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을 클릭하면 연재 중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게제된 글을 무단으로 전제/ 도용할 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영우4. 그러니까 되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캔디 : 이 친구를 십 몇 년 보셨는데 하지만 처음부터 호르몬 한 건 아니잖아요.

영우 : 호르몬 했을 때 저는 되게 좋아했어요.

캔디 : 아, 그래요?

영우 : 왜냐면은 이제 저 친구가 좀 숨쉬고 살겠구나. 그전까지 계속 컴플렉스였거든요. 그러니까 친구라서 그럴 수 있는 건가? 부모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는데... 또 수술하고 이렇게 절개수술 했잖아요. 오히려 목소리가 변했는데 어, 되게 기쁘더라구요. 쟤가 이제 뭔가 물리적 한계를 하나씩 극복을 해가는구나. 역시 의술은 [웃음] 진보해야된다고. 아, 진짜로요. 왜냐면은 본인이 그거를, 그니까 얼굴이 컴플렉스였던 사람이 성형해가지고 얼굴이 되게 좋아지면은 되-게 자신감이 살잖아요. 영화 <미녀는 괴로워>처럼. 그 모습을 보니까 내가 기쁘더라고. 근데 첨에 그 친구를 피했던 대학교 1학년 당시에 그 친구가 그 때부터 계속 호르몬 해가지고 목소리 변하고 유럽 갔다 왔더니 목소리가 변했어 이건 좀 충격 받았겠죠. 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 동안 관계가 진전된 상태였으니까 오히려 제가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준우 : 그 전까지는 이 친구가 압박붕대를 하는 그런 식으로 조치한 거죠?

영우 : 아, 한다고 얘기했어요.

준우 : 그때 옆에서 봤을 때는 어땠어요?

영우 : 안타깝죠. 근데 그게 그 안타까운데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게 안 하면 바보인 거죠. 이미 고착화된 세계에서, 세상에서, 사회적인 시각이 있는데 굳이 그거를 혁명가처럼 이렇게 전복시킬 순 없는 거 아녜요. 그니까 그 친구가 이 시스템 속에서 자기 어떻게 나름대로의 앞가림을 하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되죠. 근데 그건 기술적인 부분이고. 그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지만. 예, 안타깝죠.

준우: 그러면 예전 얘기로 돌아가서 처음 커밍아웃 한 후로 몇 년 동안은 이 친구가 신체적으로는 그러니까 의료조치를 거의 안 하고 지냈잖아요. 그 때 옆에서 뭔가 서포트를 하는 역할이나 그런 게 혹시 있었어요?

영우 : 서포트가 필요가 없는 게 이 친구가 이제 그냥 툭 터놓고 얘기해서 원래는 시내에서 술 한잔 하고 사우나방 딱 가가지고 탁 목욕탕에 탁 앉아 가지고 캬아~ 이러면서 둘이 좋다 그지? 이거를 한 번 해야 되는데 그걸 못 한다. 이런 얘기를 그냥 농담 삼아 한 적은 있어요. 근데 여건이 안 되니까 그런 거는 못 하는 건 있죠. 그거보다는 사람들이 제 친구잖아요. 이 친구랑 같이 모임을 가거나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이 친구 딱 보고 약간 스캐닝 하는 느낌 있잖아요? 그 때 되게 좀 미안해요. 얼마나 본인이 불편할까. 저도 옷을 잘 입는 게 아니거든요. 근데 드레스코드로 뭐야? 이렇게 보면 기분 나쁘잖아요.

캔디 : 좀 더 빨리 호르몬을 하기를 권한다거나 그런 얘기는 혹시 안 해보셨어요?

영우 : 처음에는 이렇게 바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할 때는 가급적 그거를 맨 나중으로 미뤘으면 좋겠더라구요. 부모님도 생각해야 되고.. 그때부터 외형이 달라지니까 부모님이 받을 충격이라던가 이런 걸 고려하게 돼서 걔가 더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그것만큼은 좀 맨 나중에 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더 미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에서 한 발짝 더 넘어가니까 오히려 더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근데 그 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은 거에요. 부작용과 비용.

준우 : 그 전엔 모르셨던 거에요?

영우 : 그 땐 몰랐죠. 근데 부작용과 의료 비용과 의료계에서 뭔가 선입견, 의사들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고 그러더라구요. 심지어 자기가 시술을 하면서도요. 그럼 본인이 시술 받을 때 얼마나 기분이 나빠... 그런 사람이랑 계속 디스커션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그걸 생각하니까 섣불리 ‘야, 너 빨리 해라’ 그걸 얘길 못 하겠더라고. 돈도 돈인데, 일단은 뭐 그런 것부터 해가지고 아직 사람들이 좀 더 의료계에서 좀 더 성숙해질 때, 기술 더 발전했을 때, 그 때 오히려 하는 게 어떻겠냐. 그러니까 진짜 현실적에다가 연역적으로 생각을 해서 그렇게 되더라고요.  무턱대고 빨리 하는 거는 좀 위험하겠더라고.

그리고 얼마 전에 서부지방법원에 성별변경 신청을 했잖아요. 그 때 참고인 진술서를 제가 썼어요. 이 친구는 이쪽 단체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하는 걸 많이 얘기를 하다가, 뭔가 제도권적인 뭔가 큰 혁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사실은 저는 되게 고맙더라구요. 그런데 관련 분야를 전공하신 학교 교수님이 얘기를 했던 걸 간접적으로 들었어요.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당장에 사회생활을 할 때, 뭔가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위협처럼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준우 : 그 변경 요건이 너무 안이했다 그런 식으로요?

영우 : 예, 안이했다. 그리고 그걸 허용을 해줘버리면 뭐~ 난리가 날 거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근데 사실은 이 친구랑 학부 때 재미나게 얘기했던 게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편견 중에 하나가 그러면 이쪽, 동성애자 사람들은... 남자들은 남자만 봐도 다 환장하고 같은 거요. 그렇게 쉽게 웃으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야, 내가 나는 이 친구랑 우정이라 생각하고 되게 친하게 지냈는데 알고 보니까 저 친구는 날 사랑하고 있었어. 그럼 되게 이상하지 않냐? 이러면서 되게 불편할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한 거에요. 근데 그 친구가 한 방에 쿨하게 날리더라고. 너는 그럼 치마만 두르면 다 좋냐며 야, 그 다 사람이 취향이 얼마나 다양한데… 사람들이 멍청한 게 너무 과장해가지고 생각을 한다고.

근데 저도 그 교수님이 그 비슷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그런 분이 많아요. 근데 좀... 뭐랄까 이렇게 똑똑하게 접근을 해야 되는 게 저의 인식변화를 단계적인 과정으로 보면 제가 봤을 때는 이거 이상으로 좋은 접근 방식은 사실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조금... 약간 당장에 뭔가를 탁 하려고 하는 그런 것도... 물론 그 심정은 알겠어요. 마음이 좀 급한 것도 있고 본인이 답답한 것도 있고 하니까. 근데, 그렇게 사실은 저변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까지는 한국사람들이 다양화됐다 하지만 실제로 되게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집단이) 크더라구요. 갖고 있는 지위도 그렇고 그 분의 견해들이 갖는 사회적 비중도 그렇고. 뭔가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계속 들어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운동도 아마 그런 일환 중의 하나겠죠.

캔디 : 그럼 이 친구가 법학 전공자로서 관련 논문도 쓰고 계속 이 분야에서 관련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들진 않으세요?

영우 : 전혀요. 오히려 원래 논문은 유니크 [살짝 웃음] 해야, 독창적이어야 하는데, 전대미문의 논문을 썼으니 솔직히 부럽죠. [웃음] 그리고 이번에 서부지방법원에 성별정정 신청할 때도 판사님도 자기 심정적으로는 이걸 해줘야 될 것 같지만 얘네들이 주장하는 게 형편없으면 자기가 말빨이 안 먹히잖아요. 근데 엄청나게 자료조사를 이 친구가 했으니까 허가한 거 아니에요. 그래서 사실은 이쪽 분야에 대해서 많이 써야죠. 나와야 되기도 하고. 근데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도 이거에 대해서 심정적으로 거부하는 교수님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되게 전략적 접근[웃음]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홍석천 씨가 어떻게 보면 역할을 잘 하는 측면도 있고 좀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그냥 오락거리로 생각을 하잖아요. 저는 그게 되게 불편해요. 왜냐면 그렇게 해서 그런 사람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거는 참 본인 역할을 잘 하고 있죠. 근데 그걸로 인해서 오락거리로만 그치면 그냥 끝나는 거죠. 그래서 인식의 저변을 넓혀가고 할 때, 사실 이 친구가 저랑 얘기도 잘 통한 게 있었지만, 자기가 뭔가 이쪽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 자기가 뭘 하고자 하는 거에 대해서 되게 열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신뢰감, 그니까 이 집단이 계속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인식의 저변을 넓히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의 시그널을 계속 줘야지, 사람들이 조금 어, 이런 것도 괜찮네? 이렇게 생각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