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가족
수진 :수술도 하셨는데 가족들은 모르고 있으세요?
미스타리 :지금 아버지는 모르세요. 같이 집에서 사는데 모르세요. [웃음] 왜냐면 저희 아버지가 딸을 엄격하게 키우는 스타일이셔서. 저희 아버지가 조금 독특하세요. 여자가 머리를 예쁘게 기르고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고 예쁘게 하고 다니면 남자를 만나고 탈선을 하고 나쁜 짓을 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세요. 공부 안 하고 멋부리는데 시간을 쓸 것이다. 그래서 제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하고 다니면 막 박수를 치세요. 쟤 여동생한테 본받아라, 본받아라. 아, 예뻐 죽겠다고. 저렇게 하고 다니라고. 저게 올바른 학생의 자세라고. 머리카락 길고 예쁘게 찍어바르고 그럴 시간에 공부해라. 그런 분이에요. 약간 독특하세요. 군인 같은 스타일.
수진 :그런데 어떻게 아직까지 모르시는 거예요?
미스타리 :약간 놀랍죠? 다들 신기해 하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아주 좋은 사이는 아니고 좀 데면데면한 사이거든요. 매일 마주치지만 워낙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보이시하게 다녔었고 머리도 그러니까. 고2 때까지는 여기(허리)까지 기르다가, 고3 때 공부를 한다고 숏커트도 아니고 한 여기(단발)까지 쳤었거든요. 일단 이뻐야 되는데 너무 짧게 자르면 안 예쁘니까. [웃음] 그래서 이 정도까지 쳤었는데, 그 뒤로 점점 짧아진 거죠.
수진 :그럼 다른 가족들은요?
미스타리 :어머니만 알고 계세요. 여동생은 지금 너무 어려서 아직 말을 못했는데. 이제 고3이거든요. 근데 속옷만 입고 왔다갔다거려도 별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ftm 분들은 가족들한테 빵빵 터트리고 그러거든요. 충격요법처럼 나 뭐야! 막 이러면서 갑자기 딜도 들고 막 흔들면서 왔다갔다 하고. 그런데 전 그렇게 안 했거든요. 근데 조금조금씩 흘리는 거 있잖아요. 어느 날은 웃통을 잠깐 벗고 사악 나왔다가 다시 사라지고. 어느 날은 면도기를 들고 나와서 샤악 뭐 면도하는 척 보여주다 사악 사라지고. 그렇게 조금조금씩 물들이듯 보여주니까 이상하단 이질감을 모르더라구요. 그러니까 정말 조금씩 조금씩 적응 시키는 거죠. 다들 제 방법을 신기해하시더라구요. 아직까지 모르신다는 게 좀 신기하긴 하죠.
수진 :이 모습에, 이 목소리인데.
미스타리 :원래 또 목소리가 조금 걸걸하긴 했었어요.
수진 :그럼 어렸을 때 친구들은 어느 정도 알아요?
미스타리 :지금 그대로 다 있어요. 다 알고 있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거의 다기 때문에, 인연을 끊거나 그런 친구들이 한 명도 없어요.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남자 친구들이나 형들은, 다는 아닌데 50%는 제 이야기를 해요. 그럼 다 흔쾌히 받아들여주고, “너 그럴줄 알았다. 알았어.” 라는 반응이 나오거나. “너는 왠지 아무리 등본을 보고 민증을 봐도 바지 벗겨보면 고추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고 [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수진 :결심하기 전에는 여성스럽게 하고 다니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그 전엔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도 안 했을 거구요. 그런데도 그럴 줄 알았다고 그냥 그래요?
미스타리 :그런 애들도 있고. 맨 처음에는 조금 놀라죠. 어떻게 놀라냐면, 저희가 탈선한 친구들도 많고, 공부를 잘 하지만 탈선한 친구들도 있고, 섞여있거든요. 그래서 밤마다 모여서 운동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는 모임이 있어요. 그런데 한동안 못 만나다가, 호르몬을 하고 목소리가 변하고, 어느 날 밤이 어두워졌을 때 이렇게 스윽 “나 왔다~” 이러는데 막 놀라는 거에요. “쟤 뭐야? 쟤 뭐야? 야 너 목소리 무서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담배를 너무 펴서 그런가? 술을 먹었니?” 그래서, 아니 나 사실은 이래, 라고 차근차근 이야기 하니까 가만히 듣다가 “너 그렇게 안 하면 못살겠냐?” 그러길래 “못 살겠다.” 라니깐 “그럼 그게 그냥 길이다. 그냥 가라.” 이러더라구요. [웃음] 애들이 되게 쿨.. 제 친구들 다 이래서. [웃음] 약간 독특한 친구들이 많아요.
수진 :한국 얘기죠? 지금? [웃음]
미스타리 :되게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와~ 짐꾼 생겼다. 막 이러면서 막.
진하 :서울에서 계속 사셨다는데, 한국의 서울이 아니라..
미스타리 :[웃음] 저기 로스엔젤레스의 세울? [웃음]
수진 :그럼 결혼이든 뭐든 서류가 필요한데, 언젠간 아버지한테도 어쩔 수 없이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잖아요?
미스타리 :아버지한테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아버지가 막 군인 같은 스타일이세요. 그리고 이런 소수자 쪽에 너무 강경하신 스타일이라서. 저희 아버지가 술담배를 전혀 안 하세요. 머리를 365일 스포츠로 맞춰 자르시고. 어떤 성격인지 이제 느껴지죠? 술을 단 한번도 안 마시고 담배를 단 한번도 안 피셨어요. 취미가 오로지, 오로지 헬스하고 격투기. 딱 그 두 개세요. 몸이 막 김종국 같이 이러세요. 그러니까 엄마랑 저랑 이제 걱정인 거에요. 이제 일은 벌어졌고 정정은 다 됐는데. 물론 서류나 이런 관리는 저희 어머니가 다 하시기 때문에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르세요. 그런데 이제 앞으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거 아니에요. 그런데 엄마가, 그냥 니가 직업을 가지고 나가라. 지르고 나가라. 지르고 나가고 용돈을 보내라. 주기적으로 용돈을 보내면 너희 아버지도 수그러들 거다. 돈 앞에선 장사 없다. 용돈 찔러주는데, 늙어서 힘 없어지는데 용돈이 최고라고. 용돈 탁탁 넣어주고 니가 사회적으로 지위 가지면, 알아서 수그릴 거다.
진하 :그런데 등본 같은 서류가 바뀌었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모르실 수 있을까? 은퇴를 하신 거예요?
미스타리 :네, 은퇴를 하신 지 조금 됐어요. 그래서 원체 서류 같은 걸 안 보세요. 엄마한테 전적으로 다 이렇게 (맡기세요). 은행 업무도 잘 볼 줄 모르세요. 심지어 공과금 어떻게 내는 지도 모르세요. 저희 집은 엄마가 워낙 다 쥐고 계셨기 때문에. [웃음] 독특하시죠?
수진 :친척들은 어때요?
미스타리 :저희 집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그러니까 엄마는 외동이시고, 일단 저는 외가가 없어요. 친가만 있는데 너무 보수적이어서 아직 말도 안 꺼내고. 한 때는 아버지가 약간 성격이 약간 너무 괴랄하셔서 나머지 형제들이랑 약간 의절한 시기가 살짝 있었어요. 그게 거의 한 십 년 되거든요. 그래서 그 동안 저희도 당연히 만날 일이 없을 거 아니에요. 아버지가 안 만나는데 저희가 만나러 갈 순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초등학교 때 이후로 뭐 공부한다 핑계대고 한 십여 년 간 안 만났어요. 그러다가 이 근래에 다시 친해져서 만나는데, 저는 안 나가요. 안 나가는 이유는 제 외모 때문도 있긴 있는데 그건 한 1%고, 나머지는 제가 변변치 않아서? 명절에도 안 만나요. 네.
저번에 안 그래도 어쩌다 작은 고모를 마주쳤는데, 작은 고모가 약간 쾌활하신 분이거든요. 제가 발견하고 도망치다가 작은 고모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딱 마주쳤어요. 내가 “어? 어? 자... 작은 고모 안녕하세요?” 했더니. 이 목소리고 그냥 이 외모로 그대로 안녕하세요 했더니. 가만히 보더니 “어머? 쟤? 쟤 누구야?” 이러는 거예요. 이거 어떡하지? 어머? 쟤 첫째야? 그러더니 막 웃는 거예요. 엄청 시끄럽게. 그러더니, “쟤 목소리 녹음해. 진짜 웃긴다!” 이러는 거예요. [웃음] “와~ 완전 개콘이네 개콘. 쟤 목소리 왜 저래. 진~짜 웃긴다. 쟤 맨날 그렇게 소리지르고 회사 생활하고 돌아다닌다더니 목소리가 저렇게 됐네? 아이고 웃겨~” 막 이러는 거예요. 빨리 녹음 하라고 너무 웃기다고. 이건 다 같이 듣고 웃어야 된다고. 나만 웃을 수 없다고 막 이러는 거예요. [웃음] 그러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리고 친척들이 엊그저께 모여서 아버지를 좀 괴롭혔대요. 그 작은 고모가 제 외모가 너무 매니시 하다고 얘기를 했나 봐요. 웃기다고. 못생겼다고. 그게 다 아버지 탓이라고. [웃음] 아버지한테, 쟤가 저렇게 된 건 다 네 탓이라고. 니가 하도 옭아매니까 애가 저렇게 밖에 못 하고 다니지 않냐고. 저게 무슨 죄냐고 쟤가 불쌍하다고. 쟤가 저러고 다니고 싶겠냐고. 쟤가 얼마나 멋부리고 그런 거 좋아하는 앤데 애를 왜 저렇게 만들었냐고. [웃음] 이건 다 니탓이라고. 어떻게 희한하게 아다리가 맞더라구요. 제가 이상해서 이러고 다닌다는 생각을 못 하게끔 아버지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계세요. 보통 ftm 같은 경우는, 쟤 이상하게 하고 다닌다. 쟤 좀 어떻게 좀 고쳐봐라.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 집은 아빠가 워낙 그렇게 해 놓으셔서, 아버지 때문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요.
진하 :여동생 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 동생은 어떻게 부르는지?
미스타리 :절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형제들 보통 안 그러잖아요? 그냥 호칭이 되게 많이 변해요. 거지, 개새끼, 야, 등신아. [웃음] 야.. 주로 야가 많죠. 야 일로 와봐. 이 거지야. 이 새끼야. 이런 거죠. [웃음] 그런데 이제 언니라고는 해요. 그런데 애가 집안에선 하는데, 딱히 말은 안하는데 밖에선 안 해요. 호칭을. 오히려 엄마가 놀릴 때 일부러. [웃음] 이제 같이 있을 때 ‘야 니네 언니 좀 불러봐' 이래요. [웃음] 저 놀릴려고 일부러. 그럼 여동생이 막 웃어요. 제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면 그럼 막 웃으면서 놀려요. 그런데 애가 뭘 알고 저러는 건지, 아직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눈치는 채고는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걔한테는 제가 이거 빼고 다 보여줬거든요? 속옷만 입고 있는 것도 보여줬고, 다리털도 보여줬고, 면도하는 것도 보여줬고. 그런데 제 면도기를 탐내더라구요 가끔씩 써요. 아! 걔는 얼굴을 밀지는 않고, 손등 털 이런 거.
진하 :다리털 같은 거?
미스타리 :네, 맞아요. 비싼 면도기거든요. [웃음] 전기 면도기, 30만원짜리 면도기 [다들 놀람] 그러니까 맨 처음에 칼 면도기를 쓰다가, 피부가 너무 안 좋아지더라구요. 관리를 잘 못해서. 그래서 선물을 받았어요. 그래서 걔한테 칼면도기 주고. 그런데 요즘엔 이 전기면도기 좋다는 거 알고 자꾸 탐을 내요 막. 제가 쓰고 있으면, 야~ 자기도 좀 달래요. 안된다고, 비싼 거라고. 어떻게든.
수진 :그럼 조만간 이야기를 하겠네요?
미스타리 :네, 이제 걔 성인 되면 하려고 하는데, 슬쩍슬쩍 떠보거든요? 그런데 쫌. 어쩔 때는 괜찮다라고 하다가 어쩔 때는 싫다 하니까. 거기서 제가 조금 상처를 받아요. 싫다고 할 때.
수진 :어떻게 물어봤을 때 싫다고?
미스타리 :어, 저번에 그러더라구요. TV에 렛미인이라는 프로가 있는데 거기서 mtf 분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저 사람은 원래 이쁘게 생겼었네, 본판이” 이러면서 저 사람은 진짜 신이 실수한 거라고. 제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원래 여자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진짜 실수다 저거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저런 사람들 어떻게 생각해? TG들 어떻게 생각해?” 그랬더니, 자기는 남자에서 여자로 하는 건 괜찮대요. 그런데 여자에서 남자로 가는 건 싫다는 거. 그래서 “왜 싫어?” 물어봤더니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싫어!” 그러는 거예요. 저는 또 상처를 받았죠. 그런 거?
저희 아버지는, 또 이것도 상처를 받았는데, 상처를 받았다기 보다는 ‘아, 저 양반, 저걸 어쩌면 좋나...’ 그랬었는데, 저는 잘 몰라요. 그런데 남산 주변에 뭐가 있대요. 전 몰랐는데 아버지가 어느 날 저희 어머니한테 막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 신기한 거, 진짜 신기한 거 봤다. 막 이러면서 오는 거예요. 되게 짖궂으시거든요? 아버지가 좀. 그래서 엄마가 왜? 또 뭐? 이러는데, 친한 형이랑 드라이브 하다가 친한 형이 남산에 신기한 거 있다고 그래서 보러 갔는데, 거기 진짜 신기한 거 있어. 남자인데 치마입고 있고, 여자인척 해. 그런데 딱 들어보니까 mtf인 거에요. 아.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mtf들 얼마나 착한데, 왜 저런 식으로 표현을 하나?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한텐 신기한 것 밖에 안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 일하시는 동네에 mtf 분이 한 분 있나봐요. 얘기를 평소에 그 mtf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멘탈이 독특하신 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괴롭히고 놀린대요. 야, 너 고추 있냐? 그런 식으로. 뗐어 안 뗐어? 어디 좀 보자. 이렇게 괴롭힌다는 거예요. 아버지는 괴롭히지는 않았고, 그냥 관망자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목격하고 있는 거죠. 막 그런 걸 보면 씁쓸하죠. 저 사람 자식이 똑같은 사람인데 혹시 알려나? 알면 쓰러지진 않으려나? 나중에 알고 나서도 그 사람을 그렇게 즐겁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요.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남산에 있는 사람들이랑 저랑 똑같은 사람인데, 그런데 그렇게 신기한 거 봤다고. 그 신기한 게 난데. 집에 같이 살고 있는데. 혹시 알려나? [같이 웃음] 그렇죠. 좀 씁쓸하죠. 그 신기한 게 집에 있는데. 그럴 때 씁쓸해요. 그럴 때. 나중에 엄청 충격을 받으시겠죠.
3.2 직장
수진 :보통 레즈비언으로 생각 안 하고 남자 사귀었다가 전환하는 그 시점이 되게 드라마틱 하잖아요. 스멀스멀 기어가는 게 아니라. 그러면 만족감이라거나 불안함 같은 게 있지 않으셨어요?
미스타리 :불안한 건 어떤 불안함?
수진 :일단 호르몬을 맞는다는 그런 거 있잖아요.
미스타리 :그게 제가 약간 성격이 허술하고 약간 천방지축이라서. 보통 호르몬을 맞기 전에 사람들이 막 알아보고 맞잖아요. 어떤 부작용이 있고, 어떤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그런데 전 그런 걸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전화하고 그 다음날 바로 갔어요. 학교 끝나자마자 책을 이렇게 싸고 ㅇㅇㅇ원장한테 가서 호르몬 맞자고 해서 맞았어요. 그리고 한 3년 있다가 친구 한 명이 “야, 호르몬 이런 부작용도 있대.” 그래서 그제서야 봤어요. 그때서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게 어떤 거고, 어떤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아가지고. 이제 이미 돌이킬 수 없죠. 그래서 아~ 뭔 상관이야~ 이러고 끝. 그런 거에 대한 아쉬움도 없고요. [웃음] 왜냐면 계속 의문점이 드는 게 있었어요. 난 이성애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뭘까? 이상한 여자인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답이 딱 나오니까. 네. 전 하리수 씨한테 너무 고맙죠. 그 사람 아니었으면 진짜 영원히. 그냥 전.
수진 :그럼 어디 커뮤니티 같은 곳을 먼저 가진 않으신거네요?
미스타리 :ㅇㅇㅇ원장한테 먼저 갔었어요. 네. 그리고 그 원장이 커뮤니티를 알려주더라구요. “야. 야. 여기 있대더라. 가봐라.”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네? 이게 뭐예요?” 그랬더니 “너 같은 인간들 모여있는 데.” 이러는 거예요.
수진 :또 일반들에게 배우셨네요. [웃음]
미스타리 :저에게는 고마운 분들이죠. [웃음] “너 같은 것들 모여있대. 가 봐 새끼야” 딱 그래서 그 날 인터넷 접속해서. ‘우와~’
(...)
수진 :이력서 넣고 이럴 때 그 성별하고 안 맞아가지고 피해를 보는, 아까 면접 이야기도 하셨지만 직접적으로 느끼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미스타리 :제가 털이 다른 ftm에 비해서 많아요. 유전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털보셔서. 호르몬 얼마 안 했는데도 구렛나루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지금 좀 다듬고 나온 건데. 그런데 이걸 제가 참.... 뭐라고 해야 하지? 제가 꼼꼼하지 못한 게, 여자로 이력서를 내밀면서 구렛나루 같은 걸 하나도 정리를 안 한 거예요. 멍청한 거죠. 정말 생각을 못한거지. 목소리도 이렇고. 그런데 맨 처음에 전화를 걸면. 군필이시죠? 저희 군필만 받아요. 저 여잔데요? 그럼 깜짝 놀래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막 사과를 해. 그리고 일단 면접 한 번 와보시라고 해요. 구경하고 싶겠죠. 신기하니까. [웃음] 그래서 이제 가요.
그 땐 또 아차 싶어가지고 일부러 후드 같은 걸 쓰고 가요. 그러면 어우, 목소리 때문에 여자신지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그냥 봐도 여자인지는 모르겠다고 그러는데.[웃음] 그럼 제가 이제 여자 코스프레를 해요. 초면에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고. 상처 받는다고. [웃음] 일 시키실 거 아니면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그러면 알겠다고 내일부터 일 하자고. 튼튼해서 일 잘할 것 같다고. 고맙습니다. 저 튼튼하다고, 짐승처럼 일 잘 한다고. 노비처럼 부려먹어달라고. 그러다 일하면서 편해지니까 하나 씩 물어봐요. 근데 너는 여잔데 이거 왜 그래? 근데 넌 여잔데 왜 여기여기 털이 많아? 너 같은 거 처음 봤어. 그럼 막 처음 봤으면 지금 보라고. 지금 봐두라고~ 제가 막 그래요. ‘너 다리에 털도 있니?’ 그러면 ‘함 보여줄까?” 저 다리에 엄청 많거든요. 확! 이러면 막 소리지르고. 와~ 이거 어떡해~ 와~ 막 이래요. 왜냐면 제가 이상하게 항상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을 했어요. 남자 밖에 없는 데서 일을 했는데, 다 막 놀래요. 기겁하죠. 여잔데 다리에 새카많게 털이 있으니까. 병 걸린 거 아니냐고. 아 그러냐고? 그럼 병원비 내놓으라고. 검진 받으러 한 번 가게 병원비 좀 달라고. 그럼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또 스윽 덮어주고.
진하 :직장에서 개인적으로 친해지면 호칭 같은 건 어떻게 하셨어요?
미스타리 :아.. 그건 제가 꼼수를 썼는데, 이건 서빙할 때부터 썼던 건데, 제가 처음에 그냥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고, 그냥 일반 여자분들 중에서도 공대생들은 형형 하잖아요? 그렇게 저는 진짜 그냥 형형 부르기도 하고. 아니면 중국어 중에서, 제가 중국어를 할줄 아는 건 아닌데 딱 하나 ‘따거' [같이 웃음] 네, 그냥 따거! 그러면서 장난 식으로 ‘따거 빨리와’, ‘중간 따거 빨리 와', ‘작은 따거 빨리 와' 막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장난 식으로 얘기를 하거든요. ‘따거 빨리 와’, ‘따거 빨리 와’ 뭐 그런 식으로? 저 그렇게 오빠라고 부른 적 한 번도 없어요. 네, 그래서.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회사 같은 데서는 성에다, 이름에다 씨를 붙여서 불렀거든요. 지금 여자친구 같은 경우에도 이름에다 씨를 붙여서 불렀거든요. 뭐뭐씨, 뭐뭐씨. 여자한테는 뭐뭐씨, 뭐뭐씨 그랬어요.
그리고 그 사무직 딱 한 번 했을 때 여자친구 만난 거였고, 나머지는 다 서빙이었어요. 네, 음식점에서 서빙 했었기 때문에 딱히..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여자 직원이 없었어요. 힘든 일이라서, 막 철판 음식 같은 걸 서빙해서 갖다줘야 했기 때문에 여자 직원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보통. 다 남자니까 따거로 호칭 끝나고.
그게 아니면, 여자로 일을 안 한 것도 있었거든요? 그건 뭐냐면 이제, 저희 ftm들이 많이 쓰는 건데, 제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거기 읍면동사무소가 작은 데다 보니까 전산 처리가 잘 안 돼서 실수로 여자로 올라갔다, 그래서 바꾸는 소송 중이다. 그 소송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냐? 보상금 좀 타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소송중이라서 내년에, 내년이나 올해 바뀐다.
수진 :사람들이 믿어요?
미스타리 :믿어요. 믿더라구요. 왜냐하면, 와~ 특이 케이스다. 막 수염 나고 그러니까 이게 도저히 상상을 못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남자로 일한 적도 있어요. 그 때는 이제 호칭 상관 없죠. 그렇게 일을 한 세 번? 해봤어요.
수진 :오늘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그냥 통하는 것 같아요. [웃음]
미스타리 :생각보다 한국이 허술해서~ [웃음]
진하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거 있어요. 보통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를 많이 만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딱 보면 티가 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미스타리 :네 맞아요. 그리고 흔히들 ftm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요. 여자는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방송에 나오지도 않았고. 아예 ftm이라는 게 존재하는 지도 몰라요. 그러다보니까 이제.
그러니까 그냥 소수자들이 일반인에 대해서 많이 편견을 가진 게, 아예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아예 문제가 안 될 때가 오거든요. 내가 이상한 행동만 안 하고 인간적으로 다가가다 보면 나중엔 그걸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맨 처음엔 신기해서 물어보고 놀래고 이러다가도, 점점 친해지다 보면 쟤는 그냥 저런 애. 저렇지만 밝은 애. 친해져요. 나중엔 더 이상 묻지도 않아요. 저는 그렇게 지냈어요. 그냥 아예 밝고 긍정적인 걸로. 솔직히 이런 여자는 추녀잖아요. 목소리도 안 예뻐, 털도 많아, 남성스럽게 생겼어. 보통 여자가 이러면 추녀에 가깝다고 생각하잖아요. 보통 일반 남성들 기준에 맞춰 보자면. 그런데 쟤는 되게 긍정적이야. 쟤는 보통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군필자인 나랑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쟤 앞에선 야한 얘기 편하게 해도 돼. 쟤 앞에선 내가 그냥 코딱지 파도 돼. 체면 안 차려도 돼. 너무 좋아. 나중에는 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형들이 술 마시면 꼭꼭 저를 불러요. 대학교 생활도 그런 식으로 했어요 저는 복학생들이랑만 놀았거든요. 제가 대학교 1학년 가을 때부터 호르몬을 했으니까, 2학년 때 쯤에는 다 이렇게 됐거든요. 그런데도 복학생들이랑만 놀았었어요.
수진 :그 사람들은 알고요?
미스타리 :아뇨. 몰라요. 그런데 오히려 감싸줬어요. 새로 복학을 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야, 쟤 뭐야? 뭐 이러면 오히려 그 복학생들이 “니가 뭔데 내 동생한테 그러냐?” 이런 식? “너나 잘해.” [웃음] 그러면서.
3.1 가족
수진 :수술도 하셨는데 가족들은 모르고 있으세요?
미스타리 :지금 아버지는 모르세요. 같이 집에서 사는데 모르세요. [웃음] 왜냐면 저희 아버지가 딸을 엄격하게 키우는 스타일이셔서. 저희 아버지가 조금 독특하세요. 여자가 머리를 예쁘게 기르고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고 예쁘게 하고 다니면 남자를 만나고 탈선을 하고 나쁜 짓을 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세요. 공부 안 하고 멋부리는데 시간을 쓸 것이다. 그래서 제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하고 다니면 막 박수를 치세요. 쟤 여동생한테 본받아라, 본받아라. 아, 예뻐 죽겠다고. 저렇게 하고 다니라고. 저게 올바른 학생의 자세라고. 머리카락 길고 예쁘게 찍어바르고 그럴 시간에 공부해라. 그런 분이에요. 약간 독특하세요. 군인 같은 스타일.
수진 :그런데 어떻게 아직까지 모르시는 거예요?
미스타리 :약간 놀랍죠? 다들 신기해 하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아주 좋은 사이는 아니고 좀 데면데면한 사이거든요. 매일 마주치지만 워낙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보이시하게 다녔었고 머리도 그러니까. 고2 때까지는 여기(허리)까지 기르다가, 고3 때 공부를 한다고 숏커트도 아니고 한 여기(단발)까지 쳤었거든요. 일단 이뻐야 되는데 너무 짧게 자르면 안 예쁘니까. [웃음] 그래서 이 정도까지 쳤었는데, 그 뒤로 점점 짧아진 거죠.
수진 :그럼 다른 가족들은요?
미스타리 :어머니만 알고 계세요. 여동생은 지금 너무 어려서 아직 말을 못했는데. 이제 고3이거든요. 근데 속옷만 입고 왔다갔다거려도 별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ftm 분들은 가족들한테 빵빵 터트리고 그러거든요. 충격요법처럼 나 뭐야! 막 이러면서 갑자기 딜도 들고 막 흔들면서 왔다갔다 하고. 그런데 전 그렇게 안 했거든요. 근데 조금조금씩 흘리는 거 있잖아요. 어느 날은 웃통을 잠깐 벗고 사악 나왔다가 다시 사라지고. 어느 날은 면도기를 들고 나와서 샤악 뭐 면도하는 척 보여주다 사악 사라지고. 그렇게 조금조금씩 물들이듯 보여주니까 이상하단 이질감을 모르더라구요. 그러니까 정말 조금씩 조금씩 적응 시키는 거죠. 다들 제 방법을 신기해하시더라구요. 아직까지 모르신다는 게 좀 신기하긴 하죠.
수진 :이 모습에, 이 목소리인데.
미스타리 :원래 또 목소리가 조금 걸걸하긴 했었어요.
수진 :그럼 어렸을 때 친구들은 어느 정도 알아요?
미스타리 :지금 그대로 다 있어요. 다 알고 있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거의 다기 때문에, 인연을 끊거나 그런 친구들이 한 명도 없어요.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남자 친구들이나 형들은, 다는 아닌데 50%는 제 이야기를 해요. 그럼 다 흔쾌히 받아들여주고, “너 그럴줄 알았다. 알았어.” 라는 반응이 나오거나. “너는 왠지 아무리 등본을 보고 민증을 봐도 바지 벗겨보면 고추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고 [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수진 :결심하기 전에는 여성스럽게 하고 다니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그 전엔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도 안 했을 거구요. 그런데도 그럴 줄 알았다고 그냥 그래요?
미스타리 :그런 애들도 있고. 맨 처음에는 조금 놀라죠. 어떻게 놀라냐면, 저희가 탈선한 친구들도 많고, 공부를 잘 하지만 탈선한 친구들도 있고, 섞여있거든요. 그래서 밤마다 모여서 운동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는 모임이 있어요. 그런데 한동안 못 만나다가, 호르몬을 하고 목소리가 변하고, 어느 날 밤이 어두워졌을 때 이렇게 스윽 “나 왔다~” 이러는데 막 놀라는 거에요. “쟤 뭐야? 쟤 뭐야? 야 너 목소리 무서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담배를 너무 펴서 그런가? 술을 먹었니?” 그래서, 아니 나 사실은 이래, 라고 차근차근 이야기 하니까 가만히 듣다가 “너 그렇게 안 하면 못살겠냐?” 그러길래 “못 살겠다.” 라니깐 “그럼 그게 그냥 길이다. 그냥 가라.” 이러더라구요. [웃음] 애들이 되게 쿨.. 제 친구들 다 이래서. [웃음] 약간 독특한 친구들이 많아요.
수진 :한국 얘기죠? 지금? [웃음]
미스타리 :되게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와~ 짐꾼 생겼다. 막 이러면서 막.
진하 :서울에서 계속 사셨다는데, 한국의 서울이 아니라..
미스타리 :[웃음] 저기 로스엔젤레스의 세울? [웃음]
수진 :그럼 결혼이든 뭐든 서류가 필요한데, 언젠간 아버지한테도 어쩔 수 없이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잖아요?
미스타리 :아버지한테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아버지가 막 군인 같은 스타일이세요. 그리고 이런 소수자 쪽에 너무 강경하신 스타일이라서. 저희 아버지가 술담배를 전혀 안 하세요. 머리를 365일 스포츠로 맞춰 자르시고. 어떤 성격인지 이제 느껴지죠? 술을 단 한번도 안 마시고 담배를 단 한번도 안 피셨어요. 취미가 오로지, 오로지 헬스하고 격투기. 딱 그 두 개세요. 몸이 막 김종국 같이 이러세요. 그러니까 엄마랑 저랑 이제 걱정인 거에요. 이제 일은 벌어졌고 정정은 다 됐는데. 물론 서류나 이런 관리는 저희 어머니가 다 하시기 때문에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르세요. 그런데 이제 앞으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거 아니에요. 그런데 엄마가, 그냥 니가 직업을 가지고 나가라. 지르고 나가라. 지르고 나가고 용돈을 보내라. 주기적으로 용돈을 보내면 너희 아버지도 수그러들 거다. 돈 앞에선 장사 없다. 용돈 찔러주는데, 늙어서 힘 없어지는데 용돈이 최고라고. 용돈 탁탁 넣어주고 니가 사회적으로 지위 가지면, 알아서 수그릴 거다.
진하 :그런데 등본 같은 서류가 바뀌었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모르실 수 있을까? 은퇴를 하신 거예요?
미스타리 :네, 은퇴를 하신 지 조금 됐어요. 그래서 원체 서류 같은 걸 안 보세요. 엄마한테 전적으로 다 이렇게 (맡기세요). 은행 업무도 잘 볼 줄 모르세요. 심지어 공과금 어떻게 내는 지도 모르세요. 저희 집은 엄마가 워낙 다 쥐고 계셨기 때문에. [웃음] 독특하시죠?
수진 :친척들은 어때요?
미스타리 :저희 집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그러니까 엄마는 외동이시고, 일단 저는 외가가 없어요. 친가만 있는데 너무 보수적이어서 아직 말도 안 꺼내고. 한 때는 아버지가 약간 성격이 약간 너무 괴랄하셔서 나머지 형제들이랑 약간 의절한 시기가 살짝 있었어요. 그게 거의 한 십 년 되거든요. 그래서 그 동안 저희도 당연히 만날 일이 없을 거 아니에요. 아버지가 안 만나는데 저희가 만나러 갈 순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초등학교 때 이후로 뭐 공부한다 핑계대고 한 십여 년 간 안 만났어요. 그러다가 이 근래에 다시 친해져서 만나는데, 저는 안 나가요. 안 나가는 이유는 제 외모 때문도 있긴 있는데 그건 한 1%고, 나머지는 제가 변변치 않아서? 명절에도 안 만나요. 네.
저번에 안 그래도 어쩌다 작은 고모를 마주쳤는데, 작은 고모가 약간 쾌활하신 분이거든요. 제가 발견하고 도망치다가 작은 고모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딱 마주쳤어요. 내가 “어? 어? 자... 작은 고모 안녕하세요?” 했더니. 이 목소리고 그냥 이 외모로 그대로 안녕하세요 했더니. 가만히 보더니 “어머? 쟤? 쟤 누구야?” 이러는 거예요. 이거 어떡하지? 어머? 쟤 첫째야? 그러더니 막 웃는 거예요. 엄청 시끄럽게. 그러더니, “쟤 목소리 녹음해. 진짜 웃긴다!” 이러는 거예요. [웃음] “와~ 완전 개콘이네 개콘. 쟤 목소리 왜 저래. 진~짜 웃긴다. 쟤 맨날 그렇게 소리지르고 회사 생활하고 돌아다닌다더니 목소리가 저렇게 됐네? 아이고 웃겨~” 막 이러는 거예요. 빨리 녹음 하라고 너무 웃기다고. 이건 다 같이 듣고 웃어야 된다고. 나만 웃을 수 없다고 막 이러는 거예요. [웃음] 그러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리고 친척들이 엊그저께 모여서 아버지를 좀 괴롭혔대요. 그 작은 고모가 제 외모가 너무 매니시 하다고 얘기를 했나 봐요. 웃기다고. 못생겼다고. 그게 다 아버지 탓이라고. [웃음] 아버지한테, 쟤가 저렇게 된 건 다 네 탓이라고. 니가 하도 옭아매니까 애가 저렇게 밖에 못 하고 다니지 않냐고. 저게 무슨 죄냐고 쟤가 불쌍하다고. 쟤가 저러고 다니고 싶겠냐고. 쟤가 얼마나 멋부리고 그런 거 좋아하는 앤데 애를 왜 저렇게 만들었냐고. [웃음] 이건 다 니탓이라고. 어떻게 희한하게 아다리가 맞더라구요. 제가 이상해서 이러고 다닌다는 생각을 못 하게끔 아버지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계세요. 보통 ftm 같은 경우는, 쟤 이상하게 하고 다닌다. 쟤 좀 어떻게 좀 고쳐봐라.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 집은 아빠가 워낙 그렇게 해 놓으셔서, 아버지 때문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요.
진하 :여동생 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 동생은 어떻게 부르는지?
미스타리 :절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형제들 보통 안 그러잖아요? 그냥 호칭이 되게 많이 변해요. 거지, 개새끼, 야, 등신아. [웃음] 야.. 주로 야가 많죠. 야 일로 와봐. 이 거지야. 이 새끼야. 이런 거죠. [웃음] 그런데 이제 언니라고는 해요. 그런데 애가 집안에선 하는데, 딱히 말은 안하는데 밖에선 안 해요. 호칭을. 오히려 엄마가 놀릴 때 일부러. [웃음] 이제 같이 있을 때 ‘야 니네 언니 좀 불러봐' 이래요. [웃음] 저 놀릴려고 일부러. 그럼 여동생이 막 웃어요. 제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면 그럼 막 웃으면서 놀려요. 그런데 애가 뭘 알고 저러는 건지, 아직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눈치는 채고는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걔한테는 제가 이거 빼고 다 보여줬거든요? 속옷만 입고 있는 것도 보여줬고, 다리털도 보여줬고, 면도하는 것도 보여줬고. 그런데 제 면도기를 탐내더라구요 가끔씩 써요. 아! 걔는 얼굴을 밀지는 않고, 손등 털 이런 거.
진하 :다리털 같은 거?
미스타리 :네, 맞아요. 비싼 면도기거든요. [웃음] 전기 면도기, 30만원짜리 면도기 [다들 놀람] 그러니까 맨 처음에 칼 면도기를 쓰다가, 피부가 너무 안 좋아지더라구요. 관리를 잘 못해서. 그래서 선물을 받았어요. 그래서 걔한테 칼면도기 주고. 그런데 요즘엔 이 전기면도기 좋다는 거 알고 자꾸 탐을 내요 막. 제가 쓰고 있으면, 야~ 자기도 좀 달래요. 안된다고, 비싼 거라고. 어떻게든.
수진 :그럼 조만간 이야기를 하겠네요?
미스타리 :네, 이제 걔 성인 되면 하려고 하는데, 슬쩍슬쩍 떠보거든요? 그런데 쫌. 어쩔 때는 괜찮다라고 하다가 어쩔 때는 싫다 하니까. 거기서 제가 조금 상처를 받아요. 싫다고 할 때.
수진 :어떻게 물어봤을 때 싫다고?
미스타리 :어, 저번에 그러더라구요. TV에 렛미인이라는 프로가 있는데 거기서 mtf 분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저 사람은 원래 이쁘게 생겼었네, 본판이” 이러면서 저 사람은 진짜 신이 실수한 거라고. 제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원래 여자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진짜 실수다 저거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저런 사람들 어떻게 생각해? TG들 어떻게 생각해?” 그랬더니, 자기는 남자에서 여자로 하는 건 괜찮대요. 그런데 여자에서 남자로 가는 건 싫다는 거. 그래서 “왜 싫어?” 물어봤더니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싫어!” 그러는 거예요. 저는 또 상처를 받았죠. 그런 거?
저희 아버지는, 또 이것도 상처를 받았는데, 상처를 받았다기 보다는 ‘아, 저 양반, 저걸 어쩌면 좋나...’ 그랬었는데, 저는 잘 몰라요. 그런데 남산 주변에 뭐가 있대요. 전 몰랐는데 아버지가 어느 날 저희 어머니한테 막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 신기한 거, 진짜 신기한 거 봤다. 막 이러면서 오는 거예요. 되게 짖궂으시거든요? 아버지가 좀. 그래서 엄마가 왜? 또 뭐? 이러는데, 친한 형이랑 드라이브 하다가 친한 형이 남산에 신기한 거 있다고 그래서 보러 갔는데, 거기 진짜 신기한 거 있어. 남자인데 치마입고 있고, 여자인척 해. 그런데 딱 들어보니까 mtf인 거에요. 아.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mtf들 얼마나 착한데, 왜 저런 식으로 표현을 하나?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한텐 신기한 것 밖에 안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 일하시는 동네에 mtf 분이 한 분 있나봐요. 얘기를 평소에 그 mtf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멘탈이 독특하신 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괴롭히고 놀린대요. 야, 너 고추 있냐? 그런 식으로. 뗐어 안 뗐어? 어디 좀 보자. 이렇게 괴롭힌다는 거예요. 아버지는 괴롭히지는 않았고, 그냥 관망자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목격하고 있는 거죠. 막 그런 걸 보면 씁쓸하죠. 저 사람 자식이 똑같은 사람인데 혹시 알려나? 알면 쓰러지진 않으려나? 나중에 알고 나서도 그 사람을 그렇게 즐겁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요.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남산에 있는 사람들이랑 저랑 똑같은 사람인데, 그런데 그렇게 신기한 거 봤다고. 그 신기한 게 난데. 집에 같이 살고 있는데. 혹시 알려나? [같이 웃음] 그렇죠. 좀 씁쓸하죠. 그 신기한 게 집에 있는데. 그럴 때 씁쓸해요. 그럴 때. 나중에 엄청 충격을 받으시겠죠.
3.2 직장
수진 :보통 레즈비언으로 생각 안 하고 남자 사귀었다가 전환하는 그 시점이 되게 드라마틱 하잖아요. 스멀스멀 기어가는 게 아니라. 그러면 만족감이라거나 불안함 같은 게 있지 않으셨어요?
미스타리 :불안한 건 어떤 불안함?
수진 :일단 호르몬을 맞는다는 그런 거 있잖아요.
미스타리 :그게 제가 약간 성격이 허술하고 약간 천방지축이라서. 보통 호르몬을 맞기 전에 사람들이 막 알아보고 맞잖아요. 어떤 부작용이 있고, 어떤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그런데 전 그런 걸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전화하고 그 다음날 바로 갔어요. 학교 끝나자마자 책을 이렇게 싸고 ㅇㅇㅇ원장한테 가서 호르몬 맞자고 해서 맞았어요. 그리고 한 3년 있다가 친구 한 명이 “야, 호르몬 이런 부작용도 있대.” 그래서 그제서야 봤어요. 그때서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게 어떤 거고, 어떤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아가지고. 이제 이미 돌이킬 수 없죠. 그래서 아~ 뭔 상관이야~ 이러고 끝. 그런 거에 대한 아쉬움도 없고요. [웃음] 왜냐면 계속 의문점이 드는 게 있었어요. 난 이성애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뭘까? 이상한 여자인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답이 딱 나오니까. 네. 전 하리수 씨한테 너무 고맙죠. 그 사람 아니었으면 진짜 영원히. 그냥 전.
수진 :그럼 어디 커뮤니티 같은 곳을 먼저 가진 않으신거네요?
미스타리 :ㅇㅇㅇ원장한테 먼저 갔었어요. 네. 그리고 그 원장이 커뮤니티를 알려주더라구요. “야. 야. 여기 있대더라. 가봐라.”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네? 이게 뭐예요?” 그랬더니 “너 같은 인간들 모여있는 데.” 이러는 거예요.
수진 :또 일반들에게 배우셨네요. [웃음]
미스타리 :저에게는 고마운 분들이죠. [웃음] “너 같은 것들 모여있대. 가 봐 새끼야” 딱 그래서 그 날 인터넷 접속해서. ‘우와~’
(...)
수진 :이력서 넣고 이럴 때 그 성별하고 안 맞아가지고 피해를 보는, 아까 면접 이야기도 하셨지만 직접적으로 느끼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미스타리 :제가 털이 다른 ftm에 비해서 많아요. 유전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털보셔서. 호르몬 얼마 안 했는데도 구렛나루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지금 좀 다듬고 나온 건데. 그런데 이걸 제가 참.... 뭐라고 해야 하지? 제가 꼼꼼하지 못한 게, 여자로 이력서를 내밀면서 구렛나루 같은 걸 하나도 정리를 안 한 거예요. 멍청한 거죠. 정말 생각을 못한거지. 목소리도 이렇고. 그런데 맨 처음에 전화를 걸면. 군필이시죠? 저희 군필만 받아요. 저 여잔데요? 그럼 깜짝 놀래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막 사과를 해. 그리고 일단 면접 한 번 와보시라고 해요. 구경하고 싶겠죠. 신기하니까. [웃음] 그래서 이제 가요.
그 땐 또 아차 싶어가지고 일부러 후드 같은 걸 쓰고 가요. 그러면 어우, 목소리 때문에 여자신지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그냥 봐도 여자인지는 모르겠다고 그러는데.[웃음] 그럼 제가 이제 여자 코스프레를 해요. 초면에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고. 상처 받는다고. [웃음] 일 시키실 거 아니면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그러면 알겠다고 내일부터 일 하자고. 튼튼해서 일 잘할 것 같다고. 고맙습니다. 저 튼튼하다고, 짐승처럼 일 잘 한다고. 노비처럼 부려먹어달라고. 그러다 일하면서 편해지니까 하나 씩 물어봐요. 근데 너는 여잔데 이거 왜 그래? 근데 넌 여잔데 왜 여기여기 털이 많아? 너 같은 거 처음 봤어. 그럼 막 처음 봤으면 지금 보라고. 지금 봐두라고~ 제가 막 그래요. ‘너 다리에 털도 있니?’ 그러면 ‘함 보여줄까?” 저 다리에 엄청 많거든요. 확! 이러면 막 소리지르고. 와~ 이거 어떡해~ 와~ 막 이래요. 왜냐면 제가 이상하게 항상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을 했어요. 남자 밖에 없는 데서 일을 했는데, 다 막 놀래요. 기겁하죠. 여잔데 다리에 새카많게 털이 있으니까. 병 걸린 거 아니냐고. 아 그러냐고? 그럼 병원비 내놓으라고. 검진 받으러 한 번 가게 병원비 좀 달라고. 그럼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또 스윽 덮어주고.
진하 :직장에서 개인적으로 친해지면 호칭 같은 건 어떻게 하셨어요?
미스타리 :아.. 그건 제가 꼼수를 썼는데, 이건 서빙할 때부터 썼던 건데, 제가 처음에 그냥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고, 그냥 일반 여자분들 중에서도 공대생들은 형형 하잖아요? 그렇게 저는 진짜 그냥 형형 부르기도 하고. 아니면 중국어 중에서, 제가 중국어를 할줄 아는 건 아닌데 딱 하나 ‘따거' [같이 웃음] 네, 그냥 따거! 그러면서 장난 식으로 ‘따거 빨리와’, ‘중간 따거 빨리 와', ‘작은 따거 빨리 와' 막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장난 식으로 얘기를 하거든요. ‘따거 빨리 와’, ‘따거 빨리 와’ 뭐 그런 식으로? 저 그렇게 오빠라고 부른 적 한 번도 없어요. 네, 그래서.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회사 같은 데서는 성에다, 이름에다 씨를 붙여서 불렀거든요. 지금 여자친구 같은 경우에도 이름에다 씨를 붙여서 불렀거든요. 뭐뭐씨, 뭐뭐씨. 여자한테는 뭐뭐씨, 뭐뭐씨 그랬어요.
그리고 그 사무직 딱 한 번 했을 때 여자친구 만난 거였고, 나머지는 다 서빙이었어요. 네, 음식점에서 서빙 했었기 때문에 딱히..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여자 직원이 없었어요. 힘든 일이라서, 막 철판 음식 같은 걸 서빙해서 갖다줘야 했기 때문에 여자 직원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보통. 다 남자니까 따거로 호칭 끝나고.
그게 아니면, 여자로 일을 안 한 것도 있었거든요? 그건 뭐냐면 이제, 저희 ftm들이 많이 쓰는 건데, 제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거기 읍면동사무소가 작은 데다 보니까 전산 처리가 잘 안 돼서 실수로 여자로 올라갔다, 그래서 바꾸는 소송 중이다. 그 소송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냐? 보상금 좀 타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소송중이라서 내년에, 내년이나 올해 바뀐다.
수진 :사람들이 믿어요?
미스타리 :믿어요. 믿더라구요. 왜냐하면, 와~ 특이 케이스다. 막 수염 나고 그러니까 이게 도저히 상상을 못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남자로 일한 적도 있어요. 그 때는 이제 호칭 상관 없죠. 그렇게 일을 한 세 번? 해봤어요.
수진 :오늘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그냥 통하는 것 같아요. [웃음]
미스타리 :생각보다 한국이 허술해서~ [웃음]
진하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거 있어요. 보통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를 많이 만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딱 보면 티가 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미스타리 :네 맞아요. 그리고 흔히들 ftm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요. 여자는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방송에 나오지도 않았고. 아예 ftm이라는 게 존재하는 지도 몰라요. 그러다보니까 이제.
그러니까 그냥 소수자들이 일반인에 대해서 많이 편견을 가진 게, 아예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아예 문제가 안 될 때가 오거든요. 내가 이상한 행동만 안 하고 인간적으로 다가가다 보면 나중엔 그걸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맨 처음엔 신기해서 물어보고 놀래고 이러다가도, 점점 친해지다 보면 쟤는 그냥 저런 애. 저렇지만 밝은 애. 친해져요. 나중엔 더 이상 묻지도 않아요. 저는 그렇게 지냈어요. 그냥 아예 밝고 긍정적인 걸로. 솔직히 이런 여자는 추녀잖아요. 목소리도 안 예뻐, 털도 많아, 남성스럽게 생겼어. 보통 여자가 이러면 추녀에 가깝다고 생각하잖아요. 보통 일반 남성들 기준에 맞춰 보자면. 그런데 쟤는 되게 긍정적이야. 쟤는 보통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군필자인 나랑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쟤 앞에선 야한 얘기 편하게 해도 돼. 쟤 앞에선 내가 그냥 코딱지 파도 돼. 체면 안 차려도 돼. 너무 좋아. 나중에는 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형들이 술 마시면 꼭꼭 저를 불러요. 대학교 생활도 그런 식으로 했어요 저는 복학생들이랑만 놀았거든요. 제가 대학교 1학년 가을 때부터 호르몬을 했으니까, 2학년 때 쯤에는 다 이렇게 됐거든요. 그런데도 복학생들이랑만 놀았었어요.
수진 :그 사람들은 알고요?
미스타리 :아뇨. 몰라요. 그런데 오히려 감싸줬어요. 새로 복학을 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야, 쟤 뭐야? 뭐 이러면 오히려 그 복학생들이 “니가 뭔데 내 동생한테 그러냐?” 이런 식? “너나 잘해.” [웃음] 그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