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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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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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1. 언제 벽장에서 나왔냐고요? ... 나는 mtf 바이이다


캔디 : 생각해 보니 나윤이랑 저랑, 얼굴 본 지 꽤 된 사이죠?

나윤 : 네, 전에 여러 번 봤어요.

캔디 : 나윤은 언제부터 TG 판에 데뷔했어요? TG로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던 시작은 언제였어요?

나윤 : 언제 벽장에서 나왔냐고요? [한숨] 좀 처참하게 말해도 돼요?

캔디 : 네, 처참한 내용으로 말해도 돼요.

나윤 : 아~ [한숨] 네, 자살 시도를 여러 번 엄청나게 하다가, 어느 순간에 죽기도 너무 힘든 거예요. 진짜~ 그래서 '그래, 이럴 거면 한 번 나와라도 보자'라고 생각을 해서, 그때 처음  A 커뮤니티에 나갔어요.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내다 보니, 좀 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 뒤부터 이런 저런 행사나 이벤트 등등 뭔가 일이 있을 때에 조금씩 나가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교회 언니를 만나면서부터 지금은 완전 날개를 펴게 된 거거요. [웃음]

캔디 : 오~ 그렇군요. 그러면 정체성 깨달은 건 그보다 더 오래 전인 거예요?

나윤 : 그게 지금도 되게 애매해요.

캔디 : 으흥~  왜요?

나윤 : 아직도 저는 언제부터 알았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좀 그래서요. 솔직히 저는 정신과를 많이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게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캔디 : 처음엔 정체성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던 건가요? 아니면 우울증이나 다른 것 때문에 가게 된 거였어요?

나윤 : 우울증과 정체성 둘 다 때문이라고 해야겠죠. 우선 정체성에 대해선 뭐랄까... 정신과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너는 왜 그러냐? 남성으로 충분히 잘 살 수 있는데"라면서요.

캔디 : [화내며] 그 의사 누구야!?

나윤 : 그러고선 그 의사가 근데 나름대로 또 상담치료도 해주시는 그런 분을 권해주셨어요. 그렇게 하다가, 좀 도움이 되긴 했는데 너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별의별상담연구소라는 곳에서 상담 받는 걸 최근부터 하게 되었고요. 네, 그렇게 해서 이제야 그렇게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어요. 솔직히 별의별상담연구소에서도 처음에는 저랑 되게 안 맞았어요. 근데 저번 마지막 상담 때 무언가 좀 깨닫게 됐었죠.

캔디 : 상담은 언제부터 받았어요? 처음 병원을 간 게 언제예요?

나윤 : 상담 받으러 처음 병원 간 때가... 중학교, 고등학교?

캔디 : 중고등학교 때? 자살 시도 한 것 때문에 가게 되었던 거예요?

나윤 : 아, 그 이전부터 갔어요. 중학교 때쯤?

캔디 : 중학교 때쯤에는 왜 자살 시도 하게 되었어요?

나윤 : 그때는 그냥 남성인 제가 너무 괴로웠어요.

캔디 : 응. 그냥 “나 여자다” 이런 게 아니라 “난 남자는 아닌데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그런 거?

나윤 : 네, 네 맞아요. 진짜 왜 남성으로 살아야 되지? 그렇다고 여성인지도 딱히... 잘 모르겠고. 그래서 너무 살기 힘든 거예요. 그래서 (자살) 시도를 했었어요. [웃음]

캔디 : 자살 시도한 사람 많아요. 안 죽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자살 시도를 그 후로도 자주 했어요?

나윤 : 저요? 그렇게 많이 하진 않은 거 같은데... [웃음]

캔디 : 많이의 기준이 뭐야~?!

나윤 : 많이의 기준이라면? [웃음] 그냥 두 세 번 하고 그냥 자해 시도했던 그 정도?

캔디 : 그 정도 하고도 지금 살아 있으니 다행이네요.

나윤 : 네. 맞아요.

캔디 : 그렇구나. 중학교 때부터 그랬구나... 그럼 부모님이 정신과 병원에 데려갔던 거예요?

나윤 : 아, 처음에는 제가 먼저 말했어요. 나 정신과에 가야겠다고. 그래서 부모님이 데려가 주시더라고요. 근데 그 이후에 어쩌다가 그 의사 선생님에게 커밍아웃을 했었던 거 같은데... 의사 선생님도 좀 더 지켜봐야겠다라고는 말씀하셨던 것 같고. 그러다가 제가 더는 감당을 못 하는 상황이 되어서 (자살) 시도를 하게 되었었고... 네, 그렇게 된 거죠.

캔디 : 그럼 지금 부모님은 나윤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 아세요?

나윤 : 최근에야 정확히 다 알게 되셨어요.

캔디 : 오~ 어떻게요?

나윤 : 그니까 이미 눈치는 다 채시고 계셨어요. 대충 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계셨죠. 최근에 LGBT 상담 컨퍼런스가 열렸었잖아요. 그때 참석하셨던 트랜스젠더 부모님께 우연히 제가 도움을 요청하게 됐어요.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도움을 부탁드렸죠. 그래서 그 부모님들께서 하고 계시는 모임에서 좀 도와주셨어요. 그때 저희 부모님도 오셨고요. 근데… 부모님은  되게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캔디 : 그럼 부모님께는 얘기하고 나서 바로 그 부모님 모임과 만나러 가자고 얘기를 드렸던 거예요?

나윤 : 아니요, 제가 (컨퍼런스에서 만난) 그 부모님 연락처를 받고서 그 자리에서, 연락을 안 했어요. 아, 연락을 안 했던 건 아니고, 전화번호가 저장은 되어 있었는데 그걸 못 찾겠더라고요! 주소록에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하여튼 딱히 찾을 생각도 없었고 또 용기도 안 나기도 했고요. 그렇게 지내다가 어쩌다 보니 나중에 그분 연락처가 다시 딱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집 밖에 나와서 그분께 연락을 드리게 됐어요. 의외로 많이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그분께서 “몇월 며칠에 모임에 있으니, 그날 부모님을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그날 어머니만 먼저 모시고 갔었죠.

캔디 : 아, 그래도 다행히 어머니께서 같이 가 주셨네요.

나윤 : 가주신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불러내서 그 자리에 오신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가 되게 쇼킹해 했죠.

캔디 : 그럼 엄마한테는 어떤 자리인지도 말씀 안 드리고 일단 가자고 얘기를 한 거예요?

나윤 : 우선 정말 중요하니까 오라고만...

캔디 : 그럼 그 모임에 가기 전까지는 엄마한테도 “내가 남자가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먼저 안 한 거예요?

나윤 : 전혀 안 했어요.

캔디 : 안 하고 일단?

나윤 : 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캔디 : 진짜요?

나윤 : 네. 그전에도 계속 물으셨어요. 호르몬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캔디 :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걸 묻지는 않으셨을 거 같은데요?

나윤 : 근데 그전에 병원에 같이 갔었을 때 이미 들으신 게 있으시니까. 또 제가 군대를 면제됐잖아요. (고환) 적출을 하고서 면제가 되었어요. 근데 어머니는 그걸 또 병무청에 전화해서 다 알아보셨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알고 계신 상태셨어요. 사실 부모님도 엄청나게 힘들어하셨죠.

캔디 : 지금은 어떤데요? 그렇게 다른 부모님들과 만나고 온 지 얼마나 됐죠? 한 달?

나윤 : 제대로 커밍아웃을 한 지가... 음... 두 달 정도?

캔디 : 지금 집에서 분위기는 어때요?

나윤 : 아, 요즘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이번에 아버지께서 정년퇴직도 하시고 그러시는데 그야말로 집안 분위기가 살벌하죠. 근데 이런 것도 말해도 돼요? 뭔가 너무 많이 얘기하는 거 같아서...

캔디 : 더 많이 얘기해도 되는데요? [웃음]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아시고, 아버지도 이제 아실까요?

나윤 : 아마, 아시고 계실 거예요.

캔디 : 오빠는요?

나윤 : 오빠도 알고 있대요.

캔디 : 그렇다는 건 집에서 나윤의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 같이 얘기하거나 하는 건가요?

나윤 : 근데 사실은, 금기된 사항이랄까? 그런 거 같아요. 저조차도 말하는 걸 너무 꺼려하니까요. 솔직히 부모님께서도 저한테 왜 솔직하지 않냐고 하시고... 그 부모님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나는 호르몬 하고 있다”고 인정했더니 바로 그냥 반박을 하시더라고요? “그걸 왜 말도 안 하고 왜 동의도 없이 너 마음대로 하느냐?” 부모님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오히려 다른 부모님들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반대를 하니까 말을 더 못하는 거 아니냐”고요. 근데 그 말씀이 맞아요. 부모님이 너무 반대를 하니까 저도 말 할 생각조차 애초에 안 하고 그냥 저 혼자 호르몬 투여하고, (고환 적출) 수술도 감행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아직도 너무 두려워요.

캔디 : 어떤 게 두려워요?

나윤 : 저를 다시 인정해야 된다는 거. 그리고 저를 알아야 된다는 거. 전 그게 너무 힘들거든요.

캔디 : 하지만 이제까지 요 1~2년 동안 나를 더 많이 인정하고 나를 더 많이 알게 됐잖아요.

나윤 : 네, 근데 아직도 너무 두려워요. 뭐가 되었든, 무슨 일을 하든 두려운 게 지금은 너무 커요. 솔직히 전 이 인터뷰도 하기 전에 너무 무서웠어요.

캔디 : 왜요?

나윤 : 그냥 저는 무서움이 커요, 모든 일에 대해서요.

캔디 : 무서운 건 일단 한번 질러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윤 : 질러봐야 한다… 진짜 그게 맞는 거 같네요.

캔디 : 그럼 질러야 할 것 중에 하나로, 나윤은 연애는 안 해요?

나윤 : 네, 안 해요.

캔디 : 연애 할 생각이 없어요?

나윤 : 있죠. 왜 없어요!!!

캔디 : 누구 좋아한 적은 있었나요?

나윤 : 저요? 저 솔직히 이것도 괴로웠어요.

캔디 : 왜요?

나윤 : 살짝 고백하듯 말할까? 저는 어렸을 때도 이상한 거예요. 여자도 좋고 남자도 좋고. 근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 이런 걸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는구나란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근데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만 해도 이게 허용이 안 되는 분위기였잖아요. 그때가 저 중학교 때나 거의 고등학생이 될 무렵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시기 때 우연히 B 커뮤니티를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조금씩 그 분위기를 읽기 시작했었거든요. 제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다니면서 제가 느끼고 익힌 분위기로는,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보통 mtf의 경우엔 그냥 이성애자여야 한다? 그 정도만 허용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그것도 되게 힘들었어요. “난 뭐지? 어, 난 정말 뭐지? 한 마디로 말해서 난 그냥 병신인가, 진짜?” 그런 걸 되게 고민하다가... 이것도 정말 제 스스로가 제 정체성을 인정하기가 힘들었고, 나의 성적지향을 인정하기도 너무 힘들었고. 그렇지만 올해 중순쯤에 들어서 저를 조금씩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 같아요. “그래, 나는 어쩌면 mtf 바이섹슈얼이다”라고요. 그리고 최근에서야, “아, 그래. 바이란 사실, 남자와 여자를 다 좋아하니까 어쩌면 난 축복받은 거야”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 후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캔디 : 좋네요. 그래서 누굴 좋아해봤는데요?

나윤 : 솔직히, 그동안 사랑을 안 했었으니까...

캔디 : 중고등학교 때도요?

나윤 : 네. 거의 안 했어요. 그냥 좋아하는 남자애도 있었고 여자애도 있었고… 그걸 뭐라고 해야 되죠? 마음 속으로만 좋아하는 그런 것만 있었고.

캔디 : 심각하게 좋아한 게 아니고 그냥 호감 정도?

나윤 : 네, 심각하게 좋아하는 정도 아니었어요. “어차피 나는 쟤랑은 못 사귈 거니까.” 그러면서 아예 뭘 해 볼 생각도 안 했었고요. “좋다, 좋은 사람이다. 저 사람 좋다.” 그냥 이렇게만 생각했었고... 지금은, 그냥 솔직히 말하면 보는 사람마다 다 좋은 거 같은데요?

캔디 : 어머 어머, 웬일이야~

나윤 : 진짜로. 지금은 누가 대시하면 “어, 그래~” 할 거 같아요.

캔디 : 근데 대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 [웃음]

나윤 : 응. 없다는 거. 그게 문제죠.

캔디 : 먼저 들이밀어야 돼요.

나윤 : 먼저요?

캔디 :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말해 보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 되는 것도 같고...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도 한 번 못 해보고 그런 건 힘들잖아요.

나윤 : 아~ 그것도 어쩌면 그러네요. 이제는 한 발짝 더 나가야겠어요.

캔디 : 맞아요. 바이인 거 좋잖아요. 난 바이가 좋다고 생각해요.

나윤 : 맞아요~ 저도 생각해보니까, “어, 나 바이인데. 너 남자 좋아해, 여자 좋아해? 난 둘 다 좋은데? 어쩔 건데! [웃음] 어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