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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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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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민2. 첫 번째 매개가 되는 사람의 역할이...

2. 첫 번째 매개가 되는 사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디 : 그러면 처음엔 정체성을 모른 상태에서 고용을 하신 거죠?


종민 : 떨어져 있었어도, 각자 직장은 따로 있었어도 계속 같이 일은 했어요. 제가 민아 분야 일이 있으면 서포트를 받으러 계속 연락을 하고. 그것 말고 개인적인 친분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정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실력자거든요. 근데 재미가 없으면 일을 안 해요. 뭐 다른 큰 회사에 있다가도 재미가 없으니까 나오고. 언젠가는 한 팀이 돼서 끝까지 한번 가봐야겠다. 오랫동안 생각을 해왔었죠.


에디 : 이건 그냥 고용주 입장이 어떤지 궁금했었는데... 트랜스젠더로서 장점이랄까 그런 게 혹시 있을까요? 질문이 이상하긴 하지만요.


종민 : 정리를 먼저 할게요. 저를 꼭 고용주라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같이 그냥 한 팀을 이룬 구성원입니다. 예. 저희 팀의 절반은 민아 지분이고, 절반은 제 지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디 : 공동 사장님이구나. 사장님이라는 표현은 안 쓸게요. 동료로서 봤을 때 이래서 일을 더 잘하나? 그런 건 없으셨어요?


종민 : 그런 건… 그 전에 워낙 같이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예전부터 꼼꼼했고, 예전부터 맡은 일은 참 확실하게 끝냈으니까. 그냥 저한테는 어떻게 보면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냥 이름만 그 전 이름에서 민아로 바뀌었을 뿐이지. 이름만 바뀌고 바뀐 게 하나도 없어요. 실제적으로 이제 약간씩 조심해야 할 부분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뭐 장단점과 상관없이 어느 사회에 나가서 남자하고 여자하고 있을 때는 다... 지켜줘야 될 것들.


준우 : 전엔 동성처럼 이렇게 했다가 이제는 성이 다른 사람이니까 따로 배려할게 생기는 거.


종민 : 예전에는 “야~ 사우나 가자” 막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잖아요.


준우 : 예전에 그러셨어요? [웃음] 같이 가신 적 있으세요?


종민 : 예. 같이 사우나 다니고 그랬었죠.


준우 : 그럼 혹시 지금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동료 분들이 더 계신가요.?


종민 : 네. 지금은 같이 일하는 사람도 좀 더 있고요. 네. 그다음에 프로젝트 종류에 따라서 외부에서 서포트하는 사람들이 몇 명 더 있고요. 그리고 그 주변에 같이 저희와 자주 마주쳐야 되는 사람들이 또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고.


준우 : 같이 일하시는 다른 분들은 아는 거예요?


종민 : 네. 저희랑 자주 마주쳐야 되는 사람들한테는 전체 다 공개를 했지요.


준우 : 아~ 무슨 일 없으셨어요? 공개할 때?


종민 : 이게... 여러분도 이쪽 일을 하시면서 다른 분들한테 조언을 해주시고 그러실 텐데. 그런 것 같아요. 일단 민아가 작년 11월에 저한테 처음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 제가 제 와이프하고, 같이 일하는 가장 친한 후배를 불러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첫 번째로 매개가 돼서 주변에 설명해주는 게... 첫 번째 매개가 되는 사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조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좀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저와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은 처음엔 어쩔 줄 몰라도, 저 때문이라도, 아니면 민아하고도 전에 또 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든요… 아직까지 한 번도 뭐 이상하거나 거부당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준우 : 아주 좋은데요...


종민 : 그렇지만도 않아요. 왜냐하면 이 분야에 대해서 민아 때문에 계속 알아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네. 커밍아웃을 해나가야 하는 과정이라던가,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갈등이라던가 그런 걸 이제. 그런데 저는 실제 제가 커밍아웃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도움을 주려 해도 정보 자체가 너무 차단되어 있고, 어떻게 간접 경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책으로라던가, 기껏 나와봐야 그 뭐죠? 예전에 신동엽 씨가 한 번 하고 그만둔... 아 xy그녀. 그 다음에 하리수 씨가 가끔 인터뷰한 거. 흥미 위주의 그런 거 말고는 정보를 접할 데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어떤 조언을 해줘야 되는지 모르고, 얘가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해줘야 될지도 모르고.


지금 제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민아 씨가 아직 부모님한테는 말씀 못 드렸거든요. 오빠한테도 말을 못했고. 어머니한테 수술을 했단 말을 안하고 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다. 뭐 거기까지만 말씀을 드렸어요. 태국에 한 달 동안 나갔다 와있던 것도 지금 출장 갔다 온 걸로 말씀을 드려놨는데, 언젠간 밝혀하는데. 그때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를... 아직도 항상 고민이에요. 부모님 두 분은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이시고. 또 아버님은 작년에 좀 뇌졸중으로 많이 안 좋은 상황이시거든요. 최근에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대요. 많이 바뀐 것 같다고. 그 전에 자꾸 기회를 봤었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그렇게 사고를 당하시고 그러니까 민아도 많이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또 저를 제외하고 친구도 있을 거 아닙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커왔던 친구들. 그런 친구들한테도 말을 아직 못 했고요. 얘가 아직까지는 한 번도 거부를 당해본 적이 없는데, 어떤 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되나. 거기에 대한 저도 지식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기껏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야, 너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기 전에 꼭 나한테 먼저 말해라. 내가 주변에 있을 테니까.” 어떻게 거기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부모님이 쓰러지실 수도 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잖아요. 그 정도가 제 한계예요.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제가 어떤 멘토링 프로그램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해서 폭넓게 이야기를 가져본 것도 아니고. 그나마 이제 민아 같은 경우는 까페라던가 모임을 통해서 그런 쪽 비슷한 부류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어떻게 정보를 받거나 하는데.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부 오로지 혼자서 인터넷 찾아보거나 민아를 통해서 정보를 받는 거 말고는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그런 쪽에도 많이 준비가 필요할 거 같아요.


에디 : 그럼 같이 일하던 다른 분들이 뭘 물어보거나 그런 건 경우는 없으셨어요? 갑자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들 있잖아요.


종민 : 아니요. 오히려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러니까 왜 첫 번째 멘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면요, 그 친구들이 실제로는 호기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자꾸 이야기를 할 때 민아한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줘야 되나, 저럴 땐 어떻게 해줘야 되나, 자꾸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친구들한테 물어봐요.


준우 : 같이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종민 : 예. 자꾸 물어봐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조금만 잘못하면 구경거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동료고 같은 사람이고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배려해줘야 되나 자꾸 물어보니까 주변 사람들도 뭐 크게 못 느끼던데..


준우 : 당연하게 받아들인 건가요?


종민 :자연스럽게 아마... 됐었던 거 같아요.. 그건 있었어요. 작년 하반기에 민아 씨가 어린 친구를 하나 데려왔어요. 기획 쪽을 하고 싶어하던 친군데 그 친구도 수술을 하고 왔던 친구예요. 까페에서 만난 친구인 거죠. 그 친구도 사무실 들어와서 같이 일을 해봤고.


그 친구 말고도 또 여자 웹 디자이너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제 결혼하고 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뒀는데. 오히려 뭐라고 해야 되나? 여자 분들이 좀 더 까다롭다고 해야 되나? 남자보다 여자가 조금 더 이야기하기가...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요. 제가 곁에서 봤을 때는 그런 쪽에 대해서 그 분도 배려를 한다 하는 거 같은데 가만히 지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오히려 제가 자격지심을 갖고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 가지고 대놓고 “왜 그러냐, 왜 그런 식으로 하냐” 그렇게 말을 하진 못하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