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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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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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3. 그냥 “못생긴 여자다” 정도면 평범한 거죠


캔디 : 그러면 평소엔 집하고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나윤 : 평소엔 집 하고 학교만... 그렇죠.

캔디 : 그럼 집에는 되게 빨리 들어가겠네요? [웃음]

나윤 : 보통 7시쯤?

캔디 : 집에 들어가면 뭐 해요?

나윤 : 어, 이게 빠른 거예요? 7시에 들어가서 샤워하면 1~2시간 지나고, 빨래 해야지요.

캔디 : 어머니랑 같이 살잖아요?!

나윤 : 아, 말씀 안 드렸구나. 저희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3년 정도 전부터 요식업 분야의 자영업을 하고 계시고요. 저희 오빠는 제대하고 나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캔디 : 아, 그러면 집안일을 할 사람이 없는 거군요?

나윤 : 다들 늦게 들어오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조금씩 해요. 근데 그것도 시간을 많이 뺏겨요. 세탁기가 일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세탁이 다 끝났나 안 끝났나 봐줘야 하고, 다 되고 나면 또 건조대에 널어야지요. 그것도 시간 되게 오래 걸리고...

캔디 :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거라면, 속옷은 어떻게 해요?

나윤 : 제 속옷이요? 솔직히 저는 아직도 여성 속옷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캔디 : 그러면 그냥 남자 속옷 입어요?

나윤 : 그거 계속 입다가, 그냥 조금씩 이렇게 하니까 점점 나쁘지 않... 나쁘지 않다기보다는 편해졌어요. 그래서 그냥 다른 칸에 숨겨놨었죠 그런데 엄마가 그걸 찾아서 다 봤어요. 그런데도 이제는 그냥 무시해요.

캔디 : 무시하고 그냥 널어요?

나윤 : 그니까 살짝 제 방에 널어요.

캔디 : 브래지어도요?

나윤 : 브래지어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저는 그건 아직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캔디 : 왜요?

나윤 : 그냥 좀. 뭐라고 해야 될까? 어~ 아직 가슴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고,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티셔츠 한 장 입고...

캔디 : 전 런닝셔츠 입고 그 위에 티셔츠 입고 그냥 사는데... 그거 하면 일단 갑갑하잖아요.

나윤 : 응, 맞아요.

캔디 : 근데 내 생각에는, 많은 mtf들에게 브래지어 하는 이유 중에는 가슴이 좀 더 커 보이기 위해서도 있을 거예요. [웃음]

나윤 : 커 보이려고? 가슴이 있지도 않은데...

캔디 : 뽕 넣으면 되죠.

나윤 : [고개 저으며] 으으응~

캔디 : 뽕을 넣을 생각은 없는 건가 봐요?

나윤 : 없어요. 저는 그냥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캔디 :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데?

나윤 : 그냥 평범한 여성으로서 살고 싶어요. 지금으로선 그 이상은 바라는 것도 없어요.

캔디 : 어떤 게 평범한 여성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윤 : 그냥 사회적으로 평범하게? 되게 말하기가 힘든 거네요. 말이 애매하죠? 그냥 쟤는 여자다라고 그냥 여겨지는... 그런 식으로 사는 거겠죠? 저는 지금은 애매한 상태니까요.

캔디 : 진짜 위로하려는 말이 아니라, 티가 그렇게 막 많이 나는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 들거든요?

나윤 : 그래요? 아니에요~

캔디 : 그리고 자기는 키도 별로 안 크잖아. [웃음]

나윤 : 아니에요... 아 키는 안 크다고 하지만, 타고난 게 없어서요.

캔디 : 그러면 쭉쭉쭉빵한 몸매의 그런 여자가 되고 싶은 거예요?

나윤 : 아,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평범하게...

캔디 : 어떻게 되어야 평범한 걸까요? 외적으로...

나윤 : 외적으로요? 그냥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냥 “못생긴 여자다” 정도면 평범한 거죠.

캔디 : 지금은 그것보다 조금 더 나아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서 보면 “그냥 여자다”로 보여요.

나윤 : 근데 사람들이 쳐다봐요. 많이 의식하거든요.

캔디 : 의식하니까 쳐다보는 거 아닐까요? [속삭이며] 의식 안 하면 안 쳐다본다니까.

나윤 : [속삭이며] 정말요?

캔디 : [속삭이며] 진짜로.

나윤 : 아, 그런데 솔직히 그게 있어요. 머리를 좀 기르니까... 죽겠어요, 진짜. 지금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직장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직원들이 다 쳐다봐요. 학교에서도 제가 학생일 때랑 직원일 때랑은 다른 거죠. 학교라는 틀 안에 있으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사회보다는 돌아다닐 때 좀 나은 편이긴 한데요. 문제는 사무실 밖을 나서면 주변에는 모두 다 교직원들 뿐인 거예요. 게다가 제가 남자란 건 사람들이 다들 알고 있는데, 저는 머리가 길어요. 그래서 지금 전 굉장히 사람들에게 찍혀 있어요.

캔디 : 규범에 어긋난 사람으로 보이는 거?

나윤 : 응. 모든 교직원들이 저를 알아봐요.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화장실을 가도 돌아버리겠는 거예요. 특히나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건물 규모가 매우 작답니다. 건물 사이가 30초도 안 걸릴 정도로 고등학교보다 좀 더 큰 그 정도니까 정말 작아요. 그러다 보니까 화장실도 여러 군데 없어요.

캔디 : 그럼 남자 화장실 가요?

나윤 : 남자 화장실에 가죠. 달리 어떡해요~! 나가는 곳마다 다 교직원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것보다도 일단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니까 최대한 구석진 데에 있는 화장실로 가는 거죠. 거기를 사알~짝 지나가다가 사람이 없으면 슥 들어가서 빨리 싸고 잽싸게 나오고... [웃음]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소리 안 내고 가만히 있다가 사람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막 도망쳐 나와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요.

캔디 : 그래도 화장실을 갈 용기가 있어서 다행인 건가요? 저는 밖에선 화장실에 못 가는 트랜스젠더들도 많이 봤거든요.

나윤 : 정말요? 전 지금으로선 마려우니까 가는 거죠. 생리적인 현상이니까.

캔디 : 그니까 그런데도 안 가는 사람도 많다니깐요. 그러다가 방광염에 걸리기도 하고...

나윤 : 저도 진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가요. 전 커피 마시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마시는 거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이제는 어느 순간부터 그걸 줄이게 되더라고요. 참고 있는 거 그 자체가 너무 괴로우니까. 어떻게 보면 그러고 사는 게 참 미련한 거 같아요.

캔디 : 일하는 공간인 학교에서는 나윤이 이미 남자로 알려져 있어서 여자일 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 걸까요?

나윤 : 직원들도 약간 알고 있는 거 같은데요. 글쎄요. 그냥 좀 굉장히 특이하다 정도로 여기는 걸지도요? 솔직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면 많이 눈치 보여요.

캔디 : 사람들이 “너 여자 아니야?” 그런 얘긴 안 물어봐요?

나윤 : 그나마 편한 게 뭐냐면, 저희 부서가 직원들끼리의 교류가 전혀 없어요.

캔디 : 어쨌든 같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거기서 일한 다음에 나윤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거기도 하잖아요?

나윤 : 아, 어쩌면 그렇네요?

캔디 : 응. 목소리도 많이 변했을 테고요.

나윤 : 목소리 안 변했는데?

캔디 : 얼굴도 변했을 거고.

나윤 : 그냥 머리만 좀 길었죠.

캔디 : 그러면 그외에 외형적으로 나머진 처음과 별 차이 없는 거 같아요?

나윤 : 네, 전혀 없는 거 같아요.

캔디 : 역시 뽕브라를 안 해서 그래. [웃음]

나윤 : 그건 지금은 할 수가 없지요. [웃음]

캔디 : 지금 일하고 있는 데랑 계약이 만료되면 앞으로 뭐 할 거예요?

나윤 : 아~ 그게 너무 고민이에요. 진앞으로 뭐 하면서 먹고 살아야 될지 준비를 안 한 게 지금은 진짜 후회돼요.

캔디 : 자격증 있지 않아요? IT 관련 전공이면 대학 다닐 때 따지 않았어요?

나윤 : 자격증 하나도 없어요! 제가 졸업하고 나니까 애들에게 막 강제로 따게 시키는데요. 제가 다닐 때는 그런 제도가 없었어요. 그냥 공부만 시키고 시험 보고 졸업하고 끝.

캔디 : 자기는 C언어 그런 거 배운 거 그러면?

나윤 : 다 배웠죠. C+, JAVA, 뭐 php, 리눅스 다 배웠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른다는 거, 슬프죠?

캔디 : 슬프다, 진짜. [웃음]

나윤 : 슬프다~ 저는 내년에 사이버 대학 졸업을 준비해야 되는데요. 정보통신 관련 전공인데 이전에 배웠던 거랑은 또 완전히 달라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 달라요. 근데 문제는 사이버 대학에도 이미 얼굴을 다 내비쳤고. 한번은 머리를 한 번 묶고 사이버 대학에 나간 적이 있거든요? 학교에서 밥 먹다 머리가 막 입에 들어오길래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묶고 있는데 제 학우분들이 들어오더니 헤에~ 하면서 막 놀라는 거예요.

캔디 : 왜 놀래요?

나윤 : 잘못 들어온 줄 알고 그런 거죠. [웃음]

캔디 : 아~ 그럼 그 대학교에서도 지금은 남자라고 얘기한 거예요 ?

나윤 : 사람들은 지금 그렇게 알고 있겠죠?

캔디 : 그렇다고 주민등록번호가 어디 공개적으로 뜨는 건 아니잖아요.

나윤 : 이미 다 티 나는데, 다 알죠~ 패싱이 안 되는데... 그냥 말하고 있으면 눈치 많이 채는데요. 말 안 하면 가끔씩 여자로 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디 가든 결국 다 알아요~

캔디 :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진짜 그래요?

나윤 : 네. 진짜 그래요. 목소리가 가장 그렇죠.

캔디 : 그러면 사람들이 나윤을 그냥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윤 : 우선 여자로 어떻게 봤다가 바로 남자로 알아채요.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는지까진 사실 모르겠어요.

캔디 : 어쨌든 첫 인상으로는 여자로 본다는 거잖아요.

나윤 : 가끔요.

캔디 : 왜 가끔일까요? 화장을 안 해서 그래, 화장을 하고 다녀봐요. [웃음]

나윤 : 그러니깐요. 화장 배워야 되는데. E 언니가 언제 (화장법) 가르쳐주기로 했는데.

캔디 :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그래요?

나윤 : 음... 저번에 장례식장에선 사람들이 절 여자로 봤어요.

캔디 : 거봐요. 보통 사람들이 얼굴 딱 보기 전에, 이미 기존에 “나윤이 남자라고, 나윤이란 남자애가 있어”라고 알고 있으면, “쟤 남자애구나”라고 무조건 보게 되는 거 아닐까요?

나윤 : 아, 그런 건가?

캔디 : 그니까 나윤이 얼굴이 여성스럽지 않다거나 여자로 안 보이거나 그게 아니라, 그냥 주변 사람들 머릿속에 이 사람은 이미 남자애이기 때문에, 그냥 “저렇게 하고 다니는 남자애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거겠죠. 그래서 새로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이미 알던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상력도 없으니까 그냥 저런 남자애라고 생각을 하는 거겠고요. 그니까 새로 만난 사람들은 나윤을 여자로 볼 거라고 봐요.

나윤 : 어떻게 보면 그렇네요.

캔디 : 응. 그니까 나윤이 패싱이 안 되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나윤 : [속삭이며] 그런가요?

캔디 : 패싱이 안 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에겐 mtf에 대해서 하리수처럼 엄청 섹시한 여자 같고 그러하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나윤 : 맞아요~ 나도 그것 때문에 괴로웠는데. 아, 나 그걸 빨리 무너뜨리고 싶어요, 진짜!

캔디 : 본인이 그런 데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더 있으면 머리 긴 게 귀찮다라면 머리 자르고 다닐 수 있는 거거든요.

나윤 : 아, 근데 전 머리는 진짜 길러보고 싶어요.

캔디 : 그러면… 근데 일하고 있는 그 학교에서는 앞으로 계약 연장은 안 해주겠대요?

나윤 : 계약 연장 안 해줄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인을 좀 할 줄 알았으면 계약 연장이 됐을 것 같은데, 디자인을 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요. 한 번 제게 제안을 하긴 했어요. 이 정도 할 수 있겠느냐라며 제안을 하더라고요? 난 이 정도까진 못 다룬다고 답하니깐, [웃음] 안 되더라고요.

캔디 : 그러면 이번에 돈 모아서 뭐 할 거예요?

나윤 : 이번에 모으면... 임플란트 해야죠!

캔디 : 치아 빠진 거 있어요?

나윤 : 전 되게 치아가 안 좋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좀...

캔디 : 정말 이거 놀랍네요. 임플란트라니... [같이 웃음] 가슴도 아니고...

나윤 : 아니, 너무 슬프네요. [같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