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 그러면 트랜지션을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이요 : 호르몬 같은 거요? 전 호르몬은 되게 늦게 했어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처음 한 게 2006년인지 2008년인지 모르겠는데, (호르몬을) 하다 말다 반복했어요. 그렇게 호르몬을 하다가 제가 직장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어요. 그래서 계속 이어서 하진 못 하게 됐죠. 그렇게 하다 끊겼어요. 원래는 계속 할 마음이 있었지만, 직장 때문에 하다 못하다 했고요. 본격적으로 한 건 2010년부터예요.
수진 : 그러면 아예 사회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신 건 언제였어요?
이요 : 커밍아웃은 2010년도에... 아니다. 잠시만요. 음... 2012년에요. 그럼 호르몬은 2011년에 했나 보네? 맞아요, 2011년에 했나 봐요. [웃음] 아... 그 수술하고 나서 기억력이 나빠져서... 전신마취 하니까 머리가... [웃음] 그래서 2011년 11월 11일 호르몬 시작했고요. 2012년에 지금 사장님한테 이야기를 했죠. 그러고 나서 옛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하고 아예 연락을 끊었어요. 왜냐하면, 그 친구들이 친구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뭐랄까? 어릴 때부터 나는 그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기 위해 막 노력하고 그렇게 했는데, “음... 정말 친구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수술까지 결심을 했을 때, “얘네한테 내가 말할 필요는 없겠다. 내가 연락 안 하고 살아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그 친구들한테 연락 안 했고요. 주변에는 사장님이랑 회사 정도에만 (수술 결심을) 밝혔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작아요. 직원 한 두 명 밖에 안돼요. 그래서 그분 밖에 몰라요. 제가 사회적으로 되게 폐쇄적이긴 하죠.
수진 : 그러면 가족들한테는요?
이요 : 가족은... 엄마는 (제 정체성을) 알고요. 엄마는 아시는데, 수술한 건 아직 모르세요. 제가 호르몬 시작하고 나서, 작년에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졌거든요. 얘기할 기회를 놓쳤죠. 아버지는 지금도 몸을 절반은 못 쓰시거든요. 그런데 제 얘기를 하면 충격을 받으시고 아마 어떻게 되실지... 그래서 얘기를 못 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도 엄마는 수술한 건 모르세요. 그런데 맨날 물어봐요. “너 수술했냐?” 이렇게 물어봐요. 내가 자꾸 뭔가 바뀌니까요. 그런데도 아직 (말은 안 했어요). 다음 추석 때 얘기할까 생각도 들고요. 언젠가는 얘기는 해야 되니까... 근데 제가 이야기 꺼내려고 그러면 부모님들은 꼭 제 마음 약해지게 하더라고요. 내가 얘기하려고 마음을 먹고 집에 가면 엄마가 이야기 못 하게끔 선수를 쳐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얘기를 계속 못 해왔어요.
수진 : 집에 갈 때는 남장을 하고 가시는 거예요?
이요 : 남장이라기보다는 그냥 안 꾸미고 가요. 최대한 남자처럼...
수진 : 그런데도 엄마만 알고 계신 거예요?
이요 : 네, 모르던데요? 요샌 머리 긴 남자도 많으니까... 안 꾸미고 가면 그냥 절 여자로 보는 사람도 있겠죠? 뭐, 사람들에게 물어보진 않으니까요. “저 여자 같아요, 남자 같아요?” 이렇게 사람들한테 물어보진 않으니까...
수진 : 다니시는 직장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중엔 거부감을 보이거나 했던 사람은 없었어요?
이요 : 음... 스물 아홉 살인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친구한테 얘길 했죠. 처음에 내가 할 말이 있다고 불러내니까 그 친구가 자기한테 고백하는 건 줄 알았대요. “아니, 얘가 왜 그러지?”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의외로 되게 담담했고요. 뭐랄까... 쉽게 받아주더라고요.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건 상상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는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쉽게 받아주더라고요. 너무 쉽게 받아줘요. 진짜 친구처럼… 물론 그래도 벽은 있어요. 벽은 있긴 한데, 그래도 조금 편하게 해주려고 하고요. 제 체감 상 느끼기엔 여성으로서 90% 이상으로 인정하며 절 대해준다 느끼고요.
수진 : 90% 이상 여성으로 대해준다면, 남은 10%는 뭘까요?
이요 : 제 상상인데요. 만약에 같이 목욕탕을 간다거나 그런 건 힘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건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런 건데요. 그런 신체적인 부분까지 공유하긴 힘들 것 같아요. “나 지금 생리해” 뭐 그런 것들은 좀 힘들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처음엔 날 남자로 알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그리고 회사에선 아까 말했던 그 친구 외에 또 스물 네 살짜리 젊은 친구한테도 말했어요. 그 친구는 남자애인데요. 제가 처음 이야기했을 때 그 친구가 자기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요새 보면 인터넷 상에선 젊은 친구들이 악플도 많이 달고 그런데, 실제로 마주 앉았을 때는 쉽게 받아주는 것 같아요.
수진 : 그랬군요. 그러면 회사를 다니면서 트랜지션을 시작하셨으니까 겉모습에서 애매한 기간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예를 들어서 어느 날 회사에 치마를 입고 나타난다거나 하는 거요. 그건 굉장히 큰 변화잖아요.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그런 건 쉽게 못 하죠.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어요? 커밍아웃하고 나서 내가 패싱이 된다 혹은 안 된다에 대한 거요.
이요 :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는 최대한 남성답게 하려고 했어요. 들킬까 봐서요. 다들 그럴 거예요. 들킬까 봐 두려웠고 항상 그랬고요. 저 같은 경우는 사장님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 했어요. 그땐 안 받아주면 떠날 생각을 했거든요. 떠날 생각을 하고 사장님한테 이야기 했는데, 사장님이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수진 : 다들 쿨하셨네요. [웃음]
이요 : 왜냐하면 사장님한텐 제가 꼭 필요했거든요. 아무래도 전문직이다 보니 그런 것도 더 크게 작용했을 거예요. 저랑 사장님이랑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그러니까 서로 신뢰감이 있으니까 더 잘 받아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이야기하고 나서는 오히려 당당하게 했어요. 아, 물론 곧바로 당당하게 하진 못했고, 좀 살짝 떠봤어요. ‘나 치마 입고 오면 어때요?’ 막 이러면서. [웃음] 좀 떠보고 나서, 그때부터는 많이 여성스럽게 하고 다녔어요. 아주 즐거웠죠. 저는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말할 수 있었죠. 왜냐면 내가 실패하더라도 소문날 일 없으니까요.
수진 : 그러니까 그 소문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이요 : 그렇죠. 만약에 큰 회사였으면 (못 했죠).
수진 : 그럼 지금 벌이는 괜찮으시고요? 하긴 경력이 있으시니까..
이요 : 네. 원래는 사장님한테 말씀을 드릴 때(커밍아웃) 잘 안 되면 떠날 생각을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안 되면 그냥 회사를 떠나서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이 그러면 한번 계속 해보라고 하셨어요. 사업도 자기가 도와준다고 하고요. 그래서 제가 작년 3월에 창업을 했었어요. 그때가 한창 게임 어플이 대박 나던 그때였거든요. 그래서 나도 해봐야지 싶어서 창업했는데, 청년 창업이라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고 창업했는데요. 그래서 했는데 망했어요. [크게 웃음] 망했고요. 결국 돈 다 까먹었죠. 한참을 돈만 까먹다가 사장님한테 얘기를 했죠. 지금 사장님하고 저와 관계는 프리랜서 계약 관계 같달까? 일이 있으면 제가 도와주고 도움 받고 그런 관계였고요. 사실 저는 제가 창업했던 회사가 잘 되었다면, 저 같은 사람들 뽑아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별로 없더라고요.
수진 : 아까는 성소수자 중에 개발자가 많다면서요? [웃음]
이요 : 그러게요. 하여튼 그걸 원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망하고... 그때부터 사장님한테 빌붙었죠. 사장님이 많이 챙겨주셨어요. 사실은 제가 하는 일에 비해서 돈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사장님이 저를 거의 딸처럼 대해줘요. 제가 지금 대출금을 매달 거의 200만원 가까이 내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걸 거의 사장님이 메워주시고 계시죠. 또 아빠가 쓰러지고 난 후부터의 제 생활비도요. 제가 친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주식 때문에 집을 다 말아먹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생활비를 제가 드려야 되거든요. 부모님 생활비 드리고 나 생활비 쓰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사장님이 많이 보태주셔서 (지금 생활이) 꾸려지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한 달에 드는 비용이 거의 500만원 가까이 들어요. 그래서 사실은 불안해요. 지금 미래가 불안한 거죠. 만약에 지금 사장님 없으면 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조금 일해도 돈 버는 구조를 만들려고요. 그런 구조가 가능하니까요.
수진 : 그럼 커밍아웃한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시는 데에는 만족하시는지요?
이요 : 지금요? 근데 지금은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요. 예전에는 몰랐어요. 이제는 좀 여성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요. 제가 수술을 올해 4월에 했거든요. 하기 전하고 한 후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변하고 싶은 거죠. 이제 할 거 다 했으니까, “아, 이제 새로운 삶이다”인 거죠. 그전엔 그런 생각이 없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요.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구나”라고요. 그래서 좀 직업도 여성적인...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수진 : 여성 개발자도 섹시한데요? [웃음]
이요 : 머리 아파서 더는 못하겠어요. 프로그램만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재미도 없고... 지금은 간호조무사 공부해서 병원에 들어갈까 계획 중이고요.
수진 : 그러면 트랜지션을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이요 : 호르몬 같은 거요? 전 호르몬은 되게 늦게 했어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처음 한 게 2006년인지 2008년인지 모르겠는데, (호르몬을) 하다 말다 반복했어요. 그렇게 호르몬을 하다가 제가 직장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어요. 그래서 계속 이어서 하진 못 하게 됐죠. 그렇게 하다 끊겼어요. 원래는 계속 할 마음이 있었지만, 직장 때문에 하다 못하다 했고요. 본격적으로 한 건 2010년부터예요.
수진 : 그러면 아예 사회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신 건 언제였어요?
이요 : 커밍아웃은 2010년도에... 아니다. 잠시만요. 음... 2012년에요. 그럼 호르몬은 2011년에 했나 보네? 맞아요, 2011년에 했나 봐요. [웃음] 아... 그 수술하고 나서 기억력이 나빠져서... 전신마취 하니까 머리가... [웃음] 그래서 2011년 11월 11일 호르몬 시작했고요. 2012년에 지금 사장님한테 이야기를 했죠. 그러고 나서 옛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하고 아예 연락을 끊었어요. 왜냐하면, 그 친구들이 친구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뭐랄까? 어릴 때부터 나는 그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기 위해 막 노력하고 그렇게 했는데, “음... 정말 친구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수술까지 결심을 했을 때, “얘네한테 내가 말할 필요는 없겠다. 내가 연락 안 하고 살아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그 친구들한테 연락 안 했고요. 주변에는 사장님이랑 회사 정도에만 (수술 결심을) 밝혔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작아요. 직원 한 두 명 밖에 안돼요. 그래서 그분 밖에 몰라요. 제가 사회적으로 되게 폐쇄적이긴 하죠.
수진 : 그러면 가족들한테는요?
이요 : 가족은... 엄마는 (제 정체성을) 알고요. 엄마는 아시는데, 수술한 건 아직 모르세요. 제가 호르몬 시작하고 나서, 작년에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졌거든요. 얘기할 기회를 놓쳤죠. 아버지는 지금도 몸을 절반은 못 쓰시거든요. 그런데 제 얘기를 하면 충격을 받으시고 아마 어떻게 되실지... 그래서 얘기를 못 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도 엄마는 수술한 건 모르세요. 그런데 맨날 물어봐요. “너 수술했냐?” 이렇게 물어봐요. 내가 자꾸 뭔가 바뀌니까요. 그런데도 아직 (말은 안 했어요). 다음 추석 때 얘기할까 생각도 들고요. 언젠가는 얘기는 해야 되니까... 근데 제가 이야기 꺼내려고 그러면 부모님들은 꼭 제 마음 약해지게 하더라고요. 내가 얘기하려고 마음을 먹고 집에 가면 엄마가 이야기 못 하게끔 선수를 쳐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얘기를 계속 못 해왔어요.
수진 : 집에 갈 때는 남장을 하고 가시는 거예요?
이요 : 남장이라기보다는 그냥 안 꾸미고 가요. 최대한 남자처럼...
수진 : 그런데도 엄마만 알고 계신 거예요?
이요 : 네, 모르던데요? 요샌 머리 긴 남자도 많으니까... 안 꾸미고 가면 그냥 절 여자로 보는 사람도 있겠죠? 뭐, 사람들에게 물어보진 않으니까요. “저 여자 같아요, 남자 같아요?” 이렇게 사람들한테 물어보진 않으니까...
수진 : 다니시는 직장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중엔 거부감을 보이거나 했던 사람은 없었어요?
이요 : 음... 스물 아홉 살인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친구한테 얘길 했죠. 처음에 내가 할 말이 있다고 불러내니까 그 친구가 자기한테 고백하는 건 줄 알았대요. “아니, 얘가 왜 그러지?”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의외로 되게 담담했고요. 뭐랄까... 쉽게 받아주더라고요.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건 상상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는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쉽게 받아주더라고요. 너무 쉽게 받아줘요. 진짜 친구처럼… 물론 그래도 벽은 있어요. 벽은 있긴 한데, 그래도 조금 편하게 해주려고 하고요. 제 체감 상 느끼기엔 여성으로서 90% 이상으로 인정하며 절 대해준다 느끼고요.
수진 : 90% 이상 여성으로 대해준다면, 남은 10%는 뭘까요?
이요 : 제 상상인데요. 만약에 같이 목욕탕을 간다거나 그런 건 힘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건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런 건데요. 그런 신체적인 부분까지 공유하긴 힘들 것 같아요. “나 지금 생리해” 뭐 그런 것들은 좀 힘들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처음엔 날 남자로 알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그리고 회사에선 아까 말했던 그 친구 외에 또 스물 네 살짜리 젊은 친구한테도 말했어요. 그 친구는 남자애인데요. 제가 처음 이야기했을 때 그 친구가 자기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요새 보면 인터넷 상에선 젊은 친구들이 악플도 많이 달고 그런데, 실제로 마주 앉았을 때는 쉽게 받아주는 것 같아요.
수진 : 그랬군요. 그러면 회사를 다니면서 트랜지션을 시작하셨으니까 겉모습에서 애매한 기간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예를 들어서 어느 날 회사에 치마를 입고 나타난다거나 하는 거요. 그건 굉장히 큰 변화잖아요.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그런 건 쉽게 못 하죠.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어요? 커밍아웃하고 나서 내가 패싱이 된다 혹은 안 된다에 대한 거요.
이요 :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는 최대한 남성답게 하려고 했어요. 들킬까 봐서요. 다들 그럴 거예요. 들킬까 봐 두려웠고 항상 그랬고요. 저 같은 경우는 사장님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 했어요. 그땐 안 받아주면 떠날 생각을 했거든요. 떠날 생각을 하고 사장님한테 이야기 했는데, 사장님이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수진 : 다들 쿨하셨네요. [웃음]
이요 : 왜냐하면 사장님한텐 제가 꼭 필요했거든요. 아무래도 전문직이다 보니 그런 것도 더 크게 작용했을 거예요. 저랑 사장님이랑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그러니까 서로 신뢰감이 있으니까 더 잘 받아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이야기하고 나서는 오히려 당당하게 했어요. 아, 물론 곧바로 당당하게 하진 못했고, 좀 살짝 떠봤어요. ‘나 치마 입고 오면 어때요?’ 막 이러면서. [웃음] 좀 떠보고 나서, 그때부터는 많이 여성스럽게 하고 다녔어요. 아주 즐거웠죠. 저는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말할 수 있었죠. 왜냐면 내가 실패하더라도 소문날 일 없으니까요.
수진 : 그러니까 그 소문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이요 : 그렇죠. 만약에 큰 회사였으면 (못 했죠).
수진 : 그럼 지금 벌이는 괜찮으시고요? 하긴 경력이 있으시니까..
이요 : 네. 원래는 사장님한테 말씀을 드릴 때(커밍아웃) 잘 안 되면 떠날 생각을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안 되면 그냥 회사를 떠나서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이 그러면 한번 계속 해보라고 하셨어요. 사업도 자기가 도와준다고 하고요. 그래서 제가 작년 3월에 창업을 했었어요. 그때가 한창 게임 어플이 대박 나던 그때였거든요. 그래서 나도 해봐야지 싶어서 창업했는데, 청년 창업이라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고 창업했는데요. 그래서 했는데 망했어요. [크게 웃음] 망했고요. 결국 돈 다 까먹었죠. 한참을 돈만 까먹다가 사장님한테 얘기를 했죠. 지금 사장님하고 저와 관계는 프리랜서 계약 관계 같달까? 일이 있으면 제가 도와주고 도움 받고 그런 관계였고요. 사실 저는 제가 창업했던 회사가 잘 되었다면, 저 같은 사람들 뽑아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별로 없더라고요.
수진 : 아까는 성소수자 중에 개발자가 많다면서요? [웃음]
이요 : 그러게요. 하여튼 그걸 원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망하고... 그때부터 사장님한테 빌붙었죠. 사장님이 많이 챙겨주셨어요. 사실은 제가 하는 일에 비해서 돈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사장님이 저를 거의 딸처럼 대해줘요. 제가 지금 대출금을 매달 거의 200만원 가까이 내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걸 거의 사장님이 메워주시고 계시죠. 또 아빠가 쓰러지고 난 후부터의 제 생활비도요. 제가 친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주식 때문에 집을 다 말아먹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생활비를 제가 드려야 되거든요. 부모님 생활비 드리고 나 생활비 쓰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사장님이 많이 보태주셔서 (지금 생활이) 꾸려지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한 달에 드는 비용이 거의 500만원 가까이 들어요. 그래서 사실은 불안해요. 지금 미래가 불안한 거죠. 만약에 지금 사장님 없으면 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조금 일해도 돈 버는 구조를 만들려고요. 그런 구조가 가능하니까요.
수진 : 그럼 커밍아웃한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시는 데에는 만족하시는지요?
이요 : 지금요? 근데 지금은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요. 예전에는 몰랐어요. 이제는 좀 여성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요. 제가 수술을 올해 4월에 했거든요. 하기 전하고 한 후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변하고 싶은 거죠. 이제 할 거 다 했으니까, “아, 이제 새로운 삶이다”인 거죠. 그전엔 그런 생각이 없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요.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구나”라고요. 그래서 좀 직업도 여성적인...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수진 : 여성 개발자도 섹시한데요? [웃음]
이요 : 머리 아파서 더는 못하겠어요. 프로그램만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재미도 없고... 지금은 간호조무사 공부해서 병원에 들어갈까 계획 중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