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을 클릭하면 연재 중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게제된 글을 무단으로 전제/ 도용할 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미라2. 내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싶을 때는 저를 찾을 테니까

준우: 저는 소연에게 인터뷰할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을 때,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더 친해진 사람, 그리고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이라고 소개를 받았어요.


미라: 내가 제일 이해 못 할 거 같아서 그랬나.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은) 사이였나 봐요, 내가. [웃음]  나한테 제일 늦게 얘기해 놓고 지금 나랑, 나랑 제일 많이 연락하고, 나랑 제일 많이 만나고.


준우: 그렇게 된 무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미라: [침묵] 글...쎄...? 어쨌든 나도 그냥 평범하게 다른 친구들처럼 이성을 만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보니까. 그때 걔가 나한테 얘기할 때 “나도 중고등학교 때 여자 만났었고 남자도 만났었고, 이런 저런 경험 끝에 내 성적 지향을 알게 되었다. 네가 그렇게 왜 나에게 겁을 먹고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한다.”라고 얘기를 해 주었고, 그때부터 우리 이렇게...(가까워졌어요.)


뭐, 소연은 항상 궁금해 해요. “네가 만났을 때 트랜스젠더라면 어떨 거 같냐?” 그리고 “여자든 남자든 트랜스젠더라면 너는 어떨 거 같아?” 이런... 솔직히 나는 전혀! 남자/여자면 어떻고 트랜스젠더면 어떻고 그런데... [웃음] 나랑 맞으면 그만이지~ 그렇잖아요.


항상 나한테 뭔가 자꾸 물어 봐. (소연은) 항상 트랜스젠더라는 거에 대해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하는... 정말 필요한 고민이면 모르겠는데 쓸데없는 고민까지 너무 고민이 많아요. 항상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사람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자기가 트랜스젠더라는 거에 대해서, 아니면 다른 트랜스젠더 분들의 그런 상황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너무 자기 일처럼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준우: 자기 고민이 많은 상태?


미라: 그니까 항상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항상 TG분들이 고민을 하는 거는, 남들한테 보여지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고민하는 건.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말해 줄 수 있는 게 걔 입장에서는 저 밖에 없는 거죠.


준우: 소연은 자기가 시스젠더인 친구가 아주 많다고 자랑했는데?


미라: 일반 친구는 많아요. 그런데 일반 친구는 많지만 거기에 대고 이렇게 물어봐야... 예를 들어 그런 거. “나 어때 보여? 나 오늘 좀 괜찮아? 예뻐 보여?” 본인이 여자니까 여자한테 더 물어보고 싶잖아요. “오늘 예뻐? 괜찮아? 오늘 잘 된 거 같아? 머리 좀 괜찮아, 괜찮지 않아?” 또 한 번씩 “야, 너 오늘 화장 잘 됐다. 화장 어떻게 해? 화장법 뭐?” 물어보면 뭐해. 자기가 안 하면서. [웃음] 이런 거 물어보는...


애들한테 물어봐도... 아무래도 남자애들은 여성성을 띄더라도 남자는 남자잖아요. 남자는 남자이기 때문에”그래, 예뻐”(라고만 답해요.) 물어봤자 자기도 답답하고 만족스럽지도 않고.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은 그러고. 굳이 애써서 내가 널 이해를 해야 되겠으니까 설명을 해 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네가 왜 그러는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무언가 필요해’라고 하지 않거든요. 그냥 내가, 걔가 아마... 걔가 다른 친구들한테 말했을 때도 아마 이랬을 거예요. “나는 이래”라고 말 했으면 친구들은 그냥 “아, 그래. 그렇구나. 네가 그렇구나. 그래~” [웃음] 그 친구들은 거의 그냥 뭔가 꼬치꼬치 캐묻고 따지고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 친구들도, 다른 친구들은. 그냥 “내가 이래.”


이런 순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정말 일반인 친구들은 성격이 워낙 그렇다 보니까, 뭐. 정말 뭘 몰라요, 뭘.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걔가 성격이 그러니까 그런가 보죠.


워낙 그 친구도 성격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그나마 자기를 좀 더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한 거죠. 주로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하고, 자주 나눴었죠. 무슨 일 있을 때, 자기가 고민이 있을 때... 물론 자주 찾진 않지만. [웃음] 필요한, 내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싶을 때는 저를 찾을 테니까.


준우: 인터뷰하기 전 소연에게 “어떤 사람이야?”하고 물었는데 “나도 잘 모르는데요” 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미라: 서로 몰라. 서로 몰라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마찬가지이고 걔도 마찬가지이고, 저도 그 친구들을 만날 때도 아직도 성격 아직 다 이해 못 하고. 서로 그냥 친구 관계, 소연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제 친구 보면 솔직히 그냥 서로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고 깊이 들어오지도 않고. 정말 친하고 가까운 사이이기는 하지만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걔에 대해서 뭔가를 그렇게 막 따로 바란다거나 “네가 내 친구이니 이래줬으면 좋겠어” 막 이런 거 전혀 없어요.


준우: 어떻게 보면 쿨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네요.


미라: 그런데 걔는 외로움이 너무 많아요. 걔는 근본적으로 자기가, 뭐라 그래야 되지? 그니까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부터도 본인이 혼자라고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얘기를 해보면. 그래서 외로움을 너무 많이 타서... 주변에 사람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하는 그런 게 있어요. 어느 누구한테도 밉보이는 거 싫어하고, 다 좋게 좋게 지냈으면 좋겠고, 내가 싫어도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이해를 못 하는데 내가 싫어도 그냥 이 순간만 지나면 그냥 원활하게 지나갈 수 있겠지.” 하지만 다음에도 그 사람이 또 문제를 일으키거든요.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이런 거?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면 (소연은) 항상 주변에서 뭔가 멀어지는 걸 되게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거 같아요. “언젠가 이 사람이 떠날지도 몰라.”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자기가 원하는 걸 정말 못 참겠으면 얘기를 하겠지만,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 건 거의 참고 넘어가려고 하는. 말 안 하고 참고 넘어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은 계속 눈에 걸리고 자기는 더 힘들어지고. 그게 문제인 거 같아요.


자기 주변에 사람이 들끓는 거 되게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거 되게 싫어하고. 그걸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지만 나는 좀 그래. 굳이 꼭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뭐... 내가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필요한, 내 인생에 필요한 사람과 필요 없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필요한 사람을 내 곁에 두려는 건 옳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전혀 도움이 안 돼. 나한텐 필요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도 그런 사람한테도 막 참고 견디고 막. 그렇게 옆에 두려고 하고...


준우: 소연이 미라씨한테 봐주는 거는 혹시 있어요?


미라: 뭐… “오늘 잘 됐어. 머리 예쁘네” 걔는 그런 식으로 시선을 받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뭔가 하나를. 보통 친구한테 “오늘 머리를, 화장이 잘 됐네? 오늘 뭐 옷이 예쁘네? 그런 것들을 주로 칭찬을 하는 거죠. [웃음] 평소에 무시하다가도 가끔 한 번씩 있죠. “오늘 옷 예쁘네.” [웃음] 옷 예쁘네 이러면 “그래, 이뻐!” 그러면서!


그럴 때 되게 좋아하니까. 한 번씩은 이렇게 뭔가 하나 찾아내서 칭찬을 하고 그런 거예요


준우: 패싱 관련해서 한가지 물어볼게요. 소연이 디자인 공부를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기 몸도 잘 알고 여성인 다른 친구들한테 패싱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데요. 그런 거 같아요?


미라: 아, 뭐~ 걔가 막, 걔가 말한 대로 따르고 좋고 막 이런 건 아닌데. [웃음]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하죠.


준우: 소연의 패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세요?


미라: 근데 뭐, 워낙 옷 입는 스타일이나 자기 스타일이 확고하게 이렇게 와 있어서, 옷 입는 거, 스타일에 대해서는 뭐, 딱히 뭐, 더 여성스럽게 입어야 된다 이런 건 없는데. 솔직히 난 요새 죽어라 하는 게 있거든요. 속옷을 하고 다니라고.


준우: 아, 속옷을 하고 다니라고?


미라: 네. 속옷을 하고 다니라고. 속옷을 하라고. 그게 너무 답답한 거야. “난 가슴이 작아, 가슴이 작아서 속옷 같은 거 안 해도 돼” (나는) “여자한테 속옷은 굉장히 중요한 거야. 입으라고!” [웃음]


미라: 어! 그것도 속옷도 안 하고 입어. 그니까 내가 속이 터지는 거잖아. “너 여자야. 너 여자라고~” 그래, 나 여자야, 여자인데 그렇게 너무 평소에 안 하다가 갑자기 하면 불편하죠. 불편한 건 알지. (하지만) 하고 다닐 땐 하고 다녀야지. 특히 빈티지 스타일의 옷을 입을 땐 속옷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준우: 스포츠 브라 같은 건 하던데….


미라: 압박을 해주는 거라서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소연은 호르몬을 맞고 수술을 한 상태에서 이제 자라나기 시작한 거라 압박 줘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거든요. [웃음] 그러니 차라리 속옷을 입고 다니라고. 그런 거 말고는... 괜찮아요. 속옷 말고는 걔 패션에 대해서 그렇게 터치는 하지 않는 거 같아요.


수엉: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볼 때 예전에 볼 때랑 달라진 있어요?


미라: 걔가 나를 대하는 거 자체가 달라졌어요. 내가 자기를 여자로 대해줄 것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쨌든 난 여자로 대하고 있으니까 편하게 여자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것처럼 “요새 무슨 브랜드 옷이 막 나왔다…” [웃음] “이런 디자인의 옷이 되게 좋더라, 오오~” 이런 얘기를 하고. 예전엔 생각도 못 했죠. [웃음] 본인도 그런 얘기를 친구들 앞에서 꺼내지를 않았으니까. 주로 그런 얘기를 (해요). 어느 브랜드 옷이 괜찮더라는 얘기를 꺼내도 100% 남자애들은 “이 옷이 멋있대” 이런 얘기를 꺼내지, “어디 옷이 예쁘대” 막 (이러지는) [웃음] “라인 죽인다더라” 이런 얘기 절대 (안 하죠). [웃음]


또, 변한 거라면 대화하는 주제라든가. 좀 더 친하게 지내게 되고 좀 더 많이 만나게 되고... 사실 그 전의 성격이랑 크게 막 달라진 것도 없고. 제가 느끼기에는 그래요. 얘가...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서 크게 너무 여성스러워지려고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서.


준우: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러나요?


미라: 그러고보니 옛날부터 나한테 한 번씩 은근슬쩍 바이란 어떤 개념인지 지속적으로 물어봐요. (소연이) 항상 둘러서 물어보는 스타일이라... “왜 바이라고 물어보냐면 어떻게 대답할 거야? 어떻게 대답할 수 있어? 넌 왜 바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난 그런 것도 조금 그랬죠.


”너 바이니?” “몰라~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지, 거기에 대해서 너가 왜 바이가 되었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래, 나는 내가 바이지만 솔직히 모르겠어. 되게 애매하고 어정쩡한 그런 성적 지향이 나는 바이라고 생각해.” 뭐 하나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도 없고... 나는 당당하지만, 아무나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아, 몰라. 나는 바이인데, 내가 뭐 어쩌라고” 이렇게 말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에휴~” 이렇게 볼 거 아니냐고.


난 중고등학교 때는 내가 레즌줄 알았어요. [웃음] 그래서 만나는 친구들도... 지금 어울리는 친구들 외에는 다른 애들은 거의 만나지도 않았고, 레즈인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놀았으니까. (그렇게) 그냥 내가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십 대 초반에 남자를 만났어요. 만나고 나서, 아 남자도 그냥 내가 그렇게 거부반응이 있거나 이런 건 아니구나. 하고 느꼈을 때부터 심각한 고민이 들기 시작한 거죠.


준우: ‘어? 왜 이러지?’ 이런 식으로요?


미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친구로 생각해서 편하게 생각하는 건가.. 근데 남자를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세 번 만나고 이러다보니까. [웃음]그냥 친구처럼 생각해서 만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되게 심각해지기 시작했죠. 혼자서. 그래서 성적 지향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면, 내가 바이라고 밝혔을 때 제 친구들이 “어머, 너 바이야? 어떡해?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이러면서 “그냥 여자를 안 만나면 되잖아. 남자 만나. 남자를 연애 대상으로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연애 대상에 포함이 된다고 했으니 여자 신경 끄고 남자 신경 써. 그럼 되잖아.” 근데 그게 맘대로 되면 내가 이렇게 살겠냐고? [웃음] 그렇잖아요. 내가 그게 되냐고, 그게 되면. 남자만 국한적으로 남자만 의식해서 남자만 연애 대상으로 보고 남자랑 만나서 결혼해서 애 낳고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웃음]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아예 내가, 차라리 레즈였으면. 차라리 그러면 대놓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간단하잖아요. 근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사냐고, 왜 네가 왜 그런 기분을 가지고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냐고 물어봐도 할 말이 없어. [웃음] 할 말이 없어서 “아니,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쩔 땐 여자고 어쩔 땐 남자야.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해요. 그래도 (사람들은) 여자에 대해서 관심을 끊으면 된다고...


준우: 어떻게 보면 편견 섞인 질문이기는 한데, (미라가) 바이이기 때믄에 소연이 자기가 그런 얘기 할 사람으로 좀 더 보지 않았을까요?


미라: 네.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바이이기 때문에 걔가, 그 친구가 나한테 더 얘기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 애가 그랬어요. 트랜스젠더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너는 나보다는 평범에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다른 커뮤니티 트랜스젠더들이나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사회로 나갈 때 좀 더 적응을 좀 더 쉽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네가.” (소연이) 나한테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