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을 클릭하면 연재 중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게제된 글을 무단으로 전제/ 도용할 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기우 병진 이력 재웅 하준4. 성별정정... 불안할 땐 커뮤니티에서 위로 받기도

이브리 : 여기 모두 다 법적으로 정정이 되진 않으신 거예요?

병진 : 저는 아직 안 됐어요.

준우 : 그러면 이중에 법적으로 바꾸신 분 계시나요?

기우 : 성별정정이 된 건 저랑 재웅.

준우 : 그리고 진행 중이라던 분이 계셨죠?

이혁 : 저요. 저는 내일 심문날짜를 받기로 했어요. 저는 수술하고 좀 늦게 냈어요. 변호사 안 붙고요. 가정법원이라 일단 넣었어요. 저는 먼저 주위 사람들한테 뭐가 필요한지 물어서 미리 뽑아놓고 준비할 거 만들어놓고, 법원에 가서 그냥 낸 거예요. 그냥 "되는 대로 되겠지, 일단은? [웃음] 법원 쪽에서 뭐 하라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추가로 하고... 그러다 보면 끝나겠지"란 마음이었어요. (판사님 앞에선) 정말 슬프고 진실되게. [같이 웃음] 진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 꼭 되야 된다고 해야겠죠.

기우 : 그렇게 준비하고 기대했는데, 막상 가면 질문 세 개만 하고 나가라 그럴지도 모른다? [웃음]

이혁 : 빨리빨리 끝났으면 좋겠죠.

기우 : 잘 되겠죠.

준우 : 기우와 재웅 두 분은 언제 했어요?

기우 : 같은 해에 했죠. ZZ지법에서 했어요. 그쪽에선 mtf 분이 저랑 똑같은 이유 때문에 한 번 기각을 먹으셨죠. 수술한 지 일정 기간 지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죠.

재웅 : 저는 그 기각 건은 판결로 봤어요. 그래서 화풀이하러 만나서 순대국 먹었었죠. 저는 올해 3월에 내서 4월에 판결 났어요. XX지법에서요. OO지법에서 거부를 당했었어요. 부모 인감이 없으면 접수 자체가 안 된다고 그래서요. 제가 그 재수 없는 케이스라서 되게 많이 알아봤어요. 많이 알아보고 XX지법 쪽으로 해야겠다 싶었고 결과적으로 그쪽으로 하길 잘 넣은 것 같아요. 부모 동의서 없이 가능해요.

준우 : 예전에는 그 부모동의서 없다는 이유 때문에 신청을 안 받아주고 그래서 되게 힘들었잖아요.

이혁 : 특히 집안이 보수적이면 더 힘들죠.

기우 : 다 큰 성인인데, 성인이기를 요구하면서 부모동의서를 내라고 하니...

재웅 : 왜 부모동의서를 내야 될까요? 이해가 안 돼요. 그리고 인감 때문에 더 싫어요. 인감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서 솔직하게 말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셔서 종교적인 문제도 있고 내 정체성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근데 나는 이미 여기까지 (트랜지션을 해)왔고, 장인장모들도 다 알고 있으니까, (성별정정) 해달라"라고요.

준우 : 그 전략 얘기할 떄 살짝 들었던 것 같아요. '부모동의서 없어도 판사를 설득하면 된다. 판사 전에 사무관을 설득하면 된다'는 방식이요.

재웅 : 당시 XX지법 담당 사무관이 지방분이셔서 딱 꽉막히신 분이셨어요. 근데 판사님은 안 그랬죠. 저는 나가서 울지도 않고 그냥 웃으면서 오랫동안 얘기했어요. 거의 20분 얘기했으니까 다른 분들에 비해서 오래 얘기했어요. 이전에 기각 됐을 때는 아예 심문도 안 잡히고 바로 기각됐었는데...

기우 : 저처럼 심문 잡히고 기각됐다는 게 더 황당스럽다니까! 말할 기회조차 없잖아.

준우 : 그냥 수술 날짜에서 얼마 지났느냐만 보고 안 된다고 한 거예요?

기우 : 네, 얼마 안 됐다고. 그렇게 기각되고 관할법원을 옮겨서 한 거죠. 근데 옮긴 쪽에서도 이전 사례가 없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되겠다. 혼자 준비해 가면 또 망하겠다' 싶어서 아는 형님한테 연락을 했더니 그 형이 잘 아는 변호사랑 같이 들어가라고 해서 도움 많이 받았죠.

이브리 :그럼  두 분도 계속 연락 주고받으시면서 중간 과정에 서로 얘기하고 그러신 거죠?

기우 : 친한 동생들한테는 "나 지금 여기까지 왔어. 이만큼 진행됐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얘기들도 하고요. 불안해하니까 또 커뮤니티 내에서 위로 받기도 하고요.

재웅 : 심문할 때 여기 있는 친구들 셋이 같이 갔어요. 불안하니까 기운 좀 내라고.

준우 : 2013년에 3월에 이전과는 다른 취지의 결정이 났잖아요. ftm이 성기수술 없이도 처음으로 통과되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병진 : 좋아서 펄쩍 뛰었죠 뭐.

이혁 : 전 안 믿겼어요. 저는 며칠 더 두고 봤어요. 그 기사가 계속 게시되어 있는지 오보인지 두고 봤을 정도였죠.

병진 : 근데 한편으론 걱정도 됐어요. 이게 모든 법원에서 가능한 일인가? 근데 아니더라고요. 해당법원만 그랬었고. 저도 그 소식을 매일 검색을 해보았는데, 하루 종일 여러 언론사에서 계속 기사가 올라왔고 방송에도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죠. 그때는 전 아직 부모님한테 말하기 전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서 어떻게 설득을 해야 되지?"라는 걱정도 들면서도... 좋았죠. 많이 좋았죠. 왜냐면 그만큼 성별정정만이라도 돼야 내가 어느 정도 사회생활 할 수 있으니까요. 가족한테도 짐이 안 되고,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싶어서 너무 좋았죠. (성별이 안 바뀐) 이 신분으로는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요.

이브리 : 성별정정 하신 분들은 하고 나서 사회생활에서 편한 게 있으세요?

재웅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성별이 걸리지 않으니까 이제는 스펙이 걸려요. 저는 그냥 성별정정이 되면 이력서를 넣을 때 맘에 걸리는 게 없으니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되고 나니까 평범한 일반 남자들의 스펙이랑 비교가 되더라고요. 물론 스펙이 안 좋은 남자들도 있겠죠. 근데 취업시장에 나갔을 때 성별이 안 걸리니까 다음으로는 스펙이 자꾸 걸리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급하게 취업을 해야 돼요.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업자등록도 낼까 생각했었는데, 기본적인 자금력이 지금 없어서 우선은 돈을 좀 모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근데 나이가 더 어린 분들이 성별정정이 되시면 못 해도 일 이년 정도는 본인의 역량을 조금이라도 쌓을 수 있는 취업 경력을 하나 만들어서 나가야 요즘 취업시장에는 그래도 중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의 반 정도는 가겠더라고요. 그런 점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머지는 뭐... 그냥 사소한 게 다 행복한 거죠. 병원 가서 진료받는 일부터, 국민연금이랑 건강보험에서 뭐 날라오면 그거 볼 때나, 인터넷 새로 가입할 때... 그런 게 행복한 거죠. 맞아, 민방위 훈련 날라올 때도요. 민방위 훈련 다녀오면 교육확인증 끊어주잖아요. 저 올해 갔다 왔어요. 재미 있었어요.

이혁 : 남자들은 그거 가는 거 싫어하는데...

재웅 : 일반 남자들 다 가기 싫어하고 다들 숨어서 자는데, 저는 "여기 완전 이거 뭐야?!" 이러면서... [같이 웃음] "아, 이제 나라에서 인정해주는구나. 전쟁 나면 저렇게 대피해야지" 이런 생각 하면서.

준우 : 아직 (성별정정) 안 하신 두 분도 조만간 하실 생각인가요?

병진 : 조만간이라고 해도 1년 후쯤? 성기수술하고 나서 부모님한테 말씀 드리고 진행할 생각이에요.

준우 : 수술비는 준비된 거예요?

병진 : 다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제… 근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말 돈 모으기 힘들어요. 이렇게 벌어서는 당연히 저축도 못 하거니와 생활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따로 모으는 건 불가능하고 힘들죠.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못 버는 것보단 그래도 좀 나으니까... 물론 수술 안 해도 성별정정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는데, 안 하고도 될 수 있다고 쳐도 수술을 하고 성별정정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냥 다 없애고 하고 싶더라구요. 그건 제 만족이니까.

하준 : 가능한 외국처럼 ID카드를 바꾸는 식이면 훨씬 살기가 편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아직은 그렇게 되기 힘든데, 그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