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가!! 티지 묻어!!" by선율/난생처음 초보티지
첫 번째 커밍아웃. 무섭지. 뭔가 속이 보이지 않는 찐득한 검은 늪에 돌멩이를 던져 넣는 느낌. 자신이 티지라고 알게 된 순간이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은 설레임이 먼저 들면 좋겠지만..유감스럽게도 몇몇을 빼고는 무섭고 두려운 세상을 마주하는 게 보통이지. 나 역시 안 무서운 척 했지만 무섭긴 마찬가지고 다른 티지들의 무리에 섞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웃팅의 피해를 보고는 지레 겁을 집어먹었어. 그러면서 점점 커밍아웃은 커녕 숨기를 작정한 때도 있었고, 자포자기를 한 적도 많아. "트랜스젠더 라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든 걸까?" 나에게 수만 번씩 물었어. 그때 나에게 들게 된 생각은 "이런 생각을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는 다행이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도 많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였어. 실제로 어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 때문에 트랜지션을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몸이 불편해 수술을 못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지. 그때까지의 나는 트랜지션을 결심하거나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고 나 스스로 내면에서는 나 자신을 티지라고 외면하고 있던 거지.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처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숨길 일도 아니고 커밍아웃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내가 첫 번째 커밍아웃을 하고 느낀 감정은 진짜 나로서 살게 된 안도감, 다른 사람에게 알림으로 받게 된 배려, 한번에 용기로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이 있다는 결과. 아이 참! 속이 시원한데! 진작할 걸 그랬네!
두려워하지 마라.
이야기 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라.
내용을 충분히 잘 정리해서 전달해라.
수위, 주제를 자기중심이 아닌 청중중심으로 준비해라.
여러 번 물어보면 여러 번 말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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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가!! 티지 묻어!!" by선율/난생처음 초보티지
첫 번째 커밍아웃. 무섭지. 뭔가 속이 보이지 않는 찐득한 검은 늪에 돌멩이를 던져 넣는 느낌. 자신이 티지라고 알게 된 순간이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은 설레임이 먼저 들면 좋겠지만..유감스럽게도 몇몇을 빼고는 무섭고 두려운 세상을 마주하는 게 보통이지. 나 역시 안 무서운 척 했지만 무섭긴 마찬가지고 다른 티지들의 무리에 섞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웃팅의 피해를 보고는 지레 겁을 집어먹었어. 그러면서 점점 커밍아웃은 커녕 숨기를 작정한 때도 있었고, 자포자기를 한 적도 많아. "트랜스젠더 라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든 걸까?" 나에게 수만 번씩 물었어. 그때 나에게 들게 된 생각은 "이런 생각을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는 다행이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도 많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였어. 실제로 어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 때문에 트랜지션을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몸이 불편해 수술을 못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지. 그때까지의 나는 트랜지션을 결심하거나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고 나 스스로 내면에서는 나 자신을 티지라고 외면하고 있던 거지.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처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숨길 일도 아니고 커밍아웃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내가 첫 번째 커밍아웃을 하고 느낀 감정은 진짜 나로서 살게 된 안도감, 다른 사람에게 알림으로 받게 된 배려, 한번에 용기로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이 있다는 결과. 아이 참! 속이 시원한데! 진작할 걸 그랬네!
동시에 두 대 맞으면 한대 만큼만 아프다. by선율/쌍수커밍티지
일반적으로 지인의, 또는 가족의 커밍아웃을 경험하게 된 사람들은 놀람, 분노, 슬픔, 포기, 타협 정도의 모습을 보이던데. 몇몇 분들은 한꺼번에 하더라만.. 자신이 생각지 못한 통보를 받게 되면 누군들 안 그럴까.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거야. 이런 일을 겪었을 때는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잘 안 들어와.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두 번째 후속타를 날리는 거지. "나 사실 동성애자야. 트랜스젠더이면서 동성애자!" 듣는 사람도 던지는 사람도 한번에 힘들고 마는 게 났지. 여러 가지 커밍을 순차적으로 하겠다는 여러분들! 잘 생각해봐. 삶에서 어려운 상황을 오래 지속적으로 두, 세가지 겪는 거 보다 한가지로 뭉쳐서 해결하는 게 났지 않을까? 그러니 커밍아웃을 하는 시간은 길게! 커밍아웃의 내용은 자세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이야기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또 물어보게 되어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생각해보게 되고 물어볼 거야. 그럼 화내지 말고 다시 차근차근 말해줘. 너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하고 듣는 양만큼 너의 커밍아웃을 이해하게 될 테니까. 자, 다시 물어본다! 내가 뭐라고?
"어? 너 그거 아니었어?" by선율/커밍아웃 학살자
사람들이 티지에게 가장 헷갈리는 것들은 의외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 티지들에게는 근본적으로 나의 성별에 대한 고민이 많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그런 내면이 아니라 외면으로 보여지는 "삶"이거든. 정체성보다는 살다 보면 바뀔 수 있는 지향성 같은, 수술보다는 앞으로의 삶 같은 것 들을 궁금해 해. 지금까지 어떤 질문들을 받아봤니? 너는 여자/남자를 좋아해? 그럼 이런 건 어떻게 해? 수술은 할 거야? 그래서 어떻게 살거니? 이런 질문들 일 거야. 본질적으로 네가 무슨 남자/여자야!? 라는 질문은 공교롭게도 잘 안 해. 질문하면 3박 4일 정도 잡고 잘 말해 줄 수 있는데..왜 남자는 꼭 이렇고 여자는 이래야 하냐? 넌 그럼 왜 안 이러냐..등등. 이렇듯 우리에게 사람들이 궁금한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보다 매우 가볍거나 삶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 우리 자신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자신의 중요한 지점을 나의 정체성 찾기나 수술에서 그치지 말고 그 너머의 삶, 지금 살고 있는 삶, 거쳐 왔던 삶까지 생각해보고 대답을 찾는다면 사람들의 불편한 궁금증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강인한 커밍아웃 기계가 되어있을 거야. 커밍아웃은 숨 쉬듯 해야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뭐라고?
"커밍'아웃'은 또 다른 커밍'인'이다." by선율/티지계 커밍거장
이쯤 되면 이제는 동작하나, 말 하나,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말 그대로 '숨 쉬듯' 커밍아웃을 하고 있을 텐데! 이 정도면 이미 내 지인의 지인까지 내가 티지라는 걸 알게 돼. 그렇게 지인의 지인이 나에 대해 또 궁금해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또 알려주는 게 인지상정. 티지 인생에 커밍아웃이 한 번인 것 같아? 말도 못해. 횟수를 다 셀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의 이해가 높아지는 걸 느낄 때쯤! 너는 이미 너의 벽장에서 나와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자신을 알게 될 거야. 커밍아웃은 그대로 나가버리는 게 아니라 오픈 된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모든 것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듯, 너의 커밍아웃은 너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이야. 그런 시작을 힘차고 자신 있게 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지? 티지의 삶은 커밍아웃을 통해 끝나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삶의 숨이 시작되는 거니까.
-선율, A.K.A 프로 아무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