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 진아씨는 카페에서 작업을 하시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시는 거예요?
진아 : 어... 예, 기계설계라서, 지금은 그런 셈이에요.
수진 : 저도, 저도 프리랜서로 일을 해서 컴퓨터 들고 다니죠.
진아 : 예, 힘들어요. 이거 매고 다니는 게 힘들어요.
수진 : 공장 같은 현장에서도 일해보셨어요, 기계 설계하는 쪽이면?
진아 : 현장이요? 생산현장? 네.
수진 : 그럴 때 굉장히 부딪히는 게 많을 것 같고. 그쪽은 굉장히 좀 상하청 간 싸바싸바도 있고, 아무래도 남성적인 면도 강하고...
진아 : 그게 더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제가 모로코의 생산공장 현장에 지원을 했었어요. 그때 가려던 나라가 북아프리아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라 중 하나였는데, 해외 현장에 있으니까 흥미가 있어서 저는 지원을 했거든요. 그대 되게 그런, 어떻게 보면 젠더에 대해서 제가 그전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서죠, 이거는. 네, 정체성은 없고 특별히 신경 안 쓰고 있는데.
수진 : 그쪽은 이슬람 국가죠?
진아 : 예, 그래서 지원할 때 좀 문제가 됐었어요. 과연 여자가 지원해서 가도 되느냐... 그게 어차피 현장 사람들이랑 만나 부딪히는 얘기지만, 회사 내에서 거부감이 좀 있었어요.
수진 : 그러니까, 현지 법인에서요?
진아 : 아뇨, 우리 회사에서.
호두 :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누구를 보낼지 고르는 과정에서?
진아 : 예, 저희 회사에서 한 명 선발해서 보낸다는 공지가 떴는데, 제가 지원을 하겠다 했더니 사람들이 다 당황을 한 거예요 윗분들이. 그래서, 아 하고, 여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안 되는데 라고 생각을 했다가, 갑자기 지원을...
수진 : 가야 할 곳이 모코로이기 때문이에요, 아니면 그냥?
진아 : 이슬람 국가고, 그런 현장 일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소위 여자애가 지원할지 몰랐던 상황이고, 기대도 안 했던 상황이라서, 그러니까 제외 예외 조항도 없었고.
수진 : 국내의 관련 업계에는 여성분들이 좀 있는 편이에요?
진아 : 대체로 현장직에는 여성들이 많이는 안 가요, 이상하게.
수진 : 그러면… 뽑혔으니까 모로코 현장을 갔다 오셨겠죠?
진아 : 예, 어쨌든 갔는데, 그때는 또 오히려 거꾸로 그러니까 그쪽 회사에서 오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우리 회사에서는 이 친구 가면 어떻냐라고 어쨌든 승인을 해서 보냈어요. 근데, 그쪽에서 OK를 한 거예요. 물론 여러 가지 얘기를 전했었겠지만. 근데 거기에서 막상 가보니까 현장에 정말 100% 전부 남자거든요.
수진 : 그렇겠죠.
진아 : 여성이 한 명 있는 게, 한 명이라도 있는게, 분위기나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저를 남자처럼 활동해라가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회사 쪽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일정한 여성성을 원하긴 한 거예요. 부드러움이라거나 좋은 측면에서... 예민함 이런 거 말고. 그러니까 어떡해요. 가서 코스프레 해야지... 요리 같은 것도 처음 해 봤고요, 과일 제일 많이 깎았고...
호두 : 아, 정말요?
진아 : 평화를 위해. 수다 많이 떨어주고, 그런 거 있잖아요. 부드러운 역할을 기대를 했으니까 또 일이 그렇게 해야 상황이 돌아가니까, 역할을 해줬죠. 재밌더라고요.
호두 : 거기 현지인들이 많았어요? 아니면 한국인들?
진아 : 아니요, 한국인들이 많고, 한국인 외에는 제3세계 근로자들이 많았어요. 방글라데시나 동남아 쪽...
호두 : 모로코 현지 출신의 노동자들은 없고요?
진아 : 현지에서도 할당이 있어서 있었어요... 현지 여자 친구가 세 명 정도 있었어요. 그 현장에 고용된. 그것도 그 현장 소장이 특별히 여자는 안된다는 마인드를 안 갖고 계신 분이라서 사무직으로 고용이 된 케이스였죠.
수진 : 국내에서는 그런 현장 쪽은 그러면...
진아 : 예, 원래 설계만 하는 사람은 현장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아요. 구체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전기 쪽 감리 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설계 지원 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어서, 경우마다 좀 다른 것 같아요. 소속 따라서 계약하기 나름이죠.
수진 : 아... 그렇군요. 얘기가 휙 빠졌는데 재밌었어요.
진아 : 멀리 갔는데 [웃음]
수진 : 멀리 갔죠. 모로코까지 갔는데요. 진아님은 재밌는 분이신 것 같아요. 주이는 술 마실 때에도 얘기도 안 하는데... [웃음]
진아 : 진짜요? [웃음]
수진 : 그럼 주이씨가 몸에 대한 불만 말고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것들도 굉장히 많이 말을 하는 편이죠?
진아 : 예.
수진 : 그런 거에 대한 불만. 그걸 받아들이는 게 본인하고 다르다고 느끼는 지점도 있을 거 같아요.
진아 : 그렇다기보다는. 아까 무심코 얘기했던 ‘여직원’이라는 것처럼... 주이도 아마 ‘여직원’ 내지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아주 일반적인 호칭 있잖아요. 당연한 거지만... 누나라든지 그런... 그런 것들도 사실은 불편한 거잖아요, 본인에겐 그런 호칭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사실은 불편하죠. 그럴 수 밖에 없고요. 근데 달리 부를 방법은 없고. 그런 게 걔한텐 고민이 되는 거 같던데, 그렇다고 남한테 따질 수도 없는 얘기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 순간 자기의 모든 스토리를 얘기를 해야 되는 상황인 거고요. 그런 것들은 참 안쓰러운 것 같아요. 너무나 너무나,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축적된 용어라든지 많은 부분이 있고 그런 구분법에 의해서 만들어져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호두 : 조금 더 친밀한 사이였으면, 그런 것들을 개선을 할 수도 있잖아요?
진아 : 그쵸, 친밀할 때는 주이가 그걸 했을 경우에는 사회에 동의를 하겠죠. 형이라고 부르라든지...
수진 : 두 분 말고, 제 3자의 인간관계가 없으니까... [웃음] 그거를 옆에서 어떻게 보냐, 이런 거를 물어보는것도 참 그렇긴 하죠.
진아 : 아마 주이의 친구들 경우에는 제가 알기로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 받아들이려 한다고 하고요.
수진 : 그냥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주고요.
진아 : 예, “오히려 잘됐다. 그거였군.”이란 식으로 반응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모호했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긴가민가 했는데 그거였군. 깨달아서 좋다, 다행이다.
수진 : 혹시 그래도 잘 안 된 케이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어요?
진아 : 안 된 건 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도매급으로 ‘여성’으로 넘어가야 되는...
수진 : 얘기를 했을 때 뭔가 안 받아들여진다든가, 아예 그냥 연을 끊었다든가...
진아 : 그런 사례는 생각이 안 나는 걸로 봐선 아마, 그럴 위험이 있으면 아예 얘기할 필요가 없거나... 왜냐면 긴 얘기 해야 되고, 상대방이 그렇게 막 그런 고집스런 경우에는 사실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그것까지 설득시켜 가면서 그럴 필요는 없겠죠.
수진 : 그걸 어떻게 알지?
진아 : 그건 그 사람과 친하다 아니다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오픈된 사람이냐 아니냐인 것 같아서요. 꽉 막힌 사람에게는 그냥 그런 얘기 안 하는 것 같아요.
수진 : 그걸 어떻게 알지? 난 모르겠던데...
진아 : 근데 저도 그냥 저는 회사에서 편하게 동료들이랑 그런 쪽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 관점에 대해서요. 그러면 그냥 아닌 분들은 아니고, 아무 상관 없는 분들은...
수진 : 개인적으로 그거는 오히려... 진아님이 ‘일반’이시기 때문에, 더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진아 : 생각보다 일반적으론 많이 닫혀 있어요, 진짜. 그래서 제가 이런 관점으로 얘기를 하면, 논리적으로는 이해를 하는데 “그래도 난 싫다”라는 분들이 많아요.
수진 : 혹시 그런 분도 있지 않아요? 진아님에게 “너 혹시 레즈비언 아니야?” 이런...
진아 : 그거야 뭐, 저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이니까... 완전 안 친한 분들이랑 이런 얘기를 하진 않으니까요. 저는 워낙에 이거 말고도 좀 관점이 다른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웃음] 그냥, 쟤는 저런 관점을 갖고 있구나 하는 거죠.
호두 : 레즈비언으로 오인을 받는 적이 있어요?
진아 : 아예 몰라요, 저한테 물어본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수진 : 그럼 없다고 봐야죠.
진아 : 어떤 경우에 그렇게 오인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호두 : 외모, 말씨, 혹은 뭐 별 달리 연애를 안 한다거나.
수진 : 그런 편견들이 있으니까요.
호두 : 그런 것부터 해서..
진아 : 말투나 말씨가 제가 그쪽(레즈비언)에 가깝나요? [웃음] 잘 모르겠는데~ [웃음]
호두 :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거죠. 가령 숏컷 하고, 보이쉬 하게 하고, 치마 절대 안 입고 다니고...
진아 : 아뇨 저는 입기 때문에. 머리도 이게 그냥 잘 어울려서 하는 거기 때문에...
수진 : 레즈비언에 대한 편견이 있어. [웃음]
호두 : 그건 나의 편견이란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캐릭터를 이렇게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진아 : 음, 어떻게 보면 저는 여자들이랑 스킨십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여자건 남자건. 필요 이상으로 털털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저는 제 캐릭터가 있을 뿐이고... 저한테 그렇게 물어보신 적은 없어요. 그리고 뭐 사실 그쪽도 아니고. 연애는 못 한 거고. [웃음] 못 하고 있는 것 뿐이고.
호두 :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거예요?
진아 : 네.
수진 : 저도요. [웃음]
진아 : 동병상련... 슬프게 진행이 되네요.
호두 : 진아님은 결혼 생각도 있으세요?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진아 :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는데 그걸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 선을 보거나 언제까지 뭘 만나야 된다 이런 건 없어요. 그것도 사회적인 역할이 마음에 안 들어요. 와이프라는 역할이 말이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호두 : 그런 주위의 압박 때문에 그런 부담 때문에 마지못해서 등 떠밀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진아 : 근데 푸쉬를 안 하시더라고요. [웃음]
수진 : 집안도 럭키한데요?
진아 : 엄마가 결혼을 잘못하셔서 평생 고생을 하셔서, 능력 있으면 안 해도 된다라는 확실한 관념을 갖고 계셔서. 좋은 사람 있으면 말리진 않는데 꼭 해야 되진 않는다. 아무리 결혼 잘한 사람도 꼭 후회한다 나중에. 잘하면 본전 못하면 쪽박이라는 생각으로... 만약 하게 되면 본전 정도는 찾으라는 거죠. [웃음] 무서울 것 같아요. 평생을 어떤... (함께) 살아야되는데... 사실 정체를 모르잖아요. 그런 거 같아요.
수진 :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또 시어머니의 정체도 중요하니까.
진아 : 저는 사실 결혼이 사회적인 약속이지, 그게, 거기에 왜 애정이나 사랑이나 성별이 끼어드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친구끼리 결혼을 할 수 있잖아요. 서로 동반자고 같이 집에 살면서 어떤 삶의 역할을 담당하면 되는 거지... 왜 그게 애정으로 얽혀서 <사랑과 전쟁> 찍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케미가 떨어지면 그거 말고 정으로 산다는데... 책임감이나... 사회적으로... 난 제도적으로 묶어주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수 많은 혜택들이 있는데 결혼을 하면, 좀 억울한 거죠, 나는. 안 할 수도 있는데... 저 혜택을 받으려고 결혼을 하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호두 : 그 혜택을 결혼한 사람들이 독점을 하는 것을 문제시해야.
진아 : 예, 그래서 그 혜택을 주려면 아예 오픈을 해버리든가. 성별이든 뭐든. 차이 없이.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누구나 할 수 있게.
수진 : 주이의 친구라는 포지셔닝보다 그냥 진아씨의 인터뷰가 재밌는데요? [웃음]
호두 : 주이 얘기 더 해야 하지 않아?
수진 : 안 해도 돼, 안 해도 돼, 진아님 얘기로도 재밌어~
진아 : 괜찮아요. 이런 얘기도 전부 주이랑 하던 얘기들이라서... [웃음]
호두 : 그래서인지 주이씨가 너무 쿨하게 친구 인터뷰 하라고 진아님을 소개시켜줬어요.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진아 : 어떤 주저함도 없이 저도 쿨하게 OK했어요. [웃음] “언제 해?”라고.
수진 : 진아씨는 카페에서 작업을 하시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시는 거예요?
진아 : 어... 예, 기계설계라서, 지금은 그런 셈이에요.
수진 : 저도, 저도 프리랜서로 일을 해서 컴퓨터 들고 다니죠.
진아 : 예, 힘들어요. 이거 매고 다니는 게 힘들어요.
수진 : 공장 같은 현장에서도 일해보셨어요, 기계 설계하는 쪽이면?
진아 : 현장이요? 생산현장? 네.
수진 : 그럴 때 굉장히 부딪히는 게 많을 것 같고. 그쪽은 굉장히 좀 상하청 간 싸바싸바도 있고, 아무래도 남성적인 면도 강하고...
진아 : 그게 더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제가 모로코의 생산공장 현장에 지원을 했었어요. 그때 가려던 나라가 북아프리아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라 중 하나였는데, 해외 현장에 있으니까 흥미가 있어서 저는 지원을 했거든요. 그대 되게 그런, 어떻게 보면 젠더에 대해서 제가 그전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서죠, 이거는. 네, 정체성은 없고 특별히 신경 안 쓰고 있는데.
수진 : 그쪽은 이슬람 국가죠?
진아 : 예, 그래서 지원할 때 좀 문제가 됐었어요. 과연 여자가 지원해서 가도 되느냐... 그게 어차피 현장 사람들이랑 만나 부딪히는 얘기지만, 회사 내에서 거부감이 좀 있었어요.
수진 : 그러니까, 현지 법인에서요?
진아 : 아뇨, 우리 회사에서.
호두 :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누구를 보낼지 고르는 과정에서?
진아 : 예, 저희 회사에서 한 명 선발해서 보낸다는 공지가 떴는데, 제가 지원을 하겠다 했더니 사람들이 다 당황을 한 거예요 윗분들이. 그래서, 아 하고, 여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안 되는데 라고 생각을 했다가, 갑자기 지원을...
수진 : 가야 할 곳이 모코로이기 때문이에요, 아니면 그냥?
진아 : 이슬람 국가고, 그런 현장 일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소위 여자애가 지원할지 몰랐던 상황이고, 기대도 안 했던 상황이라서, 그러니까 제외 예외 조항도 없었고.
수진 : 국내의 관련 업계에는 여성분들이 좀 있는 편이에요?
진아 : 대체로 현장직에는 여성들이 많이는 안 가요, 이상하게.
수진 : 그러면… 뽑혔으니까 모로코 현장을 갔다 오셨겠죠?
진아 : 예, 어쨌든 갔는데, 그때는 또 오히려 거꾸로 그러니까 그쪽 회사에서 오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우리 회사에서는 이 친구 가면 어떻냐라고 어쨌든 승인을 해서 보냈어요. 근데, 그쪽에서 OK를 한 거예요. 물론 여러 가지 얘기를 전했었겠지만. 근데 거기에서 막상 가보니까 현장에 정말 100% 전부 남자거든요.
수진 : 그렇겠죠.
진아 : 여성이 한 명 있는 게, 한 명이라도 있는게, 분위기나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저를 남자처럼 활동해라가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회사 쪽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일정한 여성성을 원하긴 한 거예요. 부드러움이라거나 좋은 측면에서... 예민함 이런 거 말고. 그러니까 어떡해요. 가서 코스프레 해야지... 요리 같은 것도 처음 해 봤고요, 과일 제일 많이 깎았고...
호두 : 아, 정말요?
진아 : 평화를 위해. 수다 많이 떨어주고, 그런 거 있잖아요. 부드러운 역할을 기대를 했으니까 또 일이 그렇게 해야 상황이 돌아가니까, 역할을 해줬죠. 재밌더라고요.
호두 : 거기 현지인들이 많았어요? 아니면 한국인들?
진아 : 아니요, 한국인들이 많고, 한국인 외에는 제3세계 근로자들이 많았어요. 방글라데시나 동남아 쪽...
호두 : 모로코 현지 출신의 노동자들은 없고요?
진아 : 현지에서도 할당이 있어서 있었어요... 현지 여자 친구가 세 명 정도 있었어요. 그 현장에 고용된. 그것도 그 현장 소장이 특별히 여자는 안된다는 마인드를 안 갖고 계신 분이라서 사무직으로 고용이 된 케이스였죠.
수진 : 국내에서는 그런 현장 쪽은 그러면...
진아 : 예, 원래 설계만 하는 사람은 현장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아요. 구체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전기 쪽 감리 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설계 지원 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어서, 경우마다 좀 다른 것 같아요. 소속 따라서 계약하기 나름이죠.
수진 : 아... 그렇군요. 얘기가 휙 빠졌는데 재밌었어요.
진아 : 멀리 갔는데 [웃음]
수진 : 멀리 갔죠. 모로코까지 갔는데요. 진아님은 재밌는 분이신 것 같아요. 주이는 술 마실 때에도 얘기도 안 하는데... [웃음]
진아 : 진짜요? [웃음]
수진 : 그럼 주이씨가 몸에 대한 불만 말고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것들도 굉장히 많이 말을 하는 편이죠?
진아 : 예.
수진 : 그런 거에 대한 불만. 그걸 받아들이는 게 본인하고 다르다고 느끼는 지점도 있을 거 같아요.
진아 : 그렇다기보다는. 아까 무심코 얘기했던 ‘여직원’이라는 것처럼... 주이도 아마 ‘여직원’ 내지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아주 일반적인 호칭 있잖아요. 당연한 거지만... 누나라든지 그런... 그런 것들도 사실은 불편한 거잖아요, 본인에겐 그런 호칭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사실은 불편하죠. 그럴 수 밖에 없고요. 근데 달리 부를 방법은 없고. 그런 게 걔한텐 고민이 되는 거 같던데, 그렇다고 남한테 따질 수도 없는 얘기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 순간 자기의 모든 스토리를 얘기를 해야 되는 상황인 거고요. 그런 것들은 참 안쓰러운 것 같아요. 너무나 너무나,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축적된 용어라든지 많은 부분이 있고 그런 구분법에 의해서 만들어져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호두 : 조금 더 친밀한 사이였으면, 그런 것들을 개선을 할 수도 있잖아요?
진아 : 그쵸, 친밀할 때는 주이가 그걸 했을 경우에는 사회에 동의를 하겠죠. 형이라고 부르라든지...
수진 : 두 분 말고, 제 3자의 인간관계가 없으니까... [웃음] 그거를 옆에서 어떻게 보냐, 이런 거를 물어보는것도 참 그렇긴 하죠.
진아 : 아마 주이의 친구들 경우에는 제가 알기로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 받아들이려 한다고 하고요.
수진 : 그냥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주고요.
진아 : 예, “오히려 잘됐다. 그거였군.”이란 식으로 반응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모호했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긴가민가 했는데 그거였군. 깨달아서 좋다, 다행이다.
수진 : 혹시 그래도 잘 안 된 케이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어요?
진아 : 안 된 건 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도매급으로 ‘여성’으로 넘어가야 되는...
수진 : 얘기를 했을 때 뭔가 안 받아들여진다든가, 아예 그냥 연을 끊었다든가...
진아 : 그런 사례는 생각이 안 나는 걸로 봐선 아마, 그럴 위험이 있으면 아예 얘기할 필요가 없거나... 왜냐면 긴 얘기 해야 되고, 상대방이 그렇게 막 그런 고집스런 경우에는 사실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그것까지 설득시켜 가면서 그럴 필요는 없겠죠.
수진 : 그걸 어떻게 알지?
진아 : 그건 그 사람과 친하다 아니다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오픈된 사람이냐 아니냐인 것 같아서요. 꽉 막힌 사람에게는 그냥 그런 얘기 안 하는 것 같아요.
수진 : 그걸 어떻게 알지? 난 모르겠던데...
진아 : 근데 저도 그냥 저는 회사에서 편하게 동료들이랑 그런 쪽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 관점에 대해서요. 그러면 그냥 아닌 분들은 아니고, 아무 상관 없는 분들은...
수진 : 개인적으로 그거는 오히려... 진아님이 ‘일반’이시기 때문에, 더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진아 : 생각보다 일반적으론 많이 닫혀 있어요, 진짜. 그래서 제가 이런 관점으로 얘기를 하면, 논리적으로는 이해를 하는데 “그래도 난 싫다”라는 분들이 많아요.
수진 : 혹시 그런 분도 있지 않아요? 진아님에게 “너 혹시 레즈비언 아니야?” 이런...
진아 : 그거야 뭐, 저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이니까... 완전 안 친한 분들이랑 이런 얘기를 하진 않으니까요. 저는 워낙에 이거 말고도 좀 관점이 다른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웃음] 그냥, 쟤는 저런 관점을 갖고 있구나 하는 거죠.
호두 : 레즈비언으로 오인을 받는 적이 있어요?
진아 : 아예 몰라요, 저한테 물어본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수진 : 그럼 없다고 봐야죠.
진아 : 어떤 경우에 그렇게 오인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호두 : 외모, 말씨, 혹은 뭐 별 달리 연애를 안 한다거나.
수진 : 그런 편견들이 있으니까요.
호두 : 그런 것부터 해서..
진아 : 말투나 말씨가 제가 그쪽(레즈비언)에 가깝나요? [웃음] 잘 모르겠는데~ [웃음]
호두 :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거죠. 가령 숏컷 하고, 보이쉬 하게 하고, 치마 절대 안 입고 다니고...
진아 : 아뇨 저는 입기 때문에. 머리도 이게 그냥 잘 어울려서 하는 거기 때문에...
수진 : 레즈비언에 대한 편견이 있어. [웃음]
호두 : 그건 나의 편견이란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캐릭터를 이렇게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진아 : 음, 어떻게 보면 저는 여자들이랑 스킨십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여자건 남자건. 필요 이상으로 털털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저는 제 캐릭터가 있을 뿐이고... 저한테 그렇게 물어보신 적은 없어요. 그리고 뭐 사실 그쪽도 아니고. 연애는 못 한 거고. [웃음] 못 하고 있는 것 뿐이고.
호두 :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거예요?
진아 : 네.
수진 : 저도요. [웃음]
진아 : 동병상련... 슬프게 진행이 되네요.
호두 : 진아님은 결혼 생각도 있으세요?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진아 :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는데 그걸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 선을 보거나 언제까지 뭘 만나야 된다 이런 건 없어요. 그것도 사회적인 역할이 마음에 안 들어요. 와이프라는 역할이 말이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호두 : 그런 주위의 압박 때문에 그런 부담 때문에 마지못해서 등 떠밀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진아 : 근데 푸쉬를 안 하시더라고요. [웃음]
수진 : 집안도 럭키한데요?
진아 : 엄마가 결혼을 잘못하셔서 평생 고생을 하셔서, 능력 있으면 안 해도 된다라는 확실한 관념을 갖고 계셔서. 좋은 사람 있으면 말리진 않는데 꼭 해야 되진 않는다. 아무리 결혼 잘한 사람도 꼭 후회한다 나중에. 잘하면 본전 못하면 쪽박이라는 생각으로... 만약 하게 되면 본전 정도는 찾으라는 거죠. [웃음] 무서울 것 같아요. 평생을 어떤... (함께) 살아야되는데... 사실 정체를 모르잖아요. 그런 거 같아요.
수진 :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또 시어머니의 정체도 중요하니까.
진아 : 저는 사실 결혼이 사회적인 약속이지, 그게, 거기에 왜 애정이나 사랑이나 성별이 끼어드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친구끼리 결혼을 할 수 있잖아요. 서로 동반자고 같이 집에 살면서 어떤 삶의 역할을 담당하면 되는 거지... 왜 그게 애정으로 얽혀서 <사랑과 전쟁> 찍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케미가 떨어지면 그거 말고 정으로 산다는데... 책임감이나... 사회적으로... 난 제도적으로 묶어주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수 많은 혜택들이 있는데 결혼을 하면, 좀 억울한 거죠, 나는. 안 할 수도 있는데... 저 혜택을 받으려고 결혼을 하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호두 : 그 혜택을 결혼한 사람들이 독점을 하는 것을 문제시해야.
진아 : 예, 그래서 그 혜택을 주려면 아예 오픈을 해버리든가. 성별이든 뭐든. 차이 없이.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누구나 할 수 있게.
수진 : 주이의 친구라는 포지셔닝보다 그냥 진아씨의 인터뷰가 재밌는데요? [웃음]
호두 : 주이 얘기 더 해야 하지 않아?
수진 : 안 해도 돼, 안 해도 돼, 진아님 얘기로도 재밌어~
진아 : 괜찮아요. 이런 얘기도 전부 주이랑 하던 얘기들이라서... [웃음]
호두 : 그래서인지 주이씨가 너무 쿨하게 친구 인터뷰 하라고 진아님을 소개시켜줬어요.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진아 : 어떤 주저함도 없이 저도 쿨하게 OK했어요. [웃음] “언제 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