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운동, 그리고 TG 운동
쭈느 : TG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명자 : 아... 어떻게 알게 됐지?
쭈느 : 지금 완변에도 나가고 있고 어쨌든 이쪽 바닥(퀴어 이슈) 활동들을 하고 있잖아요.
명자 : 그니까... [웃음] 그니까 원래는 민노당 때부터 계속 진성당원이었어요. '민노당'이라는 이름을 쓸 때, 합당하기 한참 전부터 당원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잘 나가지는 않았어요. 지역 모임이라든지 그런 거 아주 가끔씩 나가는 정도에, 예. 진성당원이지만 진하지는 못했던.
쭈느 : 중앙이 아니라 지역 활동.
명자 : 그쵸. 그냥 이름 걸어놓은 당원이었죠. 어차피 다 환급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래도 좌빨이었어요. [웃음] 남 앞에 나서서 하는 거 싫었고, 운동권 분위기도 싫었고요. 그런 선배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선배들... 저희 학교가 NL 계열이었거든요. 옛날에는 데모도 엄청나게 했고. 근데 그런 분위기도 싫었고. 사실 또 그런 선배들이 졸업해서 확 바뀌는 걸 보면 참~ 참 더럽구나 싶은 그런 것도 있었고요. 그래도 한겨레는 정기구독하고 이랬죠. 전 그냥 키보드워리어로 활동하는 그런 좌빨이었죠. 좌빨이라기 보다는 깨시민? [웃음] 근데 이제, 돈도 좀 버니까 기부 같은 걸 좀 해보자 생각했었는데, 최종 결정을 한 건 기부를 할 거면 정당에 후원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그래도 이런 애들도 있어야 되겠다 하는 민노당에 진성당원을 한 거고요. 그랬다가 분당 사태가 나면서 당이 깨지고 이러면서 나오고, 탈당을 하고...
지금껏 매달 내던 액수가 있는데 이걸로 뭐 할까라고 하다가 LGBT 쪽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 마침 시간도 많아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가 완변에서 새로운 멤버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참여하게 되었죠). 참고로 완변의 변태는, 정식영문명칭으로 퀴어예요. Totally Queer 라는. [살짝 같이 웃음] 완전변태의 영문 이름이에요. 당시 TG로 검색을 하다 보면 지렁이가 검색되어서 '어? 이런 게 있어?' 눌러 들어가봤더니 이미 없어졌더라고요. [웃음] 검색은 되는데 이미 없더라고요. 그리 해서 완변으로 갔고요.
그리고 그때 센터(KSCRC)와 처음 얘기를 나누게 된 계기는... 트랜스젠더 애들 조건만남 하는 애들 후기를 올리는 사이트가 있어요. 지금도 어둠의 경로에 있거든요. 거기서 생긴 문제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을 하다가 센터로 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채윤 님이 딴 데를 소개시켜 주고... 그렇게 센터를 처음 왔던 건 작년 말 정도예요. 11월 쯤 되겠네요. 완변은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있고 센터에는 일단 CMS 넣고. 센터에서 하는 일에 동의되고 그래서 CMS 넣고 있다가 보니까 센터에서 이런 걸(조각보)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들어오게 된 거죠.
쭈느 : 그쪽(조각보)에서 먼저 컨택 들어오지 않았어요?
명자 : 아뇨. 처음에는 하는지 몰랐어요. 신청마감 막판에야 알았어요. 알려주지도 않았었죠. 그래서 거의 끝물에 신청을 했어요. 이틀인가 사흘인가 남기고. 그래서 "와, 내가 될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 되더라고요. [다들 웃음]
쭈느 : 완변에서 공연도 한다면서요.
명자 : 하고 싶은 거 그냥 하는 거죠. 완변은 그냥 뭔가 어떤 걸 위해서 막 사업을 하고 그러는 모임이 아니잖아요. 그냥 모여서, "요번에 뭐하고 싶니?" 그러면 "뭐 하고 싶어", "그래 그거 하자~" 이런 식으로 하는 데라서.
쭈느 : 완변의 그런 컨셉은 참 좋은 거 같기도 해요.
명자 : 예. 그렇게 압박이 없는 그런 활동이라서요. 근데 사실 할 만 해요. 재미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가족한테 커밍을 안 했고, 아직까지는 별로 가족에게 커밍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뭔가 제가 대외적으로 목소리가 커지는 거는 못 하지만, 그거 이하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트위터에도 페북에도 트랜스젠더라고 (밝히고 있고). 아니면 지금 일할 때 트랜스젠더라고 밝히는 게, 딱히 숨길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그렇게 돼야 되는 것도 맞고요. 클로킹 타고 숨어버린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소원대로 외국을 가게 되면 여기서 하던 활동 같은 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 거고요.
쭈느 : 그래서 활동하는 게 혹시 한시적인 계획인 건가 싶은 것도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단체 활동을 하면 일종의 커뮤니티 활동처럼 자기 자긍심에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 단순하게 이게 옳아서 하는 것만은 또 아닌 거겠고요.
명자 : 어~ 근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모르겠는데, 그런 게 있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 거고요. 예. 활동을 하면서 또 어떤 그런, 자긍심이나 이런 것들이 생기는 것도 있는 거 같고요.
쭈느 : TG 운동을 한 경험은 이전에는 없었던 거예요?
명자 : 네. mtf 커뮤니티에서 약간은 운동권이었죠. 사건이 생기면 막 악플 달고 하는...
쭈느 :그 시기에는 뭔가 TG 관련하여 해 볼 생각은 없었어요?
명자 :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요. 아까 말씀 드렸지만 제가 드러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고요. 그때는 몰래라도 할 만한 그런… 상황이 아니었죠. [고개를 저으며] 네. 생각조차도 못했죠. 지금은 이런 아이덴티티로 살고 있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어요. 그냥 이 아이덴티티로 뭔가 활동 영역도 넓혀야 되는 거고, 인간관계도 넓혀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이전 인간관계들은 어차피 제가 다 포기할 거기 때문에, 그들에겐 커밍을 안 할 거기 때문에. 그니까 지금은 (TG 활동 영역에서) 열 불나게 다니고 있죠. [웃음] (공개적인 장소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건) 어쩔 수 없죠. 계속 겹치는 거지만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안 했기 때문에... 아웃팅 되는 게 싫은 거죠. 제가 전에 알던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외모가 된다면, 아예 못 알아볼 정도면, 그러면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지금은 "어? 쟤 걔 아냐?" 알아 볼 거라서 힘들고. [잠시 침묵] 목소리 (수술)까지 하고 나면 혹시 모르겠어요.
쭈느 : "언제까지 TG인가"라든지, TG 당사자 운동이라든가라는 얘기가 이제 등장하는 거 같은데. 그에 대한 견해가 어떤가 궁금해요. 그 전에는 어떻게 지냈는가 해서...
명자 : 저는 제가 생활이 되는 형편이고, 사실 지금 이 아이덴티티로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프리랜서긴 해도. 그러다 보니 저는 수술을 하고 뭐 이런다고 하더라도 TG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를 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위치인 거고요. 그리고 별로 그게 부끄럽거나 이렇지도 않아요. 저는 아직 커밍아웃에 대한 문제는 있지만요. 근데 사실 딴 사람들(다른 TG 당사자들)한테 강요하기는 힘들죠. 그 사람들은 사실 그걸 숨겨야 생활이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런 사람이 훨씬 많을 거고요.
쭈느 : 최근에 여기저기에 기고도 하고 차별금지법 관련한 글도 쓰고 그랬잖아요. 그건 지금의 활동하고 연관된 거였어요?
명자 : 사실 그렇진 않아요. 저는 그냥 블로그를 했을 뿐인데 그쪽(언론사)에서 연락이 온 거고요.
쭈느 : 네. 거기서 글 섭외 들어왔었을 때 포커스는 뭐였어요? TG 당사자였던 거? 아니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거였던 거?
명자 : 그냥 글이 재밌었던 거죠. [웃음]
미래는 과거와의 단절? : 외국에 가서 살고 싶은 욕구
쭈느 : 이전 관계망에 커밍을 안 해 온 거면, 예전 동창들은 전혀 모르겠네요?
명자 : 전~~혀 모르죠. 동창 애들을 최근에 본 게 4, 5개월 전쯤인데. 제가 이제 약간 여성스러워지니까 애들이 막... 그러니까 흘러가는 얘기로만 대해서, '얘들 다시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큰 웃음] 그냥 머리는 지금보다 조금 짧았는데, 묶고 있었고... 근데 그때 그런 모습으로도 근데 회사를 다녔으니깐요.
쭈느 : 만나서도 제대로 커밍아웃은 안 한 거?
명자 : 아, 그렇죠. 저는 예전부터 알던 인맥들한테 커밍아웃한 게 한 건도 없어요. 한 번 알려지면 쫘악 퍼져나가니까. 게다가 그 동창회 자리에서 외국에 나가 있어서 그 자리에 없는 애가 하나 있었는데, 걔 게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딴 식으로 퍼져나가는 그런 모습을 본 거죠. 그래서... 커밍 안 할 거예요.
쭈느 : 그치만 동창회 때 다들 막 물어 볼 거 아니에요? 외모나, 왜 아직 결혼 안 했냐~
명자 : 음햐햐햐햐~ [약간 음흉한 웃음] 예. 결혼을 한 번 했으니깐요. 그런 거는 안 물어보죠. 게다가 지금 이 나이 때쯤 되면 애들이 다 결혼한 상태라 애가 한 둘씩은 다들 있으니깐요.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죠. 자유롭게 사니까~
쭈느 : 처자식 없는 30대 중후반 남자로 여겨지는 건가요?
명자 : 그럼요. 게다가 제가 동안이고, 재밌게 사는 거 같고... 그러니까 저를 부러워하죠.
쭈느 : 가족한테도 계속 얘기 안 할 거예요?
명자 : 쓰~ [찌뿌리며] 아마도요? 모르겠어요. 어떤 계기가 있거나 시점이 있거나 하면 얘기를 하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는 굳이~ 그리고 지금 제가 여기(한국)에선 이러고 직장을 구한다든지 하기는 힘들잖아. 물론 일 하는 (TG)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쭈느 : 정규직이 되긴 힘들지도요. [살짝 헛웃음]
명자 : 그럴 가능성도 크고요. 예를 들어, 요번에 제주도 갔었는데 거기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음(Daum) 회사 안에는 직장 내 커밍하는 오픈리 게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트랜스젠더들은 없고... [웃음] 그들도 그냥 회사 잘 다니고 그런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거는 같긴 한데... 그래도 너~무 조금씩만 바뀌어서...
[약 7~8초 간 침묵]
명자 : 근데 (외국) 나가면 사람들이 절 신경도 안 쓰잖아요. 그런 게 나한테는 훨씬 더 좋은 환경이고. 수술 여부는... 일단 사람이 매일 수술을 받을 순 없잖아요. [같이 웃음]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하니까요. 지금은 일단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일 불편한 것부터 수술해 나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계획 잡고 있는 게 목소리 수술이고요. 지금 계획은 목소리를 먼저 한 다음에 가을쯤에 위(가슴)을 하고, 나갈 때 아래를 하고. 외국 나갈 때 짐을 보내 놓고 방콕을 가는 거죠. [웃음] 한국에서는 안 할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은 아니야.
쭈느 : 위에서 아래까지 다 수술할 돈은 좀 모아 놨어요?
명자 : 있어요. [크게 웃음] 내가 회사를 몇 년 다녔는데~ [웃음]
쭈느 : 안 모아두고 무작정 수술부터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명자 : 무작정? 빚 내서요? [웃음] 그럼 (외국) 못 나갈 거 아니에요. 빚 낸 채 한국에서 산다면 몰라도. 한국에서 살면 갚아나가기라도 하면 되는 거겠지만... 저는 생활신조가 빚은 지지 말자라서요.
수은 : 그러면 외국 나가서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랑 연락 안 할 생각이예요?
명자 : 연락은 어느 정도 하겠죠. 나도 외로울 거고. 나도 사람인데. (가족하고는) 연락 정도는 해야죠. 아예 끊을 수는 없어요.
수은 : 대학 때 알던 사람들이랑은 지금도 연락해요?
명자 : 내가 지금 번호를 없애고 사라져버리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찾고 이럴 수 있기 때문에 번호를 계속 유지를 하긴 하지만... 번호는 그대로니까 연락은 오고 하는데 내가 연락을 안 해요. 연락 받아도 문자로 “그래, 알았어. 갈게~”라고 해 놓고 안 간다든지. 근데 아마 제가 외국에 나가면 그 친구들하고는 연락을 끊지 않을까 싶네요.
수은 : 동창들 외에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랑은요? 옛날에 같이 술 먹었던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명자 : 아니오. 궁금하기는 하죠. 교류 자체가 없죠. 그러니까 문자 교류는 있지만 만나진 않지. 사실 내가 머리도 길어지고 얼굴 쪽 수술도 하고. 그러면서 내 외모가 바뀌니까 쟤네가 이상하게 볼 것이다라는 생각이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에 하나 더하여서 내가 걔네들을 보러 나가려면 남장을 하고 나가야 되는 거잖아. 원래 예전 사람들과의 디폴트가 남장이었으니깐요. 지금은 그렇게 하기가 싫은 것도 있고요. 물론 친구는 보고 싶지. 친했던 애라든지 맨날 술 마시고 이랬던 애들은 보고 싶기도 한데... 지금 제가 남장을 하고 거기를 나간다는 건 사실 뒤로 돌아오는 거거든. 난 지금 앞으로 나가야 되는데. 그렇게 한번 나가면서 다시 뒤로 돌아오는 건 싫어요.
쭈느 : 해외로 나가는 거면 호주 쪽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면 영어권 어디 딴 데?
명자 : 일단은... 제가 영어권에서 일했던 경력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일단 레쥬메 쫙 보내고, 아무데서나 답 와라 인거고, 어디 연락 오면 알래스카라도 가야죠. 거기서 1년이고 2년이고 처박혀서 일하면 어학도 어느 정도 늘 테고요. 어차피 기술 쪽으로 쓰는 비지니스 랭귀지는 비슷하거든요. 그런 것도 어느 정도 늘겠고. 그리고 그쪽 로컬에서 일했던 경력도 생기니까 나중에 딴 데로 옮기기도 쉬울 거고요. 그래서 일단은 받아주는 데 아무 데나 가려고요. 그니까 사실은 이민을 생각하고 나가는 거죠. [잠시 침묵] 근데 나이가 많아서 받아줄지는. 나이 많은 상태에서 이민을 하려면 결혼 밖에 없어요. [웃음] 아니면 망명? [웃음]
쭈느 : 남자를 잡아야 되는 건가? 현지 남자를?
수은 : 성별 정체성으로 망명은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명자 : (망명이) 가능하긴 한데. 그게 기간도 더럽게 오래 걸리고, 그 자체로 이미 커밍아웃이죠. 나라마다 망명자에 대한 규정이 다 달라서, 돈 버는 일을 하면 안 되는 국가도 있고... 그러면 뭐 먹고 살어~? 캐나다가 그렇다는 얘기는 듣기도 했고요. 호주는 잘 모르겠고. 여튼 망명은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할 만한 건덕지도 없어. 내가 여기서 핍박을 받으며 산 것도 아니고 사실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있는데... 근데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웃음]
쭈느 : 망명은 너무 리스크가 크겠네요.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
명자 : 차라리 경력을 쌓는 게 낫죠. 기술 이민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 나라에서 로또라도 돼서 투자 이민을 가거나. [웃음] 로또가 되면 방 겁나 많은 3층짜리 단독 주택에 사람들 부려가며~~ [웃음]
수은 : 그러면 외국 나가서도 계속 LGBT 쪽 커뮤니티 활동을 할 건가요?
명자 : 할 수 있으면. 거기서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나가면 제가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이잖아요. 거기에 어려서부터 쌓은 생활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어디로 갈 지도 모르고요. 물론 제가 나가서 그 동네에서 일을 하게 되면 일 하는 곳이라거나, 어학원을 가게 되면 어학원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친한 집단이 형성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제일 접근하기 쉽고 이런 데는 LGBT 커뮤니티 아니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되겠죠. 외국에서도 그런 데는 갈 거예요. 예. 그리고 사실 서구권으로 나가면 그런 데 나가는 게 오히려 좀 더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구글에서는 5% 정도 성소수자 T/O가 있다거나 [웃음] 그런 식으로요.
쭈느 : 게다가 유색인종이기까지 하잖아요. 유색인종 T/O도 있을 테고. [살짝 웃음] 여성 T/O도 있을 거고...
수은 : 아, 좋다. 다 곱하면 그냥 100% 채용! [같이 웃음]
명자 : 어쨌든. 한국에서는 그런 활동이 불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기반이 전혀 없는 외국을 나가서는 그게 또 어드밴티지가 될 수도 있는 문제라서요. 패싱이 되더라도 이렇게 숨어 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숨어 산다는 거는 약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린 (TG) 친구들이 트랜지션을 하고 나서 숨게 되는 이유는 거기서부터 새로이 삶을 시작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 때문이고요. 하지만 저는 경력이 있고 일을 해왔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새로운 삶이 아니라 지금 삶을 연장을 시켜야 하는... 저는 더 살기가 쉽거든요.
쭈느 : 경력단절을 할 수도 없는 거고.
명자 : 그렇죠.
쭈느 : IT 쪽이 아닌 다른 직업군이었으면 (외국 나가는 것에 대한 입장이) 달랐을 거 같아요.
명자 : 예, 맞아요. 이 기술을 배우기 전에 일한 데는 말로 하는 직업이었어요. 기획서 쓰고 PT 하고... 그러면 외국 나갈 생각을 아예 못했겠죠. 나가려고 전략적으로 개발자가 된 것도 있고요.
쭈느 : 그러면 그 시기 때부터 계획을 갖고 개발 공부를 별도로 했던 거예요?
명자 : 그건 아니고요. 옛날부터 관심은 있었어요. 혼자서 그냥 꿍작꿍작 만드는 거 좋아하고. 그런 걸 혼자서 꽁짝꽁짝 했었죠. 근데 그걸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었고 취미 생활로 했었던 거고요. [벽의 색지 데코레이션을 가리키며] 저거랑 똑같아요. (*인터뷰했던 장소인 명자 거실의 벽 한 켠은 명자가 직접 꾸몄음) 제가 예술가가 되려고 벽에 색종이를 붙이진 않잖아요. 그냥 취미로 했을 뿐인데, 외국 나갈 생각을 하니까 내가 가진 자산 중에 "아 그래, 요걸 쓰면 되겠다! 그러면 이전 직업은 버리고 새로이 경력을 세탁해야지~"가 된 거고. [웃음] 그래서 개발자가 된 거고, 그래서 이제 외국 나가기 수월해진 것도 있는 거죠.
<명자의 인터뷰 끝!>
퀴어운동, 그리고 TG 운동
쭈느 : TG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명자 : 아... 어떻게 알게 됐지?
쭈느 : 지금 완변에도 나가고 있고 어쨌든 이쪽 바닥(퀴어 이슈) 활동들을 하고 있잖아요.
명자 : 그니까... [웃음] 그니까 원래는 민노당 때부터 계속 진성당원이었어요. '민노당'이라는 이름을 쓸 때, 합당하기 한참 전부터 당원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잘 나가지는 않았어요. 지역 모임이라든지 그런 거 아주 가끔씩 나가는 정도에, 예. 진성당원이지만 진하지는 못했던.
쭈느 : 중앙이 아니라 지역 활동.
명자 : 그쵸. 그냥 이름 걸어놓은 당원이었죠. 어차피 다 환급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래도 좌빨이었어요. [웃음] 남 앞에 나서서 하는 거 싫었고, 운동권 분위기도 싫었고요. 그런 선배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선배들... 저희 학교가 NL 계열이었거든요. 옛날에는 데모도 엄청나게 했고. 근데 그런 분위기도 싫었고. 사실 또 그런 선배들이 졸업해서 확 바뀌는 걸 보면 참~ 참 더럽구나 싶은 그런 것도 있었고요. 그래도 한겨레는 정기구독하고 이랬죠. 전 그냥 키보드워리어로 활동하는 그런 좌빨이었죠. 좌빨이라기 보다는 깨시민? [웃음] 근데 이제, 돈도 좀 버니까 기부 같은 걸 좀 해보자 생각했었는데, 최종 결정을 한 건 기부를 할 거면 정당에 후원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그래도 이런 애들도 있어야 되겠다 하는 민노당에 진성당원을 한 거고요. 그랬다가 분당 사태가 나면서 당이 깨지고 이러면서 나오고, 탈당을 하고...
지금껏 매달 내던 액수가 있는데 이걸로 뭐 할까라고 하다가 LGBT 쪽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 마침 시간도 많아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가 완변에서 새로운 멤버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참여하게 되었죠). 참고로 완변의 변태는, 정식영문명칭으로 퀴어예요. Totally Queer 라는. [살짝 같이 웃음] 완전변태의 영문 이름이에요. 당시 TG로 검색을 하다 보면 지렁이가 검색되어서 '어? 이런 게 있어?' 눌러 들어가봤더니 이미 없어졌더라고요. [웃음] 검색은 되는데 이미 없더라고요. 그리 해서 완변으로 갔고요.
그리고 그때 센터(KSCRC)와 처음 얘기를 나누게 된 계기는... 트랜스젠더 애들 조건만남 하는 애들 후기를 올리는 사이트가 있어요. 지금도 어둠의 경로에 있거든요. 거기서 생긴 문제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을 하다가 센터로 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채윤 님이 딴 데를 소개시켜 주고... 그렇게 센터를 처음 왔던 건 작년 말 정도예요. 11월 쯤 되겠네요. 완변은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있고 센터에는 일단 CMS 넣고. 센터에서 하는 일에 동의되고 그래서 CMS 넣고 있다가 보니까 센터에서 이런 걸(조각보)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들어오게 된 거죠.
쭈느 : 그쪽(조각보)에서 먼저 컨택 들어오지 않았어요?
명자 : 아뇨. 처음에는 하는지 몰랐어요. 신청마감 막판에야 알았어요. 알려주지도 않았었죠. 그래서 거의 끝물에 신청을 했어요. 이틀인가 사흘인가 남기고. 그래서 "와, 내가 될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 되더라고요. [다들 웃음]
쭈느 : 완변에서 공연도 한다면서요.
명자 : 하고 싶은 거 그냥 하는 거죠. 완변은 그냥 뭔가 어떤 걸 위해서 막 사업을 하고 그러는 모임이 아니잖아요. 그냥 모여서, "요번에 뭐하고 싶니?" 그러면 "뭐 하고 싶어", "그래 그거 하자~" 이런 식으로 하는 데라서.
쭈느 : 완변의 그런 컨셉은 참 좋은 거 같기도 해요.
명자 : 예. 그렇게 압박이 없는 그런 활동이라서요. 근데 사실 할 만 해요. 재미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가족한테 커밍을 안 했고, 아직까지는 별로 가족에게 커밍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뭔가 제가 대외적으로 목소리가 커지는 거는 못 하지만, 그거 이하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트위터에도 페북에도 트랜스젠더라고 (밝히고 있고). 아니면 지금 일할 때 트랜스젠더라고 밝히는 게, 딱히 숨길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그렇게 돼야 되는 것도 맞고요. 클로킹 타고 숨어버린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소원대로 외국을 가게 되면 여기서 하던 활동 같은 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 거고요.
쭈느 : 그래서 활동하는 게 혹시 한시적인 계획인 건가 싶은 것도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단체 활동을 하면 일종의 커뮤니티 활동처럼 자기 자긍심에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 단순하게 이게 옳아서 하는 것만은 또 아닌 거겠고요.
명자 : 어~ 근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모르겠는데, 그런 게 있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 거고요. 예. 활동을 하면서 또 어떤 그런, 자긍심이나 이런 것들이 생기는 것도 있는 거 같고요.
쭈느 : TG 운동을 한 경험은 이전에는 없었던 거예요?
명자 : 네. mtf 커뮤니티에서 약간은 운동권이었죠. 사건이 생기면 막 악플 달고 하는...
쭈느 :그 시기에는 뭔가 TG 관련하여 해 볼 생각은 없었어요?
명자 :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요. 아까 말씀 드렸지만 제가 드러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고요. 그때는 몰래라도 할 만한 그런… 상황이 아니었죠. [고개를 저으며] 네. 생각조차도 못했죠. 지금은 이런 아이덴티티로 살고 있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어요. 그냥 이 아이덴티티로 뭔가 활동 영역도 넓혀야 되는 거고, 인간관계도 넓혀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이전 인간관계들은 어차피 제가 다 포기할 거기 때문에, 그들에겐 커밍을 안 할 거기 때문에. 그니까 지금은 (TG 활동 영역에서) 열 불나게 다니고 있죠. [웃음] (공개적인 장소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건) 어쩔 수 없죠. 계속 겹치는 거지만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안 했기 때문에... 아웃팅 되는 게 싫은 거죠. 제가 전에 알던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외모가 된다면, 아예 못 알아볼 정도면, 그러면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지금은 "어? 쟤 걔 아냐?" 알아 볼 거라서 힘들고. [잠시 침묵] 목소리 (수술)까지 하고 나면 혹시 모르겠어요.
쭈느 : "언제까지 TG인가"라든지, TG 당사자 운동이라든가라는 얘기가 이제 등장하는 거 같은데. 그에 대한 견해가 어떤가 궁금해요. 그 전에는 어떻게 지냈는가 해서...
명자 : 저는 제가 생활이 되는 형편이고, 사실 지금 이 아이덴티티로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프리랜서긴 해도. 그러다 보니 저는 수술을 하고 뭐 이런다고 하더라도 TG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를 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위치인 거고요. 그리고 별로 그게 부끄럽거나 이렇지도 않아요. 저는 아직 커밍아웃에 대한 문제는 있지만요. 근데 사실 딴 사람들(다른 TG 당사자들)한테 강요하기는 힘들죠. 그 사람들은 사실 그걸 숨겨야 생활이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런 사람이 훨씬 많을 거고요.
쭈느 : 최근에 여기저기에 기고도 하고 차별금지법 관련한 글도 쓰고 그랬잖아요. 그건 지금의 활동하고 연관된 거였어요?
명자 : 사실 그렇진 않아요. 저는 그냥 블로그를 했을 뿐인데 그쪽(언론사)에서 연락이 온 거고요.
쭈느 : 네. 거기서 글 섭외 들어왔었을 때 포커스는 뭐였어요? TG 당사자였던 거? 아니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거였던 거?
명자 : 그냥 글이 재밌었던 거죠. [웃음]
미래는 과거와의 단절? : 외국에 가서 살고 싶은 욕구
쭈느 : 이전 관계망에 커밍을 안 해 온 거면, 예전 동창들은 전혀 모르겠네요?
명자 : 전~~혀 모르죠. 동창 애들을 최근에 본 게 4, 5개월 전쯤인데. 제가 이제 약간 여성스러워지니까 애들이 막... 그러니까 흘러가는 얘기로만 대해서, '얘들 다시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큰 웃음] 그냥 머리는 지금보다 조금 짧았는데, 묶고 있었고... 근데 그때 그런 모습으로도 근데 회사를 다녔으니깐요.
쭈느 : 만나서도 제대로 커밍아웃은 안 한 거?
명자 : 아, 그렇죠. 저는 예전부터 알던 인맥들한테 커밍아웃한 게 한 건도 없어요. 한 번 알려지면 쫘악 퍼져나가니까. 게다가 그 동창회 자리에서 외국에 나가 있어서 그 자리에 없는 애가 하나 있었는데, 걔 게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딴 식으로 퍼져나가는 그런 모습을 본 거죠. 그래서... 커밍 안 할 거예요.
쭈느 : 그치만 동창회 때 다들 막 물어 볼 거 아니에요? 외모나, 왜 아직 결혼 안 했냐~
명자 : 음햐햐햐햐~ [약간 음흉한 웃음] 예. 결혼을 한 번 했으니깐요. 그런 거는 안 물어보죠. 게다가 지금 이 나이 때쯤 되면 애들이 다 결혼한 상태라 애가 한 둘씩은 다들 있으니깐요.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죠. 자유롭게 사니까~
쭈느 : 처자식 없는 30대 중후반 남자로 여겨지는 건가요?
명자 : 그럼요. 게다가 제가 동안이고, 재밌게 사는 거 같고... 그러니까 저를 부러워하죠.
쭈느 : 가족한테도 계속 얘기 안 할 거예요?
명자 : 쓰~ [찌뿌리며] 아마도요? 모르겠어요. 어떤 계기가 있거나 시점이 있거나 하면 얘기를 하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는 굳이~ 그리고 지금 제가 여기(한국)에선 이러고 직장을 구한다든지 하기는 힘들잖아. 물론 일 하는 (TG)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쭈느 : 정규직이 되긴 힘들지도요. [살짝 헛웃음]
명자 : 그럴 가능성도 크고요. 예를 들어, 요번에 제주도 갔었는데 거기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음(Daum) 회사 안에는 직장 내 커밍하는 오픈리 게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트랜스젠더들은 없고... [웃음] 그들도 그냥 회사 잘 다니고 그런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거는 같긴 한데... 그래도 너~무 조금씩만 바뀌어서...
[약 7~8초 간 침묵]
명자 : 근데 (외국) 나가면 사람들이 절 신경도 안 쓰잖아요. 그런 게 나한테는 훨씬 더 좋은 환경이고. 수술 여부는... 일단 사람이 매일 수술을 받을 순 없잖아요. [같이 웃음]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하니까요. 지금은 일단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일 불편한 것부터 수술해 나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계획 잡고 있는 게 목소리 수술이고요. 지금 계획은 목소리를 먼저 한 다음에 가을쯤에 위(가슴)을 하고, 나갈 때 아래를 하고. 외국 나갈 때 짐을 보내 놓고 방콕을 가는 거죠. [웃음] 한국에서는 안 할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은 아니야.
쭈느 : 위에서 아래까지 다 수술할 돈은 좀 모아 놨어요?
명자 : 있어요. [크게 웃음] 내가 회사를 몇 년 다녔는데~ [웃음]
쭈느 : 안 모아두고 무작정 수술부터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명자 : 무작정? 빚 내서요? [웃음] 그럼 (외국) 못 나갈 거 아니에요. 빚 낸 채 한국에서 산다면 몰라도. 한국에서 살면 갚아나가기라도 하면 되는 거겠지만... 저는 생활신조가 빚은 지지 말자라서요.
수은 : 그러면 외국 나가서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랑 연락 안 할 생각이예요?
명자 : 연락은 어느 정도 하겠죠. 나도 외로울 거고. 나도 사람인데. (가족하고는) 연락 정도는 해야죠. 아예 끊을 수는 없어요.
수은 : 대학 때 알던 사람들이랑은 지금도 연락해요?
명자 : 내가 지금 번호를 없애고 사라져버리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찾고 이럴 수 있기 때문에 번호를 계속 유지를 하긴 하지만... 번호는 그대로니까 연락은 오고 하는데 내가 연락을 안 해요. 연락 받아도 문자로 “그래, 알았어. 갈게~”라고 해 놓고 안 간다든지. 근데 아마 제가 외국에 나가면 그 친구들하고는 연락을 끊지 않을까 싶네요.
수은 : 동창들 외에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랑은요? 옛날에 같이 술 먹었던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명자 : 아니오. 궁금하기는 하죠. 교류 자체가 없죠. 그러니까 문자 교류는 있지만 만나진 않지. 사실 내가 머리도 길어지고 얼굴 쪽 수술도 하고. 그러면서 내 외모가 바뀌니까 쟤네가 이상하게 볼 것이다라는 생각이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에 하나 더하여서 내가 걔네들을 보러 나가려면 남장을 하고 나가야 되는 거잖아. 원래 예전 사람들과의 디폴트가 남장이었으니깐요. 지금은 그렇게 하기가 싫은 것도 있고요. 물론 친구는 보고 싶지. 친했던 애라든지 맨날 술 마시고 이랬던 애들은 보고 싶기도 한데... 지금 제가 남장을 하고 거기를 나간다는 건 사실 뒤로 돌아오는 거거든. 난 지금 앞으로 나가야 되는데. 그렇게 한번 나가면서 다시 뒤로 돌아오는 건 싫어요.
쭈느 : 해외로 나가는 거면 호주 쪽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면 영어권 어디 딴 데?
명자 : 일단은... 제가 영어권에서 일했던 경력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일단 레쥬메 쫙 보내고, 아무데서나 답 와라 인거고, 어디 연락 오면 알래스카라도 가야죠. 거기서 1년이고 2년이고 처박혀서 일하면 어학도 어느 정도 늘 테고요. 어차피 기술 쪽으로 쓰는 비지니스 랭귀지는 비슷하거든요. 그런 것도 어느 정도 늘겠고. 그리고 그쪽 로컬에서 일했던 경력도 생기니까 나중에 딴 데로 옮기기도 쉬울 거고요. 그래서 일단은 받아주는 데 아무 데나 가려고요. 그니까 사실은 이민을 생각하고 나가는 거죠. [잠시 침묵] 근데 나이가 많아서 받아줄지는. 나이 많은 상태에서 이민을 하려면 결혼 밖에 없어요. [웃음] 아니면 망명? [웃음]
쭈느 : 남자를 잡아야 되는 건가? 현지 남자를?
수은 : 성별 정체성으로 망명은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명자 : (망명이) 가능하긴 한데. 그게 기간도 더럽게 오래 걸리고, 그 자체로 이미 커밍아웃이죠. 나라마다 망명자에 대한 규정이 다 달라서, 돈 버는 일을 하면 안 되는 국가도 있고... 그러면 뭐 먹고 살어~? 캐나다가 그렇다는 얘기는 듣기도 했고요. 호주는 잘 모르겠고. 여튼 망명은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할 만한 건덕지도 없어. 내가 여기서 핍박을 받으며 산 것도 아니고 사실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있는데... 근데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웃음]
쭈느 : 망명은 너무 리스크가 크겠네요.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
명자 : 차라리 경력을 쌓는 게 낫죠. 기술 이민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 나라에서 로또라도 돼서 투자 이민을 가거나. [웃음] 로또가 되면 방 겁나 많은 3층짜리 단독 주택에 사람들 부려가며~~ [웃음]
수은 : 그러면 외국 나가서도 계속 LGBT 쪽 커뮤니티 활동을 할 건가요?
명자 : 할 수 있으면. 거기서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나가면 제가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이잖아요. 거기에 어려서부터 쌓은 생활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어디로 갈 지도 모르고요. 물론 제가 나가서 그 동네에서 일을 하게 되면 일 하는 곳이라거나, 어학원을 가게 되면 어학원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친한 집단이 형성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제일 접근하기 쉽고 이런 데는 LGBT 커뮤니티 아니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되겠죠. 외국에서도 그런 데는 갈 거예요. 예. 그리고 사실 서구권으로 나가면 그런 데 나가는 게 오히려 좀 더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구글에서는 5% 정도 성소수자 T/O가 있다거나 [웃음] 그런 식으로요.
쭈느 : 게다가 유색인종이기까지 하잖아요. 유색인종 T/O도 있을 테고. [살짝 웃음] 여성 T/O도 있을 거고...
수은 : 아, 좋다. 다 곱하면 그냥 100% 채용! [같이 웃음]
명자 : 어쨌든. 한국에서는 그런 활동이 불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기반이 전혀 없는 외국을 나가서는 그게 또 어드밴티지가 될 수도 있는 문제라서요. 패싱이 되더라도 이렇게 숨어 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숨어 산다는 거는 약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린 (TG) 친구들이 트랜지션을 하고 나서 숨게 되는 이유는 거기서부터 새로이 삶을 시작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 때문이고요. 하지만 저는 경력이 있고 일을 해왔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새로운 삶이 아니라 지금 삶을 연장을 시켜야 하는... 저는 더 살기가 쉽거든요.
쭈느 : 경력단절을 할 수도 없는 거고.
명자 : 그렇죠.
쭈느 : IT 쪽이 아닌 다른 직업군이었으면 (외국 나가는 것에 대한 입장이) 달랐을 거 같아요.
명자 : 예, 맞아요. 이 기술을 배우기 전에 일한 데는 말로 하는 직업이었어요. 기획서 쓰고 PT 하고... 그러면 외국 나갈 생각을 아예 못했겠죠. 나가려고 전략적으로 개발자가 된 것도 있고요.
쭈느 : 그러면 그 시기 때부터 계획을 갖고 개발 공부를 별도로 했던 거예요?
명자 : 그건 아니고요. 옛날부터 관심은 있었어요. 혼자서 그냥 꿍작꿍작 만드는 거 좋아하고. 그런 걸 혼자서 꽁짝꽁짝 했었죠. 근데 그걸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었고 취미 생활로 했었던 거고요. [벽의 색지 데코레이션을 가리키며] 저거랑 똑같아요. (*인터뷰했던 장소인 명자 거실의 벽 한 켠은 명자가 직접 꾸몄음) 제가 예술가가 되려고 벽에 색종이를 붙이진 않잖아요. 그냥 취미로 했을 뿐인데, 외국 나갈 생각을 하니까 내가 가진 자산 중에 "아 그래, 요걸 쓰면 되겠다! 그러면 이전 직업은 버리고 새로이 경력을 세탁해야지~"가 된 거고. [웃음] 그래서 개발자가 된 거고, 그래서 이제 외국 나가기 수월해진 것도 있는 거죠.
<명자의 인터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