 호르몬으로 충분히 주는 거 같기는 해요.
쭈느 : 그래도 한계가 있잖아.
명자 : 한계가 있죠.
쭈느 : 더 줄여야 되잖아, 사실은.
명자 : 집에 누워 있어야죠.
수은 : 근육은 안 써야지 줄어드는...
쭈느 : 이제는 이두나 삼두 선 안 보이죠? 이렇게 했을 때? [쭈느, 명자, 수은 차례대로 팔뚝을 들고 팔목을 수직으로 들고 힘을 준다. 함께 웃음]
목소리 수술
쭈느 : 목소리(수술)가... 왜 첫 번째였어요? 보통 가슴이 첫 번째던데.
명자 : 지금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뭐, 제가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다면, 가슴이 첫 번째일 수도 있겠는데... 몸도 비루하고. 어차피 그럴 만한 몸도 아니고요. [살짝 웃음] 노출을 할 만한 몸도 아니고. 지금은 어디 가서 얘기를 한다거나 할 때... 사실 제일 티가 나는 부분이죠.
쭈느 : 수술을 안 하고, 트레이닝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케이스도 있잖아요.
명자 : 해봤는데, 안 돼요. 그리고, 요번에 검사를. 그 뭐냐. 수술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이 정도 수치면 남자 중에서도 [굉장히 낮은 톤으로 바꿔] 되게 낮은 목소립니다.” [쾌활하게 웃음] 이게, 극복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예. 원래부터 목소리가 높지도 않고요. 헤르쯔 수치. 최저 헤르쯔랑 최고 헤르쯔랑 이렇게 잡는데... 그게 여기[손을 공중에서 가로로 세움] 걸치지도 못하는 거지. [웃음] 저 쪽 기준치에 걸치지도 못하는 거지. 살짝 이렇게 걸쳐 있으면 이 목소리를 내면 되잖아. 그걸 연습을 하면 된다 치는데…
쭈느 : 근데 그러면 지금 수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 거죠?
명자 : 목젖? (최근에) 얼굴에 지방 넣고. 눈 째고. 이것(눈)도 최근이에요. 2월인가, 3월인가.
명자 : 그리고 사실 거기서(외국에 있는 목소리 수술 병원)"리스크가 있다"라고 연락이 왔는데 . 그러니까 목에, 성대에 약간 그게 있으니까 그 상태에 따라서 그 수술여부라던지 치료시기라던지 이런 게 좀 틀려지는 리스크가 있다. 근데 그래도 가려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수술을 못 할 정도로 그렇게 막 엄청나게 크지는 않거든요. 그 전에 한번 한국에서 이비인후과 한 번 더 가고 그래야죠. 아니 뭐, 치료하고 수술하고 뭐 이래가지고 조금 늘어난다 그러면 출국 일정을 조금 바꿀 수도 있는 거고. 일주일 정도 더 있어도 추석 전에는 돌아오니까.
쭈느 : 그럼 돌아오면 또 남장을 하고 가족행사에 가는 거예요?
명자 : 그래두 되고요. 근데 아마 이번 추석에 못 갈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절개를 하거든요. 상처가 있을 꺼 아니에요. 그게, 뭐 그 스티치 제거를 2주 만에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좀 불안하기는 해요. 그래서 추석 때 아마 집에 못 갈수도 있겠다 라는 건 있어요. 근데 뭐 스티치 제거 하는 건 2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쭈느 :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어서 목소리 톤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정도 까진 아니겠지만 어쨌든.
명자 : 그거는... 그거는 각오를 하고 하는 거죠. 많이 바뀌겠죠. 많이 바뀌라고 하는 거고. [같이 웃음] 그거(수술 효과)는 제 생각에는... 시술 얘기가 되는데, 제 생각에는 성대 구조가 바뀌는 거에 대해서 본인이 적응을 못 하는 거예요. 예. 성대 구조가 바뀌면 발성 자체가 틀려져야 되는데 옛날 발성대로 하니까, 예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온다거나 비슷하게 나온다거나 그러는 거죠. 발성은 틀려져야지 맞고, 그건 연습을 계속 해야 될 거예요 아마.
수은 : 옛날에 밴드에서 보컬이었어요?
쭈느 : 그 목소리에 대해 아쉬운 건 없어요? 상실감도 있을 텐데.
명자 : 어… 사실은 아까운 면도 있기는 해요. 왜냐면 보컬을 계속 한 이유도, 계속 그걸 취미를 오래 유지를 한 것도, 제가 생각해도 제 목소리가 좋거든요. [웃음] 그러니까 그게 남녀를 떠나가지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완전 중저음. 바이브레이션 왕창 들어간 중저음. 저는 락을 가곡처럼 불렀어요.
명자 : 아니 어쨌든, 그게(노래) 없어지는 거는 참 거시기하기는 한데, 일단 충분히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제 인생에서 무슨 그걸로 돈을 벌고 싶다거나, 예 그럴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사실 지금은 이렇게 살잖아요. 옛날에는 평상시 모습이 남자였었고 그 목소리가 제가 평상시에, 예 그러니까 더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그 모습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고. 이 목소리는 분명히 걸림돌이거든요. “어? 쟤는 몸도 크고 키도 크고 발도 큰데, 말을 시키니까, 백 프로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웃음] 그리고 실제로 그렇고요. 사실 목소리가 지금 제가 여자 목소리면 사람들이 “쟤 되게 막 이래”라고는 안 하고 “쟤 몸도 이렇고 막 큼직큼직하다 근데 여자네?” 예. “그냥 커다란 여자다~” 라고 생각을 할 거잖아요. "발육이 남다르시네요~" 근데 사실 지금은, 너무 불편한 게, 어… 제가 만약에 버스를 타요. 제가 이렇게 띵똥 눌러 놓고 버스카드 찍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정류장을 지나쳐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응. 그냥 한 정거장 가야 돼요. [길게 웃음] 근데 그 모습을 옆에 있는 버스 승객이 보면 되게 이상하죠. 그러니까 그건 저도 불편하고, 저를 이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딴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굉장히 큰 거거든요. 지금 제가 뭐 지갑 들고 다니는데, 누가 이렇게 확~ 낚아 채갔어요. 못 잡아요. 제가 뛰어가서 잡아야 돼요. “도둑이야~”를 못 해요. 그리고 뭐 길을 물었는데. 뭐 물론 스마트폰이 있기는 하지만요. 예를 들자면, 누구한테 길 물어보기도 힘들어요. 그런 거 하나 하나가 다 제가 살면서 너무 불편한 거죠. 그러니까 노래를 하는 것 정도는, 그 정도는 포기가 가능해요. 근데 사실, 연습해서 여자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웃음] 되게 헛된 희망도 살짝 가지고 있죠.
쭈느 : 노래하는 사람들 mtf하고 ftm의 목소리 변화는 되게 질이 다른 거 같기는 해요. 또 어떤 면에서는. 그 상실감 같은 것도 되게 다른 것 같고.
명자 :상실감요? 하지만 근데 mtf들은 목소리 수술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없어요. ftm은 그냥... 어쩌겠어요. 종특인데.
엑셀레이팅 트렌지션
쭈느 : 그럼 올해부터 그러면 전환이 약간 속도가 올라간 거잖아요. 계기가 뭐예요?
명자 : 재둑이요. [살짝 웃음] 그러니까 막 데이트하는 것처럼은 못 다녔죠. 근데…
쭈느 : 재둑이랑 만났던 경험이 전환 속도랑 연관이 되게 깊은 경험이었어요?
명자 : 그쵸. 제가, 적어도 그렇게 보이긴 싫었으니까. 그런, 게이커플로 보이기는 싫었으니까요. 제가 돠게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기도 하고.
쭈느 : 게이 커플로 안 보이고 싶었긴 한데, 원래 이전에 명자이 세웠던 계획도 많이 변경한 거 아니었어요? 수술 스케쥴?
명자 : 재둑 만나기 전에 수술 스케쥴은 이미 잡아 놨었고, 지방은 1차를 한 상태였었고요, 그리고 어차피 좀 회사를 때려치운 것도 이제 본격적으로 하자. 그렇게 계획을 세워 놨었고. 근데 좀 느긋하게 잡기는 했었죠. 그니까 몸 상태 봐 가면서. 그니까 한창 그것보다는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을 했어요. 일단 나가서 잡을 구하고 거기서 좀 안정이 되면 이제 수술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했었죠. 갖고 있던 돈들이 있구. 그거 안에서 수술을 하건 도박을 하건, 그거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였으니까요. 게다가 수술을 하겠다 정도는 공유가 항상 되었던 거였지만 그걸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거는... 그걸 딱히 맞추지는 않았죠.
명자 : [다리의 흉터를 가리키며] 아, 이거??? 이건 굉장히 옛날에. 어렸을 때. 초등학교 2학년? 국민학교 2학년? 1학년? 뭐, 이때쯤 다친 건데, 없앨까. 그러니까 흉터 없애는 수술을 할까도 생각을 하기는 해요. 보기가 안 좋으니까 지금은. 지금은 이제 다리를 까고 다니니깐요. 옛날에는 여름에도 긴 바지 입고 다녔었거든요. 털을 보이기 싫어서. 남들한테. 아무리 더워도 긴 바지 입고 다녔거든요.
쭈느 : 그러니까 왔다 갔다 하던 고민의 길이에 비해서 전환이 되게 늦은 시기잖아요. 늦은 나이잖아요?
명자 : 그쵸. 그게 먹고 사는데 불편하지 않아서 그래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예. 제가 기본적인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회사를 다녔고. 그게, 그것도 물론 크고, 커리어도 일찍부터 쌓기 시작했고. 그거를 포기를 하고 전환을 하는 게 엄청난 리스크였고요. 예 그걸 감당을 못 한 거였죠.
쭈느 : mtf들 전환 할 때, 어린 아이 때부터 일찍 일찍 하지 말고 남자 몸으로 돈 벌면 더 잘되니까 돈을 벌어놓고 나서 나중에 전환을 해야...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명자 : 그것도.. 그러니까 장단은 다 있는 것 같은데... 장단점은 다 있어요. 근데 늦게 전환을 시작하면은 사실 그, 그 반짝일 수 있는 20대가 날아가버리는. 근데 그거야 어차피, 그때 일찍 했으면 이렇게 살지 못했을 수도 있는 거고.
쭈느 : 또 방금 말했던 그런 어드바이스는 그러니까 그 상태로 십 몇 년을 사회 생활을 할 만큼 정도의 마인드가 있어야 되는 거지.
명자 : 그거를 못 견딜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고.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한다 그래서 뭐 인생이 잘 풀린다는 보장 자체도 없는데, 남들한테 그렇게 함부로 해줄 만한 조언은 아닌 거 같아요.
쭈느 : 그러니까 나도 그런 식의 어드바이스들을 접할 때면은, 마치 빌 게이츠가 돈 어떻게 버는가를 조언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람마다 되게 다르고. 욕구도 다르고 전환욕도 다르고.
명자 : 맞아요. 빌 게이츠한테 물어보면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하겠고 [같이 웃음] 워렌 버핏한테 물어보면 주식 투자를 하라 그러겠죠. [웃음] 뭐가 정답은 없잖아요 사실.
수술에 대한 생각
명자 : 수술에 대해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이 아담스 애플을 제거한 것도 그렇고요, 지방을 넣은 것도 그렇고, 쌍꺼풀 수술을 한 것도 그렇고. 불편한 거부터. 그러니까 여성으로 패싱되기 위해서 좀 크리티컬한 거부터 한 거거든요. 저는 앞으로의 수술도 아마 그럴 거고요.
쭈느 : SRS 무섭지 않아요?
명자 : 무서워요. 그니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수술 후에 어떻게 될지 제가 어떤 확신은 없는 길에 있어요. 그런데 값도 비싸고 아프기도 아프고. 그거를 해야 될 이유는 잘 못 찾겠어요. 근데... 그런 거죠. 사람이 동시에 남자이자 여자로 살 수는 없어요. 응. 애매한 상태로 살아가기엔 힘들다는 거.
쭈느 : 적어도 본인한테는 그렇다는 거?
명자 : 그렇죠. 그래서 뭐 이래서는 수영장도 못 가고 헬스장도 못 가고. 사실 여러가지 살아가면서 제약이 많잖아요. 그리고 옛날부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았죠. 근데 일단은 구체적이 되다 보니. 사실 확신을 잘 안 들고 이제 막 그런 상태인 건데. 하기는 할 거예요. 근데 사실 뭐, 반평생 남자로 살았으면 됐죠. 남은 여생은… [웃음] 그렇게 가벼운 마음은 아니고요. 그렇게 가벼운 수술도 아니고.
쭈느 : 언제 "아, 해야겠다"란 확신이 섰어요?
명자 : “해야겠다”는 트랜지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이긴 한데. 이게 그 시기라든지 그런 거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죠. 일단은 그냥 스텝 바이 스텝으로 생각을 했고요.
쭈느 : 이미 이전에 커뮤니티 활동 경력이 있으니까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
명자 : 그쵸...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고요. 사실, 정보를 알고 싶으면 영어를 공부해야 돼요. [웃음] 국내에 하도 그런 정보는 없다 보니. 거의 구전되고 있죠, 정보들은.
명자 : 그때 지방 1차를 하고 한 3~4주 정도 지나서였었죠. 그러니까 그때도, 어느 정도 "이 정도면 됐는데?" 라는 생각이 조금 있을 때였어요. 근데 사실 거기서 제가 자신이 없던 거는 몸에 대해서. 몸뚱아리에 대해서. 마침 그때 날씨가 좀 추웠기 때문에, 그러니까 겨울이고 봄이고 막 이랬으니까, 그게 2차인 거죠. 사실 여름이 되게 걱정스러웠는데, 사실 호르몬이 좀 받았는지 살도 좀 빼기는 뺐고요. 지금도 사실 근데 제가 저를 평가를 했을 때는, 좀 이상해요~. 그러니까, 거대한 여자죠. 눈에 띌 수 밖에 없고. 그런 게 싫은 거죠 저는. 살을 빼야죠.
쭈느 : 살은 빼도 키는 남아있잖아요.
명자 : 아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누군가를 보고, "어? 이상하다/안 이상하다"라고 판단하는 게, 어떤 한 두 가지 요소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그걸 판단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근데 저는 지금 얘가 키도 큰데 덩치도 크고, 손발도 크고, 목소리도? 목소리도 두껍고. 그런 게 하나하나가 다 이상한 거죠. 그러니까 그 중에 한 가지 한 가지 씩을 줄여나가는. 그 목소리 수술 하고, 살을 빼고 그렇게 하면 그냥 키 큰 여자가 되는 거지. 키는 크고 떡대도 크고 막 이러고 저러고. “쟤는 뭐지?”가 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명자 : 목소리도 그렇고 되게 여러가지로 앞으로도 그런 게 있겠죠. 사실 의학적으로 멀쩡한 몸은, 찢고 꿰매고 해야 되는 건데. 목소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거는 있을 거예요. 근데 사실 전, 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 살면서, 어떤 패싱을 위해서 SRS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쭈느 : SRS는 좀 다르죠.
명자 : 그쵸. 그런데 일단 뭐 돈을 벌거나 이런 게 지금은 제가 별로 불편하지가 않아요. 이대로도 지금 일이 좀 되고 있고.
명자 :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 것도 별로 그렇게 큰 무리가 없고. 사회생활을 하고 이러는 데 있어 가지고... 그러니까 제가 호적을 정정하기 위해서 SRS를 하거나 뭐 그럴 필요가 없죠.
쭈느 : 그것도 지금 외국 나가는 걸로 해결을 할 생각인 거잖아요.
명자 : 나가면서 할 거예요. 아 안 할 수도 있어요. 그냥 적출을 할까. 생각도 좀 있는 게, 왜냐면 적출을 하고 좀 더 지나면, 그러니까 호르몬 더 받고 이러면 전체적으로 많이 더 여성화가 된 다음에 수술을 해도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그건 좀 고민하고 있는 중이긴 하고요. 어쨌든 SRS자체가 사실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거는 어떻게 보면, 제가 남자를 만난다라고 하면 SRS를 하는 게 좀 더 이게 외연 확장이 [살짝 웃음] 되기도 하겠죠. 근데 사실 그 이유로 제 살을 뒤집어 까는 거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할 생각을 하고 있고, 하긴 할 거인 것이 불편한 게 너무 많다는 거죠. 수영장 간다거나, 사우나 간다거나 예. 그러니까 저는 호적 정정을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에, 조금 그런 어떤 시술이나 이런 거에 대해선 관점이 좀 틀릴 거예요.
쭈느 : 그럼 지금은 그럼 대중탕 안 가겠네요?
명자 : 못 가죠~ 뭐 어디 놀러가면 월풀 욕조 같은 데 물 받아 놓고 예. 그런다든지. 호텔은 욕조가 별로 없어요. (이번에 갔던 호텔에) 수영장 있는, 완전 천국이었어요. (거기선) 비키니 입었죠. 그 랩 스커트 같은 걸 걸치고. 이번에 외국 나갈 때는 여성용 스포츠 수영용 바지도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갈까.
쭈느 : (사타구니가) 쬐일 텐데.
명자 : 아 그건~ 지금도, 평소에도 그러고 다니는 데요 뭐. 저는 이제, 제가 몸을 많이 드러냈을 때, 남성적인 굴곡이 보이고, 성기 뿐만이 아니라, 뭐 근육이나 이런 것들이 좀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거기 가서 호텔에서 수영 한 번 못 해 보는 것도.. [살짝 웃음] 그러니까 바지 수영복 하나를...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고 있는 거죠. 사실 근데 SRS를 하면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목소리도 그렇고 SRS도 그렇고 제가 살면서 불편하기 때문에 하는 거지.
쭈느 : 패싱 관련 다른 걸로는, 눈 수술은 생각 안 해봤어요? 라식 라섹 그런 거. 안경 쓰고 다니는 것 보다는 안경 안 쓴 게 더.
명자 : 아~ 요새 좀 생각하는 중이에요. 어. 근데 저는 사실, 제가 거울 보면 안경 벗는 것보다 안경 끼는 게 좀 더 어울리는 거 같긴 해요. 근데 이건 굉장히 오래 꼈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안경 끼고 다니는 여자가 쪼금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 다들 안 끼니까. 근데 나가면 크게 이상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고요.
쭈느 : 가슴 수술은 하실 거고...
명자 : 그거는 호르몬 충분히 한 다음에 할까 지금 생각 중이고요.
쭈느 : 그래도 전환 관련한 수술 치고는 좀 앞 선에 있는 꺼리 아닌가요? SRS에 비하면?
명자 : 그게 생각해보면, 근데, 호르몬을 충분히 하고 하는 게 훨씬 유리하긴 하죠. 살면서 불편한 부분은 아니에요. 물론 가슴을 까고 다닌다거나 (같이 살짝 웃음) 예를 들면 수영장? 그런 데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근데 사실 수영장에서도 티 입고 반바지 입고 그럴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완전 불편한 부분은 아니거든요. 내가 막 완전 허리가 24인치야! 그러면 하고 싶겠죠. 까고 다니고 싶겠죠. 헐벗고 싶겠죠. 지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차피 그러지 못하는데 불편하지는 않는.. 그 부분이.
수은 : 가슴에 대한 욕망 같은 거는요?
명자 : 있기는 한데, 그러니까 추석 끝나고 가슴 수술을 생각을 했었는데, 그거는 한 1~2주 전 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호르몬을 할까 하고 할까라는.
쭈느 : 3년이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명자 : 그래서 적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 지금 충분히 (호르몬 효과를) 받고 있지를 못하거든요. 간이 너무 땡땡해서 그런지. [같이 살짝 웃음] 하여튼 제가 살기 불편하니까 하는 거지, 막 바꾸고 싶은 욕망이 막 넘실넘실대서, “어. 아니면 난 정말 죽어버릴 거 같아!” 이런 게 아닌..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