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 그 제자 분을 알게 되고 난 후 새로 들었던 생각이 있으신가요?
기범 : 그때는 그렇게 성적소수자에 대해서 인식이 없었던 때인데 사회가 점점 개방되고 또 우리 사회에 하리수 씨나 홍석천 씨 이런 사람들이 있고, 매스컴에도 많이 나오고 하다 보니 "아, 트랜스젠더와 게이가 이런 차이가 있구나"란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는 그 제자한테... 뭐랄까요, “니가 왜 그런 일을... 넌 (여자가) 될 수 없으니까 하지 마라”라고 그렇게 생각 들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줬죠. 그 당시에는 저로선 그 제자가 육체적인 성이 남자였으니까 남자로서 살고 그렇게 결혼을 해서 아이 낳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 당시에는 그 친구가 22살이었고 나 역시 서른 갓 넘은, 30대 초반이었으니까요.
근데 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 자라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쭉 보니까 내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할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성적소수자들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알게 되고 보니까, 그리고 그 친구가 20년 후에 이렇게 생활하는 걸 보고 하니까 "아, 어렸을 때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내가 이렇게 하라고 (말한 대로) 그 친구가 따라 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스스로 본성에 따라 자기가 자신을 잘 알 거 아니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따라 살아가는 게 본성에 맞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지금 그 친구가 혼자 사는데 내가 알기론 잘 살고 있어요.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 나름대로 사업을 잘 꾸려 나가고 있고요. 그래서 “아, 이게 주변에서 이렇게 하라고 말한다고 그렇게 일반인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닌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성소수자로서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대로 살게 되는 거겠죠. 그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생각해요. 근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열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인데, 지금 이 시점에 성적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그런 법적, 제도적인 장치 이런 게 갖춰줘야 할 때가 아닌가,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에디 :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학교라는 곳에서 아직 사회에 들어가기 전인 사람을 훈련을 시키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학교에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배려나 이런 것들은 어떻다고 선생님은 생각하세요?
기범 : 아마 제작년인가요? 서울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안을 통과시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서울시 교육위원회인가요? 거기에서 통과를 시켰나? 좌우지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거기에 보면 성적소수자들의 권리로 차별받지 않도록,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조례로 규정을 해놓은 게 있어요. 학생위인권조례안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도 학교에 있다 보니까 조례 내용이 어떤 건가 궁금하기도 했고 찾아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제가 알기로는 현실적으로 아직 고등학교에서 성적소수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생활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게 현실이에요. 학교에 상담하러 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요. 왜냐하면 상담사가 있다고 해도 개개인이 그런 걸 숨기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죠. 알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또 제도적으로 학교 내에서 충분히 어떤 학생이 성적소수자로 밝혀졌다 할 때에도 그 학생을 보호하는 장치 또는 상담을 하고 그 학생을 안내해주는, 어떻게 생활하라고 안내하는 제도 이런 게 없다고 봐야죠. 왜냐면 아까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할 때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라는 데는 유독 심할 거 같아요. 학생이 희생될 수 있고. 또 사실 교사 입장에서도 이 성소수자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꺼내지 않죠. 그러니까 금기어 혹은 기피어, 선생님이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네. 어떤 학생이 저런 성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서로 말해볼 수도 없는 거고. 왜냐하면 선생님이 알게됬다 해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 하는 현실이고. 그래서 그런 점이 마음이 아프죠. 아직 우리 현실이 이런 게...
에디 : 선생님께선 20대 중반에 처음 교직에 몸을 담으신 거죠?
기범 : 20대 후반부터요.
에디 : 그때랑 지금이랑 교육적인 면에서 시대적 변화가 많이 있나요? 성적소수자를 위한 제도가 실제 어떤 게 마련되어 있는지나 어떻게 변했는지?
기범 :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전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점에서 그러냐면, 일단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죠. (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된다는 지침이라거나 이런 게 없다는 거. 물론 인권조례에는 언급이 되어 있어요. 분명히 내가 본 걸로는 그런데... 보호해줘야 한다는 그런 규정은 있어요. 그런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런 얘기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 학교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어려운 거죠. 그에 비해서 20여 년 전에만 해도 그런 게 드러날 일이 거의 없었던 거예요. 오늘날과 비해서는...
에디 : 오히려 그때가 더 안전했겠네요.
기범 : 네. 네. 그때가 더 안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때는 여성적인 학생이 남학생들 사이에 있었다고 해도 같이 장난치고 어울리고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점점 사회가 왕따라고 부르는, 따돌림 당한다는 경우도 생기고 있고, 또 폭력적인 학생도 과거보다 더 많은 거 같아요. 그런 아마 어떤 매체 영향도 있겠죠. 그래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학교 측의 배려라든지 이런 거는 달라졌다고 생각지 않아요.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악화됬다 생각들만큼 변한 게 없다(고 봐요). 학생들 간에서 이런 건 느껴요. 학생들이 매스컴 영향을 받아서 잘 알고 있어요. 게이라든지 트랜스젠더라든지 뭐 이런 존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그런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요즘은 그런 용어라든지 이런 데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있는 거죠.
에디 : 예전에 유명했던 일화인데요. 어떤 학교에서 한 학생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알고 교장, 교감 이런 분들이 나서서 수술비를 마련해 준 거예요. 그때 엄청난 이슈였거든요. 시사 프로그램에도 나왔는데 그때 방송된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말이 뭐였냐면, 선생님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어떤 한 선생님이 이미 다 알아보신 후 하신 말씀이에요. 그분은 외국의 사례도 알아보고, 어디가 수술을 잘 하고를 다 찾아 보셨다고 해요. 그분이 “지금 이 학생에게 어떻게 고치라 해도 안될 뿐더러 어차피 우리가 뭘 해줘도 불행하기 때문에 차라리 얘가 원하는 삶을 해주는 게 맞다. 지금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말해서 선생님들이 뜻을 모은 거예요. 그 결과 기금 마련을 하게 되었고.
아직도 인상 깊게 기억나는 건, 어떤 한 선생님이 윤리를 들먹이는 징면이에요. 학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언급하고 그랬는데, 그에 대해 다른 선생님이 그분을 꾸짖으시는 거죠. 그들의 반응이 이 학생보다 더 중요하냐고. 어떻게 보면 반대 의견을 냈던 선생님은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신 거겠죠. 우리가 이 학생을 이렇게 도와줬을 때 과연 사회에서 우리를 옳게 보겠느냐는 말을 던진 거였겠죠.
기범 : 그런 내용이 텔레비전에 나왔나요?
에디 : 지금도 인터넷에 돌아다녀요.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게 정말 학생을 위한 거고, 어떻게 보면 사회에 나가기 전 학생들한테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들었어요. 한편으로 보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님들인 거잖아요. 도우미고 가이드이시고. 그 방송 내용은 학생을 최우선으로 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찾아 볼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지고 지식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더 안 좋아졌다는 게 참...
기범 : 그러니까 제가 학교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학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랑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걸 가장 염려할 거라 생각해요. 학교에서 앞장서서 학생들의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인다면 학교 쪽으로 앞서서 유도하는 게 아닌가 오해를 받을까 봐 학교는 굉장히 겁을 낼 거예요. 그래서 학교는 보수적이 되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요. 그래서 일단 학부모들로부터의 비난이나 그런 것들이 일차적으로 커서 아닌가 생각도 들고. 기본적으로 또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게 이 학생이 남학생으로 태어났으면 남성으로서의 바람직한 남성성을 키워서 남성적인 남성이 되는 거고 여성이면 여성성을 키워서 여성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을 부모님들은 바라니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도 그런 성적 모델을 따르도록 하는 거죠. 요즘 말하는 이반이나 성적소수자의 길을 가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님들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니까요.
에디 : 선생님께선 그런 현실이 잘못됬다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기범 : 제가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제가 내 제자의 경우를 경험해 보니까... 지금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정확히는 알지 못하죠. 그건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묻지도 않고요. 그러나 혼자 살아가고 있고 어쨌든 자기 일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산다고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자녀나 이런 건 없지만요.
에디 : 선생님은 이제 그런 경험을 해보셨잖아요. 경험자로서 선생님이 보셨을 때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소수자 특히 트랜스 뿐만 아니라 성적소수자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한테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어떤 게 가장 필요하다 생각하시는지요?
기범 :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과 시각 그런 게 좀 더 따뜻해져야 된다고 보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로 밝혀지더라도 사회에서 당연히 포용해야 되는 거고, 그걸 이유로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저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란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지원하고). 우리 색깔도 그렇잖아요. 특정한 색깔, 빨간색, 파란색 중 하나의 단색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색깔이 어울려 있을 때 훨씬 더 조화로움이 느껴지는 거란 말이지요. 그런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소수자들에 대해서 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학교도 사회의 축소판인데, 학교 역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성적 정체성에 있어서도 소수자가 있단 말이에요. 이들에 대해서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충분히 차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이라고 해서 성소수자가 없었던 게 아니란 말이에요. 아주 옛날에도 있어 왔고 미래에도 있을 거고요. 근데 왜 소수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해야 되나. 그건 마치 중세의 마녀 사냥처럼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같은 걸) 믿지 않는다고 해서 마녀로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리곤 했잖아요. 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성적 정체성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가 아닌가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에디 : 그 제자 분을 알게 되고 난 후 새로 들었던 생각이 있으신가요?
기범 : 그때는 그렇게 성적소수자에 대해서 인식이 없었던 때인데 사회가 점점 개방되고 또 우리 사회에 하리수 씨나 홍석천 씨 이런 사람들이 있고, 매스컴에도 많이 나오고 하다 보니 "아, 트랜스젠더와 게이가 이런 차이가 있구나"란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는 그 제자한테... 뭐랄까요, “니가 왜 그런 일을... 넌 (여자가) 될 수 없으니까 하지 마라”라고 그렇게 생각 들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줬죠. 그 당시에는 저로선 그 제자가 육체적인 성이 남자였으니까 남자로서 살고 그렇게 결혼을 해서 아이 낳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 당시에는 그 친구가 22살이었고 나 역시 서른 갓 넘은, 30대 초반이었으니까요.
근데 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 자라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쭉 보니까 내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할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성적소수자들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알게 되고 보니까, 그리고 그 친구가 20년 후에 이렇게 생활하는 걸 보고 하니까 "아, 어렸을 때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내가 이렇게 하라고 (말한 대로) 그 친구가 따라 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스스로 본성에 따라 자기가 자신을 잘 알 거 아니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따라 살아가는 게 본성에 맞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지금 그 친구가 혼자 사는데 내가 알기론 잘 살고 있어요.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 나름대로 사업을 잘 꾸려 나가고 있고요. 그래서 “아, 이게 주변에서 이렇게 하라고 말한다고 그렇게 일반인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닌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성소수자로서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대로 살게 되는 거겠죠. 그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생각해요. 근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열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인데, 지금 이 시점에 성적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그런 법적, 제도적인 장치 이런 게 갖춰줘야 할 때가 아닌가,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에디 :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학교라는 곳에서 아직 사회에 들어가기 전인 사람을 훈련을 시키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학교에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배려나 이런 것들은 어떻다고 선생님은 생각하세요?
기범 : 아마 제작년인가요? 서울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안을 통과시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서울시 교육위원회인가요? 거기에서 통과를 시켰나? 좌우지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거기에 보면 성적소수자들의 권리로 차별받지 않도록,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조례로 규정을 해놓은 게 있어요. 학생위인권조례안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도 학교에 있다 보니까 조례 내용이 어떤 건가 궁금하기도 했고 찾아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제가 알기로는 현실적으로 아직 고등학교에서 성적소수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생활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게 현실이에요. 학교에 상담하러 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요. 왜냐하면 상담사가 있다고 해도 개개인이 그런 걸 숨기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죠. 알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또 제도적으로 학교 내에서 충분히 어떤 학생이 성적소수자로 밝혀졌다 할 때에도 그 학생을 보호하는 장치 또는 상담을 하고 그 학생을 안내해주는, 어떻게 생활하라고 안내하는 제도 이런 게 없다고 봐야죠. 왜냐면 아까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할 때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라는 데는 유독 심할 거 같아요. 학생이 희생될 수 있고. 또 사실 교사 입장에서도 이 성소수자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꺼내지 않죠. 그러니까 금기어 혹은 기피어, 선생님이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네. 어떤 학생이 저런 성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서로 말해볼 수도 없는 거고. 왜냐하면 선생님이 알게됬다 해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 하는 현실이고. 그래서 그런 점이 마음이 아프죠. 아직 우리 현실이 이런 게...
에디 : 선생님께선 20대 중반에 처음 교직에 몸을 담으신 거죠?
기범 : 20대 후반부터요.
에디 : 그때랑 지금이랑 교육적인 면에서 시대적 변화가 많이 있나요? 성적소수자를 위한 제도가 실제 어떤 게 마련되어 있는지나 어떻게 변했는지?
기범 :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전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점에서 그러냐면, 일단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죠. (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된다는 지침이라거나 이런 게 없다는 거. 물론 인권조례에는 언급이 되어 있어요. 분명히 내가 본 걸로는 그런데... 보호해줘야 한다는 그런 규정은 있어요. 그런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런 얘기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 학교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어려운 거죠. 그에 비해서 20여 년 전에만 해도 그런 게 드러날 일이 거의 없었던 거예요. 오늘날과 비해서는...
에디 : 오히려 그때가 더 안전했겠네요.
기범 : 네. 네. 그때가 더 안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때는 여성적인 학생이 남학생들 사이에 있었다고 해도 같이 장난치고 어울리고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점점 사회가 왕따라고 부르는, 따돌림 당한다는 경우도 생기고 있고, 또 폭력적인 학생도 과거보다 더 많은 거 같아요. 그런 아마 어떤 매체 영향도 있겠죠. 그래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학교 측의 배려라든지 이런 거는 달라졌다고 생각지 않아요.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악화됬다 생각들만큼 변한 게 없다(고 봐요). 학생들 간에서 이런 건 느껴요. 학생들이 매스컴 영향을 받아서 잘 알고 있어요. 게이라든지 트랜스젠더라든지 뭐 이런 존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그런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요즘은 그런 용어라든지 이런 데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있는 거죠.
에디 : 예전에 유명했던 일화인데요. 어떤 학교에서 한 학생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알고 교장, 교감 이런 분들이 나서서 수술비를 마련해 준 거예요. 그때 엄청난 이슈였거든요. 시사 프로그램에도 나왔는데 그때 방송된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말이 뭐였냐면, 선생님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어떤 한 선생님이 이미 다 알아보신 후 하신 말씀이에요. 그분은 외국의 사례도 알아보고, 어디가 수술을 잘 하고를 다 찾아 보셨다고 해요. 그분이 “지금 이 학생에게 어떻게 고치라 해도 안될 뿐더러 어차피 우리가 뭘 해줘도 불행하기 때문에 차라리 얘가 원하는 삶을 해주는 게 맞다. 지금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말해서 선생님들이 뜻을 모은 거예요. 그 결과 기금 마련을 하게 되었고.
아직도 인상 깊게 기억나는 건, 어떤 한 선생님이 윤리를 들먹이는 징면이에요. 학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언급하고 그랬는데, 그에 대해 다른 선생님이 그분을 꾸짖으시는 거죠. 그들의 반응이 이 학생보다 더 중요하냐고. 어떻게 보면 반대 의견을 냈던 선생님은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신 거겠죠. 우리가 이 학생을 이렇게 도와줬을 때 과연 사회에서 우리를 옳게 보겠느냐는 말을 던진 거였겠죠.
기범 : 그런 내용이 텔레비전에 나왔나요?
에디 : 지금도 인터넷에 돌아다녀요.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게 정말 학생을 위한 거고, 어떻게 보면 사회에 나가기 전 학생들한테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들었어요. 한편으로 보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님들인 거잖아요. 도우미고 가이드이시고. 그 방송 내용은 학생을 최우선으로 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찾아 볼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지고 지식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더 안 좋아졌다는 게 참...
기범 : 그러니까 제가 학교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학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랑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걸 가장 염려할 거라 생각해요. 학교에서 앞장서서 학생들의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인다면 학교 쪽으로 앞서서 유도하는 게 아닌가 오해를 받을까 봐 학교는 굉장히 겁을 낼 거예요. 그래서 학교는 보수적이 되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요. 그래서 일단 학부모들로부터의 비난이나 그런 것들이 일차적으로 커서 아닌가 생각도 들고. 기본적으로 또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게 이 학생이 남학생으로 태어났으면 남성으로서의 바람직한 남성성을 키워서 남성적인 남성이 되는 거고 여성이면 여성성을 키워서 여성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을 부모님들은 바라니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도 그런 성적 모델을 따르도록 하는 거죠. 요즘 말하는 이반이나 성적소수자의 길을 가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님들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니까요.
에디 : 선생님께선 그런 현실이 잘못됬다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기범 : 제가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제가 내 제자의 경우를 경험해 보니까... 지금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정확히는 알지 못하죠. 그건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묻지도 않고요. 그러나 혼자 살아가고 있고 어쨌든 자기 일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산다고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자녀나 이런 건 없지만요.
에디 : 선생님은 이제 그런 경험을 해보셨잖아요. 경험자로서 선생님이 보셨을 때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소수자 특히 트랜스 뿐만 아니라 성적소수자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한테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어떤 게 가장 필요하다 생각하시는지요?
기범 :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과 시각 그런 게 좀 더 따뜻해져야 된다고 보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로 밝혀지더라도 사회에서 당연히 포용해야 되는 거고, 그걸 이유로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저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란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지원하고). 우리 색깔도 그렇잖아요. 특정한 색깔, 빨간색, 파란색 중 하나의 단색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색깔이 어울려 있을 때 훨씬 더 조화로움이 느껴지는 거란 말이지요. 그런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소수자들에 대해서 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학교도 사회의 축소판인데, 학교 역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성적 정체성에 있어서도 소수자가 있단 말이에요. 이들에 대해서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충분히 차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이라고 해서 성소수자가 없었던 게 아니란 말이에요. 아주 옛날에도 있어 왔고 미래에도 있을 거고요. 근데 왜 소수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해야 되나. 그건 마치 중세의 마녀 사냥처럼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같은 걸) 믿지 않는다고 해서 마녀로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리곤 했잖아요. 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성적 정체성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가 아닌가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