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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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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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 병진 이력 재웅 하준5. 전환 후 우울증

이브리 : 3차 수술까지 마치고 성별정정을 다 하신 분들은 커뮤니티에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잘 안 들어오시거나 잘 안 만나거나 … 근데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야말로 필요하신 분들이기도 하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내가 ftm이 맞을까?"란 고민부터 시작해서 "맞는 것 같은데 그러면 뭘 어떻게 하면 되지?"라고 했을 때, 검색으로 알 수 없는 그 과정에서의 심적인 교류라거나 지지가 필요할 수도 있고요. 문서로 알려줄 수 없는 그런 게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나눠줄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남지 않는 거잖아요? 여러분은 만약에 (수술 및 성별정정) 끝나고 나서도 커뮤니티나 카페에 계속 가실 것 같으세요?


기우 : 저는 지금 성별정정 끝나고도 커뮤니티를 계속 들어갔어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커뮤니티가 지금 많이 침체기랄까, 활동이 조용하죠. 가끔 익명 질문 올라오면 댓글을 달아주곤 하는데, 다 끝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 끝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무슨 말이냐면, 내가 아무리 성별정정이 다 되고 수술이 다 끝나도 우리가 ftm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지워질 순 없는 거잖아요. 끝난 그 사람들도 처음에는 다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정도 자리까지 간 거기도 한데, 내가 다 끝났다고 해서 떠나버리면 앞으로 계속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은 더 어렵잖아요. 처음에는 자기들도 똑같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텐데, 끝나고 나니까 처음에 했던 고민들은 기억이 잘 안 나나 봐요. 저도 앞으로 그렇게 될진 잘 모르겠는데... 근데 저는 성별정정되기 전부터도 그러진 말자라고 생각했었죠. 사실 저는 이런 게 가능하리란 것도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알았거든요. 나이가 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라 빨리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무튼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이 많긴 한데, 안 그랬으면 좋겠죠.


준우 : 농담 같은 그런 말도 있잖아요. '전환 후 우울증'…


재웅 : 네, 있어요.  무드 스윙 같은 거예요. 무드 스윙은 성별정정 후에도 살짝 있긴 한 것 같아요. 너무 심해지면 안 되고 그 기분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사회생활 하다 보면 "아, 내가 스펙 떄문에, 이 성별정정 하나 떄문에 그 동안 시간을 많이 버렸구나! 나랑 같은 나이의 다른 친구들 비교를 해봤을 때, 쟤네들은 그 시간에 이만큼 갔는데 나는 이제 겨우 시작이구나"라는 부분을 느꼈을 때요. 이게 뭐라고 도대체.... 힘 빠지고 허무한 거죠. 성별정정이란 거는 솔직히 저 하나가 어떻게든 잘 살아남기 위해서 했던 수단과 방법 같은 거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사회 생활은 그것보다 더 크고 넓잖아요. 근데 항상 저 속(성별정정)에만 갇혀 지내다가, 다 끝내고 나서 이제는 제 고민만 가지고 제 갈 길 가려고 하고요. 저는 이전이 힘들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사회에 제가 내던져져 나가기 시작하니까 그냥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 차이를 어떻게 따라잡아야 될지, 그리고 남자들과의 생활에서 어떻게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항상 혼자 고민하고 주변의 형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다들 똑같을 걸요? 혼자 고민하는 게 더 많았을 걸요? 말 못 하고 속앓이 하는 부분이 컸으니까요. 근데 그렇게만 지내다가 이제 사회에 나가려고 하니까 솔직히 겁도 많이 났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런 회사 저런 회사 안 가리고 면접도 많이 보러 다닌 편이었고, 그러면서 그나마 조금씩 그 무드 스윙이 나아지더라고요. 솔직히 사회에 맞춰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무드 스윙이 오는 것 같기도 해요.. 정정 후 우울증? 그렇죠.


병진 : 억울해요. 억울해.


기우 : 그렇죠. 억울한 마음이 커요.


재웅 : 갑자기 그런 억한 심정이 막 갑자기 훅 올라올 때 있어요.


기우 :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잖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그랬던 사람도 있고요. 내 삶의 거의 대부분을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그게 뭐라고... 되게 허무함이 큰 거예요.


이브리 : 그런 허무함이나 억울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별정정하고 나서 (커뮤니티에서) 사라지는 경우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기우 : 평범해지고 싶어서 아닐까요? 평범해지고 싶은.


하준 : 근데 또 성별정정 하고 도움을 주고 있으셨던 분들도, 같은 얘기를 계속 해야 된다는 것도 힘들어하셨고요. 그리고 아까도 얘기 나왔지만, 도와주고도 욕 먹는 것도 있고요. 이런 게 막… 커뮤니티에서 이상한 사람들 만나다 보니까 계속 있기 싫은 거죠. 그래서 잠수 타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재웅 : 역으로, 그런 것 때문에 이제 카페 가입을 한 지 얼마 안 지난 분들이나 이제 막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분들이 눈치 보는 부분들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최근에 카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분이랑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저랑 동갑이었어요. 근데 그분이 저한테 이~만큼 장문의 쪽지를 남겨놨어요. ‘친해지고 싶어요 ㅋㅋㅋ’ 같은 일반적인 쪽지가 아니라 이만큼의 내용을요. 자기는 이제 커밍아웃을 해야 되는 상황이고, 자기 상황을 엄청 길게 세세하게 풀어서 쓴 거였는데, 근데 "님은 정정이 돼서 님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내가 이렇게 친해지자고 먼저 말을 거는 게 너무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정보만이 목적이 아니긴 하다. 정보도 물론 알고 싶으면서도 자기는 친구가 필요하다"라면서 이만큼 써보내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감동 받아서 그분이랑 친구를 하기로 하고, 그분이 이제 커밍아웃하는 상황에서도 고민 같은 거 서로 주고받고 그러고 있어요. 새로 시작하는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눈치를 봐요. 다 끝난 사람의 입장에선 이상한 사람을 워낙 많이 만나기도 했으니까 "얘가 혹시 그 이상한 사람들 중 한 명 아닐까" 하고 선입견을 먼저 보이면 어쩌나 하며 눈치를 보는 측면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하준 : 근데 이 얘기를 들으니까 생각났는데, 반대로 도움 주려는 사람이 아직 뭔가를 하기 전의 사람을 만나서 한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밖에서 만났을 때 라든가요.


이브리 : 어떤 부분을 부담스러워하시는 거예요?


하준 : 그러니까 자기는 불안한 거죠. 뭔가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이 사람이랑 비슷해보일 수 있다는 불안함 같은 거요. 저 같은 경우도 제가 트랜지션 하기 전에 만나자고 했을 때  상대방이 ‘너 다 하기 전 상태라면 만나고 싶지 않다’라고 얘기했던 사람이 있었거든요.


이브리 : 그건 오히려 약간 패싱이 어떻게 되냐의 문제기도 하네요.


하준 : 근데 그건 어차피 서로 안 본 상태여서 모르지만, 뭔가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들한텐 맘에 걸린다는 거죠.


준우 : 근데 그런 마음이 점점 커지면 결국 커뮤니티 공간에서 발을 빼게 되는 과정으로 가지 않을까요?


하준 : 그렇겠죠?


준우 :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말고, 주변에 친하게 알던 사람들 중에서도 같이 어울려 놀다가 마치고 나면 사라진다고 하던 사람이 있었나요?


이혁 : 다들 그럴 거라고 얘기는 자주 하죠. "성별정정 하고 나면 난 간다"라고요. 근데 예전부터 그랬어요. "나는 다 되면 이 바닥 뜰 거다" 이 표현이요. 정말 딱 자기 곁에 둘 사람 한두 명만 놔두고 다 끊어버리거나요.


기우 : 근데 그건 우리 사회도 문제가 있는 거죠. 사회가 우리 LGBT를 그리 좋게는 안 보잖아요.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대를 만나는 거라 다른 거라 한다면,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이전 커뮤니티 사람을) 만나는 건 자기 삶과 밀접하게 직결되는 일인 거잖아요. 내가 (트랜스젠더임이) 공개 돼버리고 발각 돼버리는 게 우려되면, 그냥 그 자릴 떠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왜냐면 자기는 계속 살아야 되니까. 발각이 되면 욕도 많이 들을 것이고,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인간관계가 전부 다 백지화가 되어 버리는 거기도 할 테고요. 그러다 보니까 더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서 떠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이브리 : 그러면 다들 커밍아웃은 아주 친한 사람들 외에는 하지 않으신 거예요?


이혁 : 아뇨. 저는 웬만큼 눈치 보고 커밍아웃 해요. 이 사람이 받아줄 것 같기도 하다 싶으면요. 안 받아준 채 떠나면 "그래, 말아라" 이런 식이죠. 옛날에 그래서 많이 오픈하게 되는 경험을 했어요. 자꾸 얘기하다 보니까 편하더라고요. 근데 내가 만약 성별정정이 된 이후에 회사에 들어가서라고 한다면, 아마 그 회사 안에선 말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지금은 (성별정정) 전이니까 지금 현재에서 내가 현재 2번으로 써진 주민등록증을 갖고 일을 하는 상황이라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조금 남달라 보인다는 게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원래는 이러이러하다' 이렇게 얘기를 오픈하는 거죠. 취업할 때도 서류상으로 나타나는 게 있으니까, 일단 서류 써 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뭐...




이브리 : 오늘 정말 수고하셨구요. 많은 얘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저도 많이 배웠고.  끝으로 조각보와 이 인터뷰 이야기를 보실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편하게 짧게…


병진 : 아직 저 안의 이런 틀을 백프로 깬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조금씩 깨가고 있어서 저는 더 이제, 삶의 가치를 느껴요. [웃음]


이혁 : 끝났어? 좋은 점… 몰랐던 걸 알게됐다는 거? 이제 몰랐던 걸 알게되는 건, 저 안에서도 저 사람은, 저런 유형은 안 좋은 사람인데… 피하게 되는 그런 것도 저한텐 좋은 거고. 저 사람에 대해서 장점에 대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고 뭔가 얻는다고 하니까 좋고요. 그리고 mtf 친구들이랑 많이 만나면서 진짜 많이 알았거든요. 근데 또 다른 분야, 정체성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약간 좀 새로웠어요. 예. 내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고, 새로운 친구들도 또 알게 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요. 또 그 안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그러면서 좀 더 사는 거에 재미가 더해졌다는 건 또 좋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아는 게 좋다란 거죠. 그게 사회생활 하는 데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건 되게 좋은 장점인 것 같아요. 나쁜 건… 이상한 사람들이 곳곳에 좀 많이 섞여 있다는 거? 그리고 그걸로 상처받았다고 해서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하준 : 근데 그런 일이 한두 번이면 버틸만 한데 지속되니까... [한숨]  


이혁 : 그냥 내가 정정이 됐다고 해서 사람들이랑 어울려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만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준우 : 그러면 좋겠네요. 그런 사람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이혁 : 있잖아요. (기우) 여기. [같이 웃음]


기우 : 사람 만나는 거 좋죠.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크다는 생각을 해요. 계속 지속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너무 침체되어 있어서, 좀 살아났음 좋겠어요.


준우 : 재웅님은 어떠세요?


재웅 : 저요? 좀 다양한 성소수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끼리도 막 분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일반 사람이 성소수자한테 갖는 편견이 있지만, 한편 웃긴 건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똑 같은 편견이 존재한다는 거죠.  같은 성소수자지만 이렇게 서로를 모르는구나라는 게 저는 되게 아쉬웠어요. 트랜스젠더를 싫어하는 게이도 있기도 하고, 어떤 레즈비언 분들은 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수술은 어떻게 했냐. 그래서 결혼이 정말로  가능하냐..." 근데 너무 진지하게 비판만 하면 서로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 좀 재미지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파티나 축제 같은 걸 기획하는 것도 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수엉 : 우와, 시간이 벌써... 다들 긴 시간 얘기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브리 :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다 함께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