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에서 만난 당사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트랜스젠더와 주변인의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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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터뷰는 5~10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각 인터뷰는 참여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 장소, 직업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내용이 왜곡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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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5. 남자가 좋다거나 여자가 좋다거나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수진 : 이제부터 하는 질문은 좀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성적으로는 남성한테 끌리는 건가요?

이요 : 음... 처음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냥 내가 여자가 되고 싶을 뿐이지, 남자가 좋다거나 여자가 좋다거나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성적인 불만족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까 “난 남자가 좋아. 그래서 여자가 되어야 해.” 이런 건 아니었던 거죠.

수진 : 아... 그럼 내가 누군지를 떠나서, “쟤 괜찮다” 그런 걸 느끼는 경험은요?

이요 : 전혀 없었어요. 전혀 없었고... 그저 “내가 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건 있었는데...

수진 : 지금까지 연애를 하신 적은?

이요 : 있죠. 연애 한 적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는 남자로서 살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소개팅도 많이 해줬고, 사귀어 본 경험도 있어요.

수진 : 오래 사귀었나요?

이요 : 1년을 못 넘겼어요. 거의 다...

수진 : 이유는요? 혹시 정체성하고 관계가 있었나요?

이요 : 헤어지는 계기가 다 그거였어요. 그 여자애가 나를 남자로 못 느낀다는 거요. 거의 그랬죠. 절 남자로 못 느끼더라고요. 그리고 나도 별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고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수진 : 그럼 본인이 남성성을 가지긴 싫었다는 것과 별개로, 저 사람이랑 헤어지기 싫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었어요?

이요 : 헤어지기 싫다는 그런 건 없었어요. “걔가 싫다고 하면, 나도 뭐 억지로 내가 왜? 해야 하나?”였죠. 그러다 그냥 거의 다 차였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수진 : 남자랑 사귀었던 적은요?

이요 : 남자랑도 없어요. 당연히 남자는 더 없죠. 사귀었던 적도 없어요. 네, 남자 없고요. 그게... 제 생각에는 호르몬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호르몬 하기 전에는 내 감정으로 남자가 좋다 그런 게 절대 없었거든요. 사실 징그러웠어요. 그런데 호르몬 하고 나서 지금은요... 좋죠~ 남자가. 지금은 충분히 (남자에게) 감정적으로 동요를 해요, 제가. 어떤 멋있는 사람을 보면 감정적으로 동요가 오더라고요?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수진 : 지금은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세요? 커플을 보면 부럽다거나요. [웃음]

이요 :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올해 서른 다섯이거든요. 나이가 있으니까 연애는 안 바라요.

수진 : 전 서른 여덟 살인 걸요! [웃음]

이요 : 그런데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 기대 안 하는 것 같아요. 풋풋한 그런 게 없어지고, 뭐 좋아해주면 좋지만 억지로 찾아서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네요.

수진 : 그럼 연애에 대한 욕구는 거의 없으신 거예요?

이요 : 연애요? 욕구가 없는 게 아니라 굳이 하지는 않는 거죠. 그런데 기회가 오면 할 거예요. 좋은 남자 있으면… 그런데 좋은 남자가 있나요? [웃음] 이해해주는 남자가 있나요? 진짜?

수진 : 물어보는 역할은 제 쪽인데요 [웃음]

이요 : 숨기면서 사귀기는 힘들 것 아니에요. 그렇다면 제 얘기를 했을 때 그걸 받아주는 그런 남자가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어요. 젊은 애들 중에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나이 대에서나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수진 : 어딘가는 있겠죠.

이요 : 있을까?

수진 : 그럼, 아까 못 물어봤던 내용 중에, 예전에 연애를 하셨을 때에는 성욕 같은 건 그렇게 많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이요 : 성욕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요, 저는... 그러니까 스킨십 같은 걸 굳이 안 했어요. 몰랐어요.

수진 : 모르다뇨?

이요 : 그런 스킨십이라는 것 자체를 별로 (몰랐어요). 음... 일 밖에 모르고 살았다고 할까요? [크게 웃음] 저는 남자랑 여자랑 차이도 잘 몰랐어요. 사실 군대 갔다 오고 나서였던 스물 네 살 때인가? 처음 여자라는 종족을 [웃음] 처음으로 알게 됐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처음 만났어요. 손을 딱 잡았는데 되게 부드러운 거예요. 나랑 다르게... 그때 처음 알았죠. “여자는 다르긴 다르구나. 신체적으로 나랑 다르긴 다르구나.”

수진 : 만약에 그런 욕구가 있으셨다면 SRS를 할 때 두려움이라든지 그런 게 있었을 수도 있을 텐데요. (수술 후) 감각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이요 : 전혀 없었는데?

수진 : 미련 같은 것도 전혀... ?

이요 : 네, 전혀... 그런데 (수술) 해도 감각 다 그대로 있어요. 그대로 있는데~? 진짜로...

수진 : 옛날에는 모양을 만드는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감각이나 그런 것도 생각을 하니까요.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