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 그래서 정신과 진단서도 떼셨어요?
로나 : 뗐죠~
수은 : 어디서 뗐어요?
로나 : 저는 여기 사회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던 데가 그... 어디더라? ㅇㅇㅇ 정신과를 갔는데, 솔직히 좀 실망을 많이 했어요.
수은 : 어떻게 해요? 거기 가면?
로나 : 난 가면 제대로 뭔가 상담을 잘 해서, “너는 이러이러하고 이런 걸 봐서 너는 정말 트랜스젠더구나.” 아니면 “넌 솔직히 말해서 이런 면이 있으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했다가 후회를 많이 할 꺼다.” 뭐 이런 걸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아무것도 안 하구. 그냥 가서. 의사는 한 10분도 얘기 안 하구 끝나고. 진지하게 성정체성에 대한 건 질문도 안 하고, 일반적인 정신과 진단을 했어요.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 있는가? 물론 그것도 필요한 거지만요. 근데 그거 하고 상담하시는 분하고는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도 난 좀 그랬어요. 성정체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림 보여주고 이거 뭘로 보이냐 하고. 뭐, 그림 그려보게 하고 그렸던 거 다시 그리고, 지능검사 같은 거 하고. 그리고 뭐에 대해서 왜 그러냐?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아, 나는 이래서 이렇다.’ 하면, ‘으응~’ 이러고 받아적고 바로 다음 질문 하고. 내가 어떤 대답을 하면 ‘너의 대답에선 이런 게 보이고, 너는 이러이러한 게 있다.’ 이렇게 대답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질문하고, 내가 말하는 받아적고. 또 질문하고 내가 말하는 거 받아적고 그러곤 가라고 하니까.
수은 : 뭔가 피드백 같은 것도 안 오구요?
로나 : 피드백이 안 오니까. 그래서 난 되게 실망을 많이 했거든요. 왜냐면 미국에 있었을 때는 호르몬 처방을 받으려면 먼저 상담하는 분을 주기적으로 1년 동안 보면서, 지금 인터뷰 하듯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 이 사람은 정말 호르몬 처방을 받아야겠다’ 할 때 편지를 써주면 호르몬 처방을 받는 건데. 어쩌면 한국이 빠르니까 좋을 수도 있죠. 그런데 나 같이 조금 고민이 많은 사람한테는 진정한 상담이 될 수 없구나. 그냥 돈 받고 진단서만 떼주고 호르몬 받아라. 그런 느낌이 강해서 난 조금 그랬었어요. 그래서 느낀 건, ‘그래 역시 스스로 해결해야 돼.’ [웃음] 남한테 상담을 해서 남이 날 진단해주길 바라냐. 나 스스로 해결하자. [웃음] 그렇게 나왔죠. 그래서 이제 어느 정도는 마음의 결심이 돼 있죠. 뭐 그런 거예요~ 한 1,2주 전에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됐죠. 이제 이 쪽 길로 좀 가자.
수은 : 때가 됐다?
로나 : 어. 때가 됐다. 길로 가자. 근데, 그래도 마지막 1초 더 생각해보자. 이거죠. 일단 이렇게 마음 정리는 됐지만, 그래도 혹시나 또 잠깐 지금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만 더 나에게 기한을 주자. 한 몇 달 더 기한을 주자 한 거죠. 계속 내가 간직하는 건지. 생각 정리가 잘 끝났어도, 그래도 조금만 더.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면서 이게 계속 변하지 않는지만 보려고 하는 거죠.
왜냐면 정말 여자로 잘 살고 싶으니깐. 그러니깐 오히려 더 그런 거죠. 정말 잘 살고 싶으니깐. 그래서 호르몬도 빨리 시작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는 거죠. 왜냐면 어느 순간 갑자기 용기가 없어질 수 있으니깐. 지금은 용기가 되게 많은데. ‘그래, 세상과 맞서 싸워서 나가면 되잖아!’ 라는 생각은 드는데, 한 내년 내후년 쯤 돼서 갑자기 용기가 사라져 버리면. [웃음] 그러면 내 스스로가 비참해질까봐. 계속 용기를 갖고 싶어서. 그래서 남들이 뭐라 나한테 말을 할 수 없게끔 열심히 정말 잘 살려고 하고 있구요.
괜히 나를 평가할 때 ‘쟤는 트랜스젠더니까.’ 이렇게 평가하지 못 하게 내 일에서 최선을 다 해서 잘 살려는 용기도 필요한 거 같아요. 나 원래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놀고 하는 성격인데 현재 우리나라나 전세계 사회적인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동등하게 비교 못 당하잖아요. 열심히 더 잘해야지만 본전일 거 같애서. 그렇게 빡시게 살 수 있는 용기를 내가 가져야 된다는 마음에? 약간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하려고 천천히 가는 거죠. 조급하지 않게.
그래서 아마 다음 달 쯤에는 호르몬을 시작할 꺼 같고, 가 봐야죠. 다음 달 쯤에는 호르몬을 시작하려고 스스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뭔가 중간에 붕 떠서 살기는 싫으니까. 아~무리 봐도 나는 남자로 그냥 살아갈 수는 없는 것 같고. 남자로 살면 내가 너무 괴로울 꺼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2년 정도 일을 하면서 남자로 그냥 있는 거 자체가 너무 괴롭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사회생활 할려고 남자인 척, 남자티 내고 연기하는 게 너무 거부감도 들고 안 맞는다?
수은 : 잘 하셨어요? 남자인 척?
로나 : 그거. 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취업 인터뷰 통과해서 취업되고 나서 이제 내 맘대로 살았죠. [웃음]
수은 : 잘 못 하셨을 꺼 같애. [웃음]
로나 : 그 때도 되게 힘들었는데. [웃음] 사람들은 다 티가 난다고 하니깐. 또 일반 사람들은 몰랐을 수도 있구요. [웃음] 둔한 사람은 잘 모르고.
수은 : 둔한 사람이 진짜 많은 거 같애요.
로나 : 둔한 사람이 진짜 많으니깐, 보면.
수은 : 그러면 호르몬도 조금씩 하면서 이후에도 계속 한국에 계실 건가요?
로나 : 일단은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일단은 한국에 계속 있을 예정이고.
수은 : 수술도 한국에 있으면서 다 하실 생각이세요?
로나 : 일단 한다면 다 끝내고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때는 여자로 돌아가서 한 번 싸워봐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별로 욕 먹기 싫어서... 정말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계속해요. 그런 용기가 없으면 안 되니깐. 진짜 아무리 봐도 트랜스로 사는 건 용기가 정말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이것저것 다 견뎌낼 줄 아는 강한 정신력 같은 게 있는 사람이어야 버티니깐. 지금 현실에서는 여기저기서 뭐라고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도 일단 육체적으로도 몸을 아예 다 뜯어 고치는 건데, 그 힘든 과정을 다 견뎌야 되니깐.
수은 : 그거 다 혼자 해야 되고.
로나 : 그러니깐. 그래갖고서는 하아~ [한숨] 힘드네... [웃음]
수은 : 그러다 힘 빠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드시겠어요.
로나 :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끝까지 다 견딜 수 있지 너?’ 이런 생각을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거죠.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은 있는데, 그래도 갑자기 겁이 난다던지 용기가 없어질까봐. 그래서 조금만 더 지켜볼려는 거고.
그래서 최대한 남들이 날 무시 못 하게 열심히 살아야죠. 칼을 뽑았으면 일단은 뭐라도 베야 되잖아요? 한 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가야지. [웃음] 여기서 멈춰버리면 난 정말, 중간에서 붕 떠서 살게 되는 거니까요. 그게 오히려 더 불행하잖아요.
수은 : 중간에서 붕 떠서...
로나 : 이도저도 아니게 살게 되는 거니깐. 처음엔 수술로 어떻게 다 뜯어고치나... 하는 겁이나 거부감이 많았다고 해야 되나? 그런데 이제는 할 수 있는 거지 뭐 어때~ [웃음] 더 힘든 것도 해내야 되는데. 몸 변화시키는 건 나하고만 하면 되는 거고, 실은 사회적으로 싸우고 하는 게 더 힘든 건데, 수술 그게 뭐 그렇게 힘들겠냐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웃음]
수은 : 아우.
로나 : 얘기 들어보면 성전환수술 하는 거 장난이 아닌 거 같애요~ [웃음] 옛날에 겁이 되게 많이 났었죠. 어휴 저런 걸 다 해야 돼? 하면서.근데 살면서 더 힘든 게 많을 테니까 뭐가 어때~ 라고. [웃음]
수은 : 힘이 참 많이 드는 과정인 것 같아요.
로나 : 그니깐~ 아, 다른 사람들 다 존중하고, 비하하는 게 절대 아니지만, 가끔은 솔직히 차라리 게이였으면은 오히려 괜찮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해요. 일단 몸 다치는 일은 없으니까요. [웃음]
근데 우리는... 우리 같은 트랜스젠더는 모든 걸 다 싸워서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는 존재니까... 완~전히, 태어날 때부터 여자 같이 이쁘고 작고 막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남들에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게 오픈되는 걸 감안하고 살아야 되잖아요. 근데 또 솔직한 마음으로는, 만약에 잘 된다면, 트랜스젠더라고 절대 말 안 하고 조용히 숨어 살고 싶기도 하죠. [웃음] 여자인 것 처럼 조용하게 숨어살고 싶은 게 바람이기도 하죠.
수은 : 지금 사회에서는 밝혀져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로나 : 그니까. 밝혀져서 좋을 게 없으니깐. 나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처럼 막 인권 운동 하거나 나서서 커밍아웃 해서 사회를 바꾸고 싶은 것도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냥 남들 어떻게 되던 간에 나만 조용히 여자로 잘 살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도 좀 많이 들고... 솔직히 오픈하고 사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수은 : 그래서 정신과 진단서도 떼셨어요?
로나 : 뗐죠~
수은 : 어디서 뗐어요?
로나 : 저는 여기 사회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던 데가 그... 어디더라? ㅇㅇㅇ 정신과를 갔는데, 솔직히 좀 실망을 많이 했어요.
수은 : 어떻게 해요? 거기 가면?
로나 : 난 가면 제대로 뭔가 상담을 잘 해서, “너는 이러이러하고 이런 걸 봐서 너는 정말 트랜스젠더구나.” 아니면 “넌 솔직히 말해서 이런 면이 있으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했다가 후회를 많이 할 꺼다.” 뭐 이런 걸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아무것도 안 하구. 그냥 가서. 의사는 한 10분도 얘기 안 하구 끝나고. 진지하게 성정체성에 대한 건 질문도 안 하고, 일반적인 정신과 진단을 했어요.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 있는가? 물론 그것도 필요한 거지만요. 근데 그거 하고 상담하시는 분하고는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도 난 좀 그랬어요. 성정체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림 보여주고 이거 뭘로 보이냐 하고. 뭐, 그림 그려보게 하고 그렸던 거 다시 그리고, 지능검사 같은 거 하고. 그리고 뭐에 대해서 왜 그러냐?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아, 나는 이래서 이렇다.’ 하면, ‘으응~’ 이러고 받아적고 바로 다음 질문 하고. 내가 어떤 대답을 하면 ‘너의 대답에선 이런 게 보이고, 너는 이러이러한 게 있다.’ 이렇게 대답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질문하고, 내가 말하는 받아적고. 또 질문하고 내가 말하는 거 받아적고 그러곤 가라고 하니까.
수은 : 뭔가 피드백 같은 것도 안 오구요?
로나 : 피드백이 안 오니까. 그래서 난 되게 실망을 많이 했거든요. 왜냐면 미국에 있었을 때는 호르몬 처방을 받으려면 먼저 상담하는 분을 주기적으로 1년 동안 보면서, 지금 인터뷰 하듯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 이 사람은 정말 호르몬 처방을 받아야겠다’ 할 때 편지를 써주면 호르몬 처방을 받는 건데. 어쩌면 한국이 빠르니까 좋을 수도 있죠. 그런데 나 같이 조금 고민이 많은 사람한테는 진정한 상담이 될 수 없구나. 그냥 돈 받고 진단서만 떼주고 호르몬 받아라. 그런 느낌이 강해서 난 조금 그랬었어요. 그래서 느낀 건, ‘그래 역시 스스로 해결해야 돼.’ [웃음] 남한테 상담을 해서 남이 날 진단해주길 바라냐. 나 스스로 해결하자. [웃음] 그렇게 나왔죠. 그래서 이제 어느 정도는 마음의 결심이 돼 있죠. 뭐 그런 거예요~ 한 1,2주 전에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됐죠. 이제 이 쪽 길로 좀 가자.
수은 : 때가 됐다?
로나 : 어. 때가 됐다. 길로 가자. 근데, 그래도 마지막 1초 더 생각해보자. 이거죠. 일단 이렇게 마음 정리는 됐지만, 그래도 혹시나 또 잠깐 지금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만 더 나에게 기한을 주자. 한 몇 달 더 기한을 주자 한 거죠. 계속 내가 간직하는 건지. 생각 정리가 잘 끝났어도, 그래도 조금만 더.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면서 이게 계속 변하지 않는지만 보려고 하는 거죠.
왜냐면 정말 여자로 잘 살고 싶으니깐. 그러니깐 오히려 더 그런 거죠. 정말 잘 살고 싶으니깐. 그래서 호르몬도 빨리 시작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는 거죠. 왜냐면 어느 순간 갑자기 용기가 없어질 수 있으니깐. 지금은 용기가 되게 많은데. ‘그래, 세상과 맞서 싸워서 나가면 되잖아!’ 라는 생각은 드는데, 한 내년 내후년 쯤 돼서 갑자기 용기가 사라져 버리면. [웃음] 그러면 내 스스로가 비참해질까봐. 계속 용기를 갖고 싶어서. 그래서 남들이 뭐라 나한테 말을 할 수 없게끔 열심히 정말 잘 살려고 하고 있구요.
괜히 나를 평가할 때 ‘쟤는 트랜스젠더니까.’ 이렇게 평가하지 못 하게 내 일에서 최선을 다 해서 잘 살려는 용기도 필요한 거 같아요. 나 원래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놀고 하는 성격인데 현재 우리나라나 전세계 사회적인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동등하게 비교 못 당하잖아요. 열심히 더 잘해야지만 본전일 거 같애서. 그렇게 빡시게 살 수 있는 용기를 내가 가져야 된다는 마음에? 약간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하려고 천천히 가는 거죠. 조급하지 않게.
그래서 아마 다음 달 쯤에는 호르몬을 시작할 꺼 같고, 가 봐야죠. 다음 달 쯤에는 호르몬을 시작하려고 스스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뭔가 중간에 붕 떠서 살기는 싫으니까. 아~무리 봐도 나는 남자로 그냥 살아갈 수는 없는 것 같고. 남자로 살면 내가 너무 괴로울 꺼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2년 정도 일을 하면서 남자로 그냥 있는 거 자체가 너무 괴롭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사회생활 할려고 남자인 척, 남자티 내고 연기하는 게 너무 거부감도 들고 안 맞는다?
수은 : 잘 하셨어요? 남자인 척?
로나 : 그거. 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취업 인터뷰 통과해서 취업되고 나서 이제 내 맘대로 살았죠. [웃음]
수은 : 잘 못 하셨을 꺼 같애. [웃음]
로나 : 그 때도 되게 힘들었는데. [웃음] 사람들은 다 티가 난다고 하니깐. 또 일반 사람들은 몰랐을 수도 있구요. [웃음] 둔한 사람은 잘 모르고.
수은 : 둔한 사람이 진짜 많은 거 같애요.
로나 : 둔한 사람이 진짜 많으니깐, 보면.
수은 : 그러면 호르몬도 조금씩 하면서 이후에도 계속 한국에 계실 건가요?
로나 : 일단은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일단은 한국에 계속 있을 예정이고.
수은 : 수술도 한국에 있으면서 다 하실 생각이세요?
로나 : 일단 한다면 다 끝내고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때는 여자로 돌아가서 한 번 싸워봐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별로 욕 먹기 싫어서... 정말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계속해요. 그런 용기가 없으면 안 되니깐. 진짜 아무리 봐도 트랜스로 사는 건 용기가 정말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이것저것 다 견뎌낼 줄 아는 강한 정신력 같은 게 있는 사람이어야 버티니깐. 지금 현실에서는 여기저기서 뭐라고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도 일단 육체적으로도 몸을 아예 다 뜯어 고치는 건데, 그 힘든 과정을 다 견뎌야 되니깐.
수은 : 그거 다 혼자 해야 되고.
로나 : 그러니깐. 그래갖고서는 하아~ [한숨] 힘드네... [웃음]
수은 : 그러다 힘 빠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드시겠어요.
로나 :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끝까지 다 견딜 수 있지 너?’ 이런 생각을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거죠.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은 있는데, 그래도 갑자기 겁이 난다던지 용기가 없어질까봐. 그래서 조금만 더 지켜볼려는 거고.
그래서 최대한 남들이 날 무시 못 하게 열심히 살아야죠. 칼을 뽑았으면 일단은 뭐라도 베야 되잖아요? 한 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가야지. [웃음] 여기서 멈춰버리면 난 정말, 중간에서 붕 떠서 살게 되는 거니까요. 그게 오히려 더 불행하잖아요.
수은 : 중간에서 붕 떠서...
로나 : 이도저도 아니게 살게 되는 거니깐. 처음엔 수술로 어떻게 다 뜯어고치나... 하는 겁이나 거부감이 많았다고 해야 되나? 그런데 이제는 할 수 있는 거지 뭐 어때~ [웃음] 더 힘든 것도 해내야 되는데. 몸 변화시키는 건 나하고만 하면 되는 거고, 실은 사회적으로 싸우고 하는 게 더 힘든 건데, 수술 그게 뭐 그렇게 힘들겠냐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웃음]
수은 : 아우.
로나 : 얘기 들어보면 성전환수술 하는 거 장난이 아닌 거 같애요~ [웃음] 옛날에 겁이 되게 많이 났었죠. 어휴 저런 걸 다 해야 돼? 하면서.근데 살면서 더 힘든 게 많을 테니까 뭐가 어때~ 라고. [웃음]
수은 : 힘이 참 많이 드는 과정인 것 같아요.
로나 : 그니깐~ 아, 다른 사람들 다 존중하고, 비하하는 게 절대 아니지만, 가끔은 솔직히 차라리 게이였으면은 오히려 괜찮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해요. 일단 몸 다치는 일은 없으니까요. [웃음]
근데 우리는... 우리 같은 트랜스젠더는 모든 걸 다 싸워서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는 존재니까... 완~전히, 태어날 때부터 여자 같이 이쁘고 작고 막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남들에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게 오픈되는 걸 감안하고 살아야 되잖아요. 근데 또 솔직한 마음으로는, 만약에 잘 된다면, 트랜스젠더라고 절대 말 안 하고 조용히 숨어 살고 싶기도 하죠. [웃음] 여자인 것 처럼 조용하게 숨어살고 싶은 게 바람이기도 하죠.
수은 : 지금 사회에서는 밝혀져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로나 : 그니까. 밝혀져서 좋을 게 없으니깐. 나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처럼 막 인권 운동 하거나 나서서 커밍아웃 해서 사회를 바꾸고 싶은 것도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냥 남들 어떻게 되던 간에 나만 조용히 여자로 잘 살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도 좀 많이 들고... 솔직히 오픈하고 사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