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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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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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2. "군대 갔을 때 '아, 난 여자구나'라고 확실히 깨우친 것 같아요"

준우 : (고등)학교 끝나고 서울로 오신 거예요? 진학 때문에?


로미 : 고등학교 때 처음엔 저희 할머니랑 큰 고모가 계셨고, 큰 고모네에 잠깐 제가 있었는데 제가 너무 불편해 하니까 아빠께서 집을 따로 해주셔서 할머니랑 같이 있게 하고 아빠는 사업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따로 사셨고요. 고등학교 졸업한 후부터 대학 2학년 때까진 그냥 고등학교 때 아빠께서 해주신 집에서 지내다가 2학년 때쯤인가에 군대를 가서...


준우 : 대학 땐 어떤 전공을 택하셨나요?


로미 : 원래 고등학교 때도 제가 디자인과를 나왔고, 대학도 의상과를 갔어요. 원래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거든요. 아역배우 할 때는 배우로서의 꿈도 좀 있었죠. 근데 중 2때에 성적도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학교 가는 게 일주일에 두 번 정도고 나머지는 촬영 때문에 못 나갔으니까요. 그래서 그쪽은 접고 그림 그리면서 패션,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다가 고등학교를 들어갔는데요. 사실 고등학교 디자인과를 들어가면서부터 딜레마였죠. 어렸을 때, 4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와서 제가 그림을 되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디자인과를 들어가서 보니 "아,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걸 깨우치는 순간 손을 놓고 싶었거든요. 디자인 전공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내가 그림으로 상도 많이 받고 했던 터라 그림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잘 그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때 손을 놓고 싶었는데... 대학은 그래도 제가 잘 할 수 있고 들어갈 수 있는 학과를 찾다 보니 의상과를 선택하게 되었죠. 의상과를 나오고 나서는 그쪽은 거의 손을 놓고, 나중에는 웹 디자인 쪽으로 독학을 시작했어요.


준우 : 졸업하고 나서부터요?


로미 : 졸업하기 전부터요.


준우 : 미리부터 앞으로를 준비하셨던 거네요?


로미 : 심심해서 제 홈페이지를 만들어볼까 독학을 시작했었는데 그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계속 하다 보니까 주위에서 "나도 만들어 줘" 이런 식으로... 용돈도 주시고 하니까 "이게 돈도 되네" 하면서 프리랜서로 시작하게 되었죠. 제가 기술적인 면은 되게 뛰어나지 않았지만 감각적인 면은 조금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소개 시켜주고 또 소개 시켜주고 하면서 점점 늘어가다 보니까 지금까지 쭉~ 아예 직업을 삼게 되었죠.


준우 : 대학 입학하던 무렵이면 스물 한두 살 때쯤이셨으니까, 그 당시엔 정보를 얻는 곳이 어디에 있었나요? 그때도 (온라인에) 커뮤니티가 있었잖아요.


로미 : 그때 비너스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우선 이반시티에는 제가 가입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 당시에 아마 이반시티가 아니라 화랑 뭐 이런 거였던 것 같은데... 아예 초창기 때부터 가입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화랑이라는 데에는 초반에 할 때부터 가입되어 있었고. 지금은 그런 사이트들이 많이 없어졌지만요. 그때에는 트랜스 사이트라기 보다는 게이 사이트가 많았던 것 같아요.


준우 : 그 당시에도 트랜스 여성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가 몇 개 있었는데, 거기에서 적극적인 활동은 안 하셨던 건가요?


로미 : 네. 몇 개는 가입했을지는 모르겠는데, 눈팅만 하고. 직접적으로는 나선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준우 : 정모 같은 것도 안 나가시고?


로미 : 저는 사실 작년까지는 아예 이쪽 친구들이 없었어요. 사실 필요하다 생각을 안 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커밍아웃이랑 연관되어 있는 건데, 전 스무 살 때부터 커밍을 했는데 다행히도 일반 친구들이 너무 쉽게 받아주고, 어딜 같이 갈 때면 여성으로서 제 딴에는 가꾼다고 했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쟤 여자야, 남자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시선들을 의식한다거나 제가 좀 자신이 없어 하면 일반인 제 친구들이 오히려 "네가 당당하게 굴어야 남들도 너 당당하게 쳐다본다" 말해줄 정도였으니까요. 굳이 이쪽 친구들을 막 일부러 찾아서 그러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요.


준우 : 그렇게 정체화하는 중간에는 CD라고 스스로 고민했던 시기는 없었던 거예요?


로미 : 네. 저는 쭉~ 제가 만약에 요새 어린 친구들처럼 진짜 막 후다닥 호르몬 빨리 하고 술집에서 돈 좀 모아서 수술비만 딱 모아 가지고 후다닥 수술 할 거였으면 상관없었겠지만, 저는 미래의 계획 같은 걸 생각하다 보니까 느린 걸음이었어요. 그게 되게 느린 걸음이어서... 뭐, 물론 (수술을) 하고는 싶지만 여성스런 모습을 막 과시하거나 하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고. 그냥 천천히... 어떻게 보면 작년까지는 CD 생활처럼 남성과 여성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겉모습은 그렇게 살았지만요. 올해 초부터는 수술을 하려 마음먹은 시기가 다가온 시점이기 때문에…


준우 : 호르몬을 시작했던 때가 결정적인 거겠네요?


로미 : 네.


준우 : 그러면 "난 트랜스젠더야"라고 스스로 부르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예요?


로미 : 군대 갔을 때 "아, 난 여자구나 "라고 확실히 깨우친 것 같아요. 저는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용 쓰지 않았었거든요. 저를 실험하기 위해서 갔던 곳에서 확실한 해답을 얻었다고 해야 되나?


준우 : 아~ 그렇군요. 제일 컸던 게 어떤 요소였을까요?


로미 : 그때 남자친구를 만났거든요. 그 사람과 만나는 동안에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아. 이 사람과 결혼을 해서 내가 현모양처로 사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 그게 진짜 행복하겠다"라고 확신이 든 순간부터죠.


준우 : 현역으로 가셨구나...


로미 : 네. 저희 때는 사실 면제받기 되게 쉽긴 했었어요. 제가 그 당시에 몸무게도 39kg정도 였고 해서.


준우 : 그럼 면제가 가능했을 텐데...


로미 : 네. 조금만 더... 몇 킬로그램만 빼도 몸무게로 안 갈 수도 있었고. 호르몬이나 이런 걸로 진단서만 있었어도 안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근데 저는 가고 싶었어요.


준우 : [놀라며] 군대를 가고 싶으셨어요?


로미 : 두 가지 이유였어요. 첫 번째로 제 정체성에 관해서 확인하고 싶었어요. 남들처럼 "군대 가기 싫어" 이런 것보다는 "나도 군대 가면 내가 숨겨왔던 남성성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아직은 어리니까, 아직은 헷갈리는 게 아닐까?" 테스트 겸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두 번째는 내가 수술을 한다면 내가 수술했을 때 남자로서의 의무만큼은 다 끝내고 수술하고 싶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군대를 안 갔다오셨거든요. 저희 아빠께서 외국에서 있으셔서 그런 거 때문에 군대를 안 가셨는데... 아빠께서 자신이 못 갔기 때문인지 자기 자식은 군대 가기를 원하신 부분도 좀 있었고요. 그리고 요샌 다들 수술을 일찍 하려 하잖아요. 제가 지금 32살인데 아직도 수술 안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수술을 당장 하는 게 급한 게 아니라 수술한 이후의 저의 삶이 더 중요하거든요. 그때도 그랬어요. 제가 남자로서 군대를 갔다 오고 해서 내 의무를 다 해 놓고 나서 수술을 하면 나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나한테 손가락질을 못 할 거다. 나는 남자로서 의무를 다 끝냈으니…


준우 : 군대에서는 괜찮게 지내셨던 건가요?


로미 : 오히려 군대에서는 남자친구도 있었어요.


준우 : 안에서 연애를 하셨군요~!


로미 : 게다가 원래 군대에서 규율상 그러면 안되지만 2~3개월 선임들한테도 오히려 반말도 하고... 되게 사랑 받는 케이스였어요. 군대도 되게 재미있었고 되게 좋았어요. 거기에서 정체성으로 인해서 막 힘들기보다는… 딱히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준우 : 그 안에서 연애했던, 만났던 그 남자분이 (로미를) 여성으로서 만났던 거예요? 아니면 혹시 남자로?


로미 : 아니. (트랜스젠더 성향을) 알고서요.


준우 : 그러니까 여성으로서?


로미 : 네. 여성으로서… 제대하고도 6개월 정도 더 만났었고, 그러고 난 후 일반 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졌어요) 정체성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었고 서로의 문제 때문에 헤어졌던 거고요.


준우 : 자대 배치 되자마자 사귀기 시작했던 거예요?


로미 : 네. 자대 배치 되고 한 6개월 정도 있다가 (사귀기 시작했고) 제대하고 나서 6개월~1년 사이 정도 더 만났어요.


준우 : 군대 안에서는 고참이었던 사람이었나요?


로미 : 네. 아마 저보다 두 달인가 선임이었을 걸요? 헤어지고 나서 2~3년 정도 제가 두절을 해버렸는데, 그 친구는 저랑 연락을 하고 싶어 했는데 제가 두절을 한 거죠. 그 친구가 헤어지는 순간에도 "널 인간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나는 너를 친구로서라도 널 지켜보고 싶다"라고 해서... 근데 어느 날 제가 잠적을 타버린 거고. 그러고 나서는 최근에, 작년쯤에 연락이 왔는데 올해 안에 결혼할 거래요. 결혼한다고 이야기 해주고... 나는 수술은 했는지 아픈 덴 없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그 동안 연락 안 되서 힘들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저한테 미련이 남아서 때문이 아니라, 내가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했다고... 그래서 되게 고마웠어요.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요. 저도 결혼한다고 하니 질투 이런 게 생기기 보다는 축하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