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 : 그런데 리인의 정체성 자체가 TG 운동에서는 비당사자잖아요.
리인 : 네네.
준우 : 그것 때문에 생긴 트러블은, 혹은 갈등은요? 예를 들면 ‘아, 이거는 내가 보조하는 거지 내가 할 운동은 아니다’ 같은.
리인 : 그런 건 없었는데요. 일단은 그런 게 있었어요.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한번도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성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왜 한 번도 안 해봤지?" 해봤죠. 아니더라고! [크게 웃음] 난 여자더라고. 그런 거? 그런 게 되게 재밌었고요. 제가 인터뷰 팀에 잠깐 들어가서 인터뷰를 했잖아요.
수은 : 아니더라고, 나는 여자더라고 할 때 무슨 생각했어요?
리인 : 여자더라고... 아, 무슨 생각했냐면... 무슨 생각했지? 아, 일단 그 생각했어요. 내가 생리가 싫은가? 이 생각했어요. 아, 뭐 근데 생리 별로 싫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지고. 내가 가슴이 싫은가? 커서 싫다. 뭐, 이런 거. [웃음] 이런 생각하고. 그리고 칼싸움 좋아하고 축구 좋아하고 그런 게 남성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주위에서 듣는... 뭐, 예를 들면 “난 생리가 싫었어요, 난 가슴, 가슴이 나한테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고요. 하여튼 그냥 있구나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이 해봤을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봤는데 근데 그냥 나는 해당이 안 되었던 거 같아요. 해서 그냥 나는 여자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수은 : 음, 그거 같네요. 예 아니오 해가지고...
리인 : 네.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수은 : 예스 오어 노우.
리인 : 네, 네.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제가 인터뷰 팀에 들어갔는데, 잠깐 들어갔는데 그때 인터뷰를 트랜스젠더 부모님이랑 트랜스젠더 이성 파트너를 했죠. 근데, 뭐라고 해야 되나. 부모님은 그냥 잘 했는데, 어... 이성 파트너 분 할 때, 되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거든요. 질문을 막 준비해갔어요. 막, 그래서 불편한 점은? 이성애자, 이성 파트너에게 불편한 점은?
준우 : 힘든 점은?
리인 : 응, 힘든 점은? 고려했던 점은? 부모님과의 갈등은? 뭐, 이런 거에 대한 거(준비)를 했는데, 갔더니 아무것도 (힘든 게) 없으신 거예요. 진짜 아무것도 없으신 거야. 그니까 가장 충격이었던 게 “저는 그냥 연하여서, 그분이 연하여서, 그런 거에 대한 고민만 있지 딴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식으로 말을 하시고요. 단지 그냥 은행을, “은행 업무라든지, 그런 식의 좀 공기업 업무라든지 그런 거만 제가 하지 딴 건 뭐 없어요.” 하고. 길거리에 지나갈 때는요? 이런 질문 나왔을 때, "저희는 오히려 남자/여자로 패싱이 되기 때문에 레즈비언 커플들보다 훨씬 편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헉~!! 따단~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준우 : 편하네요.
리인 : 그러니까, 아, 그런 거 있잖아요 아차 싶은 거요. 너무 그들이 불편하다라고, 불편할 것이다라고, 트랜스젠더로 생활하는 게 불편할 것이다라는...
준우 : 힘들 것이라고요.
리인 : 어, 힘들 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거에 대한 거요.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음... 뭔가 깨달음이 있었죠. 그래서 생각을 해봤죠, 다시 한 번. ‘음, 내가 트랜스젠더를 불쌍하게 보는 걸까? 힘들게 보는 걸까? 나는 대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편견을 갖고 인터뷰를 응했던 걸까?' 이런 고민을 좀 했고.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아닌데, 굉장히 복잡하고 힘든 삶을 겪고 있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도.
준우 : 그니까 그런 거일 수 있잖아요. 그니까 힘든 지점들이 있는데 그게 매일, 늘 만연하게 진행되는 일상이 아니라, 어떤 순간순간마다 힘든 포인트들이 있는 건데. 그것들만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힘들어 (보이는).
리인 : 네, 네. 음... 그래서 그런 걸 되게 많이 배웠죠. 뭐, 강약중강약 이런 느낌? [웃음] 그냥 그들을 편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봐야 될 때는 봐야 되고, 세심하게 고려하고 배려해줘야 될 때는 해야 되고. 쿨하게 신경쓰지 않고, 그냥 신경을 꺼줘야 될 때는 꺼줘야 되고. 이 조절이 굉장히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되는 게 트랜스젠더와 관계를 지내는 비성소수자의 입장. 아, 비트랜스젠더의 입장, 이런 거구나 라는 거? 그런 게 좀 생긴 거 같아요. 그리고 상당히 그 과정이 피곤하고요. 이게 몸, 배어 있지 않으면요.
준우 : 바로 그게, 트랜스젠더 (사업) 담당자를 시켰을 때 성숙할 거야 라는 말의 포인트가 아닐까요?
리인 : 네. 약간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좀 알게 된 거 같긴 해요.
준우 : 예전엔 그게 없었던 거예요, 그런 인식이?
리인 : 네, 네. 전에 인식조사 팀에서 말했던 대로 그냥 무관심이었던 거죠. 근데 조이고 풀리고, 조이고 풀리고 좀... 해야 되는 거 같아요.
준우 : 시기상으로 그 다음에 했던 가장 큰 행사 같은 게 컨퍼런스하고 워크숍이죠. 그때 실무를 하셨죠?
리인 : 네, 네.
준우 : 그때는 어땠어요? 팀 평가가 아니라 개인적인 평가요.
리인 : 음... 일단 컨퍼런스 같은 거는 굉장히 자신있던 행사였기 때문에. 왜냐면 그런 거를 많이 준비를 해봤던 경력이라. [웃음] 많이 봐 왔어요. 옆에서 그런 거 준비하는 걸 많이 봐 와서, 어떤 걸 실수하지 말아야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어서. 준비도 수월하게 하고, 성황리에 끝났고, 개인적으로 컨퍼런스는 되게 맘에 들었어요. 음, 컨퍼런스에 대한 논의나 이런 거는 캔디랑 같이 했어요. 그냥 일에 대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내가 스킬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캔디한테 많이 배웠죠. 근데 워크숍은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사실 워크숍이 일적으로 보면 되게 좋은 성과를 냈잖아요. 의외로 많은 당사자들이 왔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고,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그때 한 번도 안 들어갔어요.
준우 : 응... 난 (워크숍 행사에) 아예 가지를 못했어요.
리인 : 그러니까 좀 피곤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바로 전날 컨퍼런스를 (하고), 컨퍼런스랑 워크숍이 연달아 있었고, 컨퍼런스 때 되게 총책임이어서 많이 달리고 뛰고 긴장하고 그런 거 때문에 되게 많이 피곤해서, 워크숍 때 되게 많이 참여를 못 했긴 했는데요. 피곤했어도 일이니까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눴어야 됐는데요. 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어... 나의 트랜스젠더? [웃음] 그니까 조각보 기획단이 아니라 정말 커뮤니티에 있는 리얼 트랜스젠더들을 만난다는 거가 쪼금 부담스러웠나? 아닌가? 막 그런 거 때문에. 혹은 근데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그냥 약간의 인권 감수성이 없는 (이들에) 대한 부담스러움도 있었을 거 같아요. 왜냐면 그중에, 어... 자기 소개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옷 좀 사 입고 다녀” 이렇게 말했거든요.
준우 : 음?
리인 : "옷 좀 사 입고 다녀” 이렇게 말했거든요. 그 날 진짜 추리하게 왔거든요. 사실 이해해요. 진짜 추리하게 나왔거든요. 근데 그분이 ftm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저를 굉장히 편하게 생각한 거고요. 그래서 “꼰대 짜증 나” 이런 느낌 딱 들면서, 그냥 확 멀어진 거예요 처음에. 확 멀어진 거죠, 자기 소개 할 때.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그날 워크숍에 참여를 덜 했거든요. 그리고 약간, 뭐라 그래야 되죠? 아까 전 처음 말했던...
준우 : 까탈스러운?
리인 : 복잡, 복잡미묘하고 자기 고민 많은 트랜스젠더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런 분들이 좀 계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절로 막 멀어지는 거예요. 내 몸이 들어가고 싶지 않고 괜히 더 피곤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도 너무 많(이 댔)고요. 그니깐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왜 그렇, 그렇게 했을까 생각은 들지만요. 그랬어요. 그 순간이 정말, 불편했어. 오히려 거기 워크숍에 참여하신 mtf 분은 편했어요.
준우 : 음... 어떤 이유에서?
리인 : 언니 같은 느낌?
준우 : 아, 여성스러움 때문에?
리인 : 아니, 여성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그냥 편안한 언니 같았어요.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건 거의 대부분이 남자... [웃음] 남자였어~.
준우 : 아까 얘기 나왔던 남성 혐오.
리인 : 아, 어어~! 약간.
준우 : 남성 혐오보다는 약간은 마초 혐오.
리인 : 약간 그런 거. 그래서 확 멀어진 걸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실 워크숍에 많이 참여하질 않았고. 내내 불편했어요. 밖에 있는 내내 불편했어. 쉽게 발이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준우 : 뭐, 내가 저기서, 저기에 뭔가 역할이 있는데, 그런데 도망치는 거 같고요.
리인 : 네. 캔디한테 떠맡긴 거 같고. 사실 떠맡긴 게 맞죠.
준우 : 자 그러면, 가장 인상 깊은 만남이 있었다면요?
리인 : 인상 깊은 만남이요? 으음… .
준우 : 그 대상은 당사자, 주변인, 그 관련된 활동가 등등이겠죠. 조각보 포함해서.
리인 : 음, 지렁이 사람들 만난 거? 지렁이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활동을 하게 된 거요.
준우 : 그건, 그래 봤자 네 명이잖아요.
리인 : 네, 그렇죠.
준우 : 전부터 알았잖아요. 나는 (리인과) 이번에 (조각보 활동 하며)알게 된 거지만.
리인 : 근데 개인적으로도 그분들하고도 개인적으로 뭐, 그냥 관계를 깊게 맺었던 것도 아니고요. 서로 번호만 알고, 사실 번호도 모르고. 오며 가며 인사만 “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했던 거 뿐이지, 고민을 나눈다거나 그분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나 고민들을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뭔가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의외로 많은 상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 그런 거 있잖아요. 약간 더 많이 아니깐,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너무 이끌어간다는 생각도 가끔씩 들었고, 그러니까 결정을 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이요.
준우 : 저도 그 생각 많이 하는데.
리인 : 왜냐면 이렇게, 이렇게 속도가 다르잖아요. 이미 너무 많이 나갔기 때문에 그 사람들 결정하는 게 맞고, 결정했던 사항들이 맞고, 방향이 맞기 때문에 내가 뭔가 거기 따라가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굉장히,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냥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동의를 해야, 하게 되는 부분에 좀... 약간의 불만이었으면 불만이었고요. 왜냐면 좀 더, 좀 더 고민해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러면서 또 트랜스젠더 분들이 많이 자살하잖아요. 그런 거를요, 많이 겪어 왔을 거에 대한 안쓰러움도 있었고. 그러면서 동시에 비당사자들은 당사자들이 되게 이해 못 할 것이다, 너넨 이해 못 할 것이다라는 말을 굉장히 꾸준히 들어왔겠구나라는 고민도 들었고요. 트랜스젠더들로부터 너는 트랜스젠더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 이런 질문들 끊임없이 들어왔을 거잖아요. 그런 식의 고민. 개인적으로는...
수은 : 리인은 들어본 적 없어요?
리인 : 전 없어요. 아직까지는. 왜냐면 뭐, 되게. 조각보를 하면서 전적으로 트랜스젠더 활동가, 트랜스젠더 운동 활동가 이런 식의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에요. 이제 배워가는 단계예요 이렇게 되니까 [웃음]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이 없었죠.
수은 : 근데 사람들이 궁금해하긴 했을 거 같아요. 리인이 왜 트랜스젠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준우 : 아, 리인에 대해서?
리인 : 제 주변 사람들이요?
수은 : 트랜스젠더, 만나면 트랜스젠더 당사자인가 그런 거?
리인 : 음... 그렇게 안 본 거 같은데요. 그건 약간 그거는 센터랑 연결이 돼서, 센터에서의 실무자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아직 잘 모른다고 하니까 질문 많은데 이러고, 이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은 아직 없었던 거 같고요. 그런 데에 대한 질문도 안 받았던 거 같아요.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고요. 그런 거랑... 아까 전에 말했던 그 트랜스젠더 이성 파트너 분이랑, 트랜스젠더 어머니 만났을 때 굉장히 인상이 깊었죠. 이, 그분의 나이가 너무 많으셔서, 똑똑함이라고 해야 되나? 혹은 너무 많은 상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조금... 트랜스젠더하고 당사자보단 주변인을 너무 많이 만났더니 주변인이 겪게 되는 이런 고민들에 대한 이런 게 좀 많이 깊어졌던 거 같아요.
준우 : 음, 좀 더 자기 일 같기도 하고.
리인 : 네, 네. 그래서 저도 그런 고민이 들었던 거죠. 좀 더 세심하게 해야 할 땐 세심하게 해야 되고, 그들 똑같이 인간 대우를 그냥, 싫다고 할 땐 싫다라고 얘기를 할 줄 알아야 되고, 이런 거에 대해서 되게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그들을 통해서요, 네… .
준우 : 당사자가 아닌 다른 (조각보 인식조사팀의) 팀원들은 어땠어요?
리인 : 팀원들. 어, 팀원들은... 그게 궁금했어요. 어, 당사자가 아닌 비당사자, 트랜스젠더 비당사자들이 왜 이걸 하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어요. 좀 신기했어요. 준우도 캔디도 그렇고, 혹은 이브리나 레나 같은 경우도 왜 이걸 하지, 왜? 왜? 그들이 왜 하는지 사실 잘 아직 모르겠어요. 질문을 해 보질 못했기 때문에.
준우 : 굉장히 소통이 없었던 거 같네요?
리인 : 네. 내년엔 좀 했으면 좋겠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저한테도 좀 그런 질문이 초반부터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이걸 왜 했을까?"
준우 : 너무 초반부터 그러면 안 하게 돼요. [다들 웃음] 그렇긴 한데, 다들 데서.
수은 : 그런 질문은 초반에는 안 하지만, 나중에는 했어요?
리인 : 아니, 나중에도 안 했어요. 그냥 궁금한 건 많아요. 아니, 그러니까 그런 식의 답을 내렸어요. 공부하는 사람들이니까.
수은 : 일이었으니까?
리인 : 응, 그러니까 저한테, 나한테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해야 한다는 인식, 인식은 있었으니까. 트랜스젠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니까요. 당장 센터에 전화 오는 게 많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내가 많이 해줄 수 없을 때, 다 캔디한테 넘겼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쪼끔 얘기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게 잘못된 게 아니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답이고 그런 식으로.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하고, 법적인 이런 문제 넘겨주는 거 쪼끔 알고, (법적 성별 정정에 관한) 특별법이 없다든지 이런 식의 짜잘한 것들은 대답을 좀 할 수 있게 됐죠.
준우 : 그런데 리인의 정체성 자체가 TG 운동에서는 비당사자잖아요.
리인 : 네네.
준우 : 그것 때문에 생긴 트러블은, 혹은 갈등은요? 예를 들면 ‘아, 이거는 내가 보조하는 거지 내가 할 운동은 아니다’ 같은.
리인 : 그런 건 없었는데요. 일단은 그런 게 있었어요.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한번도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성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왜 한 번도 안 해봤지?" 해봤죠. 아니더라고! [크게 웃음] 난 여자더라고. 그런 거? 그런 게 되게 재밌었고요. 제가 인터뷰 팀에 잠깐 들어가서 인터뷰를 했잖아요.
수은 : 아니더라고, 나는 여자더라고 할 때 무슨 생각했어요?
리인 : 여자더라고... 아, 무슨 생각했냐면... 무슨 생각했지? 아, 일단 그 생각했어요. 내가 생리가 싫은가? 이 생각했어요. 아, 뭐 근데 생리 별로 싫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지고. 내가 가슴이 싫은가? 커서 싫다. 뭐, 이런 거. [웃음] 이런 생각하고. 그리고 칼싸움 좋아하고 축구 좋아하고 그런 게 남성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주위에서 듣는... 뭐, 예를 들면 “난 생리가 싫었어요, 난 가슴, 가슴이 나한테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고요. 하여튼 그냥 있구나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이 해봤을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봤는데 근데 그냥 나는 해당이 안 되었던 거 같아요. 해서 그냥 나는 여자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수은 : 음, 그거 같네요. 예 아니오 해가지고...
리인 : 네.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수은 : 예스 오어 노우.
리인 : 네, 네.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제가 인터뷰 팀에 들어갔는데, 잠깐 들어갔는데 그때 인터뷰를 트랜스젠더 부모님이랑 트랜스젠더 이성 파트너를 했죠. 근데, 뭐라고 해야 되나. 부모님은 그냥 잘 했는데, 어... 이성 파트너 분 할 때, 되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거든요. 질문을 막 준비해갔어요. 막, 그래서 불편한 점은? 이성애자, 이성 파트너에게 불편한 점은?
준우 : 힘든 점은?
리인 : 응, 힘든 점은? 고려했던 점은? 부모님과의 갈등은? 뭐, 이런 거에 대한 거(준비)를 했는데, 갔더니 아무것도 (힘든 게) 없으신 거예요. 진짜 아무것도 없으신 거야. 그니까 가장 충격이었던 게 “저는 그냥 연하여서, 그분이 연하여서, 그런 거에 대한 고민만 있지 딴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식으로 말을 하시고요. 단지 그냥 은행을, “은행 업무라든지, 그런 식의 좀 공기업 업무라든지 그런 거만 제가 하지 딴 건 뭐 없어요.” 하고. 길거리에 지나갈 때는요? 이런 질문 나왔을 때, "저희는 오히려 남자/여자로 패싱이 되기 때문에 레즈비언 커플들보다 훨씬 편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헉~!! 따단~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준우 : 편하네요.
리인 : 그러니까, 아, 그런 거 있잖아요 아차 싶은 거요. 너무 그들이 불편하다라고, 불편할 것이다라고, 트랜스젠더로 생활하는 게 불편할 것이다라는...
준우 : 힘들 것이라고요.
리인 : 어, 힘들 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거에 대한 거요.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음... 뭔가 깨달음이 있었죠. 그래서 생각을 해봤죠, 다시 한 번. ‘음, 내가 트랜스젠더를 불쌍하게 보는 걸까? 힘들게 보는 걸까? 나는 대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편견을 갖고 인터뷰를 응했던 걸까?' 이런 고민을 좀 했고.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아닌데, 굉장히 복잡하고 힘든 삶을 겪고 있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도.
준우 : 그니까 그런 거일 수 있잖아요. 그니까 힘든 지점들이 있는데 그게 매일, 늘 만연하게 진행되는 일상이 아니라, 어떤 순간순간마다 힘든 포인트들이 있는 건데. 그것들만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힘들어 (보이는).
리인 : 네, 네. 음... 그래서 그런 걸 되게 많이 배웠죠. 뭐, 강약중강약 이런 느낌? [웃음] 그냥 그들을 편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봐야 될 때는 봐야 되고, 세심하게 고려하고 배려해줘야 될 때는 해야 되고. 쿨하게 신경쓰지 않고, 그냥 신경을 꺼줘야 될 때는 꺼줘야 되고. 이 조절이 굉장히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되는 게 트랜스젠더와 관계를 지내는 비성소수자의 입장. 아, 비트랜스젠더의 입장, 이런 거구나 라는 거? 그런 게 좀 생긴 거 같아요. 그리고 상당히 그 과정이 피곤하고요. 이게 몸, 배어 있지 않으면요.
준우 : 바로 그게, 트랜스젠더 (사업) 담당자를 시켰을 때 성숙할 거야 라는 말의 포인트가 아닐까요?
리인 : 네. 약간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좀 알게 된 거 같긴 해요.
준우 : 예전엔 그게 없었던 거예요, 그런 인식이?
리인 : 네, 네. 전에 인식조사 팀에서 말했던 대로 그냥 무관심이었던 거죠. 근데 조이고 풀리고, 조이고 풀리고 좀... 해야 되는 거 같아요.
준우 : 시기상으로 그 다음에 했던 가장 큰 행사 같은 게 컨퍼런스하고 워크숍이죠. 그때 실무를 하셨죠?
리인 : 네, 네.
준우 : 그때는 어땠어요? 팀 평가가 아니라 개인적인 평가요.
리인 : 음... 일단 컨퍼런스 같은 거는 굉장히 자신있던 행사였기 때문에. 왜냐면 그런 거를 많이 준비를 해봤던 경력이라. [웃음] 많이 봐 왔어요. 옆에서 그런 거 준비하는 걸 많이 봐 와서, 어떤 걸 실수하지 말아야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어서. 준비도 수월하게 하고, 성황리에 끝났고, 개인적으로 컨퍼런스는 되게 맘에 들었어요. 음, 컨퍼런스에 대한 논의나 이런 거는 캔디랑 같이 했어요. 그냥 일에 대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내가 스킬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캔디한테 많이 배웠죠. 근데 워크숍은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사실 워크숍이 일적으로 보면 되게 좋은 성과를 냈잖아요. 의외로 많은 당사자들이 왔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고,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그때 한 번도 안 들어갔어요.
준우 : 응... 난 (워크숍 행사에) 아예 가지를 못했어요.
리인 : 그러니까 좀 피곤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바로 전날 컨퍼런스를 (하고), 컨퍼런스랑 워크숍이 연달아 있었고, 컨퍼런스 때 되게 총책임이어서 많이 달리고 뛰고 긴장하고 그런 거 때문에 되게 많이 피곤해서, 워크숍 때 되게 많이 참여를 못 했긴 했는데요. 피곤했어도 일이니까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눴어야 됐는데요. 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어... 나의 트랜스젠더? [웃음] 그니까 조각보 기획단이 아니라 정말 커뮤니티에 있는 리얼 트랜스젠더들을 만난다는 거가 쪼금 부담스러웠나? 아닌가? 막 그런 거 때문에. 혹은 근데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그냥 약간의 인권 감수성이 없는 (이들에) 대한 부담스러움도 있었을 거 같아요. 왜냐면 그중에, 어... 자기 소개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옷 좀 사 입고 다녀” 이렇게 말했거든요.
준우 : 음?
리인 : "옷 좀 사 입고 다녀” 이렇게 말했거든요. 그 날 진짜 추리하게 왔거든요. 사실 이해해요. 진짜 추리하게 나왔거든요. 근데 그분이 ftm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저를 굉장히 편하게 생각한 거고요. 그래서 “꼰대 짜증 나” 이런 느낌 딱 들면서, 그냥 확 멀어진 거예요 처음에. 확 멀어진 거죠, 자기 소개 할 때.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그날 워크숍에 참여를 덜 했거든요. 그리고 약간, 뭐라 그래야 되죠? 아까 전 처음 말했던...
준우 : 까탈스러운?
리인 : 복잡, 복잡미묘하고 자기 고민 많은 트랜스젠더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런 분들이 좀 계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절로 막 멀어지는 거예요. 내 몸이 들어가고 싶지 않고 괜히 더 피곤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도 너무 많(이 댔)고요. 그니깐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왜 그렇, 그렇게 했을까 생각은 들지만요. 그랬어요. 그 순간이 정말, 불편했어. 오히려 거기 워크숍에 참여하신 mtf 분은 편했어요.
준우 : 음... 어떤 이유에서?
리인 : 언니 같은 느낌?
준우 : 아, 여성스러움 때문에?
리인 : 아니, 여성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그냥 편안한 언니 같았어요.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건 거의 대부분이 남자... [웃음] 남자였어~.
준우 : 아까 얘기 나왔던 남성 혐오.
리인 : 아, 어어~! 약간.
준우 : 남성 혐오보다는 약간은 마초 혐오.
리인 : 약간 그런 거. 그래서 확 멀어진 걸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실 워크숍에 많이 참여하질 않았고. 내내 불편했어요. 밖에 있는 내내 불편했어. 쉽게 발이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준우 : 뭐, 내가 저기서, 저기에 뭔가 역할이 있는데, 그런데 도망치는 거 같고요.
리인 : 네. 캔디한테 떠맡긴 거 같고. 사실 떠맡긴 게 맞죠.
준우 : 자 그러면, 가장 인상 깊은 만남이 있었다면요?
리인 : 인상 깊은 만남이요? 으음… .
준우 : 그 대상은 당사자, 주변인, 그 관련된 활동가 등등이겠죠. 조각보 포함해서.
리인 : 음, 지렁이 사람들 만난 거? 지렁이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활동을 하게 된 거요.
준우 : 그건, 그래 봤자 네 명이잖아요.
리인 : 네, 그렇죠.
준우 : 전부터 알았잖아요. 나는 (리인과) 이번에 (조각보 활동 하며)알게 된 거지만.
리인 : 근데 개인적으로도 그분들하고도 개인적으로 뭐, 그냥 관계를 깊게 맺었던 것도 아니고요. 서로 번호만 알고, 사실 번호도 모르고. 오며 가며 인사만 “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했던 거 뿐이지, 고민을 나눈다거나 그분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나 고민들을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뭔가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의외로 많은 상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 그런 거 있잖아요. 약간 더 많이 아니깐,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너무 이끌어간다는 생각도 가끔씩 들었고, 그러니까 결정을 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이요.
준우 : 저도 그 생각 많이 하는데.
리인 : 왜냐면 이렇게, 이렇게 속도가 다르잖아요. 이미 너무 많이 나갔기 때문에 그 사람들 결정하는 게 맞고, 결정했던 사항들이 맞고, 방향이 맞기 때문에 내가 뭔가 거기 따라가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굉장히,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냥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동의를 해야, 하게 되는 부분에 좀... 약간의 불만이었으면 불만이었고요. 왜냐면 좀 더, 좀 더 고민해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러면서 또 트랜스젠더 분들이 많이 자살하잖아요. 그런 거를요, 많이 겪어 왔을 거에 대한 안쓰러움도 있었고. 그러면서 동시에 비당사자들은 당사자들이 되게 이해 못 할 것이다, 너넨 이해 못 할 것이다라는 말을 굉장히 꾸준히 들어왔겠구나라는 고민도 들었고요. 트랜스젠더들로부터 너는 트랜스젠더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 이런 질문들 끊임없이 들어왔을 거잖아요. 그런 식의 고민. 개인적으로는...
수은 : 리인은 들어본 적 없어요?
리인 : 전 없어요. 아직까지는. 왜냐면 뭐, 되게. 조각보를 하면서 전적으로 트랜스젠더 활동가, 트랜스젠더 운동 활동가 이런 식의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에요. 이제 배워가는 단계예요 이렇게 되니까 [웃음]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이 없었죠.
수은 : 근데 사람들이 궁금해하긴 했을 거 같아요. 리인이 왜 트랜스젠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준우 : 아, 리인에 대해서?
리인 : 제 주변 사람들이요?
수은 : 트랜스젠더, 만나면 트랜스젠더 당사자인가 그런 거?
리인 : 음... 그렇게 안 본 거 같은데요. 그건 약간 그거는 센터랑 연결이 돼서, 센터에서의 실무자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아직 잘 모른다고 하니까 질문 많은데 이러고, 이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은 아직 없었던 거 같고요. 그런 데에 대한 질문도 안 받았던 거 같아요.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고요. 그런 거랑... 아까 전에 말했던 그 트랜스젠더 이성 파트너 분이랑, 트랜스젠더 어머니 만났을 때 굉장히 인상이 깊었죠. 이, 그분의 나이가 너무 많으셔서, 똑똑함이라고 해야 되나? 혹은 너무 많은 상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조금... 트랜스젠더하고 당사자보단 주변인을 너무 많이 만났더니 주변인이 겪게 되는 이런 고민들에 대한 이런 게 좀 많이 깊어졌던 거 같아요.
준우 : 음, 좀 더 자기 일 같기도 하고.
리인 : 네, 네. 그래서 저도 그런 고민이 들었던 거죠. 좀 더 세심하게 해야 할 땐 세심하게 해야 되고, 그들 똑같이 인간 대우를 그냥, 싫다고 할 땐 싫다라고 얘기를 할 줄 알아야 되고, 이런 거에 대해서 되게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그들을 통해서요, 네… .
준우 : 당사자가 아닌 다른 (조각보 인식조사팀의) 팀원들은 어땠어요?
리인 : 팀원들. 어, 팀원들은... 그게 궁금했어요. 어, 당사자가 아닌 비당사자, 트랜스젠더 비당사자들이 왜 이걸 하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어요. 좀 신기했어요. 준우도 캔디도 그렇고, 혹은 이브리나 레나 같은 경우도 왜 이걸 하지, 왜? 왜? 그들이 왜 하는지 사실 잘 아직 모르겠어요. 질문을 해 보질 못했기 때문에.
준우 : 굉장히 소통이 없었던 거 같네요?
리인 : 네. 내년엔 좀 했으면 좋겠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저한테도 좀 그런 질문이 초반부터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이걸 왜 했을까?"
준우 : 너무 초반부터 그러면 안 하게 돼요. [다들 웃음] 그렇긴 한데, 다들 데서.
수은 : 그런 질문은 초반에는 안 하지만, 나중에는 했어요?
리인 : 아니, 나중에도 안 했어요. 그냥 궁금한 건 많아요. 아니, 그러니까 그런 식의 답을 내렸어요. 공부하는 사람들이니까.
수은 : 일이었으니까?
리인 : 응, 그러니까 저한테, 나한테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해야 한다는 인식, 인식은 있었으니까. 트랜스젠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니까요. 당장 센터에 전화 오는 게 많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내가 많이 해줄 수 없을 때, 다 캔디한테 넘겼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쪼끔 얘기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게 잘못된 게 아니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답이고 그런 식으로.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하고, 법적인 이런 문제 넘겨주는 거 쪼끔 알고, (법적 성별 정정에 관한) 특별법이 없다든지 이런 식의 짜잘한 것들은 대답을 좀 할 수 있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