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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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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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민1.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랬죠.

1.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랬죠.



준우 :사장님께서 민아 씨랑 같이 일하시고 사시면서 경험했던 것을 중심으로 대화하듯이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미처 저희가 생각 못 한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 어떤 생각으로 같이 만나서 일을 하게 됐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민아 씨하곤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되셨어요?


종민 : 민아하고 만난 지는 벌써 한 10년이 넘었네요. 민아가 좀 다른 트랜스젠더 분들하곤 약간 달라요. 어떻게 보실지 모르지만, 저 친구는 군대도 다녀왔거든요. 군대 갔다 오고 제대하자마자 다른 회사에서 직원으로 썼거든요. 근데 거기 회사 취업하고 나서 대학을 관두고 계속 이쪽 일을 하게 된 거죠. 네. 그래 가지고 계속 같은 회사에 있진 않았고, 그 친구는 다른 회사도 갔다가 대기업도 갔다가, 그래도 연락은 계속 유지하면서 중간에 한 6년 정도는 떨어져 있었다가 다시 같이 일을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바로 같이는 안 했었고요. 그 당시 저 친구는 다른 일을 많이 하고 그러느라고 나중에 합류를 했죠. 합류한 지 한 3년 쯤 됐나?


준우 : 그럼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거예요?


종민 : 저희는 일반 회사처럼 출근 시간 언제, 퇴근 시간 언제, 막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다 자기 전공의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협업을 하지만 또 독자적으로 오더를 받아서 일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회사들보다는 어느 정도 이제 저희가 자유롭고, 느슨하지만 훨씬 더 일의 양은 좀 많은 회사입니다.


예. 일도 저희 둘이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저와 민아가 다 필요한 일이 있을 수가 있고, 저만 필요한 일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같이 일하진 않지만, 모든 일은 제가 어떤 오더를 싹 가지고 와서 그 친구 분야만 단독으로 필요하면 이 친구한테 감독을 맡기고 같이 일을 해야 되면 같이 하고. 한 공간 안에서 그렇게 하긴 하는데. 요즘은 저 친구가 4월 달에 태국에서 수술을 하고 난 뒤로는 지금까지 회복이 좀 늦어 가지고 거의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준우 : 재택근무... 사무실에서 회사원들이 다 같이 모였다가 퇴근하고 그런 체계가 아닌 거죠?


종민 : 네. 그렇게 일은 못 하죠. 저도 지금 결혼을 하고 애도 있고 그러지만 한 달에 두 번 퇴근하나? 그러니까 민아가 저한테 그런 사실들을 말하기 전까지는 아예 오피스텔에서 다 같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11월에 처음 이야기를 했죠.


네. 처음에… 잠깐 동안 약간 좀 떨어져서 일을 해야 될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참 만에 봤는데 좀 많이 바뀌어 있어가지고 깜짝 놀랬었는데. 머리도 좀 길고 귀걸이도 하고. 그래 가지고 ‘어?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나?’ 첫 마디가 그거였어요. “야, 너 너무 이뻐진 거 아니냐?” 근데 저는 이제 그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으니까... 전 아무 생각도 없이 “야! 너 이발도 좀 해야겠고… .” 그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울면서 머리 잘랐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어후~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사실 좀 빨리 밝혀줬으면 제가 미리 조심하고 그랬을 텐데.


준우 : 아셨던 기간이 10년이시니까 되게 형 동생, 오빠 동생처럼 친하셨던 거네요.


종민 :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나이 차이가 한 5년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같은 선배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한... 지금은 가족 같은 사람이죠.


에디 : 맨 처음에 그분께서 커밍아웃 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종민 : 처음에는 그니까 음... 제가 정말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들어갈 정도의 상황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언제 한 번 같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시간을 좀 내달래요. 근데 계속 시간을 못 냈어요. 한 2주 정도. 그러다가 그 날이 11월 며칠이더라? 기억이 잘... 금요일 저녁이었을 거예요. 더 늦추면 안 될 것 같아서 물어봤거든요. “정말 급한 일이냐?” 그랬더니 이제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거기서 몇 가지가 바싹 떠오르는 거예요. 처음 생각한 게 가족하고 관련된 정체성 문제, 아니면 성에 관한 정체성 문제, 두 개 중 하나다. 그런데 한 10년을 같이 사니까 여자친구를 몇 번 사귀었는지 그 여자친구가 누군지 다 알잖아요. 그렇게 여자친구가 계속 있었으니까 이쪽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고 어떤 시나리오를 썼었냐면, 이 녀석이 입양이 됐나? 가족에 관한 정체성 문제. 입양이 돼서 이제야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아니면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나? 그쪽 문제가 아니라 성 정체성의 문제라면 남자인데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쪽인가? 그랬어요. 트랜스젠더? 이쪽도 살짝 생각은 들었다가, 아니, 군대 갔다 왔고 여자친구도 몇 번 있었으니 그 쪽은 아닌 거 같아. 그래서 둘 중 하나인 줄 알았어요.


준우 : 하긴 군대 갔다 오고 연애사를 다 알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으셨겠네요.


종민 : 그래서 제가 이제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 웃기만 하고 이야기를 안 해요. “야! 말을 해봐. 대체 뭔 이야긴데 그러냐.” 그래도 계속 웃기만 하고 말도 안하고. 그래서 제가 이제 물어봤어요 “야! 너 그럼 뭐 입양됐대?” 아니래요. “남자가 좋아?” 그것도 아니래요. 그럼 이제 제가 써온 시나리오에서 다 벗어나잖아요. 오! 그럼 얘 뭐야? 이거 진짜 심각한 문제다. [웃음] 정말 심각한 문제다... “도대체 뭔데 말해봐 말해봐!” 해도 계속 웃기만 하고 말도 안 하고. 그러다 이제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이제, 육체적인 외모 자체는 남자이지만 내면은 여자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랑 비슷하길래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랬죠. “대체 뭐가 문제야?” 그래서 그냥, 좀 그때 편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제 주변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이미 이제 시대가 좀 많이 변했지 않습니까? 그 자체가 뭐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준우 : 약간 개인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지금 민아 님 말고 이전에 혹시 다른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나 만났거나 같이 일해보셨거나 친구였거나 그런 적 있으세요?


종민 : 한 번도 없었어요.


에디 : 처음에 그냥 뒷통수를…[웃음]


종민 : 뒷통수까진 아니었어요.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준우 : 근데 민아 님이 보통의 케이스에 비해서 약간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하신 거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라는 서사를 많이 강조하기도 하는데, 민아 님은 어떻게 얘기하셨어요?


종민 : 민아도 그런 건 있었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민아가 그... 왜 자기 자신을 억눌렀냐면, 어렸을 때 여자 옷을 입고 이모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그랬었대요. 그걸 어머니한테 왈칵 들킨 거예요. 어머니가 막 울면서 왜 그러냐고... 그 어머니를 보고 자기 자신을 많이 억눌렀던 거죠. 계속. 남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만큼 노력을 했어요. 군대도 갔다 오고, 여자친구도 계속 만나보고. 하지만 여자인 걸 어떻게 해요. 그걸 어떡해 그걸. 사람 천성인 거잖아요. 사람이 바뀔 수가 없는 거니까 천성 아니에요.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호르몬 치료를 이렇게 시도를 했었고. 그 때 얘기를 들으면서도 오히려 많이 안타까웠죠.


준우 : 10년 동안 친하셨고 3년 정도 같이 일하셨는데도 모르다가 최근에 알게 되신 거잖아요. 혹시 그 전에 낌새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느껴지셨어요?


종민 : 그런 것도 아예 몰랐죠. 왜냐하면 그 친구가 호르몬 치료를 3번 정도를 했는데. 하다가 중단하고 하다가 중단하고 그다음 이번에 3번째 하고 수술까지 했는데, 주변에선 아무도 몰랐죠. 심지어는 이전 회사 기숙사에 있으면서 호르몬 치료를 했더라고요. 그쪽에서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준우 : 외형적 변화가 조금 있었을 텐데도 주변에서 모른 거예요?


종민 : 저는 이제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계속 같이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다가 작년에 호르몬 치료를 본격적으로 정말 많이 했을 때는 그 친구가 다른 일 때문에 계속 밖에 출퇴근을 하고 그랬는데 가끔씩 오피스텔에서 잘 때는 잠을 꼭 엎어져서 자더라고요… . 그래서 저 녀석 잠버릇이 변했나? [웃음]


준우 : 아~ 예전에는 안 저랬는데...


종민 : 예예. 그게 치료 때문에 가슴이 나오니까 그렇게 했던 거 같은데.. 그런 거 생각하면 조금 뭐라 그럴까? 안타깝고 그러죠. 차라리 빨리 말을 해줬으면 더 배려를 해주고 했었을 텐데.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는 격이 되니까.


에디 : 호칭 같은 건 어떻게 하셨어요?


종민 : 호칭은 그냥... 원래 “야야” 하던 그거라서. 저한테는 호칭은 크게 그게 아니었으니까.


에디 :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어려웠던 적은 없으셨어요? 예를 들어서 갑자기 친구로 막 지내다가 갑자기 여자라 그러니까. 화장실 문제도 그럴 수 있고.


준우 : 아니요, 예전에는 오피스텔에서 저하고 민아, 또 다른 동료들이랑 생활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민아가 다른 바깥 일을 많이 했었거든요. 계속 밖에 왔다 갔다 하고. 그러다 보니까 항상 같이 생활을 하진 않았었죠. 오히려 그것보다도 이게 더 걱정이었어요. 내가 뭘 해줘야 되나, 어떻게 대해줘야 되나. 그러니까 처음에 오히려 막 이야기했을 땐 덤덤하게 넘어가고 그랬는데, 그 다음 날 만나고 그러면 자꾸 이제... 어떻게 보면 어색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어떻게 해줘야 될지 모르니까, 자꾸 막 웃게만 되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