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바로 그날, 나의 일상이 국가 폭력으로 송두리째 뒤집힐 수도 있단 좌절을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12월 3일에 느꼈던 그 좌절감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체감했습니다. 바다 건너에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성별을 여남 두가지로만 한정하는 행정명령,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와 청소년의 의료적 트랜지션 금지 등,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삭제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공식화됐습니다.
성추문으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가 갑자기 여성 안전을 위해 앞장서는 화신이 되고, 언젠가부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탄압하고 지워버리는 것이 여성폭력의 해결책처럼 제시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얻어맞거나, 아니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누군가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 혐오 폭력은 우리들이 완전한 ‘남성’ 또는 ‘여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것을 누가 판단하는 걸까요. 바로 가부장제 사회 내의 견고한 성차별과 성별이분법적인 시선들이 판단합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은 언제나 페미니즘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고, 트랜스젠더를 빼놓고 가는 여성운동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여성 그리고 여성으로 호명될 수 없는 소수자들이 겪는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 말하고, 폭력과 차별의 구조를 고발하는 것이 여성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정체성과 경험이 교차하고, 광장의 목소리가 그 누구도 두고 가지 않도록 연대할 때 우리는 가부장제 사회의 견고한 성차별에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C20은 전세계 시민단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플랫폼을 구성하는 G20의 하위 그룹입니다.
G20, 국가 정상들의 모임. 사실 C20의 인터뷰 요청을 처음 받았을 때까지는 국가적으론 중요해도 우리가 목소리를 낼 일이 없는(혹은 내고 싶어도낼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C20의 인터뷰를 하면서 C20 안에 인권운동 참여자들과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며 기쁨을 느꼈다. 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리고 잠시 C20을 잊고 있던 어느날, 간담회 형식의 행사 초대를 받았다. 다양한 분야의 인권단체가 모여 '성평등과 장애'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트랜스젠더 현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사회의 다른 소수자 집단의 현황을 들으며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한국의 소수자 이슈가 실제론 얼마나 깊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 후기를 쓰는 지금 C20은 마무리가 되었다. C20에서 한국의 트랜스젠더가 특정한 세션 등으로 올라가진 않았지만 지나가는 한 마디 정도만이라도 G20 회원국에 닿았고, 그것이 한국 트랜스젠더의 '지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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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 간담회에서의 희정의 발언문(chatGPT 활용하여 요약한 내용임)
안녕하세요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에 조각보 노희정입니다 이렇게 계속 얘기를 할게 한게 없어서 저희는 2013년부터 이제 그 조직위가 발족되면서 2015년부터 설립되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한때는 한국의 유일한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였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면은 문화학습에 조금 더 가까운 활동과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자조모임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TCG를 운영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은 어느 시기를 주더라도 온라인 공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볼 수 있고 구매해 주시면 더욱 더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이제 지난번에 이제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할까 종합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봤어요 지난번 인터뷰 그랬을 때 어떤 이야기가 제일 좋을까라고 했을 때 저는 한국인 트랜스젠더 관련된 제도가 되게 그레이 존이다. 라는 걸 마지막 결론이자 지금 이제 시작점으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트랜스젠더에 성별정정 관련해서 법이 있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은 법이 없습니다 사무지침 일하는게 있어요 사법부에서 변경을 하고 싶은데 들렸다가 있으면은 사무지침에 따라서 요건을 맞춰서 법원에 가서 판사한테 성별정정을 신청을 하는 그런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본 법이랑 뭐가 다른가 싶으실 수 있는데요 판사는 자기의 재량이 따라서 사무 지침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뉴스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이제 성별확정수술 알려져 있죠 성별정정수술, 확정 수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성별정정이 됐더라 라는 뉴스가 나와서 한국의 되게 많이 발전했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반면 누군가는 모든 사무지침 요건을 다 마쳤음에도 성별 정정을 거부당하는 그런 상황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사람들이 볼 때 혹은 센터에 대해서 뭐 그냥 언론으로만 접한 사람이 볼 때는 한국의 상황이 진보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에 서는 굉장히 퇴보되고 있고 그래서 당사자의 에너지가 좀 있고 능력이 좀 있다면 성별정쟁을 좀 능히 해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은 성별정정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런 그레이 존의 상태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 이런 이제 성별정정은 말이라 건강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의 트랜지션 호르몬 치료나 아니면 시술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한국은 의료보험에서 관련된 특정한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자체도 사실은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지원은 없는데 성별정정 관련된 치료를 한 이력은 병원에 남겨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국가에서 의료기록원 관리하고 있는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록을 좀 남겨 되는데 그러면 저희는 혜택도 받지 못 하면서 동시에 관리를 당하는 그런 좀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그레이존에 가까운 상황이죠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보험 국가에서 진행하는 의료보험과 관련된 이야기였는 데, 세번 째는 사설보험사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사설보험 관련해서도 실비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암보험 이런 것들이 있죠? 이런 것들을 가입할 때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항목이 없습니다, 있어도 골치가 아프겠지만 없어도 가입을 해야되나 마나 하는 긴가민가 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다 요령껏 알아서 잘 처리를 할 수 있겠죠. 편법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나 반대로 요령이 없고 내가 이걸 검색해서 찾은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센터 당사자들은 내가 이거를 가입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C20이라는 자리 그러니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제 우리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한국트랜스젠더 상황에 대한 된 가장 큰 왜 한국은 좋은 사례가 어떻게 인권적인 사례가 당연히 나오지만, 그레이존이니깐, 그런데 그레이존이기 때문에 이 정도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이야 하는 어려움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걸은 이야기 하고 싶고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23년부터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의 트랜스젠더건강관리시무표준(SOC) 제 8판 한국어판 발간 작업에 커뮤니티 감수 단체로서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 8일에 있었던 발간 기념 발표회에서는 현장 스탭으로써 행사 진행을 도왔지요.
WPATH SOC는 기본적으로 의료인들이 트랜스젠더/성별 다양성이 있는 사람(Transgender/Gender Diverse people, 자세한 용어는 SoC를 참고하세요.)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서적이지만 성별 다양상이 있는 당사자가 정체성을 탐색하고 나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치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회에서 많은 의료인, TGD 당사자가 참여한 데 더욱 기쁘더군요.
발표회에서는 패널로 참여한 분들뿐만 아니라 참여하신 분들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양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실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한국에서 적용하고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무척이나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 나은 의료 환경 속에서 트랜스젠더가 편안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조각보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희정-
-WPATH의 SOC 한국어판은 곧 온라인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공개가 될 때에는 조각보에서도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로부터 4년, 폐지의 기쁨으로부터 2년, 합법적인 임신중지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정당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임신중지를 위해선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병원을 찾아 한참을 헤매고, 진단을 받아 필요한 조치를 받는 데 한참 걸리죠. 임신중지는 하루라도 더 빨라야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현실은 단순히 불편하다는 말로 끝나지 않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산유도제 도입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 조각보에서도 '낙태죄' 폐지 2주년 공동행동'에 함께 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이태원까지 유산유도제 도입과 안전한 임신중지 인프라 도입을 외쳤죠. 저희 활동가인 리나의 발언을 귀담아 듣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무척 감명을 받았지요.
임신중지 인프라는 지정성별이 여성인 트랜스젠더를 포함해 모든 모든 트랜스젠더의 삶에 필요합니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호르몬 치료나 성별정정 과정에서 준비할 때 인프라가 없어서 물어물어 헤매야 하기 때문에 임신중지 인프라가 없는 지금의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지 더욱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임신중지의 시간 제한과 부족한 인프라 사이에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성소수자 인권포럼, 이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인권포럼은 3년 만이기에 긴장감을 갖고 발표에 임했습니다. 다양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의 활동가들과 함께 2023년 트랜스젠더가 집중해야 할 의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지요. 트랜스젠더 포용적인 사회,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 가시화, 성별정정의 법제화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한없이 진지한 자리같지만 한 자리에 만나 서로 농담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오랫만이라 무척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인권활동가로서 힘든 일, 즐거운 일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지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가들도 그간 많이 고생했고 힘들기도 하며, 그럼에도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데서 힘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권단체 활동가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진지하게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소수자에 대한 학문적, 실질적인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조당이들(조각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조각보 활동가들이 모여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주기적이고 짧은 워크샵, 쉽게 이야기해 스터디를 하는 시간이다.
이번 조당이들은 성폭력의 의미와 반성폭력 운동, 또 단체 내/단체 간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어떤 입장에 있어야 하는지, 학문적인 관점에서 배우고, 실무적인 관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반성폭력 운동에서 트랜스젠더가 피해자/가해자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하고, 또 자문도 해본 우리였지만 항상 배울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특히 단체 내의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폭력과 개인 간의 성적인 폭력 사이에서 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공유하고 현재의 활동가인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이야기할 때도 있고, 서로의 경험에 공감할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단체의 활동가로서의 나와 개인인 나가 충돌할 때가 있고,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필요하다면 단체가 활동을 일시중단하거나 완전히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막상 그 때가 오면 결정을 한없이 미룰 것이라는 것을 체감한 것이다.
조당이들은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안의, 단체 활동가 간의 가치관 충돌 속에서 나와 다른 활동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의견이 갈린다고 해서 선악의 구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함께 공유했다고 느낀다.
이번에 패널로서 참여한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는 인권활동가나 성소수자와 관련된 연구를 꿈꾸는 대학원생으로서의 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나에게도 무척 뜻깊은 조사이다. 내가 미래의 새로운 진로로 심리상담사를 꿈꾸게 된 시발점이기 때문인다.
이번에도 포럼에 패널로 초대를 받아, 연구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현실을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특히 이번 자리는 단순히 소감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활동을 새로 시작하려 하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던 나와 우리 조각보에게 이런 대규모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할 수 있었던 건 무척 뜻 깊었다.
이 연구의 후속연구가 또 언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단체의 활동가로선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에, 개인으로선 나 자신도 기여하고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마음이 절로 두근거린다.
마포구와 인근에 이렇게나 많은 성소수자 관련 인권단체들이 모여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듣고자 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이 참 반가웠네요.
5월 13일에는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를 기념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날은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여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각국의 대사관들과 국내 활동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났답니다. ^ㅡ^
5월 17일에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 기념대회가 용산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조각보의 유들, 이음,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고, 리나 활동가는 발언으로도 함께 했는데요.
리나 활동가의 발언문을 아래 공유합니다.
2022 IDAHOBIT 기념대회 발언문 – 리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나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6년 어느 날, 저는 조각보에서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당사자 지지모임을 참여하며 벽장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이것이 나를 설명하는 언어임을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6년여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찾아올 변화에 대한 고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두려웠습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향하는 혐오발언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고, 직업을 잃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보이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달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두려웠고, 호르몬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며 져야 할 금전적인 부담도 컸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법적 성별정정까지의 지닌한 과정들을 시작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올해 저는 미뤄왔던 트랜지션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가며 인권단체로 진로의 방향을 바꿨고, 작년부터 인권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면접을 볼 때부터 제 정체성을 커밍아웃을 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이나 눈총을 받을 걱정 없이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며,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할 때에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트랜스젠더 친구들에게는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트랜지션 전후로 삶의 단절을 겪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수술을 하고, 성별정정을 하고, 이전의 삶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수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접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은 마치 ‘영혼을 끌어모아’ 수술과 성별정정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트랜스젠더인 사실을 숨기고 시스젠더처럼 이 사회에 묻혀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은 것 마냥 이야기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삶은 수술과 성별정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의 어떤 과정에서도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트랜지션만을 위해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전의 삶을 벽장 안에 감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아 이해받는 회사에 취업해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가족이 있어야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침내 원하는 몸으로, 원하는 성별로서 살아갈 때에도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지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의 슬로건은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의 연대’입니다.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아직도 투쟁해야 하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몸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몸들의 이야기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운이 좋아 다행인 것이 아닌, 마땅하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가 올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입니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재생산권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한 새 법률이 제정될때, 법률의 당사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면 FTM 트랜스남성과 논바이너리 당사자 중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이들이 배제될 수 있다고요. 아래는 아일랜드에서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새 법안이 제정될 때 아일랜드 의회에서 발언한 국회의원 메리 루 맥도날드의 발언입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권리를 제한해왔던 소수자 공동체들은 함께 싸워왔고, 우리의 투쟁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법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또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절 및 재생산권에 대한 새로운 법안과 정책, 논의들이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모든 트랜스젠더퀴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마칩니다.
<희정>
SNS로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혹은 그렇게 느끼는 시대에도 저는 한 번 고비를 넘긴 일을 잊기 시작하네요. 낙태죄 폐지도 그렇습니다. 위헌이라는 큰 성과 속에 끝났다는 생각이 저를 남아 있는 과제로부터 눈 돌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축하 자리가 아닌 1주년 집회를 보며 느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모인 많은 사람들과 빵 하고 크락션을 울리고는 도망치듯 사라지는 자동차 소리 속에서도 줄어들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낙태죄 폐지를 위해 뭉친 이들이 앞으로도 해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음을 선언하는듯 했습니다.
단순히 한 번 두 번 함께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볍게 잊지 말고 계속해서 꾸준히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을 준 이번 집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온도>
집회… 오랜 시간 수 많은 집회 그 의의에 동의함에도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처음 큰 용기와 결심으로 참석한 4.10 집회에서 많은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고 가슴 아프게 공감했으며 결코 그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였습니다.
나, 내 가족, 내 사랑, 내 친구의 이야기들…”안전하고 싶다!”
대책없이 흘러버린 1년이란 시간이 부디 하루 빨리 멈춰야만 합니다!
<이음>
조각보 소속으로 처음으로 참여한 집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으로 패싱되는’ 뭉뚱그려진 저로서가 아닌 ‘트랜스젠더에 포함되는’ 정체성을 가진 저로서 연대하는 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낙태죄’가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재에 우려와 분노를 느낍니다. 하루 빨리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해지는 날을,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나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트랜스젠더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저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못했기에,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후 제가 가장 처음 걱정했던 것은 임신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임신중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겪었던 장벽은 ‘여성’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임신에 대한 공포는 원하지 않았던 저의 성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성별불쾌감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회에서 내 몸이 ‘여성의 몸’으로 분류되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설명하는 말들은 저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 당시 임신을 했었다면, 저는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많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습니다. 임신중지 클리닉이 설치된 국가에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안전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의 정체성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거나,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의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거나, 임신중지의 경험이 나를 원하지 않는 성별로 다시 낙인찍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낮은 접근권은, 제대로 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여 위험에 빠지는 상황도 만듭니다. 그러나 임신중지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생식 능력이 없는, 재생산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무성적인 존재로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계 및 각종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는 기록되지 않고 배제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합니다. 지금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심지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지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합시다. 포용적인 언어와 논의로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트랜스젠더에게도 재생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은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추모’를 할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매년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특히나 올해 한국의 트랜스젠더,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는 마음 아픈 이별을 몇 차례나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15년 단체가 정식으로 발족하는 해부터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첫 해에는 단체의 발족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외부 공간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전과 같이 한 장소에 모두가 함께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한정된 방식으로 전시형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올해는 이러한 전시 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여러 방향으로 신중하게 기획중이던 조각보 활동가들 또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모이는 것,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나누는 것.
비록 ‘이 시국’이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2021년 조각보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공간 한 곳에 알록달록한 공간을 꾸몄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각보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자조모임인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한정된 인원으로나마 운영해 볼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한 해를 버텨내고 살아온 서로의 모습을, 또 앞으로를 살아나갈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이름은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 2021>이 되었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당일(11월 20일)은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조각보가 매달 진행했으나,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며 잠시 중단된(T_T)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가 돌아왔으니까요!
11월 20일 토요일의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차례 진행되었던 이번 TDOR 스페셜 TGG의 주제는 <1년의 이야기> 였습니다. 각자 일상에 대해 나누고, 또 1년간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히 달력을 만들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약 한달여간 진행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온라인 전시전에는 정말로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일러스트부터 노래와 공연 영상까지 다양한 분야의 퀴어 아티스트들이 감사하게도 이번 온라인 전시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연대하여 참여해주신 기록활동가 김민수님, 디자이너 뽀시래기님, 드랙 퍼포머 정글님, 아장맨님, 허리케인 김치님, 퀴어 싱어송라이터 태로님, 활동가 에디님, 김결희님과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전시된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을 보며 그에 대한 감상과 연대의 말을 방명록에 또 SNS를 통해 남겨주셨어요. 저희 활동가들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퀴어 굿즈 제작소 <라온>에서는 전시 마지막 날, 로비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자는 깜짝 제안으로 함께 모인 분들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지요. (。ˇ_ˇ。)
조각보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온라인 전시전은 무엇보다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우리가 안전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라는 감각을 이 전시 공간에 접속해있을 때만큼은, 다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활동가들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번에도 함께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감각이 잠시나마 여러분께 함께 할 수 있었기를, 또 그 감각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월에 열린 세 번째 조당이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많은 오프라인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채로 앞으로 우리의 활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일상은 어떠한지를 나누는 자리로 Jay 님이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이번 조당이들 자리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형태의 혐오가 가시화되고, 정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조각보 활동가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 나아가 활동가로서의 지속가능함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하나의 인권활동단체로서 조각보는
- 트랜스젠더로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주요 가치로 삼습니다.
-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페미니즘적 활동을 하려 합니다.
- 트랜스젠더 인권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라고 활동가치와 기조를 공식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당이들 자리는 트랜스젠더 인권활동 단체로서, 개개인들은 인권 활동가로서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어쩌면 후순위로 미뤄두거나 덜 급박한 일로 여기거나, 심지어는 그럴 수 없다고 자조적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를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상당히 제약하고 있고, 또한 활동의 영역에서도 심각한 변화를 제촉하고 있습니다. 조각보의 경우만 하여도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서 힘을 얻어가는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비롯하여 <트랜스젠더 법적 성별정정 정기 설명회>, <젠더담론 컨퍼런스> 등등은 잠정적으로 멈추어있는 상태이지요. 그 외에도 다른 연대단체들과 함께 하는 캠페인과 활동들, 전국 지역에서 열리던 퀴어문화축제 등도 온전히 예전처럼 열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더더욱 활동으로서 만나는 장소는 축소되어 있고, 다양한 기획들도 멈춰서 기다리고만 있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은, 이번 조당이들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활동가로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단지 버티는 것은 아닌가? 내 감정상태와 심리는 튼튼한가? 전업 활동가로서의 나는 이 공간에서 어떠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하는가? 전업이 아닌 활동가로서 단체 내의 활동과 나의 직업, 일상은 어떻게 공존하고 있고 그 모습은 정말로 괜찮은가?”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이번 4월의 조당이들에서 이 질문들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도요.
하지만, 저 질문을 더는 뒤로 미루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는, 그것도 혼자만 속으로 삼키는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활동 단체의 구성원들로서 공감하며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조당이들의 호스트로서 준비했던 다니는 저희를 위해 맛집보다 더 맛집 같은 타코를 요리해주었고, 그래서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상태로 조당이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다니의 비숑 강아지 루이도 함께였습니다.
이번 조당이들의 주제는 “트랜스젠더와 페티시즘”이었습니다. 각자의 이름이 적힌 yes, no, 그리고 maybe 카드로 다니가 발제하는 질문들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페티시즘이란 무엇인지, 트랜스정체성이 페티시즘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그 지점에서 스스로에 대해 성찰해보며 페티시즘을 구조적이고 생산적으로 해체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당이들 모임 전에는 페티시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익숙치 않았는데, 열린 디스커션을 통해 페티시즘에 대해 살펴보며 인간의 욕망, 그것을 긍정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해체해가며 깊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좀 더 다각도에서, 또 갇히지 않고 살펴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페티시즘과 연관시켜 보게 되면 제 안의 내재화된 트랜스혐오가 무척이나 트리거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자유로워진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정말 뜻깊은 조당이 모임이었습니다.
조당이들은 저희 조각보에서 활동가들끼리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 내부 모임입니다.
2018년도에 처음 조당이들(조각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시작했을 때는 활동에 방향과 여러 가지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올해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하였는데요. 조각보의 활동가 한 명이 모임마다 주제를 준비하고, 같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혹은 보드게임이나 나들이를 하면서 놀기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컨셉의 모임을 가져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2020년 첫 번째 모임은 2월로 일정이 잡혔더랬습니다.
첫 번째 모임을 준비하신 조각보 활동가 희정이 <혁명의 날>이란 만화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하자는 주제로 잡았습니다.
[*주의 :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혁명의 날>은 1998년에 처음 출판된 TS장르의 만화입니다. 이 만화 안에서 주인공은 겉으로는 남성으로 보이지만, 실제 염색체는 여성형인 XX였다는 진단이 내려집니다. 그후로는 ‘여성’으로서 다시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전형적인 순정만화인 것도 같습니다.
작품을 모두 읽고 모인 자리에서는 갖가지 간식을 먹으면서 만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일단은 이 작품이 20년 전 집필된 만화이기에 요즘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식 요소들이 여러 곳에 존재하는 만화란 점에는 모두가 다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넘어, 주인공의 ‘남성으로서의 생활과 여성으로서의 생활이 너무 다르다’라는 언급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굳이 그렇게 바뀌어야하는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만화의 내용이 흘러가면서, 주인공과 전에(남자였을 때?) 친하게 지내던 남자 친구들과의 관계는 점점 연애 감정이 담긴 관계로 바뀌어 갑니다. 이 모습은 때론 트랜지션 후 생활 속에서 곤란환 상황들과 고민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런 점은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조각보 일동은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생각보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고, 희정 님 덕분에 만화계의 TS장르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소모할 때는 흥미 있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은 비판적인 태도와 트랜스젠더의 생활에 대한 깊고 어려운 고민들도 마음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모두의 일상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비상 계엄 사태 이후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며 광장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다른 단위가 주관하여 집회가 진행되는데요.
지난 2월 5일의 집회는 <민주주의를 구하는 퀴어-페미 네트워크(이하 민구페퀴네)>에서 주관하였습니다.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 페미-퀴어와 함께! 혐오는 퇴진, 평등은 전진🌈>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에서는 민구페퀴네의 초대를 받아
리나 활동가가 연대 발언으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광장의 목소리가 그 누구도 두고 가지 않기를 바라며,
연대 발언문을 함께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시대의 평범한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소개하고 싶은 리나입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바로 그날, 나의 일상이 국가 폭력으로 송두리째 뒤집힐 수도 있단 좌절을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12월 3일에 느꼈던 그 좌절감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체감했습니다. 바다 건너에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성별을 여남 두가지로만 한정하는 행정명령,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와 청소년의 의료적 트랜지션 금지 등,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삭제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공식화됐습니다.
성추문으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가 갑자기 여성 안전을 위해 앞장서는 화신이 되고, 언젠가부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탄압하고 지워버리는 것이 여성폭력의 해결책처럼 제시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얻어맞거나, 아니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누군가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 혐오 폭력은 우리들이 완전한 ‘남성’ 또는 ‘여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것을 누가 판단하는 걸까요. 바로 가부장제 사회 내의 견고한 성차별과 성별이분법적인 시선들이 판단합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은 언제나 페미니즘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고, 트랜스젠더를 빼놓고 가는 여성운동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여성 그리고 여성으로 호명될 수 없는 소수자들이 겪는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 말하고, 폭력과 차별의 구조를 고발하는 것이 여성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정체성과 경험이 교차하고, 광장의 목소리가 그 누구도 두고 가지 않도록 연대할 때 우리는 가부장제 사회의 견고한 성차별에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외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안전한 사회는 모두가 안전하다.
페미니즘과 성평등 사회 없이 트랜스젠더 인권도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 조각보 활동가 리나
*C20은 전세계 시민단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플랫폼을 구성하는 G20의 하위 그룹입니다.
G20, 국가 정상들의 모임. 사실 C20의 인터뷰 요청을 처음 받았을 때까지는 국가적으론 중요해도 우리가 목소리를 낼 일이 없는(혹은 내고 싶어도낼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C20의 인터뷰를 하면서 C20 안에 인권운동 참여자들과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며 기쁨을 느꼈다. 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리고 잠시 C20을 잊고 있던 어느날, 간담회 형식의 행사 초대를 받았다. 다양한 분야의 인권단체가 모여 '성평등과 장애'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트랜스젠더 현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사회의 다른 소수자 집단의 현황을 들으며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한국의 소수자 이슈가 실제론 얼마나 깊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 후기를 쓰는 지금 C20은 마무리가 되었다. C20에서 한국의 트랜스젠더가 특정한 세션 등으로 올라가진 않았지만 지나가는 한 마디 정도만이라도 G20 회원국에 닿았고, 그것이 한국 트랜스젠더의 '지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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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 간담회에서의 희정의 발언문(chatGPT 활용하여 요약한 내용임)
안녕하세요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에 조각보 노희정입니다 이렇게 계속 얘기를 할게 한게 없어서 저희는 2013년부터 이제 그 조직위가 발족되면서 2015년부터 설립되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한때는 한국의 유일한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였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면은 문화학습에 조금 더 가까운 활동과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자조모임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TCG를 운영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은 어느 시기를 주더라도 온라인 공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볼 수 있고 구매해 주시면 더욱 더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이제 지난번에 이제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할까 종합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봤어요 지난번 인터뷰 그랬을 때 어떤 이야기가 제일 좋을까라고 했을 때 저는 한국인 트랜스젠더 관련된 제도가 되게 그레이 존이다. 라는 걸 마지막 결론이자 지금 이제 시작점으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트랜스젠더에 성별정정 관련해서 법이 있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은 법이 없습니다 사무지침 일하는게 있어요 사법부에서 변경을 하고 싶은데 들렸다가 있으면은 사무지침에 따라서 요건을 맞춰서 법원에 가서 판사한테 성별정정을 신청을 하는 그런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본 법이랑 뭐가 다른가 싶으실 수 있는데요 판사는 자기의 재량이 따라서 사무 지침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뉴스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이제 성별확정수술 알려져 있죠 성별정정수술, 확정 수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성별정정이 됐더라 라는 뉴스가 나와서 한국의 되게 많이 발전했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반면 누군가는 모든 사무지침 요건을 다 마쳤음에도 성별 정정을 거부당하는 그런 상황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사람들이 볼 때 혹은 센터에 대해서 뭐 그냥 언론으로만 접한 사람이 볼 때는 한국의 상황이 진보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에 서는 굉장히 퇴보되고 있고 그래서 당사자의 에너지가 좀 있고 능력이 좀 있다면 성별정쟁을 좀 능히 해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은 성별정정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런 그레이 존의 상태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 이런 이제 성별정정은 말이라 건강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의 트랜지션 호르몬 치료나 아니면 시술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한국은 의료보험에서 관련된 특정한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자체도 사실은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지원은 없는데 성별정정 관련된 치료를 한 이력은 병원에 남겨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국가에서 의료기록원 관리하고 있는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록을 좀 남겨 되는데 그러면 저희는 혜택도 받지 못 하면서 동시에 관리를 당하는 그런 좀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그레이존에 가까운 상황이죠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보험 국가에서 진행하는 의료보험과 관련된 이야기였는 데, 세번 째는 사설보험사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사설보험 관련해서도 실비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암보험 이런 것들이 있죠? 이런 것들을 가입할 때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항목이 없습니다, 있어도 골치가 아프겠지만 없어도 가입을 해야되나 마나 하는 긴가민가 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다 요령껏 알아서 잘 처리를 할 수 있겠죠. 편법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나 반대로 요령이 없고 내가 이걸 검색해서 찾은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센터 당사자들은 내가 이거를 가입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C20이라는 자리 그러니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제 우리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한국트랜스젠더 상황에 대한 된 가장 큰 왜 한국은 좋은 사례가 어떻게 인권적인 사례가 당연히 나오지만, 그레이존이니깐, 그런데 그레이존이기 때문에 이 정도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이야 하는 어려움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걸은 이야기 하고 싶고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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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4일 토요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8회 여성대회에 조각보는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함께 부스로 참여하였습니다.
부스를 기웃거리시는 분들께 한번 둘러보고 가시라 하니 많은 분들께서 흔쾌히 와주셨습니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퀴어 정체성을 나타내는 굿즈를 설명드리고 조각보에서 발간한 책자도 홍보하며, 여성의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분들이 각기 다른 지점에서 같은 의제에 공감하는 자리를 오프라인에서 가지니 무엇보다도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모든 여성으로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경험이 안전하고 또 존중받는 미래가 오길 바랍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유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23년부터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의 트랜스젠더건강관리시무표준(SOC) 제 8판 한국어판 발간 작업에 커뮤니티 감수 단체로서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 8일에 있었던 발간 기념 발표회에서는 현장 스탭으로써 행사 진행을 도왔지요.
WPATH SOC는 기본적으로 의료인들이 트랜스젠더/성별 다양성이 있는 사람(Transgender/Gender Diverse people, 자세한 용어는 SoC를 참고하세요.)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서적이지만 성별 다양상이 있는 당사자가 정체성을 탐색하고 나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치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회에서 많은 의료인, TGD 당사자가 참여한 데 더욱 기쁘더군요.
발표회에서는 패널로 참여한 분들뿐만 아니라 참여하신 분들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양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실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한국에서 적용하고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무척이나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 나은 의료 환경 속에서 트랜스젠더가 편안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조각보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희정-
-WPATH의 SOC 한국어판은 곧 온라인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공개가 될 때에는 조각보에서도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SOC8 Homepage - WPATH 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 (CLICK)
마포동네퀴어위크에 조각보 부스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오며가며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마포의 지역네트워크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함께 가꾸어 가는 지역 사회를 보며 그것에 일조할 수 있어서 뿌듯한 시간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유들-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조각보 부스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방문해주시는 분들께서 건네주시던 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때론 응원의 말이었고 때론 고민의 말들도 있었으며, 그것들을 말로 전달받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우린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도 함께일 거란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유들-
낙태죄 헌법불합치로부터 4년, 폐지의 기쁨으로부터 2년, 합법적인 임신중지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정당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임신중지를 위해선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병원을 찾아 한참을 헤매고, 진단을 받아 필요한 조치를 받는 데 한참 걸리죠. 임신중지는 하루라도 더 빨라야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현실은 단순히 불편하다는 말로 끝나지 않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산유도제 도입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 조각보에서도 '낙태죄' 폐지 2주년 공동행동'에 함께 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이태원까지 유산유도제 도입과 안전한 임신중지 인프라 도입을 외쳤죠. 저희 활동가인 리나의 발언을 귀담아 듣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무척 감명을 받았지요.
임신중지 인프라는 지정성별이 여성인 트랜스젠더를 포함해 모든 모든 트랜스젠더의 삶에 필요합니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호르몬 치료나 성별정정 과정에서 준비할 때 인프라가 없어서 물어물어 헤매야 하기 때문에 임신중지 인프라가 없는 지금의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지 더욱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임신중지의 시간 제한과 부족한 인프라 사이에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희정-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성소수자 인권포럼, 이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인권포럼은 3년 만이기에 긴장감을 갖고 발표에 임했습니다. 다양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의 활동가들과 함께 2023년 트랜스젠더가 집중해야 할 의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지요. 트랜스젠더 포용적인 사회,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 가시화, 성별정정의 법제화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한없이 진지한 자리같지만 한 자리에 만나 서로 농담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오랫만이라 무척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인권활동가로서 힘든 일, 즐거운 일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지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가들도 그간 많이 고생했고 힘들기도 하며, 그럼에도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데서 힘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매 년 순탄히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후기를 마칩니다.
2022년 상반기,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신규 활동가 영입과 함께
단체의 내부 기조와 활동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내실 쌓기의 시간에 돌입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조각보의 내부 토론회 <조당이들 시즌3> !!!
이번 <조당이들>의 주제는 '트랜스젠더와 반성폭력 담론'이었는데요,
희정 활동가의 후기로 내부 토론회 <조당이들> 첫 번째 시간을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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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권단체 활동가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진지하게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소수자에 대한 학문적, 실질적인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조당이들(조각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조각보 활동가들이 모여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주기적이고 짧은 워크샵, 쉽게 이야기해 스터디를 하는 시간이다.
이번 조당이들은 성폭력의 의미와 반성폭력 운동, 또 단체 내/단체 간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어떤 입장에 있어야 하는지, 학문적인 관점에서 배우고, 실무적인 관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반성폭력 운동에서 트랜스젠더가 피해자/가해자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하고, 또 자문도 해본 우리였지만 항상 배울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특히 단체 내의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폭력과 개인 간의 성적인 폭력 사이에서 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공유하고 현재의 활동가인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이야기할 때도 있고, 서로의 경험에 공감할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단체의 활동가로서의 나와 개인인 나가 충돌할 때가 있고,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필요하다면 단체가 활동을 일시중단하거나 완전히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막상 그 때가 오면 결정을 한없이 미룰 것이라는 것을 체감한 것이다.
조당이들은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안의, 단체 활동가 간의 가치관 충돌 속에서 나와 다른 활동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의견이 갈린다고 해서 선악의 구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함께 공유했다고 느낀다.
_조각보 활동가 희정
이미지 출처 - 성소수자 인권포럼 공식 페이스북 (링크)
지난 5월 21일, 제 14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퀴어로드 - 우리의 행진이 만드는 길>이 진행되었습니다.
무려 3년만에 이루어진 오프라인 포럼!
조각보에서는 희정 활동가가 세션1 <성소수자 청년 들춰보기 : 정체성/커뮤니티/사회적 욕구>에 패널로 참여하였습니다.
아래는 희정 활동가의 참여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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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패널로서 참여한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는 인권활동가나 성소수자와 관련된 연구를 꿈꾸는 대학원생으로서의 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나에게도 무척 뜻깊은 조사이다. 내가 미래의 새로운 진로로 심리상담사를 꿈꾸게 된 시발점이기 때문인다.
이번에도 포럼에 패널로 초대를 받아, 연구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현실을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특히 이번 자리는 단순히 소감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활동을 새로 시작하려 하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던 나와 우리 조각보에게 이런 대규모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할 수 있었던 건 무척 뜻 깊었다.
이 연구의 후속연구가 또 언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단체의 활동가로선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에, 개인으로선 나 자신도 기여하고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마음이 절로 두근거린다.
_조각보 활동가 희정
5월은 6월 1일의 지방선거를 대비한 각종 선거 캠페인들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가 있는 달이었습니다.
조각보 활동가들도 이래저래 여러 행사에 참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요,
5월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함께 공유드립니다. ^ㅡ^
5월 8일에는 마포구청장 정의당 후보로 나온 조성주 후보 선거사무실의 주최로
<마포구 LGBT 커뮤니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조각보의 유들 활동가와 온도 활동가가 함께 했었는데요.
마포구와 인근에 이렇게나 많은 성소수자 관련 인권단체들이 모여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듣고자 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이 참 반가웠네요.
5월 13일에는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를 기념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날은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여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각국의 대사관들과 국내 활동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났답니다. ^ㅡ^
5월 17일에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 기념대회가 용산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조각보의 유들, 이음,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고, 리나 활동가는 발언으로도 함께 했는데요.
리나 활동가의 발언문을 아래 공유합니다.
2022 IDAHOBIT 기념대회 발언문 – 리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나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6년 어느 날, 저는 조각보에서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당사자 지지모임을 참여하며 벽장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이것이 나를 설명하는 언어임을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6년여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찾아올 변화에 대한 고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두려웠습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향하는 혐오발언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고, 직업을 잃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보이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달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두려웠고, 호르몬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며 져야 할 금전적인 부담도 컸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법적 성별정정까지의 지닌한 과정들을 시작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올해 저는 미뤄왔던 트랜지션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가며 인권단체로 진로의 방향을 바꿨고, 작년부터 인권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면접을 볼 때부터 제 정체성을 커밍아웃을 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이나 눈총을 받을 걱정 없이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며,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할 때에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트랜스젠더 친구들에게는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트랜지션 전후로 삶의 단절을 겪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수술을 하고, 성별정정을 하고, 이전의 삶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수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접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은 마치 ‘영혼을 끌어모아’ 수술과 성별정정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트랜스젠더인 사실을 숨기고 시스젠더처럼 이 사회에 묻혀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은 것 마냥 이야기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삶은 수술과 성별정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의 어떤 과정에서도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트랜지션만을 위해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전의 삶을 벽장 안에 감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아 이해받는 회사에 취업해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가족이 있어야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침내 원하는 몸으로, 원하는 성별로서 살아갈 때에도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지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의 슬로건은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의 연대’입니다.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아직도 투쟁해야 하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몸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몸들의 이야기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운이 좋아 다행인 것이 아닌, 마땅하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가 올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입니다.
2021년 1월, 형법상 존재했던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이루어낸 낙태죄 폐지 1주년을 기념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4월 10일 보신각 앞에서 우리는 모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도 이날 공동주최 단위와 자유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참여한 활동가들의 소감과 발언문을 함께 덧붙여봅니다.
<리나>
낙태죄가 폐지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재생산권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한 새 법률이 제정될때, 법률의 당사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면 FTM 트랜스남성과 논바이너리 당사자 중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이들이 배제될 수 있다고요. 아래는 아일랜드에서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새 법안이 제정될 때 아일랜드 의회에서 발언한 국회의원 메리 루 맥도날드의 발언입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권리를 제한해왔던 소수자 공동체들은 함께 싸워왔고, 우리의 투쟁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법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또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절 및 재생산권에 대한 새로운 법안과 정책, 논의들이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모든 트랜스젠더퀴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마칩니다.
<희정>
SNS로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혹은 그렇게 느끼는 시대에도 저는 한 번 고비를 넘긴 일을 잊기 시작하네요. 낙태죄 폐지도 그렇습니다. 위헌이라는 큰 성과 속에 끝났다는 생각이 저를 남아 있는 과제로부터 눈 돌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축하 자리가 아닌 1주년 집회를 보며 느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모인 많은 사람들과 빵 하고 크락션을 울리고는 도망치듯 사라지는 자동차 소리 속에서도 줄어들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낙태죄 폐지를 위해 뭉친 이들이 앞으로도 해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음을 선언하는듯 했습니다.
단순히 한 번 두 번 함께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볍게 잊지 말고 계속해서 꾸준히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을 준 이번 집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온도>
집회… 오랜 시간 수 많은 집회 그 의의에 동의함에도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처음 큰 용기와 결심으로 참석한 4.10 집회에서 많은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고 가슴 아프게 공감했으며 결코 그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였습니다.
나, 내 가족, 내 사랑, 내 친구의 이야기들…”안전하고 싶다!”
대책없이 흘러버린 1년이란 시간이 부디 하루 빨리 멈춰야만 합니다!
<이음>
조각보 소속으로 처음으로 참여한 집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으로 패싱되는’ 뭉뚱그려진 저로서가 아닌 ‘트랜스젠더에 포함되는’ 정체성을 가진 저로서 연대하는 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낙태죄’가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재에 우려와 분노를 느낍니다. 하루 빨리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해지는 날을,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아래는 현장 자유발언으로 함께 한 리나 활동가의 발언문입니다.
전체 발언문은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리나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리나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트랜스젠더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저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못했기에,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후 제가 가장 처음 걱정했던 것은 임신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임신중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겪었던 장벽은 ‘여성’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임신에 대한 공포는 원하지 않았던 저의 성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성별불쾌감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회에서 내 몸이 ‘여성의 몸’으로 분류되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설명하는 말들은 저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 당시 임신을 했었다면, 저는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많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습니다. 임신중지 클리닉이 설치된 국가에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안전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의 정체성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거나,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의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거나, 임신중지의 경험이 나를 원하지 않는 성별로 다시 낙인찍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낮은 접근권은, 제대로 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여 위험에 빠지는 상황도 만듭니다. 그러나 임신중지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생식 능력이 없는, 재생산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무성적인 존재로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계 및 각종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는 기록되지 않고 배제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합니다. 지금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심지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지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합시다. 포용적인 언어와 논의로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트랜스젠더에게도 재생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은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추모’를 할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매년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특히나 올해 한국의 트랜스젠더,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는 마음 아픈 이별을 몇 차례나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15년 단체가 정식으로 발족하는 해부터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첫 해에는 단체의 발족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외부 공간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전과 같이 한 장소에 모두가 함께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한정된 방식으로 전시형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올해는 이러한 전시 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여러 방향으로 신중하게 기획중이던 조각보 활동가들 또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모이는 것,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나누는 것.
비록 ‘이 시국’이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2021년 조각보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공간 한 곳에 알록달록한 공간을 꾸몄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각보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자조모임인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한정된 인원으로나마 운영해 볼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는 조각보가 2019년 준비했던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2021년 한 해를 버텨내고 살아온 서로의 모습을, 또 앞으로를 살아나갈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이름은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 2021>이 되었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당일(11월 20일)은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조각보가 매달 진행했으나,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며 잠시 중단된(T_T)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가 돌아왔으니까요!
11월 20일 토요일의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차례 진행되었던 이번 TDOR 스페셜 TGG의 주제는 <1년의 이야기> 였습니다. 각자 일상에 대해 나누고, 또 1년간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히 달력을 만들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약 한달여간 진행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온라인 전시전에는 정말로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일러스트부터 노래와 공연 영상까지 다양한 분야의 퀴어 아티스트들이 감사하게도 이번 온라인 전시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연대하여 참여해주신 기록활동가 김민수님, 디자이너 뽀시래기님, 드랙 퍼포머 정글님, 아장맨님, 허리케인 김치님, 퀴어 싱어송라이터 태로님, 활동가 에디님, 김결희님과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전시된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을 보며 그에 대한 감상과 연대의 말을 방명록에 또 SNS를 통해 남겨주셨어요. 저희 활동가들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퀴어 굿즈 제작소 <라온>에서는 전시 마지막 날, 로비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자는 깜짝 제안으로 함께 모인 분들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지요. (。ˇ_ˇ。)
조각보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온라인 전시전은 무엇보다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우리가 안전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라는 감각을 이 전시 공간에 접속해있을 때만큼은, 다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활동가들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번에도 함께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감각이 잠시나마 여러분께 함께 할 수 있었기를, 또 그 감각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음 아팠던 2021년도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또 한 해를 무사히 살아낸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의 조각보 후원 공연 포스터)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인 6월을 맞아,
조각보로 감사하고 반가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퀴어 아티스트이자 드랙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 님께서
무려 수익금 전액!!을 조각보로 후원하는 라이브 공연을 준비중이란 연락을 주셨어요.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 님은 2010년대 초반부터
여러 공연예술 활동을 통해 퀴어 예술을 펼쳐가며
성소수자 가시화와 인권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는 분이랍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도 2017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촛불문화제에
연대 공연으로 참여해주셨던 인연이 있지요. ^ㅡ^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와 조각보 활동가 리나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딧 : 강조새
이런 감사하고도 반가운 제안에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겠지요??
관객분들께 드릴 선물로 조각보에서 제작한 트랜스젠더 자긍심 굿즈를 바리바리 싸들고
6월 19일, 서울 이태원 해방촌에서 열린 희지 양 님의 라이브 쇼에 함께 참여했답니다.
조각보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신다는 것도 무척이나 기쁜 제안이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시국에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을 맞아,
트랜스젠더 인권활동단체를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함께 하며
감사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감동과 울림이 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크레딧 : 강조새
조각보를 후원하고 지지해주신 관객분들과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드랙퀸 허리케인 김치 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 _)
조각보는 그 자리에서 받아갔던 연대와 지지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Happy Pride!
[*주의 :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설명 : 특강에 집중하고 있는 조각보 활동가들)
(사진 설명: TGG 행사장 입구에 트랜스젠더 깃발이 장식되어있는 모습)
1월 한 달간 휴식기를 거쳐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가 돌아왔습니다~
2월 모임의 1부 대화 주제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였어요.
여러분에게 커뮤니티란 무엇인가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커뮤니티 안에서 겪었던 좋은 기억들, 나쁜 기억들 모두 풀어놓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어떠한 방향과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지
이야기를 펼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1부에서는 리사님께서 첫 번째로 발언을 해 주셨는데요,
그동안 리사님께서 겪어왔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들을 풀어주셨어요.
소중한 기억들을 함께 나누어주신 리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
2부 일상 나눔에서는 역시나 최근 이슈가 되는 트랜스혐오 사건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나 갈등, 커밍아웃은 언제나 TGG의 핫 토픽인데요,
그만큼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고민이 가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단 이야기겠죠?
(사진 설명: TGG 발언 인형과 활동가들의 행사 준비 자료가 나란히 놓인 모습)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3월에는 다시 쉬어갈 예정이랍니다~ ㅠㅠ
모임이 열릴 때는 언제나처럼 연초에 조각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지드릴게요.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_ 조각보 활동가 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