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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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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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2. '서두르지 말아라?' 그러니까 머리가 더 복잡해지더라구요



수은 : 그럼 졸업하고 일하실 때는 회사에서 일 하실 때는 동료들이나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로나 : 그런 건 없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말은 안 했지만 눈치 챌 만한 애들은 다 눈치채고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이 웃음]

수은 : 다 그렇지 않을까요?

로나 : 다 그렇죠~ 뭐 공식적으로만 오픈을 안 했다 뿐이지. [웃음]

수은 : 학교 다닐 때는요?

로나 : 학교 다닐 때도 그냥, 난 머리가 항상 단발 정도 이상으론 기르고 다녔고 여자애들이랑 많이 친하고 그랬어요. 또 호리호리한 동양애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니깐 화장실도 내가 서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가 놀래서 밖에 나갔다 확인하고 다시 들어오고 막. [같이 웃음] 좀 그런 게 있었어요. 그리고 애들 사이에서도 약간, ‘쟤 좀 이상한 거 같다’ [웃음]

수은 : 막 그런 말 해요?

로나 : 그런 거 좀 소문이 돌죠. 난 남자애들하고 그렇게 많이 안 친했는데, 내 행동이나 말투나 그런 거 보면 그런 게 좀 있으니까~ 애들도 눈치를 채면 채죠.

수은 : 직접적으로는 뭐라고는 안 해요?

로나 : 뭐 직접적으로 와가지고 하는 애들은 없었어요. 아~ 근데 나는 정말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살아서. [같이 웃음] 나는 학교 다닐 때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다 여자애들이었어요. 그러니까 남자애들이 보기에는 더 ‘쟤는 여자애들 하고 돌아다니고 뭐~’ 이렇게 뭔가 나오는 소리는 분명히 있었겠죠~ 진짜 개인적으로 친했던 오빠들이나 남자애들은 머리 좀 잘라라~ 너 왜그러니~ 막 그러고. [웃음]

수은 : 그럼 뭐라고 하셨어요?

로나 : 아이~ 뭐 이거 좋은데 왜 그러냐고~ [같이 웃음] 약간 의심의 눈초리도 조오금은 [웃음] 있었는데 별로. 근데 신기한게도 사람들이 좀 이런 게 있는 거 같애요. 설~~마 내 친구가? 그니까 성소수자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그게 있는 거 같애요. 아무리 그렇게 눈에 튈 정도로 내 뭔가가 보였을지라도 애들은 ‘그래도 설마. 내 바로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성소수자겠어?’ 이런 게 확실히 있는 거 같애요 아무리 봐도.

수은 : 딱 보면 딱 알텐데. [웃음]

로나 : 그니까. 학교에 어떤 애들이 뭐고 그런 게 내 눈엔 다 보이는데 일반 애들 눈은 그걸 진짜 감지하기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애들 막, 가끔씩 게이나 뭐 트랜스젠더나 레즈비언이나 막 그런 대화 주제가 나올 때 바로 옆에 내가 있는데 애들은 내가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못 하고. [같이 웃음]

수은 : 아, 미국도 그렇구나. 미국은 완전 신세계인 줄 알았는데.

로나 : 그래도 미국은 한국하고 다르게 공공연하게…. 그러니까 일반인들 사이에서 누가 갑자기 성소수자에 대해서 안 좋은 말 하면 다들 ‘너 그거 잘못된 거다.’ 막 다 지적해주는 그런 분위기라서. 마치 흑인 갖다가 막 인종적으로 열등하고 말하면 누구라도 와서 지적해주는 것처럼요. 지금은 다 그런 분위기로 되어 있어서 다행이죠. 또 지금 미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커밍아웃을 워낙 많이 하고 있는 분위기여서요. 좀 유명한 인사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많이 커밍아웃을 해서...

수은 : 그렇구나.. 대학 때부터 티지 커뮤니티 같은 곳에 가신 거예요?

로나 : 학교에도 동아리 개념으로 성소수자 모임이 있어서 끼고 싶었는데, 거기 가면 너무 오픈해서 활동을 하니까요. 또 미국에서 다녔던 학교는 좀 작은 규모의 학교여서, 그런 데 오픈 했다가는 다~ 커밍아웃이, 강제로 아웃팅이 될까봐 차마 못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그거는 안 했지만 그냥 트랜스젠더들 모임 있는 데는 가서는 같이 놀았죠. 거기 가면 별 거는 없고 그냥, 같이 밥 먹고 같이 이야기하고.

수은 : 아~ 미국의 모임은 어때요?

로나 : 그냥, 나이가 되게 많아요.

수은 : 지역 모임 같은 거예요?

로나 : 지역 모임. 캐나다에서는 난 조용히 살았고. [웃음] 미국에서 이제 많이 돌아다녔어요. 거기에 도시 왔다갔다 옮겨 가면서 그런 모임 같은 걸 해요. 그 중에서도 저흰  트랜스젠더나 크로스 드레서들 다 같이 모여서 하는데요. 거기에 또 어떤 미국에서 되게 유명했던 분이 있는데, 미국 뉴스 제일 첫 번째 나왔던 분이예요. 그 분이 이제 옛날에 오사마 빈 라덴 암살할 때, 거기 작전에 투입됐던 [같이 웃음] 그 해군 특수부대셨던 분인데. 그 사람이 거기서 전역을 하면서 커밍아웃을 해서 트랜스젠더가 됐거든요. [웃음]

수은 : 그래서 뉴스에...

로나 : 그래서 뉴스 첫 번째에 딱 당당하게 나와서. 그동안 자기는 사회적으로 좀 그래서 힘들게 다 숨기고 살면서 일부러 해군 특수부대 지원해서 20년 동안 거기서 복무를 한 거다. 그리고 언제나 위험한 임무에 일부러 막 찾아 들어갔다. 당장 여기서 내가 죽어도 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주변에 동료들 많이 죽어나가는데 자긴 살았다. 그리고 전역을 하면서 이제는 내 삶을 정말 살고 싶다. 그렇게 커밍아웃 한 사람이 있거든요. 책도 냈고.

수은 : 그 분은 이름이 뭐예요?

로나 : 크리스틴 벡(Christine Beck)이라고. 그 사람도 그 모임에 같이 있었고. 책 싸인회 같은 것도 한 번 했었구. [같이 웃음] 그 사람한테 얘기를 많이 들었죠. 내가 솔직히 지금 되게 고민이 많은데, 지금 여기서 전환을 다 해버리고서 잘 살 수 있을지 그런 것 때문에 되게 망설여진다. 그러니까 되게 진지하게 많이 조언도 해줬고. 그 사람은 막, ‘호르몬이나 이런 치료를 다 받고 그러는 와중에도 일단은 오픈을 하지 말아라’ 라고 솔직하게 말해줬어요. 어느 정도 사회에서 지위가 올라갔을 때 적절히 오픈을 하라고, 그렇게 말을 해주시더라구요. 자기나 다른 사람들이 많이 바꾸고 있지만 아직은 좀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고. 그래서 좀 더 사회적으로 지위를 쌓고서 오픈을 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적절히 타협점을 찾아서 이중생활을 하라고. 그런 얘기를 뭐. [웃음] 그렇게 살았죠~ [웃음]

또 그 모임이 워낙 나이대가 되게 많아요. 신기하게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로 가신 분들이 중년의 분들이 되게 많더라구요. 약간 남자로서 어느 정도 이룰 거를 다 이뤘고 사회적인 지위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 커밍을 하고서는 40대에 트랜스젠더로 전환을 끝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거기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항상 그 사람들이 나한테 했던 말이 ‘서두르지 말아라’ ‘우리가 너 정도 나이 때는 진짜 차별이 심해서 꿈도 못 꿨다.’ 막 이런 얘기 하면서, ‘그래도 지금 자기 영역에서 한 20년 정도 경력을 쌓다 보니깐 이제 내가 커밍아웃을 해도 누가 나한테 뭐라 하질 못 하고, 누가 나를 내보내거나 그러질 못 한다. 내가 없으면 일하는 곳이 제대로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다 일단은 니 자리에서 쌓고서는 가라.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괴로운데 어떻게 그렇게 하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왜, 더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구요. [같이 웃음] 어떻게 살아야 되나? 생각하다가 이게 점점 강해지니깐 이제, ‘그 동안 내가 너무 질질 끌고 산 거 아닌가? 이미 늦은 거 아닌가? 벌써 나이가 20대 중반인데.’ 하는 조급함도 들고. 근데 또 나는 개인적으로 전환이 끝나고 난 다음에 후회하고 살고 싶진 않아서. 잘 살고 싶으니깐. 그래갖고선 쪼금,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을 할려고 다 때려치고 정리하고 [웃음] 이제 생각하는 시간을. [같이 웃음]

정말, 똑같이 간절하게 여자가 되고 살고 싶은데, 여자가 된 다음에 일반 사회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살지 못 하면, 여자가 되고 싶은데 그냥 트랜스젠더로 밖에서 겉돌고 살 수가 있는 거니까. 솔직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트랜스젠더 전환 수술 다 거치고 나면 진짜 여자의 삶으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하는 거니깐. 뭐 그런 거죠. [웃음] 그래서 뭐 이제 정신과도 다 끝나고~ 했는데도 아직도 쪼~끔만 더 확실하게, 내가 나의 길을 가서 정말 후회 안 하냐? 이거를 쪼금 더,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거죠.

수은 : 그럴 때 어떤 걸 고려하세요?

로나 : 고려하는 거는, ‘정말 후회 안 할 수 있냐’ 는 것? 그니까 솔직히 말해서 후회는 안 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일단 여자가 된다는 거 자체가 좋으니까. 근데 주변 상황이 나를 힘들게 만들면 후회하게 될 수 있으니까. 여자가 됐는데 여자만 되고 땡이다. 내가 여자는 됐는데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그렇게 느껴지면 되게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