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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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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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 성적소수자 제자를 가르쳤던 경험을 하셨단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떻게 알게 되셨고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기범 : 네. 사실 학교에는 학생 수가 많다 보니까, 수백 명씩 되잖아요. 이렇게 많다 보니 그중에는 성소수자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타나지 않죠. 왜냐하면 커밍아웃을 하면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고. 또 요즘 같으면 자칫 따돌림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학교에서 폭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사실은 위험한 일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이렇게 커밍아웃을 하고 그러진 않는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제가 교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만난 제자 가운데 좀 여성(스러운), 그 학교가 남학교였는데 여성스러운 제자가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그 제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성적소수자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다만 저 학생이 좀 여성적이다 그냥 그 정도로 생각을 했죠. 왜냐하면 선생님한테 말을 할 때 부드럽게 한다거나, 여자아이들 할만한... 뭐랄까, 행동이라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저는 좀 여성적이다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도 사실은 그 학생이 성적소수자란 걸 저는 판별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때 20여 년 전이니까 그때만 해도 나한테 그런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죠.
에디 : 말씀하셨던 여성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예쁘거다나 그런 건가요?
기범 : 음, 그때도 스승의 날이 있었잖아요. 스승의 날에 다른 남학생 같으면 특별히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한테 선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한데. 저는 그 기억이 나요. 이 학생이 사탕이 든 작은 병, 요즘 같으면 왜 빠리바게트나 이런 제과점 같은 데서 넣은 사탕을 볼 수 있잖아요. 그 작은 병에 사탕이 담긴 병을 저한테 선물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보통 남학생들은 이런 선물 잘 안 하는데…” 그렇게 선물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점도 있었고요. 학교 다닐 적 야단을 맞을 때… 이거는 사실 제스처로 보여줘야 하는데 야단 맞거나 뭐 이럴 때 “아~ 선생님~” 어깨를 흔들면서 “아~ 선생님~” 이렇게. 어떻게 보면 여자 학생들이 애교 부린다고도 볼 수 있는 그런 태도라 할까요? 물론 선생님이 잘해줬기 때문에, 따뜻하게 대해줬기 때문에 나한테 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몰랐어요. 그 학생이 정말 소수자에 속해 있는지 몰랐어요.
에디 : 근데 저도 그랬던 거 같아요. 좋아하는 선생님 있으면 좋아하는 걸 어찌 못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괜히 애교 떨고 선물 갖다 주고... 그 당시에는 그 학생이 그냥 여성스럽다고만 생각하셨던 거죠?
기범 : 네, 네.
에디 : 그러면 그 제자 분이 여성스럽게, 독특하게 선생님을 대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기범 : 그게... 학생들은 각양각색의 학생들이 있단 말이에요. 성격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여러 학생 중 하나인데 당연히 여성적인 학생도 있는 거죠. 여자 아이들 가운데도 왜 보이쉬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 옛날엔 보이쉬란 말도 안 쓰고 선머슴아 같다고 그런다든가... 그렇게 말하고 말았지. 그랬기 때문에...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죠.
에디 :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셨던 건 아니신 거네요?
기범 : 그럼요. 여학생들 중에도 남학생 같이 머리 짤막하게 하고... 숏컷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고. 여학생들 중에도 바지 입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잖아요? 치마 잘 안 입고. 그런 학생이 있는 것처럼 남학생 가운데도 또 여성적인, 그런 뭐랄까요, 말이나 행동이 이런 (여성적인) 것으로 보이는 학생도 있었죠. 그 당시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에디 : 그렇게 제자가 고민 상담을 했다거나…
기범 : 그런 건 안 했어요.
에디 : 선생님께서 그 학생을 지켜보셨을 텐데, 여성스러운 제자 분 주변의 분위기는 어떠셨어요? 학우나 이런 부분들을 과의 관계라든지요.
기범 : 그 학생도 친구들이 좀 있었죠. 근데 그렇지만 난 교사 입장이었고. 그러니까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알지 못했죠. 왜냐하면 내가 담임도 아니고 그냥 교과목으로 만난 사이고 하니까, 수업할 때만 보는 사이니까 특별히 내가 그 학생의 교우 관계가 어떤지는 잘 몰랐어요. 졸업 후에 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때 들었죠. 졸업 후에야 그 친구가 “선생님, 저 사실 누굴 좋아했어요”하고 어느 남학생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에디 : 언제쯤? 나중에 따로 만나셨던 거예요?
기범 : 예. 졸업하고 나서 1년 후에 대학생이 되고 만났을 때,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 아무개를 좋아했다”고... “그래서 우리 안 보이는 데서 둘이 뽀뽀도 했었다”고. 그러니 “아, 그러냐”하고 나중에 (알았죠). “아, 그래서 얘가 이런 성향이 있구나!" 그때부터 생각을 하게 됐죠. 근데 그때만 해도 내가 게이하고 트랜스젠더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는 그냥 게이 끼 기질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었죠.
에디 : 그럼 혹시 그 제자 분 만나기 전이나 교직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트랜스젠더) 비슷한 분을 만나셨거나 보셨거나 그런 적은 혹시 없으셨어요?
기범 : 1980년대 그때에 대학 생활 할 때 이제 술 마시러 이태원 쪽에 온 적이 있어요. 그때 길에서 키가 늘씬한 사람들 몇 명이 걸어가는 걸 봤어요. 근데 사실은 남자들이었죠. 그냥 단순히 이렇게 생각했죠, “아, 게이들이구나. 아, 여장남자들이구나." 네, 여장남자라고 했죠. 그런 정도였죠. 그때만 해도 1980년대니까 오래전이죠. 그러니까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도 않고 특정 지역, 이태원 이런 쪽에 일하던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런 성향을 가졌던 사람은 1980년대 뿐만 아니라 아마 1680년대에도 있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