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 : 음, 그럼 조각보라는 트랜스젠더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엔 뭔가 생각을 갖고 결합한 거예요? 같은 단체에서 일하는데도 그 사업엔 결합 안 한 사람도 있잖아요.
리인 : 사실 많은 생각을 갖고 결합을 한 건 아니예요.
준우 : 역할 분담이 된 것에 가깝나요?
리인 : 그게 어떤 상황이었냐면, 하던 사업이 하나 끝나고 일이 좀 루즈하게 돌아갈 때였어요. 제가 일하는 단체 안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지 좀 더 좋을지 논의를 하고 있을 때쯤 트랜스젠더 관련한 상담이 많이 들어왔고, 트랜스젠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 그 안에서 제가 맡아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좀 있었죠. 근데 제가 맡아서 하자라는 의견은 왜 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그냥... 다른 분들이 그런 말을 했어요. “네가 이 사업을 하고 나면 굉장히 많이 성장해 있을 거야”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준우 : 활동가 양성의 차원도 있었군요,
리인 : 약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졌죠. [웃음] 네.
준우 : 그때 한 3월, 4월 그때쯤에 되게 힘들어했잖아요.
리인 : 사실 힘들어했던 건,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분보다는 실무자의 역할에서 좀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니까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는 사업이다 보니까요. 음, 거기에 대한 내가 기획 실무자로서 기획단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좀 부족했던 거 같아요. 다른 사업보다는 트랜스젠더라는 주제의 사업이. 그래서 결단력 있게 선택을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이끌어 간다거나, 혹은 논의를 했을 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좀 되게 어려웠던 거 같아요.
준우 :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요.
리인 : 네. 그러니까 다른 레즈비언이라든지 게이, 바이, 뭐... 바이까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즈비언 이런 사업이었다면 기본적인 이해나 베이스가 내가 갖고 있는 게 있다 보니까, 뭐 이쯤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끝인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고민의 끝이 어디일지 잘 모르겠고, 오늘까진 여기까지 하면 되는데, 워낙 고민이 많잖아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이 많다 보니까 어디까지 끝을 내야 될지 그런 고민이 좀 많았던 거 같아요, 매 순간.
준우 : 그때 저랑 잠깐, 3월달인가 4월에 얘기했을 때도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힘들다고 얘기를 했었죠.
리인 : 네.
수은 : 거기서부터 활동이 어려웠던 거예요? 뭐가 맞는지 헷갈리는 상황?
리인 : 왜냐하면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라 이끌어내는 입장에 있어서요. 예를 들면, 인식조사 팀 같은 경우에, “인식조사를 하자, 어떤 걸 해야 되지?”부터 시작해서 전문적인 기술과 함께 트랜스젠더 인식을 (조사해야 하는데,) 사실 저도 (인식이) 없었던 거예요. [웃음] 그러다 보니까 없던 인식을 내가 막 찾으려고 하니까 어렵죠. 근데 팀의 다른 사람들은 되게, 그런 인식을 이미 갖고 온 사람들이 있다 보니까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될지 잘 모르겠고. 그런 문제가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준우 : 시간상 얘기를 워크숍 그때쯤으로 올려서 생각을 해 보면, 그렇게 우루루 뭉쳐 있는 트랜스젠더들 혹은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을 만난 건 처음이었던 거잖아요. 그때 느낌이 어땠어요?
리인 : 느낌은, ...까칠한 사람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크게 웃음] 이런거 이렇게 말해도 되나? [웃음] 그러니까 제가 약간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건 되게 많이, 조각보 하면서 많이 깨진 건데, 트랜스젠더는 고민이 많고 의사소통이 안 되고.
준우 : 그니까 레즈비언보다 정체성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심하고?
리인 : 네. 약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아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좀 안 되고, 좀 집착하는 게 있고, 이런 식의 좀... 선입견이 생겨 있었어요. 조각보를 하기 전에는요.
준우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거예요?
리인 : 음... 아, 이렇게 말해도 되나?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활동을 하면서 좀, 음... 활동가가 상담을 넘어서 개인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사람이 굉장히 혹사되는 경우를 많이 옆에서 좀 약간 봤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트랜스젠더 분들은 고민이 되게 많고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좀 어려움이 있으신 거 같은데, 혹은 자기 고민이 되게 많으신 거 같은데 그거를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에게, 한 사람에게 굉장히 쏟아내는 경우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걸 옆에서 보다 보니까 ‘아, 저런 사람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실무자로 있을 때 그 사람 되게, 모든 걸 다 받아줘야 되는 거 같은 부담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 좀 솔직하게 생각을 했어요.
준우 : 가끔 상담을 하다 보면, 그니까 경험 때문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기존에 쌓였던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겠지만, 사적인 그 갈등 같은 것을 공감하는 데 있어서 집착하는 케이스들. 그게 제일 힘들긴 하죠. 상담을 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상담으로서 만나는 게 아니고 활동가로서 만날 때는.
리인 : 네. 상담 같은 경우는 1회기, 2회기 상담 시간 끝나면 끝이긴 한데요. 이제 뭔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을 때는 전화로 계속 오니까.
준우 : 예를 들면, 새벽인데도 전화가 와서 “나 지금 힘들어 죽겠어.”. 이런 경우요?
리인 : 네, 네. 그러다 보니까 좀... 어떻게 내가 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엔 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그런 느낌? 그래서... 그런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준우 : 때로는 모질어야 되는데, 그런 거에 있어선.
리인 : 그런 걸 못할 거 같더라고요.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런데 다행히 같이 활동하는 분들 중엔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저한텐.
준우 : 활동을 하면서 생긴 질문 같은 걸 지금 말해줄 수 있어요?
리인 : 어... 설문지 질문 만드는 거요, (트랜스젠더 내담자와 상담하는) 상담가 대상 질문지는 뭐, 다 해서 코딩도 하긴 했지만 뭐, 비트랜스젠더 성소수자 질문은 만들지를 못 했잖아요. 그 고민이 되게 많았고, 인터뷰도 많이 했고, 회의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은 짜여지지 못한 것이요. 그 이유는 결국에는 편견조차 혹은 인식조차 없이 그냥 (트랜스젠더는) 익숙하지만 어려운... 으로 끝났잖아요.
수은 : 그 과정을 좀더 설명해줄 수 있어요?
리인 : 그러니까 비트랜스젠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지를 짰는데, 잘 안 짜지는 거예요. 어떤 걸 질문해야 할지.
수은 : 팀 내에서?
리인 : 네. 팀 내에서 어떤 걸 짜야 할지, 혹은 너무 폭력적이거나 너무 한 쪽으로 몰아가는 질문지가 아닌 설문지 짜기를 위해서 굉장히 고민했지만, 이게 실태조사라는 인식조사였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고요. 그런 과정에서 음... (레즈비언 입장에서 트랜스젠더는) 그들은 그냥 그런 거? 그저 그렇고. 그냥 옆에 있어서 익숙해요. 내가 (만약에) 이성애자여서, 이성애자여서 트랜스젠더를 보면 “헉, 신기해! 세상에, 트랜스젠더 어떤 느낌이야?" 이럴 수도 있는데, (레즈비언의 경우는) “나는 그냥 레즈비언이야. 트랜스젠더 봤고. 음, 근데 왜?" [웃음] 이런 느낌이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또 트랜스젠더를 가까이 딱 하려 하면 불편한. 그러니까 그 지점을 딱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설문들을 뽑아내기 어려웠고, 그래서 결국에 내리게 된 결론은 인식조차 없기 때문에 인식조사를 할 수 없다였죠.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저였던 거예요. [웃음] 그게 나였던 거야. 나중에, "어, 나도 안 궁금해”라고 딱 말했거든요. 그래서 “허억~!" 이러는 거예요. "왜 안 궁금해?" 라고 사람들이 막 물어봐요.
수은 : 사람들이요?
리인 : 네. 팀원들이 저한테 물어봐요. "왜 안 궁금해?" 내가 굳이 그들에 대해서 알아야 되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걸 알고 되게 신기했죠.
준우 : 자괴감까진 안 가고요?
리인 : 아니, 전혀요. [웃음]
준우 : 보통 그러면 피시함(PC, Political correctness)에 시달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정치적 올바름에 시달리는.
리인 : 저는 그런 스타일 아니라서요. 그니까 굳이 그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게 되는 게 더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은 : 그 이유가 뭔가요?
리인 : 음... 정말... 내가 그들과 연애를 안 해서 그런가? [웃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준우 : 그거 되게 중요한 거죠.
리인 : 음, 약간.
준우 : 아주 친근한 관계이거나 썸을 타거나, 그런 것들.
리인 : 어! 어어. 그러니까 제가 그들과 친분을 맺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예를 들면 그 A도 그렇고, 센터를 통해서 알게 된 몇몇 분들도 그렇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그들의 성별정체성이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근데 딱 하나 문제된 적이 있네요.
준우 : 그건 누구인가요?
리인 : 딱 한 명, 2009년에 딱 처음 활동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요. 말을 해도 되려나...제가 활동하는 단체를 통해서 아는 그분, 그분을 만났어요. 처음으로 만났는데 트랜스젠더라고 했고요. "아, 트랜스젠더구나” 하고, 그때 처음 봤어요. mtf라고 했거든요. 그렇구나. 그래가지고 그걸 진짜 공식처럼 외웠어요, 영어를 잘 몰라서요. [웃음] 영어를 잘 몰라서. 영어는 다 어려워 왜 영어야~? 그래서 male to female, female to male 이러고 생각하고 다녔어요. 그래서 mtf라고 하면 한 번 더하기 한 다음에.
준우 : 한글로 번역하고.
리인 : 번역하고, "아, 그래. 아, 그렇구나” 이렇게 했는데. 같이 활동하면서, 차별금지법 때문에 선전물을 나눠주는 거였는데, 제가 그분한테 말실수를 한 거예요. "아, 그러면은..." 이렇게 옷 얘기를 하던 중인데, "아, 그러면은 제가 여자니까 저랑 같이 가셔서 옷 사시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이 나간 거예요. 막 옷에 대한 그런 얘길 하다가 “그럼 저랑 같이, 제가 여자니까 저랑 같이 여성복 매장 가시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거예요. 그래서... 그땐 몰랐어요. 근데 그때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예요. “아, 뭐지?" 하다가 헉~!
수은 : 싸해진 거예요, 아니면 혼자 뜨끔한 거예요?
리인 : 싸해진 거예요. 분위기가 싸해졌어. 아무래도 내가 그를, 아니 그분을 남자로 인식하고 ‘여성복 매장에 같이 가줄게, 내가' 이렇게 생각했거나, 혹은, 혹은... “너는 트랜스젠더니까 너무 (여성복 사러) 못 갔으니까, 내가 같이 가줄게” 이렇게 들렸을 수도 있고. 근데 내가 그 둘 중에 뭘, 그때 감정이 어떤 거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거죠. 아무튼 그랬어요.
준우 : 둘 다였을 수도 있고요.
리인 : 네. 그래서 분위기가 싸해졌고, 나중에 설명을... 듣진 않았네요. 그냥 제가 알았어요. 그래가지고 (제가) 사과를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그분이 굉장히 쿨하게 지나갔던 거죠. 그때 안 쿨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린애가 잘 모르네’ 이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죠. [웃음] 아닐 수도 있을 거야. 아닐 수도 있을 거야.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수은 : 그게 기억에 남아요?
리인 : 네. 너무 크게 실수한 거라서요.
준우 : 근데 사실 저는 이전부터 이 에피소드, 한 네 번쯤 들었거든요.
리인 : 그쵸. 되게 강렬해요.
준우 : 네. 네 번쯤 들었는데, 이게 되게 크게 남아 있는 거 같아요.
리인 : 네, 되게 크게 남아 있어요. 볼 때마다 미안해요, 사실.
수은 : 아직도 그래요?
리인 : 당연하죠.
준우 : 사과 했는데도요?
리인 : 사과를 못 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계속 남아요, 그게. 그 뒤로 더 쿨하게, A든 그 사람이든 그냥 그냥 편하게 인식을 했던 거 같아요.
준우 : 굳이 트랜스젠더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리인 : 응. 저는 트랜스젠더로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준우 : 다들 개개인들로?
리인 : 어, 개개인들로. 쟤네가 남성이라고, 그냥 남성으로, 일반 남성으로 보려고 늘 노력했고. 노력보단 그냥 그렇게 봤어요.
준우 : 음, 그럼 조각보라는 트랜스젠더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엔 뭔가 생각을 갖고 결합한 거예요? 같은 단체에서 일하는데도 그 사업엔 결합 안 한 사람도 있잖아요.
리인 : 사실 많은 생각을 갖고 결합을 한 건 아니예요.
준우 : 역할 분담이 된 것에 가깝나요?
리인 : 그게 어떤 상황이었냐면, 하던 사업이 하나 끝나고 일이 좀 루즈하게 돌아갈 때였어요. 제가 일하는 단체 안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지 좀 더 좋을지 논의를 하고 있을 때쯤 트랜스젠더 관련한 상담이 많이 들어왔고, 트랜스젠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 그 안에서 제가 맡아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좀 있었죠. 근데 제가 맡아서 하자라는 의견은 왜 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그냥... 다른 분들이 그런 말을 했어요. “네가 이 사업을 하고 나면 굉장히 많이 성장해 있을 거야”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준우 : 활동가 양성의 차원도 있었군요,
리인 : 약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졌죠. [웃음] 네.
준우 : 그때 한 3월, 4월 그때쯤에 되게 힘들어했잖아요.
리인 : 사실 힘들어했던 건,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분보다는 실무자의 역할에서 좀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니까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는 사업이다 보니까요. 음, 거기에 대한 내가 기획 실무자로서 기획단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좀 부족했던 거 같아요. 다른 사업보다는 트랜스젠더라는 주제의 사업이. 그래서 결단력 있게 선택을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이끌어 간다거나, 혹은 논의를 했을 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좀 되게 어려웠던 거 같아요.
준우 :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요.
리인 : 네. 그러니까 다른 레즈비언이라든지 게이, 바이, 뭐... 바이까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즈비언 이런 사업이었다면 기본적인 이해나 베이스가 내가 갖고 있는 게 있다 보니까, 뭐 이쯤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끝인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고민의 끝이 어디일지 잘 모르겠고, 오늘까진 여기까지 하면 되는데, 워낙 고민이 많잖아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이 많다 보니까 어디까지 끝을 내야 될지 그런 고민이 좀 많았던 거 같아요, 매 순간.
준우 : 그때 저랑 잠깐, 3월달인가 4월에 얘기했을 때도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힘들다고 얘기를 했었죠.
리인 : 네.
수은 : 거기서부터 활동이 어려웠던 거예요? 뭐가 맞는지 헷갈리는 상황?
리인 : 왜냐하면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라 이끌어내는 입장에 있어서요. 예를 들면, 인식조사 팀 같은 경우에, “인식조사를 하자, 어떤 걸 해야 되지?”부터 시작해서 전문적인 기술과 함께 트랜스젠더 인식을 (조사해야 하는데,) 사실 저도 (인식이) 없었던 거예요. [웃음] 그러다 보니까 없던 인식을 내가 막 찾으려고 하니까 어렵죠. 근데 팀의 다른 사람들은 되게, 그런 인식을 이미 갖고 온 사람들이 있다 보니까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될지 잘 모르겠고. 그런 문제가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준우 : 시간상 얘기를 워크숍 그때쯤으로 올려서 생각을 해 보면, 그렇게 우루루 뭉쳐 있는 트랜스젠더들 혹은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을 만난 건 처음이었던 거잖아요. 그때 느낌이 어땠어요?
리인 : 느낌은, ...까칠한 사람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크게 웃음] 이런거 이렇게 말해도 되나? [웃음] 그러니까 제가 약간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건 되게 많이, 조각보 하면서 많이 깨진 건데, 트랜스젠더는 고민이 많고 의사소통이 안 되고.
준우 : 그니까 레즈비언보다 정체성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심하고?
리인 : 네. 약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아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좀 안 되고, 좀 집착하는 게 있고, 이런 식의 좀... 선입견이 생겨 있었어요. 조각보를 하기 전에는요.
준우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거예요?
리인 : 음... 아, 이렇게 말해도 되나?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활동을 하면서 좀, 음... 활동가가 상담을 넘어서 개인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사람이 굉장히 혹사되는 경우를 많이 옆에서 좀 약간 봤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트랜스젠더 분들은 고민이 되게 많고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좀 어려움이 있으신 거 같은데, 혹은 자기 고민이 되게 많으신 거 같은데 그거를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에게, 한 사람에게 굉장히 쏟아내는 경우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걸 옆에서 보다 보니까 ‘아, 저런 사람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실무자로 있을 때 그 사람 되게, 모든 걸 다 받아줘야 되는 거 같은 부담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 좀 솔직하게 생각을 했어요.
준우 : 가끔 상담을 하다 보면, 그니까 경험 때문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기존에 쌓였던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겠지만, 사적인 그 갈등 같은 것을 공감하는 데 있어서 집착하는 케이스들. 그게 제일 힘들긴 하죠. 상담을 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상담으로서 만나는 게 아니고 활동가로서 만날 때는.
리인 : 네. 상담 같은 경우는 1회기, 2회기 상담 시간 끝나면 끝이긴 한데요. 이제 뭔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을 때는 전화로 계속 오니까.
준우 : 예를 들면, 새벽인데도 전화가 와서 “나 지금 힘들어 죽겠어.”. 이런 경우요?
리인 : 네, 네. 그러다 보니까 좀... 어떻게 내가 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엔 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그런 느낌? 그래서... 그런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준우 : 때로는 모질어야 되는데, 그런 거에 있어선.
리인 : 그런 걸 못할 거 같더라고요.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런데 다행히 같이 활동하는 분들 중엔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저한텐.
준우 : 활동을 하면서 생긴 질문 같은 걸 지금 말해줄 수 있어요?
리인 : 어... 설문지 질문 만드는 거요, (트랜스젠더 내담자와 상담하는) 상담가 대상 질문지는 뭐, 다 해서 코딩도 하긴 했지만 뭐, 비트랜스젠더 성소수자 질문은 만들지를 못 했잖아요. 그 고민이 되게 많았고, 인터뷰도 많이 했고, 회의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은 짜여지지 못한 것이요. 그 이유는 결국에는 편견조차 혹은 인식조차 없이 그냥 (트랜스젠더는) 익숙하지만 어려운... 으로 끝났잖아요.
수은 : 그 과정을 좀더 설명해줄 수 있어요?
리인 : 그러니까 비트랜스젠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지를 짰는데, 잘 안 짜지는 거예요. 어떤 걸 질문해야 할지.
수은 : 팀 내에서?
리인 : 네. 팀 내에서 어떤 걸 짜야 할지, 혹은 너무 폭력적이거나 너무 한 쪽으로 몰아가는 질문지가 아닌 설문지 짜기를 위해서 굉장히 고민했지만, 이게 실태조사라는 인식조사였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고요. 그런 과정에서 음... (레즈비언 입장에서 트랜스젠더는) 그들은 그냥 그런 거? 그저 그렇고. 그냥 옆에 있어서 익숙해요. 내가 (만약에) 이성애자여서, 이성애자여서 트랜스젠더를 보면 “헉, 신기해! 세상에, 트랜스젠더 어떤 느낌이야?" 이럴 수도 있는데, (레즈비언의 경우는) “나는 그냥 레즈비언이야. 트랜스젠더 봤고. 음, 근데 왜?" [웃음] 이런 느낌이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또 트랜스젠더를 가까이 딱 하려 하면 불편한. 그러니까 그 지점을 딱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설문들을 뽑아내기 어려웠고, 그래서 결국에 내리게 된 결론은 인식조차 없기 때문에 인식조사를 할 수 없다였죠.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저였던 거예요. [웃음] 그게 나였던 거야. 나중에, "어, 나도 안 궁금해”라고 딱 말했거든요. 그래서 “허억~!" 이러는 거예요. "왜 안 궁금해?" 라고 사람들이 막 물어봐요.
수은 : 사람들이요?
리인 : 네. 팀원들이 저한테 물어봐요. "왜 안 궁금해?" 내가 굳이 그들에 대해서 알아야 되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걸 알고 되게 신기했죠.
준우 : 자괴감까진 안 가고요?
리인 : 아니, 전혀요. [웃음]
준우 : 보통 그러면 피시함(PC, Political correctness)에 시달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정치적 올바름에 시달리는.
리인 : 저는 그런 스타일 아니라서요. 그니까 굳이 그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게 되는 게 더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은 : 그 이유가 뭔가요?
리인 : 음... 정말... 내가 그들과 연애를 안 해서 그런가? [웃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준우 : 그거 되게 중요한 거죠.
리인 : 음, 약간.
준우 : 아주 친근한 관계이거나 썸을 타거나, 그런 것들.
리인 : 어! 어어. 그러니까 제가 그들과 친분을 맺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예를 들면 그 A도 그렇고, 센터를 통해서 알게 된 몇몇 분들도 그렇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그들의 성별정체성이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근데 딱 하나 문제된 적이 있네요.
준우 : 그건 누구인가요?
리인 : 딱 한 명, 2009년에 딱 처음 활동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요. 말을 해도 되려나...제가 활동하는 단체를 통해서 아는 그분, 그분을 만났어요. 처음으로 만났는데 트랜스젠더라고 했고요. "아, 트랜스젠더구나” 하고, 그때 처음 봤어요. mtf라고 했거든요. 그렇구나. 그래가지고 그걸 진짜 공식처럼 외웠어요, 영어를 잘 몰라서요. [웃음] 영어를 잘 몰라서. 영어는 다 어려워 왜 영어야~? 그래서 male to female, female to male 이러고 생각하고 다녔어요. 그래서 mtf라고 하면 한 번 더하기 한 다음에.
준우 : 한글로 번역하고.
리인 : 번역하고, "아, 그래. 아, 그렇구나” 이렇게 했는데. 같이 활동하면서, 차별금지법 때문에 선전물을 나눠주는 거였는데, 제가 그분한테 말실수를 한 거예요. "아, 그러면은..." 이렇게 옷 얘기를 하던 중인데, "아, 그러면은 제가 여자니까 저랑 같이 가셔서 옷 사시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이 나간 거예요. 막 옷에 대한 그런 얘길 하다가 “그럼 저랑 같이, 제가 여자니까 저랑 같이 여성복 매장 가시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거예요. 그래서... 그땐 몰랐어요. 근데 그때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예요. “아, 뭐지?" 하다가 헉~!
수은 : 싸해진 거예요, 아니면 혼자 뜨끔한 거예요?
리인 : 싸해진 거예요. 분위기가 싸해졌어. 아무래도 내가 그를, 아니 그분을 남자로 인식하고 ‘여성복 매장에 같이 가줄게, 내가' 이렇게 생각했거나, 혹은, 혹은... “너는 트랜스젠더니까 너무 (여성복 사러) 못 갔으니까, 내가 같이 가줄게” 이렇게 들렸을 수도 있고. 근데 내가 그 둘 중에 뭘, 그때 감정이 어떤 거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거죠. 아무튼 그랬어요.
준우 : 둘 다였을 수도 있고요.
리인 : 네. 그래서 분위기가 싸해졌고, 나중에 설명을... 듣진 않았네요. 그냥 제가 알았어요. 그래가지고 (제가) 사과를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그분이 굉장히 쿨하게 지나갔던 거죠. 그때 안 쿨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린애가 잘 모르네’ 이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죠. [웃음] 아닐 수도 있을 거야. 아닐 수도 있을 거야.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수은 : 그게 기억에 남아요?
리인 : 네. 너무 크게 실수한 거라서요.
준우 : 근데 사실 저는 이전부터 이 에피소드, 한 네 번쯤 들었거든요.
리인 : 그쵸. 되게 강렬해요.
준우 : 네. 네 번쯤 들었는데, 이게 되게 크게 남아 있는 거 같아요.
리인 : 네, 되게 크게 남아 있어요. 볼 때마다 미안해요, 사실.
수은 : 아직도 그래요?
리인 : 당연하죠.
준우 : 사과 했는데도요?
리인 : 사과를 못 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계속 남아요, 그게. 그 뒤로 더 쿨하게, A든 그 사람이든 그냥 그냥 편하게 인식을 했던 거 같아요.
준우 : 굳이 트랜스젠더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리인 : 응. 저는 트랜스젠더로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준우 : 다들 개개인들로?
리인 : 어, 개개인들로. 쟤네가 남성이라고, 그냥 남성으로, 일반 남성으로 보려고 늘 노력했고. 노력보단 그냥 그렇게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