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아, 그럼 계속 보이시하다고만 생각하시고 같이지내신 거예요?
영우 : 어… 아니요. 5월달, 6월달쯤 중간고사 끝나고 기말고사 전에 한참 좋잖아요. 그러다가 어떤 계기였는지는 저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기숙사에서 가만히 있다가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드는 거에요.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데 그냥 그 전에는 그게 다름으로 느껴졌으면 그때는 싫은 거에요. [살짝 웃음] 뭔가 이렇게 왜, 그 흔히 그쪽 분야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중에 허무맹랑한 게 너무 많잖아요. 정말 극단적으로는 뭐, 에이즈 환자도 많다 이런. 저도 뭐 인터넷 하다 보면 그런 정보를 듣잖아요. 그니까 그 친구가 나한테 바라보는 거, 이렇게 바라보고 막 하는 거, 그 다음에 손 올리는 거, 어깨에 손 올리는 거. 왜냐면 그 전까지는 스킨십 자유롭잖아요. 이렇게 툭 치기도 하고 뭐 이러는 데 그 자체가 정말 싫은 거에요.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 싫어져 버리는 거에요. 그 때 약간 제가 그 친구를 멀리 했어요. 학교에 우리 조원이 한 15~17명 정도 됐고 그 중에서 그 부분만 빼면은 가장 저랑 제일 얘기가 잘 되는 친구가 이 친구였는데. 그러니까 저는 대학교 와서 처음으로 사귀고 친하게 지낸 친구를 그 이유… 편견 때문에 일부러 멀리하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1학기 이제 종강을 거의 한 6월 말쯤에 하잖아요. 저는 7월 초에 유럽 배낭여행 가기로 계획을 짰어요. 재밌는, 내 나름대로 뭔가 인생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 얘기를 전혀 이 친구한테도 공유 안 한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이제…
준우 : 소원해졌네요.
영우 : 그렇죠. 끊으려는 정도까지 한 거죠. 그러니까 끊으려는 것보다는 일단은 피하고 싶은 거야. 수업 시간에도 눈 한 번도 안 마주치고 얘기해도 별로 안 하고 말도 짧게 하고 그러면서. 그렇게 유럽을 갔는데, 처음에 런던을 갔어요. ‘와, 재밌다’ 하고 돌아다니는데 유럽에 도착한 순간 충격을 받은 게 저는 그때 해외여행을 처음 간 거였어요. 갔더니 일단 인종이 너무 많아. 다양해. 내가 그냥 지하철역 왔다 갔다 하면서 뭐 한국 사람들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르고 하는 그 정도가 아니라 인종도 다르고 색깔, 머리 색깔도 다 다르고. 하, 인간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물론 그 전에 외국인을 몇 번 봤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 이게 그러면 나는 까만 머리에 노란 얼굴인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거는 정말 세계[살짝 헛웃음] 큰 인류 공간에서 보면은 하나의 취향인 것뿐이잖아요. 그게 절대적인 게 아니잖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내가 무슨 철학자라도 된 마냥. 근데 물론 문화적 충격이... 런던에 딱 내리면서부터 있더라구요. 내가 한 달 동안 여행을 재밌게 보내려면 기존의 한국적인 생각으로 뭔가 접근해서는 촌스럽겠구나. 그리고 한계가 있구나. 그런 생각이 딱 드니까 그 순간에 뭔가 하나씩 다 깨부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게 오픈 마인드가 된 거죠, 스스로. 그런 상태에서 막 이렇게 재밌게 보내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길을 지나가는데 동성애 거리가 있더라고. 동성애 거리가 있다는 거에 전 충격을 받았어요. 안 그래도 나는 이 친구랑 얘기도 안 하고 훅 그냥 도망 오듯이 이렇게 왔는데. 여기는 아예 거리 전체가 다… 그러고 있더라고. 연인들끼리 너무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충격인 거에요. 근데 그 지나가는 어느 누구도 ‘허~’ 이렇게 한다던가, 내가 그 친구 손 닿으면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막 거부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아무런 불편함 없이 그냥 일반 영국시민들도 그냥 지나가면서 이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그러니까 그게 하나의 문화 속에 응고가 돼있더라고.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 순간 이 친구한테 되게 미안해지는 거에요. 초반에 벌써 그걸 느껴버리니까 한국 가자마자 이 친구한테 가자마자 사과를 해야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내가 솔직한 말로 얼마나 김치 냄새 나는 [살짝 웃음] 생각을 했는가. 한국적인 생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또 한 가지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거기는 성공회 국가, 국교가 기독교잖아요. 나는 이 친구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기독교에 관심이 있을 때란 말이에요? 거기서도 여기에 대해서 싫어하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란 말이죠. 그니까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근데 기독교 국가에서 정말 당당하게 하나의 공간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까 아, 이게 신이란 존재가 ‘야, 너는 예쁘니까 봐주고 너는 싫으니까 너는 미워, 너는 없어져야 될 인종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그런 쪼잔한 신이 아니겠구나 생각도 들고. 와, 진짜 그 생각이 드니까 완전히 편견이 확 바꼈어요. 그 때 그게 지금까지 온 거에요.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은 힘들었겠죠.
그리고 유럽여행이 끝나고 [살짝 웃음] 드라마틱하기도 한데 그 때 기숙사 살았으니까 인천공항에서 내려서 트렁크 끌고 학교 기숙사로 걸어갔어요.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근데 학교 정문에 들어가는데 [혼자 웃음] 제일 먼저 만난 친구가 이 친구에요. 이 친구가 학교에서 나오더라고. 얼마나 반갑겠어요. 진-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너 잘 있었냐고 이러니까 애는 이제 한 달 동안 나는 어떻게 했길래 정말 친한 친구가 날 떠났나 이렇게 회의감이 들었대요. 그러고 있는 사이에 그 친구가 와서 너무 반가운 척 하니까 이 친구도 날 보고 되게 놀랬다 그러더라고. 그 다음부턴 내가 이제 이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얘기도 해야 되겠고 내가 그런 마음에 가져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얘기도 해야 되겠고. 그리고 너의 세계가 어떤 건지 좀 궁금하기도 하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그 때부터 하기 시작을 한 거에요.
근데 이 친구가 이제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나한테 얘기를 했던 1학년 겨울방학 때 쯤이니까... 아직도 기억해요. 홍대 무슨 바에서 얘기를 했어요. 근데 그 사이 동안 저는 알려고 이제 오픈, 막 이렇게 얘기를 [살짝 웃으며] 유도심문 같은 것도 하고. 왜냐면 이게 친구 간에도 비밀 있는 거 뻔히 아는데 얘기 안 하면은 좀 섭섭하잖아요. 그니까 야 너랑 나랑 관계가 이제 돈독하게 되려면 빨리 불어, 불어, 이렇게 유도심문 하는데 그 친구가 얘기를 안 하더라고.
그 얘기를 제가 어느 순간에 했어요. 예전에 내가 널 바라보던 그 내 자신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어필도 계속 했는데 그게 한 3개월, 4개월 됐죠? 1학년 2학기를 그렇게 보냈으니까. 겨울방학 때쯤에 술 한 잔 하다가 그 얘기가 나온 거에요. 나는 행여 너가 무슨 큰 범죄자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너랑 친구의 인연을 안 끊을 거니까 그 정도로 너에 대해서 되게 신뢰하니까 오픈해라 이제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진지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하니까 이 친구가 되게 소심했죠. 그래서 홍석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얘기 있잖아요. 이렇게 쭉 얘기를 하다가 확실히 그렇다라고 한 게 아니라 음, 그런 거야 이렇게... 근데 전-혀 그게 마음에 불편하지가 않았거든요. 오히려 아, 그렇구나. 근데 그 때부터 자기도 편하게 이쪽 세계에 대해서 얘기를 다양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알고 있었던 게 홍석천, 하리수 두 사람 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다르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리고 그 때 학교에서 알게 된 어떤 교수님이 있었어요. 나는 되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서 어머니는 집에서 가정일 하고 아~주 그냥 한국의 전형적인 삶을 꿈꿨어요. 근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직장도 갖고 싶고 또 갖고 있고 자신의 사회 생활에 간섭 안 하길 원하잖아요? 근데 내가 갖고 있는 여성상과 사회 대부분의 여성상들이 충돌하면 내가 그 스트레스가 되게 힘들 것 같아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막 생길 때였어요. 그 때 누가 추천을 해줘서 교수님을 만나보게 됐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 덕분에 제가 감수성이란 거를 접하게 됐어요.
예전까지는 제가 이 친구를 대할 때는 약간 그런 심리가 있었어요. 가정사를 쭉 듣다 보니까 되게 보수적인 집안에서 이제 곱게 큰 딸이 반항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나중에는 뭔가 스트레스가 좀 이렇게 많다 보니까 일종의 사춘기 같은 심리적인... 심리적 장애 같은, 그런 카테고리로 굳이 넣자면,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까 굳이 설득을 하려고 하고 되게 좋은 거를 어필을 하다 보면 언젠가 이 친구가 선택을… 이 선택을 하다가 저걸 선택을 했다가 이제 이쪽도 좋다는 걸 알게 되면 이쪽도 선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기대가 좀 있었던 거에요. 그 친구가 그걸로 인해서 엄청나게 가족들 간의 스트레스와 이제 주변인들 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걸 옆에서 보니까 안쓰러웠거든요. 그래서 선택의 영역인데 이제는 이 쪽으로 선택을 해도 된다, 적당히 타협을 하고 사는 것도 괜찮지라는 내심 기대도 있었던 거에요.
준우 : 본인한테요?
영우 : 예, 제가 그 친구를 바라볼 때 그런 기대를 조금 했는데 근데 그 교수님 덕분에 감수성이라는 차원을 느끼니까. 쉽게 얘기해서 이런 거죠. 나는 가정적으로 계속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 근데 세상이, 사회가, 요즘 여자들은 가정에 앉아있으면 안 된다, 나가야 된다 뭐 요즘의 대학생들이 왜 가정주부를 하려 그러냐 전부 나가서 일해야 되고 프로페셔널하게 이렇게 해야 되는 거가 페미니즘인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페미니즘의 기본 패러다임이. 그니까 여성성에 대한 존중인데 그 여성성을 남성들이 함부로 규정 짓는 게 아니라 뭔가 생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그거를 하나의 이제 강자와 약자 차원의, 상하관계의 차원이 아니라 정말 동등한 시각의 차원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그런 거 같더라구요.
그러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이쪽으로 태어나서 이쪽으로 살고 있는데 사회에서 기본적인 제도적인 가치라든가 편견이, 너는 그러면 안 돼, 너는 다른 걸 선택을 해야 돼, 뭔가 이렇게 너는 지금 문제가 있고, 이거를 바꿔야 된다는 식으로 이제 하잖아요. 근데 그게 잘못된 거구나. 가정주부한테 지금 가정주부로 살아가야지 지금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갑자기 이래라 그러고. 사람들한테 왜 굳이… 그거는 강요잖아요. 그건 내가 본인이 존중 받고 싶은데 너와 내가 다를 뿐이지 거기서 뭐, 상하관계나 권력관계를 괜히 넣어가지고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면 안 되겠구나. 감수성이 거기서 발전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좀 여성주의나 이쪽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제가 봤을 때는 아직까지 이 부분이 소수자잖아요. 약자일 수도 있잖아요, 사회적으로는. 근데 여성주의 시각에서도, 아직 여성들, 여성 권익에 대한 그런 것도 아직은 남성우월주의 시각에 대한, 그런 약자, 소수적인 기반이 깔려 있잖아요. 이게 그거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상당히 폭력적이기도 하고 내가 다른 부분에서의 또 소수자로 이렇게 되서 똑같은 폭력이 될 수, 당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니까 우리 사회에서 그런 폭력적인 시선이 되게 존중 받고 그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하다 보면 나도 어느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드니까... 이거는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은 그 감수성이라는 부분도... 이 친구는 되게 듣기 거북해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제 그 생각 했죠. 이게 너의 입장에서는 뭐 태어날 때부터 뚝딱 그랬을 수 있겠지만… 사람의 시각이라는 게 이렇게 돌아가며 생각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너의 생각까지도 이르게 되는 그런 과도기적인 부분이 좀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그걸 어떻게 잘 살릴 수 있는 것[살짝 웃음]까지도 니가 고민을 해야 된다고 저는 얘길 하거든요.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뭐랄까 이 친구가 조금 더 뭔가 이렇게 진척이 되는 거를 저한테 얘기를 할 때 그냥 이 친구가 이제 좀 더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져가지고[살짝 웃음] 좀 더 숨쉬기가 좀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감이 있어요.
준우 : 그럼 겨울 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는 혹시 트랜스란 단어를 쓰면서 커밍아웃을 한 건가요?
영우 : 아니요. 그 트랜스, 레즈비언 그런 영어 있잖아요? 나는 무지개 일원이다 뭐 이런 얘기까지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미 벌써 심정적으론 알고 있는데 예를 들면 너가 그 얘기 할 꺼 알고 있어, 그러니까 서로 알고 있는데, 그래, 니가 얘기한 게 틀린 건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애라고 상대방이 얘기하고 하는 식으로 끝났어요.
캔디 : 두리뭉실하게 얘기를 하긴 했으나 이해는 했으니 됐다 이런 식으로 된 거에요?
영우 : 그렇죠. 근데 그 안에서도 디테일하게 있다는 거는 인제 나중에 친해지고 난 다음에 얘기를 한 거죠. 솔직히 그 자리에서 본인도 얼마나 이렇게 걱정이 두려움에 떨렸겠어요. 그러니 거기서 아, 내가 이건데, 이건데, 어떻게 그렇게 어떻게 다 얘기하겠어. 그니까 그냥… 뭐,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근데 전혀... 오히려 나는 좋더라구요. 아, 이게 이 친구가 내가 자신에 대해서 신뢰하고 있다는 그 말을 믿어주는구나 그 생각이 드니까.
캔디: 아, 그럼 계속 보이시하다고만 생각하시고 같이지내신 거예요?
영우 : 어… 아니요. 5월달, 6월달쯤 중간고사 끝나고 기말고사 전에 한참 좋잖아요. 그러다가 어떤 계기였는지는 저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기숙사에서 가만히 있다가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드는 거에요.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데 그냥 그 전에는 그게 다름으로 느껴졌으면 그때는 싫은 거에요. [살짝 웃음] 뭔가 이렇게 왜, 그 흔히 그쪽 분야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중에 허무맹랑한 게 너무 많잖아요. 정말 극단적으로는 뭐, 에이즈 환자도 많다 이런. 저도 뭐 인터넷 하다 보면 그런 정보를 듣잖아요. 그니까 그 친구가 나한테 바라보는 거, 이렇게 바라보고 막 하는 거, 그 다음에 손 올리는 거, 어깨에 손 올리는 거. 왜냐면 그 전까지는 스킨십 자유롭잖아요. 이렇게 툭 치기도 하고 뭐 이러는 데 그 자체가 정말 싫은 거에요.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 싫어져 버리는 거에요. 그 때 약간 제가 그 친구를 멀리 했어요. 학교에 우리 조원이 한 15~17명 정도 됐고 그 중에서 그 부분만 빼면은 가장 저랑 제일 얘기가 잘 되는 친구가 이 친구였는데. 그러니까 저는 대학교 와서 처음으로 사귀고 친하게 지낸 친구를 그 이유… 편견 때문에 일부러 멀리하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1학기 이제 종강을 거의 한 6월 말쯤에 하잖아요. 저는 7월 초에 유럽 배낭여행 가기로 계획을 짰어요. 재밌는, 내 나름대로 뭔가 인생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 얘기를 전혀 이 친구한테도 공유 안 한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이제…
준우 : 소원해졌네요.
영우 : 그렇죠. 끊으려는 정도까지 한 거죠. 그러니까 끊으려는 것보다는 일단은 피하고 싶은 거야. 수업 시간에도 눈 한 번도 안 마주치고 얘기해도 별로 안 하고 말도 짧게 하고 그러면서. 그렇게 유럽을 갔는데, 처음에 런던을 갔어요. ‘와, 재밌다’ 하고 돌아다니는데 유럽에 도착한 순간 충격을 받은 게 저는 그때 해외여행을 처음 간 거였어요. 갔더니 일단 인종이 너무 많아. 다양해. 내가 그냥 지하철역 왔다 갔다 하면서 뭐 한국 사람들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르고 하는 그 정도가 아니라 인종도 다르고 색깔, 머리 색깔도 다 다르고. 하, 인간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물론 그 전에 외국인을 몇 번 봤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 이게 그러면 나는 까만 머리에 노란 얼굴인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거는 정말 세계[살짝 헛웃음] 큰 인류 공간에서 보면은 하나의 취향인 것뿐이잖아요. 그게 절대적인 게 아니잖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내가 무슨 철학자라도 된 마냥. 근데 물론 문화적 충격이... 런던에 딱 내리면서부터 있더라구요. 내가 한 달 동안 여행을 재밌게 보내려면 기존의 한국적인 생각으로 뭔가 접근해서는 촌스럽겠구나. 그리고 한계가 있구나. 그런 생각이 딱 드니까 그 순간에 뭔가 하나씩 다 깨부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게 오픈 마인드가 된 거죠, 스스로. 그런 상태에서 막 이렇게 재밌게 보내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길을 지나가는데 동성애 거리가 있더라고. 동성애 거리가 있다는 거에 전 충격을 받았어요. 안 그래도 나는 이 친구랑 얘기도 안 하고 훅 그냥 도망 오듯이 이렇게 왔는데. 여기는 아예 거리 전체가 다… 그러고 있더라고. 연인들끼리 너무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충격인 거에요. 근데 그 지나가는 어느 누구도 ‘허~’ 이렇게 한다던가, 내가 그 친구 손 닿으면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막 거부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아무런 불편함 없이 그냥 일반 영국시민들도 그냥 지나가면서 이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그러니까 그게 하나의 문화 속에 응고가 돼있더라고.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 순간 이 친구한테 되게 미안해지는 거에요. 초반에 벌써 그걸 느껴버리니까 한국 가자마자 이 친구한테 가자마자 사과를 해야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내가 솔직한 말로 얼마나 김치 냄새 나는 [살짝 웃음] 생각을 했는가. 한국적인 생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또 한 가지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거기는 성공회 국가, 국교가 기독교잖아요. 나는 이 친구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기독교에 관심이 있을 때란 말이에요? 거기서도 여기에 대해서 싫어하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란 말이죠. 그니까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근데 기독교 국가에서 정말 당당하게 하나의 공간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까 아, 이게 신이란 존재가 ‘야, 너는 예쁘니까 봐주고 너는 싫으니까 너는 미워, 너는 없어져야 될 인종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그런 쪼잔한 신이 아니겠구나 생각도 들고. 와, 진짜 그 생각이 드니까 완전히 편견이 확 바꼈어요. 그 때 그게 지금까지 온 거에요.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은 힘들었겠죠.
그리고 유럽여행이 끝나고 [살짝 웃음] 드라마틱하기도 한데 그 때 기숙사 살았으니까 인천공항에서 내려서 트렁크 끌고 학교 기숙사로 걸어갔어요.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근데 학교 정문에 들어가는데 [혼자 웃음] 제일 먼저 만난 친구가 이 친구에요. 이 친구가 학교에서 나오더라고. 얼마나 반갑겠어요. 진-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너 잘 있었냐고 이러니까 애는 이제 한 달 동안 나는 어떻게 했길래 정말 친한 친구가 날 떠났나 이렇게 회의감이 들었대요. 그러고 있는 사이에 그 친구가 와서 너무 반가운 척 하니까 이 친구도 날 보고 되게 놀랬다 그러더라고. 그 다음부턴 내가 이제 이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얘기도 해야 되겠고 내가 그런 마음에 가져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얘기도 해야 되겠고. 그리고 너의 세계가 어떤 건지 좀 궁금하기도 하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그 때부터 하기 시작을 한 거에요.
근데 이 친구가 이제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나한테 얘기를 했던 1학년 겨울방학 때 쯤이니까... 아직도 기억해요. 홍대 무슨 바에서 얘기를 했어요. 근데 그 사이 동안 저는 알려고 이제 오픈, 막 이렇게 얘기를 [살짝 웃으며] 유도심문 같은 것도 하고. 왜냐면 이게 친구 간에도 비밀 있는 거 뻔히 아는데 얘기 안 하면은 좀 섭섭하잖아요. 그니까 야 너랑 나랑 관계가 이제 돈독하게 되려면 빨리 불어, 불어, 이렇게 유도심문 하는데 그 친구가 얘기를 안 하더라고.
그 얘기를 제가 어느 순간에 했어요. 예전에 내가 널 바라보던 그 내 자신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어필도 계속 했는데 그게 한 3개월, 4개월 됐죠? 1학년 2학기를 그렇게 보냈으니까. 겨울방학 때쯤에 술 한 잔 하다가 그 얘기가 나온 거에요. 나는 행여 너가 무슨 큰 범죄자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너랑 친구의 인연을 안 끊을 거니까 그 정도로 너에 대해서 되게 신뢰하니까 오픈해라 이제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진지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하니까 이 친구가 되게 소심했죠. 그래서 홍석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얘기 있잖아요. 이렇게 쭉 얘기를 하다가 확실히 그렇다라고 한 게 아니라 음, 그런 거야 이렇게... 근데 전-혀 그게 마음에 불편하지가 않았거든요. 오히려 아, 그렇구나. 근데 그 때부터 자기도 편하게 이쪽 세계에 대해서 얘기를 다양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알고 있었던 게 홍석천, 하리수 두 사람 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다르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리고 그 때 학교에서 알게 된 어떤 교수님이 있었어요. 나는 되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서 어머니는 집에서 가정일 하고 아~주 그냥 한국의 전형적인 삶을 꿈꿨어요. 근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직장도 갖고 싶고 또 갖고 있고 자신의 사회 생활에 간섭 안 하길 원하잖아요? 근데 내가 갖고 있는 여성상과 사회 대부분의 여성상들이 충돌하면 내가 그 스트레스가 되게 힘들 것 같아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막 생길 때였어요. 그 때 누가 추천을 해줘서 교수님을 만나보게 됐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 덕분에 제가 감수성이란 거를 접하게 됐어요.
예전까지는 제가 이 친구를 대할 때는 약간 그런 심리가 있었어요. 가정사를 쭉 듣다 보니까 되게 보수적인 집안에서 이제 곱게 큰 딸이 반항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나중에는 뭔가 스트레스가 좀 이렇게 많다 보니까 일종의 사춘기 같은 심리적인... 심리적 장애 같은, 그런 카테고리로 굳이 넣자면,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까 굳이 설득을 하려고 하고 되게 좋은 거를 어필을 하다 보면 언젠가 이 친구가 선택을… 이 선택을 하다가 저걸 선택을 했다가 이제 이쪽도 좋다는 걸 알게 되면 이쪽도 선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기대가 좀 있었던 거에요. 그 친구가 그걸로 인해서 엄청나게 가족들 간의 스트레스와 이제 주변인들 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걸 옆에서 보니까 안쓰러웠거든요. 그래서 선택의 영역인데 이제는 이 쪽으로 선택을 해도 된다, 적당히 타협을 하고 사는 것도 괜찮지라는 내심 기대도 있었던 거에요.
준우 : 본인한테요?
영우 : 예, 제가 그 친구를 바라볼 때 그런 기대를 조금 했는데 근데 그 교수님 덕분에 감수성이라는 차원을 느끼니까. 쉽게 얘기해서 이런 거죠. 나는 가정적으로 계속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 근데 세상이, 사회가, 요즘 여자들은 가정에 앉아있으면 안 된다, 나가야 된다 뭐 요즘의 대학생들이 왜 가정주부를 하려 그러냐 전부 나가서 일해야 되고 프로페셔널하게 이렇게 해야 되는 거가 페미니즘인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페미니즘의 기본 패러다임이. 그니까 여성성에 대한 존중인데 그 여성성을 남성들이 함부로 규정 짓는 게 아니라 뭔가 생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그거를 하나의 이제 강자와 약자 차원의, 상하관계의 차원이 아니라 정말 동등한 시각의 차원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그런 거 같더라구요.
그러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이쪽으로 태어나서 이쪽으로 살고 있는데 사회에서 기본적인 제도적인 가치라든가 편견이, 너는 그러면 안 돼, 너는 다른 걸 선택을 해야 돼, 뭔가 이렇게 너는 지금 문제가 있고, 이거를 바꿔야 된다는 식으로 이제 하잖아요. 근데 그게 잘못된 거구나. 가정주부한테 지금 가정주부로 살아가야지 지금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갑자기 이래라 그러고. 사람들한테 왜 굳이… 그거는 강요잖아요. 그건 내가 본인이 존중 받고 싶은데 너와 내가 다를 뿐이지 거기서 뭐, 상하관계나 권력관계를 괜히 넣어가지고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면 안 되겠구나. 감수성이 거기서 발전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좀 여성주의나 이쪽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제가 봤을 때는 아직까지 이 부분이 소수자잖아요. 약자일 수도 있잖아요, 사회적으로는. 근데 여성주의 시각에서도, 아직 여성들, 여성 권익에 대한 그런 것도 아직은 남성우월주의 시각에 대한, 그런 약자, 소수적인 기반이 깔려 있잖아요. 이게 그거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상당히 폭력적이기도 하고 내가 다른 부분에서의 또 소수자로 이렇게 되서 똑같은 폭력이 될 수, 당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니까 우리 사회에서 그런 폭력적인 시선이 되게 존중 받고 그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하다 보면 나도 어느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드니까... 이거는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은 그 감수성이라는 부분도... 이 친구는 되게 듣기 거북해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제 그 생각 했죠. 이게 너의 입장에서는 뭐 태어날 때부터 뚝딱 그랬을 수 있겠지만… 사람의 시각이라는 게 이렇게 돌아가며 생각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너의 생각까지도 이르게 되는 그런 과도기적인 부분이 좀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그걸 어떻게 잘 살릴 수 있는 것[살짝 웃음]까지도 니가 고민을 해야 된다고 저는 얘길 하거든요.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뭐랄까 이 친구가 조금 더 뭔가 이렇게 진척이 되는 거를 저한테 얘기를 할 때 그냥 이 친구가 이제 좀 더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져가지고[살짝 웃음] 좀 더 숨쉬기가 좀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감이 있어요.
준우 : 그럼 겨울 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는 혹시 트랜스란 단어를 쓰면서 커밍아웃을 한 건가요?
영우 : 아니요. 그 트랜스, 레즈비언 그런 영어 있잖아요? 나는 무지개 일원이다 뭐 이런 얘기까지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미 벌써 심정적으론 알고 있는데 예를 들면 너가 그 얘기 할 꺼 알고 있어, 그러니까 서로 알고 있는데, 그래, 니가 얘기한 게 틀린 건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애라고 상대방이 얘기하고 하는 식으로 끝났어요.
캔디 : 두리뭉실하게 얘기를 하긴 했으나 이해는 했으니 됐다 이런 식으로 된 거에요?
영우 : 그렇죠. 근데 그 안에서도 디테일하게 있다는 거는 인제 나중에 친해지고 난 다음에 얘기를 한 거죠. 솔직히 그 자리에서 본인도 얼마나 이렇게 걱정이 두려움에 떨렸겠어요. 그러니 거기서 아, 내가 이건데, 이건데, 어떻게 그렇게 어떻게 다 얘기하겠어. 그니까 그냥… 뭐,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근데 전혀... 오히려 나는 좋더라구요. 아, 이게 이 친구가 내가 자신에 대해서 신뢰하고 있다는 그 말을 믿어주는구나 그 생각이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