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 1998년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에 희생된 트랜스여성 리타 헤스터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이 날은, 이제 혐오와 차별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이야기해야 할까?"
추모의 날. 한 마디로 말하기 참 어려운 날입니다. 그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누군가에겐 숨가쁜 일상을 살아가며 어느덧 흐릿해졌던,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 한 구석에 언제나 남아 있던 친구들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모이는 날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한데 모인 이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떠나간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모였던 연대는 남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됩니다.
그렇기에 이 날은, 추모의 날이지만 마냥 슬픔에만 잠겨 있는 날이 아닙니다. 떠나간 이들의 죽음을 그들의 삶과 함께 기억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조각보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를 준비하게 된 것도 어느덧 세 번째 입니다.
올해 조각보는 TDOR이 있는 전 주 주말인 11월 17일 토요일에,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TDOR 촛불문화제 사전행사>를,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답니다.
<TDOR 촛불문화제 사전행사>
2018. 11. 17. 12:30 - 17:00
인권재단 사람 1층 모임방
-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잠깐이나마 들를 수 있는!
- TDOR을 위해 하루 종일 오픈된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TDOR 촛불문화제 사전 행사는 이런 아이디어와 함께 되었습니다. 오로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만을 위한 공간, 동시에 누구나 잠깐 들렀다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 그렇게 17일 토요일 오후 12시 30분, 조각보 활동가들이 준비한 프로그램과 함께 사전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미니 Trans 영화제, 거북이 편지 쓰기, 미니 퀴어 책방, 지지와 응원의 메세지 남기기 등 인권재단 사람의 작은 모임방 안에서 복닥복닥하게 여러 행사가 진행되었는데요, 단연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은 역시 미니 Trans 영화제였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고양이가 고양이 나라의 여권을 발급받으려 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고양이 손님>, 트랜스젠더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헤드스페이스>. 단편영화는 매 시간 30분마다 상영했는데요, 상영 시간을 끝까지 기다리다가 영화를 보고, 각자 감상을 나눠주고 가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 영상을 제공해주신 한국퀴어영화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내년의 나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
1년 뒤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세지, 내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편지. 거북이 편지는 무엇보다도 '1년 뒤에 무사히 또 만나요' 라는 약속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참여해주신 여러분의 거북이 편지는 조각보가 잘 지키고 있다가 1년 뒤 꼭 다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주소 변경 혹은 편지 발송을 철회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조각보로 연락주세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
2018. 11. 17. 18:00 - 20:00
경의선 숲길공원
사전 행사가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준비된 공간’이었다면, 연대의 장이 펼쳐지는 공간은 촛불문화제였습니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함께 준비했던 2016년과 2017년의 촛불문화제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TDOR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걸 실감합니다. 특히 올해 TDOR에는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와 모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정말 많이 열렸지요. 그만큼 이번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조각보 활동가들의 고민도 깊었습니다. 특별히 ‘촛불문화제’라는 자리를 통해서 말할 수 있는 것, 말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는 그동안 트랜스젠더 혐오와 차별에 치여왔던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앨라이(Ally)가 함께 모여 만드는 공간 속에서 먼저 떠나간 이들이 살아왔던 삶에 대해 말하기. 또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안전한 공간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지받는 공간에서의 특별한 공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올해 촛불문화제에서는 너무나도 멋진 두 아티스트가 지지 공연으로 함께했습니다. 전설적인 밴드 퀸의 음악으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셨던 드랙킹 퍼포머 아장맨님,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연대의 자리를 만들고 계신 싱어송라이터 서예린님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주셨던 두 분께 다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지지 발언은 조각보 활동가들이 TDOR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며 가장 열심히 논의하고 기획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지난 두 번의 TDOR 촛불문화제에서의 지지 발언은 소속 단체 또는 정체성의 이름으로 나서는 하나의 연대 선언이었습니다. 올해의 촛불문화제는 행사를 연다는 것 자체보다는, 촛불문화제라는 공간과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기획의 중점에 두었기에 지지 발언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습니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떠올린 지지 발언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 떠나간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을 기억하기’ 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을 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활동에 대한 의미와 고민들.
트랜스젠더의 이전의 삶(특히 정체화/트랜지션 이전의 삶)이 계속해서 잊혀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예전의 나를 기억하기’에 대한 이야기.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그리고 살아남기. 살아가며 내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기억하기. 떠나간 이들이 살았던 삶을 기억하기.
짧은 준비 시간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너무나도 좋은 지지 발언을 준비해주신 네 명의 발언자분께, 또 현장에서 함께 지지 발언에 참여해주신 참가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지 발언 전문은 조각보 페이스북에도 업로드되었으며, 아래 링크로 가시면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트랜스젠더로서 지속 가능한 삶’을 가장 주요한 활동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조각보가 꿈꾸는 내일은 수많은 정체성이 조각보라는 이름처럼 어우러지며 다양한 결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그렇기에 꼭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언제나 트랜스젠더 혐오와 차별과 싸워오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그리고 트랜스젠더 인권을 지지하는 앨라이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한데 모여, 앞으로의 내일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삶이 모여서 만드는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요.
* 2018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퀴어문화축제를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라고도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차별받고, 때로는 낙인과 억압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내 정체성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가득 찰 수 있는 날!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였지요. 일상의 우리 주변(Around) 어디에나 있었지만 없는 듯 가려진 퀴어(Queer)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하루만큼은, 퀴어한 서울에서 퀴어한 공간들을 만날 수 있는 날.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조각보 부스는 "비가시화되고 차별받는 정체성이 자긍심이 될 수 있는 날"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과거 전통사회의 마을에서도 이와 같은 축제의 날이 있었습니다. 민속신앙에서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여겨졌던 서낭신(지역에 따라 당신·도당신 등으로도 불림)에게 일년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이 주가 되거나 혹은 만신을 모셔서 제를 올리고 서낭제(지역에 따라 당제·도당제·대동제 등으로도 불림)라 말하는 마을 잔치를 크게 벌이고는 했습니다. 평소 소외되고 굶던 이들도, 마을 잔치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서로 복을 빌어주고 먹을 것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마을 잔치는 기득권층인 양반층 혹은 관(官)이 주가 되어 참여하는게 아니라, 당시 상민(常民)이라 분류되었던 평범한 민중들의 문화였다는 점도 주목될 만 합니다. 마을 잔치를 벌이는 그 날, 웃고 떠들며 해방감을 느꼈을 민중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풍물을 치며 연행하는 서낭제의 경우, 걸립(乞粒: 큰 돈이나 경비가 나갈 일이 있을 때 마을 집집마다 풍물을 치고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고 곡식이나 돈을 받는 것)을 하며 지신밟기를 할 때는 양반집에서 노는 일이 잦았고, 안동 하회마을에서 별신굿을 행할 때는 평소에 천대받던 이들이 탈을 쓰고 양반 댁 마루에 올라가 삿대질을 하며 놀아도 그 날 하루만큼은 용인되었다고 하네요. 일 년 동안의 노고를 풀며 놀고, 나와 내 주변의 안녕을 빌며, 한편으로는 기득권층에 저항하기도 하는 잔치. 이러한 비일상의 하루가 다음 한 해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비일상의 하루지만, 일상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비가시화되던 정체성이 자긍심과 힘이 되는'
조각보 부스가 전통 사회의 마을 잔치, 혹은 서낭제에서 차용했던 키워드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즐기는 하루만큼은 저러한 힘과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퀴어들의 마을 잔치"라는 컨셉트로 부스를 꾸몄습니다. 민속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당나무(혹은 신목(神木) 또는 신수(神樹))에 헝겊이나 종이를 엮어서 매달며 소원을 이루고 복이 깃들기를 바라던 풍습에서 따와, 나의 소원이나 꿈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부스의 한쪽 벽면에는 흔히들 성별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물건들을 새끼줄에 엮어 매달아, '트랜스젠더의 금줄'을 만들어보기도 했구요. 'End of F64.0', 'I am FREAKING Feminist' 등의 문구가 적힌 부적 스티커도 퀴어들의 마을 잔치를 즐겁게 기념하고 되새길 수 있는 물건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부적 스티커에 담긴 의미는
전통 사회의 행사와 그 안에 담긴 저항, 그리고 연대라는 점에서 키워드를 따오기는 했지만, 그러한 문화 안에서도 여성·장애인 등 소외되는 소수자들은 여전히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사회의 해학과 저항정신이 담긴 요소를 차용하되, 재미있게 바꾸어 꾸며보기도 했습니다. 부스 한쪽 벽면에 있었던 '트랜스젠더 금줄'이 그 예시입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고추를 엮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숯을 엮어 만드는 성별이분법적인 금줄이 아니라, 패커, 바인더 같은 트랜스젠더가 많이 사용하는 물건들. 혹은 흔히들 '남자가 쓰는 물건', '여자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 등 한 쪽 성별의 물건으로만 생각하는 물건들, 연장·월경용품·손거울을 매달아서 꾸며보았습니다. 성별이분법을 벗어난 사회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정성을 꼭꼭 눌러담아 매달았지요.
서낭제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제를 지낼 이를 골라 그 마을 사람들끼리만 모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성스레 신을 모시고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줄 수 있는 만신을 모실 때가 많았습니다. 무당은 가장 소외되고, 낮은 사람이라 여겨졌던 이들을 보듬고 기도하는 것이 숙명이라고들 합니다. 서낭제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만신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한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드러내보면 어떨까요. 오방기와 무속 의상은 그러한 의미에서 준비했습니다. 진짜 굿을 연행하는 것과 혼동되지 않도록, 의상은 무대의상 전문점에서 실제 굿거리 연행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색상과 형태의 의상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이 역시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의견을 몇몇 분들께서 보내주셨기에, 앞으로의 부스에서는 이 부분을 삭제하려 합니다. 저희가 놓친 부분을 지적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조각보에서 준비한 퀴어들의 마을 잔치, 즐거우셨나요?
전통 사회의 서낭제가 그랬듯이 퀴어문화축제에서의 하루가 앞으로의 일상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고, 나의 퀴어 정체성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만신 김금화 선생님께서 마을굿에 대해 했던 말을 인용하며 후기를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
굿은 나누는 것이다. 복을 나누고, 덕을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눈다. 먹을 게 귀하고 굶는 사람이 많던 시절에는 일부러 동네굿을 내기도 했다. 부잣집 곳간에서 나온 식량으로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다 넉넉하게 먹였다. 그래서 벌이는 것이 대동굿이다.
대동굿은 마을 단위로 벌이는 굿이다. 굿을 통해 온 마을이 협동단결해 아무 갈등 없이 평안하기를 빈다. 마을이 평안해야 개인이 평안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내 복만을 빌지 않고 가족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고 복도 나누었다.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쯤이었습니다. 이미 혜화역에 도착하기 몇 정거장 전부터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를 발견하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연대의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두어 번 쯤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나도 당신과 같은 것을 경험하고, 같은 단어를 끌어안고,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2차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철에 오르기까지, 저에게는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1차 집회에서 주최 측은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격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규정하는 '생물학적 여성'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그 범주에 속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1차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 공간, 공동체에서의 연대는 맹목적이거나 일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2차 집회가 가까워올 즈음, 저는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집회에서도, '주최는 주체를 아우르는 단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고, 제 자신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의견을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주최 측의 의견이 참가자 모두의 의견과 같지 않고, 따라서
주최 측의 요구가 부당한 상황에 저는 부당함에 저항하며 함께 공동의 목표-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를 이룩해가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혜화역 시위에 참가하며 여러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 목소리는 너무 작고, 공개적으로 제 의견을 낼 수 없어 결과적으로는 혐오성 발언들에까지 힘을 보탠 상황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주변에서 집회
구호를 듣고 있을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엘라이들이 걱정되고 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이곳에 있음으로 해서 트랜스젠더들과 엘라이들, 그리고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곳은 트랜스젠더 청정 구역(!)'이 아니다'는
것과, 단일하지 않은 투쟁이 공존하는 집회 현장이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참가자들이 트랜스젠더 혐오적인 농담과 발언을 할 때마다 고립감과 위협을 느꼈지만,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이들이 3만 명 넘게 모여 이화사거리까지 가득 메웠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가한 시위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입니다. 제가 이 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당연하지만, 불법촬영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불법촬영 및 편파수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주최 측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지정성별이 여성이 아닌' 대부분의 트랜스젠더퀴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7월 7일 토요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을 위한 3차 집회가 열립니다. 부디 이번 집회는 '어떤
여성'만을 위한 집회가 아닌, '불법촬영 편파수사의 타깃이 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집회가 되길 바랍니다.
6월 6일부터 시작된 서울인권영화제 마지막
날 부스 참여를 하였는데요, 토요일이라 그런지 영화제가 열리는 마로니에 공원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중 빨간 옷을 입은 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행사를 하는걸까 궁금해하던 차에 “불편한 용기”에서 주최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혐오 범죄와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러한 시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동의가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일 테니까요. 부스를 지키다 시간이 나면 나도 잠깐 가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불편해졌습니다. 해당 시위가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한 시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주최하는 행사인 것 같다며 저희 부스에 대한 염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날 하루 종일 저희 부스에서 그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종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부스를 하면서 공원을 지나가는 모든 분들이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부스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도 옅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고, 나의 경험과 존재를 적극적인 방식으로
부정할지도 모르는 주체들을 눈 앞에 두고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혜화시위’에서 다루는 사안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어도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서도 2번이나
경찰이 저를 불러 세우고 어디가냐 물어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은 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일부입니다. 여성혐오 범죄에 분노하고 밤길이나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운 경험들은 저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서 저의 경험은 없는 것, 때로는 ‘트랜스 인권’을 ‘챙겨’달라고 떼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가능’하다는데 ‘생물학적 여성’은 누구인가요?
성별정정을 하지 못 한 저는 법적으로/의료적으로 여성인데, 그렇다면 저는 시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기준으로 경찰이 “어딜가냐” 불러 세우더라도 “저 사람은
여자이니 들여보내도 된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일까요?
인권운동에 있어서 다양한 사항들에
대해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모임, 단체, 시위들이 늘어나는
것이 저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들, 특정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집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특정 문제에 ‘집중함’이 다른 문제를 ‘배제함’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제의 논리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논리가 아니었던가요. 오히려 특정 문제에 ‘집중함’이 풍성해질수록 ‘다양함’으로 이어지고
나의 문제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존중하고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공생의 논리가 확장되는 것이 인권운동의 지향점이 아니었던가요. 이렇게 생각했던 제가 요즘은 지나치게 안일했던 것이 아닌가, 자기 의심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영화제가 있지만, 저는 서울인권영화제를 꽤 좋아합니다.
옅은 긴장감을 선사하긴 하지만 인권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지나가다 앉아서 영화를 보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사람들도 모여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세분화되고 다양한 주제들이 함께 영화 스크린 속에서,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에
흩어져있는 부스들을 통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관람객이 아닌
부스 참여자로 참여하면서, 기묘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장애 인권을
이야기하는 영화 소리가 묻히고 장애 여성들의 이동권이 보장받지 못 하는 상황, 생물학적 여성만이 참여 가능함에
불안감을 느끼며 시위 행렬 옆을 지나가거나 시위 행렬 속에 있었던 조각보 활동가들. 이 모든 것들을 하루
반나절 동안 지켜보면서 말입니다.
빨간색은 다른 색이 있기에 빨간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인식될 수 있습니다. 다른 색깔도 마찬가지입니다. 빨간색부터
혹은 빨간색만이 가장 중요한 색이라면 다른 색은 어떻게 될까요? 빨간색은 어떻게 될까요?
복잡한 저의 마음만큼이나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울인권영화제의 의자에 붙어 있는 문구를 가장 제 마음에 담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VIP 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PS. 시위를 보며 복잡한 마음을 함께 느끼셨을 젠더퀴어, 트랜스젠더 여러분,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저희 부스를 찾아와주시고 SNS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드랙은 퀴어적인 상상력을 한데 모은 예술(Drag is the art form of the queer imagination)이라고, 드랙퀸 사샤 벨루어가 말했었죠. 저마다의 반짝임을 뽐내는 드랙 아티스트와, 드랙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진하는 축제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6월 5일, 그 상상이 이태원에서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드랙 퍼레이드! 하지만 제 1회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드랙 퍼포먼스는 간혹 게이, 그 중에서도 시스젠더 남성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로만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누구나 드랙 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 드랙 아티스트가 ‘트랜스여성이 드랙퀸이 된다는 생각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일도 생기는 등, 말 그대로 퀴어적인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뽐내는 드랙 문화 안에서도!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그 어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드랙 스타일에 상관 없이 누구나 드랙을 즐기고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차별 없는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조각보가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화려한 분장과 옷차림으로 행사를 찾아온 참가자들과 함께, 조각보 활동가들도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서 행진에 함께 했습니다. “한여름 낮에 드랙을 한 채로 행진하라니!” 라며 즐거운 절규를 지르는 분들도 계셨지만(깃발을 든 조각보 활동가들도 힘에 부쳤다네요 ㅠ_ㅠ), 시내 한복판을 온갖 스타일의 드랙으로 물들이며 반짝반짝하게 접수하는 모습을 어디 가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모습으로 분해 걸어가는, 이태원 거리에서의 자긍심의 행진. 다시는 잊지 못할 기억 같아요.
조각보는 행진 전후로, 행사가 막을 내릴때까지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최근 조각보가 참여했던 부스 행사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 멋진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간 서울 드랙 퍼레이드 기획단, 밤늦게까지 함께 부스를 지키고 무거운 깃발을 들며 행진하느라 고생했던 조각보 활동가들, 그리고 조각보 부스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드랙 퍼레이드 참가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전투표일. 출근하기 전 투표를 할 요량으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예전처럼 가장 '남성스러운' 옷을 고르고 제법 후덥지근한 날씨에 모자 달린 바람막이를 쓰고 문을 열었습니다. 무난하게 입어야 얼른 투표를 하고 올테니까요. 그러다 문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투표하겠다는 데 왜 이러고 다녀야 하나?'
그리고 저는 문을 다시 닫았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불편해서 쳐다도 안 보던 치마를 입고 제 의지로는 거의 하는 일 없는 메이크업까지 했죠. 1이 붙은 주민등록증을 들고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일종의 반항심에 한 소소한 저항이지만 사실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전투표소에는 지문인식기도 있고 주민등록증에 붙어있는 사진도 찍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네요. 역시나 쑥덕거립니다.
"여기(노트북)에는 1이라고 나오는데?" "여기 민증도 1이니까."
행여나 주변에 있는 사람이 못 들을까 하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하던 선거요원들은 제가 자신들을 부끄러움과 분노와 체념을 담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잠시 뜸을 들인 후 투표용지를 뽑아주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이 든 투표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씁쓸했지요. 지문인식기까지 동원되는 사전투표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만약 본투표였다면 저는 어떤 일을 겪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그리고 외모와 성별 고정관념이 일치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일은 일상과도 같습니다. 적당히 사회와 타협하거나 부딪쳐가며 살아가는 것은 씁쓸하지만 실존하는 현실이죠. 그러나 다른 일도 아닌 투표입니다. 타협을 해야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고 타협하지 않으면 아웃팅을 당하거나 심하면 투표를 하지도 못할 수 있는, 그렇기에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괜찮은 대안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화가 납니다.
곧 있을 본선거에서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투표를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굳이 불편을 겪어가며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거권을 행사했다는 모두가 누려야 할 당연함을 함께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그 사이에 조각보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활동했던 사람들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듯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각보 내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로, 정말로 적었음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긴 호흡을 갖고 조당이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4번의
조당이들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부터 당시에 이슈가 되었던 많은 사건들.
그리고 조각보가 지금까지 해 온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생각까지.
평소에
가볍게 담았기에 말하지 못했던 생각,다른 사람들이 비난할까봐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생각까지 공유하였다.
조당이들을 진행하며 서로의 생각이 이만큼이나 달랐다는 것을 느끼며
‘잘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조각보를 진행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에서
정말로 말하기 힘들었던 것을 말한다는 행위에는 결코 작지 않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느낀다.
조각조각 모인 개인이 정말로 조각보가 되어 하나됨을 느끼게 해준 조당이들,
정말로
잘 시작했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조당이들도 가벼운 긴장감과 큰 기대를 안고 기다리고 있다.
트랜스젠더 스펙트럼에 속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한번쯤은 고민해보게 되는 법적 성별정정. 지금의 삶에 있어서도, 앞으로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마냥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혼자 성별정정을 준비하며 내가 찾은 정보가 맞는 정보인지,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정보인지 확신할 수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각보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성별정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네 번째 성별정정
설명회를 준비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성별정정이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문제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3회 설명회에 이어 이번 성별정정 설명회 또한 조각보 객원활동가이자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이신 법학박사 이승현님이 강사로 참여하셨습니다. 법학 전문가이신 이승현님께서 기본적인
법률 용어와 법적 절차에 대한 설명부터, 법원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예규 등 성별정정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법적 성별정정 절차에는 아직까지도 불합리한 면이 많습니다. 법적
성별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의 예규에 따라 각 법원의 판사가 재량으로 허가 혹은
기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음에도 영구적인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법적 미성년자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있으면 정정을 허가받기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많은 판사들이 전형적인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을 지닌 트랜스젠더만을 생각하고, 또
그러한 전형적인 서사들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함께 모여 정확한 정보와 동향을 나누는 자리가 더더욱 필요합니다. 이승현
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 외부 성기 성형 없이 FTM 성별정정이
통과된 경우, 6개월간 법적 논리를 개발하고 해외 사례를 조사했으며 약 200페이지의
서류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새로운 통과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허가된 혹은 기각된 사례를 모으고 공유하면서 성별정정을 준비했던 사람들과 앞으로 정정을 준비할 사람들이 연대하고
이야기할 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설명회는 성별정정 절차에 대한 이승현 박사님의 강의로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보나 동향에 대해, 또는 평소 우려했거나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이승현 박사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정정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이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알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설명회를 함께 만들어나가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설명회를
진행해주신 이승현 박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조각보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매년 봄이 되면 퀴어문화축제가 각 도시마다 열리는 나라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듣고는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더랬죠.
지금의 퀴어문화축제도 너무나 즐겁고 멋진 행사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축제가 열린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청량한 어느 가을날, 해운대 앞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어라, 변화의 바람”이라는 축제의 슬로건처럼, 서울과 대구에 이어 드디어 부산에서도 불어온 무지개 바람 속에서 조각보 또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 함께 했습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도 조각보 부스는 <트랜스젠더 에티켓 캠페인>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서에티켓 캠페인 문구를 인쇄한 팔찌를 열심히 나누어 드렸습니다. 부스를 후원해주신 분들게 드리는 답례품도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성들여 준비해갔는데요, 웹진 조각보자기 책자가 가장 인기가 많았답니다. 부스에 방문해주신 분들에게서 새로 나올 웹진을 비롯한 앞으로의 조각보 활동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받았답니다.
퀴어문화축제의 꽃은 행진이라고들 하죠. 부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조각보 활동가들은 하늘색, 분홍색, 흰색의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서 부산의 무지개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부산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 혐오세력의 피켓 행렬에 처음에는 긴장하기도 했지만, 다른 참가자들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변화의 무지개 바람을 온 몸으로 느꼈던 하루.
오랜 이동시간에도 불구하고 피로를 잊을 만큼 뿌듯했던 그 감정을 되새기며, 조각보는 앞으로도 변화의 바람에 함께 할 것입니다.
그동안 모임을 위해 마땅한 공간을 못 찾아 힘들기도 하고 모임을 진행하며 말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한 적도 많습니다. 가끔은 어떤 참여자들은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다른 분들께 상처주는 말씀을 하지 않을까도 우려가 됐습니다. 물론 고민도 많았습니다. ‘모임마다 매번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닐까? 또는 우리가 너무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나? 앞으로 TGG 모임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아갈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입니다.
[2017년 열렸던 열 번의 TGG 참가자 모집을 알렸던 웹자보들]
처음 조각보 내에서 TGG 모임을 기획할 때도 사실은 걱정이 많이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들이 같이 모여서 힘들고 기쁜 일들을 같이 나누며 공감하는 게 목적이지만 모두 경험은 다르기 마련이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가는 사람이 있을수 있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이런 모임 자체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모임이 첫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지금은 잘 정착해서 원활하게 진행되는 거 같습니다. 트렌스젠더 당사자들이 모여서 사소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 하는 이야기를 TGG 모임에서 풀어나갈 수 있어 좋습니다. 비슷한 경험과 시련들을 겪으신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다른 경험을 한 분들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 기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년에도 더욱 멋지고 의미 있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각보 활동가로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1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을 꽉 채우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추모주간(Transgender Day of Remebrance, 이하 TDOR 추모주간)이라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얼마나 이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트랜스젠더로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 전반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함께했던 것이지요.
[사진 전시회 준비 중]
TDOR 추모주간의 첫 행사로는 사진전 ‘드러내다’를 하였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여러 SNS를 통해, 지인들을 통해 꽤 여러 장의 사진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중한 사진들을 최대한 어떻게 배치를 하고 어떻게 꾸며야 전시회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관람을 하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전시회를 뚝딱뚝딱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사진 전시회 시작]
이렇게도 배치해보고 저렇게도 배치해보면서 드디어 전시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전시회에 얼마나 많은 분들께서 찾아오실까 초조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4일간 예정되어 있던 사진전을 하루 더 연장 할 만큼 사진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사진 전시장 내부]
다양한 트랜스젠더/퀴어들이 과거에, 현재에 이렇게 존재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또 사진전에 찾아주신 분들이 사진에 남긴 코멘트들을 정리하면서 일종의 프라이드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떤 이들이 우리들의 존재를 지우려 노력한다 해도 우리들은 끈질기게 서로를,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길을 기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 기억을 지닌 채 현재를 살아갈 것이고 이 현재들이 모여 보다 자유로운 미래가 구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사진전이었습니다.
ps. <드러내다 - 트랜스젠더 사진전 '노출, 두 번째 '>의 사진 공모에 응해주신 분들과 찾아와주신 분들, 그리고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게끔 협조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2017년 조각보는 인권재단사람으로부터 <2017 인권프로젝트-온 기금>의 후원을 받아 성별정정 설명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안타깝게 일정이 맞지 않아서 3월에 열렸던 1차 설명회 자리에는 참여를 못 해서 못내 아쉬웠는데, 다행히 2차 설명회에는 참여를 할 수 있었답니다. 이번에도 역시 법학을 전공하시고 조각보 객원 활동가이시기도 한 이승현 법학박사님께서 강연자로서설명회 행사를 진행하셨습니다.
이승현 박사님께서 발표를 하시며 성별을 정정하는 절차에 대해서 섬세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자신이 성별정정과정을 거치며 직접 작성하였던 서류(*주요한 개인정보는 보호함)들 직접 보여주시면서 생생한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강의를 하시면서 박사님께서는 아직 한국에서는 성별정정에 대한 명확한 법조차도 없다고 하십니다. 판사들은 가이드라인(대법원 예규)에 따르되 판사 각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법정에서는 MTF라면 최대한 여성스럽게 보이게끔 치마나 드레스를 입고 FTM라면 최대한 남성스럽게 하고 가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종적으론 재판부로 하여금 신청인의 성별 정체성을 믿게 만들어야하는 과정이라고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성별표기(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 첫 번째 숫자) 하나를 바꾸려면 너무나도 많은 절차를 거처야 하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수술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더불어 논-바이너리(non-binary)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별표기와 성정체성이 불일치하면 생기는 불안정과 불이익 때문에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원하지 않는 수술에 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별정정 설명회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분들에게 성별정정에 절차들을 설명하지만, 단순히 지식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강연 후 참여자 모두가 서로 묻고 답하며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검증하고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성별정정 결정문을 손에 쥐기 위해 여러 노력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장된 여성다움/남성다움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당함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적 필요라는 장벽을 넘어 트랜스젠더가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성별정정에 대한 더 공인된 정보가 유통될 필요가 있지요. 그러한 측면에서 성별정정 설명회는 참가자 모두가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의 주체가 되는 자리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덜 부당하고 덜 어려운 성별정정 과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함께 성별체계에 대한 문제제기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이 인정되고 모두가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조각보 역시 그러한 세상이 올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활동해갈 것이고요. 그러한 한 걸음이 더해져서, 더 앞으로 나아가서는 이런 절차 없이도 자신에 정체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시대가 한국에도 도래하길 바랍니다.
18번째, 3월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 안내
조각보는 매월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TGG는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 겪었던 부당하거나 화나거나 슬프거나 기쁜 일들을 서로 나누고 지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함께 기르고자 합니다.
18번째 TGG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누가 : 자신을 시스젠더로 정체화하지 않는 누구나
언제 : 2018년 3월 17일 (토) 오후 1시
어디 : 망원역 인근
인원 : 15명 (선착순)
참가 신청 (링크)
홈페이지 : transgender.or.kr
메일 : tgjogakbo@naver.com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tgjogakbo
트위터 ID : tg_jogakbo
[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 2월 모임 ]
조각보는 매월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TGG는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 겪었던 부당하거나 화나거나 슬프거나 기쁜 일들을 서로 나누고 지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함게 기르고자 합니다.
17번째 TGG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홈페이지 : transgender.or.kr
메일 : tgjogakbo@naver.com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tgjogakbo
트위터 ID : tg_jogakbo
* 본 사업은 비온뒤무지개재단 이반시티퀴어문화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 2018년 1월 모임 ]
조각보는 매월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TGG는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 겪던 부당하거나 화나거나 슬프거나 기쁜 일들을 서로 나누고 지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함께 기르고자 합니다.
16번째 TGG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6번째 TGG는 팟럭파티로 진행됩니다!
각자 가져온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홈페이지 : transgender.or.kr
메일 : tgjogakbo@naver.com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tgjogakbo
트위터 ID : tg_jogakbo
-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링크 : http://sqcf.org/slogan)에서 발췌
퀴어문화축제를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라고도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차별받고, 때로는 낙인과 억압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내 정체성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가득 찰 수 있는 날!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였지요. 일상의 우리 주변(Around) 어디에나 있었지만 없는 듯 가려진 퀴어(Queer)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하루만큼은, 퀴어한 서울에서 퀴어한 공간들을 만날 수 있는 날.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조각보 부스는 "비가시화되고 차별받는 정체성이 자긍심이 될 수 있는 날"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과거 전통사회의 마을에서도 이와 같은 축제의 날이 있었습니다. 민속신앙에서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여겨졌던 서낭신(지역에 따라 당신·도당신 등으로도 불림)에게 일년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이 주가 되거나 혹은 만신을 모셔서 제를 올리고 서낭제(지역에 따라 당제·도당제·대동제 등으로도 불림)라 말하는 마을 잔치를 크게 벌이고는 했습니다. 평소 소외되고 굶던 이들도, 마을 잔치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서로 복을 빌어주고 먹을 것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마을 잔치는 기득권층인 양반층 혹은 관(官)이 주가 되어 참여하는게 아니라, 당시 상민(常民)이라 분류되었던 평범한 민중들의 문화였다는 점도 주목될 만 합니다. 마을 잔치를 벌이는 그 날, 웃고 떠들며 해방감을 느꼈을 민중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풍물을 치며 연행하는 서낭제의 경우, 걸립(乞粒: 큰 돈이나 경비가 나갈 일이 있을 때 마을 집집마다 풍물을 치고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고 곡식이나 돈을 받는 것)을 하며 지신밟기를 할 때는 양반집에서 노는 일이 잦았고, 안동 하회마을에서 별신굿을 행할 때는 평소에 천대받던 이들이 탈을 쓰고 양반 댁 마루에 올라가 삿대질을 하며 놀아도 그 날 하루만큼은 용인되었다고 하네요. 일 년 동안의 노고를 풀며 놀고, 나와 내 주변의 안녕을 빌며, 한편으로는 기득권층에 저항하기도 하는 잔치. 이러한 비일상의 하루가 다음 한 해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각보 부스가 전통 사회의 마을 잔치, 혹은 서낭제에서 차용했던 키워드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즐기는 하루만큼은 저러한 힘과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퀴어들의 마을 잔치"라는 컨셉트로 부스를 꾸몄습니다. 민속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당나무(혹은 신목(神木) 또는 신수(神樹))에 헝겊이나 종이를 엮어서 매달며 소원을 이루고 복이 깃들기를 바라던 풍습에서 따와, 나의 소원이나 꿈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부스의 한쪽 벽면에는 흔히들 성별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물건들을 새끼줄에 엮어 매달아, '트랜스젠더의 금줄'을 만들어보기도 했구요. 'End of F64.0', 'I am FREAKING Feminist' 등의 문구가 적힌 부적 스티커도 퀴어들의 마을 잔치를 즐겁게 기념하고 되새길 수 있는 물건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부적 스티커에 담긴 의미는
"[행사 안내] 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65번 부스에서 조각보를 만나고, 트랜스 지지와 축복의 의미가 담긴 부적을 받아가세요~"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통 사회의 행사와 그 안에 담긴 저항, 그리고 연대라는 점에서 키워드를 따오기는 했지만, 그러한 문화 안에서도 여성·장애인 등 소외되는 소수자들은 여전히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사회의 해학과 저항정신이 담긴 요소를 차용하되, 재미있게 바꾸어 꾸며보기도 했습니다. 부스 한쪽 벽면에 있었던 '트랜스젠더 금줄'이 그 예시입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고추를 엮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숯을 엮어 만드는 성별이분법적인 금줄이 아니라, 패커, 바인더 같은 트랜스젠더가 많이 사용하는 물건들. 혹은 흔히들 '남자가 쓰는 물건', '여자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 등 한 쪽 성별의 물건으로만 생각하는 물건들, 연장·월경용품·손거울을 매달아서 꾸며보았습니다. 성별이분법을 벗어난 사회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정성을 꼭꼭 눌러담아 매달았지요.
서낭제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제를 지낼 이를 골라 그 마을 사람들끼리만 모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성스레 신을 모시고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줄 수 있는 만신을 모실 때가 많았습니다. 무당은 가장 소외되고, 낮은 사람이라 여겨졌던 이들을 보듬고 기도하는 것이 숙명이라고들 합니다. 서낭제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만신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한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드러내보면 어떨까요. 오방기와 무속 의상은 그러한 의미에서 준비했습니다. 진짜 굿을 연행하는 것과 혼동되지 않도록, 의상은 무대의상 전문점에서 실제 굿거리 연행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색상과 형태의 의상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이 역시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의견을 몇몇 분들께서 보내주셨기에, 앞으로의 부스에서는 이 부분을 삭제하려 합니다. 저희가 놓친 부분을 지적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조각보에서 준비한 퀴어들의 마을 잔치, 즐거우셨나요?
전통 사회의 서낭제가 그랬듯이 퀴어문화축제에서의 하루가 앞으로의 일상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고, 나의 퀴어 정체성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만신 김금화 선생님께서 마을굿에 대해 했던 말을 인용하며 후기를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쯤이었습니다. 이미 혜화역에 도착하기 몇 정거장 전부터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를 발견하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연대의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두어 번 쯤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나도 당신과 같은 것을 경험하고, 같은 단어를 끌어안고,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2차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철에 오르기까지, 저에게는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1차 집회에서 주최 측은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격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규정하는 '생물학적 여성'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그 범주에 속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1차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 공간, 공동체에서의 연대는 맹목적이거나 일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2차 집회가 가까워올 즈음, 저는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집회에서도, '주최는 주체를 아우르는 단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고, 제 자신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의견을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주최 측의 의견이 참가자 모두의 의견과 같지 않고, 따라서 주최 측의 요구가 부당한 상황에 저는 부당함에 저항하며 함께 공동의 목표-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를 이룩해가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혜화역 시위에 참가하며 여러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 목소리는 너무 작고, 공개적으로 제 의견을 낼 수 없어 결과적으로는 혐오성 발언들에까지 힘을 보탠 상황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주변에서 집회 구호를 듣고 있을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엘라이들이 걱정되고 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이곳에 있음으로 해서 트랜스젠더들과 엘라이들, 그리고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곳은 트랜스젠더 청정 구역(!)'이 아니다'는 것과, 단일하지 않은 투쟁이 공존하는 집회 현장이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참가자들이 트랜스젠더 혐오적인 농담과 발언을 할 때마다 고립감과 위협을 느꼈지만,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이들이 3만 명 넘게 모여 이화사거리까지 가득 메웠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가한 시위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입니다. 제가 이 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당연하지만, 불법촬영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불법촬영 및 편파수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주최 측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지정성별이 여성이 아닌' 대부분의 트랜스젠더퀴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7월 7일 토요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을 위한 3차 집회가 열립니다. 부디 이번 집회는 '어떤 여성'만을 위한 집회가 아닌, '불법촬영 편파수사의 타깃이 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집회가 되길 바랍니다.
#헤화시위 #인권영화제 #너만빨갛냐나도빨갛다
지난 6월 9일 조각보는 서울인권영화제 부스로 참여하였습니다.
6월 6일부터 시작된 서울인권영화제 마지막 날 부스 참여를 하였는데요, 토요일이라 그런지 영화제가 열리는 마로니에 공원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중 빨간 옷을 입은 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행사를 하는걸까 궁금해하던 차에 “불편한 용기”에서 주최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혐오 범죄와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러한 시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동의가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일 테니까요. 부스를 지키다 시간이 나면 나도 잠깐 가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불편해졌습니다. 해당 시위가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한 시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주최하는 행사인 것 같다며 저희 부스에 대한 염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날 하루 종일 저희 부스에서 그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종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부스를 하면서 공원을 지나가는 모든 분들이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부스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도 옅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고, 나의 경험과 존재를 적극적인 방식으로 부정할지도 모르는 주체들을 눈 앞에 두고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혜화시위’에서 다루는 사안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어도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서도 2번이나 경찰이 저를 불러 세우고 어디가냐 물어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은 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일부입니다. 여성혐오 범죄에 분노하고 밤길이나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운 경험들은 저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서 저의 경험은 없는 것, 때로는 ‘트랜스 인권’을 ‘챙겨’달라고 떼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가능’하다는데 ‘생물학적 여성’은 누구인가요?
성별정정을 하지 못 한 저는 법적으로/의료적으로 여성인데, 그렇다면 저는 시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기준으로 경찰이 “어딜가냐” 불러 세우더라도 “저 사람은 여자이니 들여보내도 된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일까요?
인권운동에 있어서 다양한 사항들에 대해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모임, 단체, 시위들이 늘어나는 것이 저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들, 특정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집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특정 문제에 ‘집중함’이 다른 문제를 ‘배제함’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제의 논리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논리가 아니었던가요. 오히려 특정 문제에 ‘집중함’이 풍성해질수록 ‘다양함’으로 이어지고 나의 문제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존중하고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공생의 논리가 확장되는 것이 인권운동의 지향점이 아니었던가요. 이렇게 생각했던 제가 요즘은 지나치게 안일했던 것이 아닌가, 자기 의심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영화제가 있지만, 저는 서울인권영화제를 꽤 좋아합니다.
옅은 긴장감을 선사하긴 하지만 인권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지나가다 앉아서 영화를 보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사람들도 모여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세분화되고 다양한 주제들이 함께 영화 스크린 속에서,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에 흩어져있는 부스들을 통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관람객이 아닌 부스 참여자로 참여하면서, 기묘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장애 인권을 이야기하는 영화 소리가 묻히고 장애 여성들의 이동권이 보장받지 못 하는 상황, 생물학적 여성만이 참여 가능함에 불안감을 느끼며 시위 행렬 옆을 지나가거나 시위 행렬 속에 있었던 조각보 활동가들. 이 모든 것들을 하루 반나절 동안 지켜보면서 말입니다.
빨간색은 다른 색이 있기에 빨간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인식될 수 있습니다. 다른 색깔도 마찬가지입니다. 빨간색부터 혹은 빨간색만이 가장 중요한 색이라면 다른 색은 어떻게 될까요? 빨간색은 어떻게 될까요?
복잡한 저의 마음만큼이나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울인권영화제의 의자에 붙어 있는 문구를 가장 제 마음에 담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VIP 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PS. 시위를 보며 복잡한 마음을 함께 느끼셨을 젠더퀴어, 트랜스젠더 여러분,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저희 부스를 찾아와주시고 SNS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낙타.
드랙은 퀴어적인 상상력을 한데 모은 예술(Drag is the art form of the queer imagination)이라고, 드랙퀸 사샤 벨루어가 말했었죠. 저마다의 반짝임을 뽐내는 드랙 아티스트와, 드랙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진하는 축제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6월 5일, 그 상상이 이태원에서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드랙 퍼레이드! 하지만 제 1회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드랙 퍼포먼스는 간혹 게이, 그 중에서도 시스젠더 남성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로만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누구나 드랙 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 드랙 아티스트가 ‘트랜스여성이 드랙퀸이 된다는 생각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일도 생기는 등, 말 그대로 퀴어적인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뽐내는 드랙 문화 안에서도!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그 어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드랙 스타일에 상관 없이 누구나 드랙을 즐기고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차별 없는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조각보가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화려한 분장과 옷차림으로 행사를 찾아온 참가자들과 함께, 조각보 활동가들도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서 행진에 함께 했습니다. “한여름 낮에 드랙을 한 채로 행진하라니!” 라며 즐거운 절규를 지르는 분들도 계셨지만(깃발을 든 조각보 활동가들도 힘에 부쳤다네요 ㅠ_ㅠ), 시내 한복판을 온갖 스타일의 드랙으로 물들이며 반짝반짝하게 접수하는 모습을 어디 가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모습으로 분해 걸어가는, 이태원 거리에서의 자긍심의 행진. 다시는 잊지 못할 기억 같아요.
조각보는 행진 전후로, 행사가 막을 내릴때까지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최근 조각보가 참여했던 부스 행사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 멋진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간 서울 드랙 퍼레이드 기획단, 밤늦게까지 함께 부스를 지키고 무거운 깃발을 들며 행진하느라 고생했던 조각보 활동가들, 그리고 조각보 부스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드랙 퍼레이드 참가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각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래서 조당이들. 듣다보면 배실배실 웃음이 나오는 단어는
조각보 활동가들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토론회의 타이틀이다.
조각보가 2013년에 처음 프로젝트로 시작한 지도 벌써 햇수로 6년,
그 사이에 조각보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활동했던 사람들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듯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각보 내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로, 정말로 적었음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긴 호흡을 갖고 조당이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4번의 조당이들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부터 당시에 이슈가 되었던 많은 사건들.
그리고 조각보가 지금까지 해 온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생각까지.
평소에 가볍게 담았기에 말하지 못했던 생각,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까봐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생각까지 공유하였다.
조당이들을 진행하며 서로의 생각이 이만큼이나 달랐다는 것을 느끼며
‘잘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조각보를 진행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에서
정말로 말하기 힘들었던 것을 말한다는 행위에는 결코 작지 않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느낀다.
조각조각 모인 개인이 정말로 조각보가 되어 하나됨을 느끼게 해준 조당이들,
정말로 잘 시작했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조당이들도 가벼운 긴장감과 큰 기대를 안고 기다리고 있다.
제 4회 성별정정 설명회 활동 후기
트랜스젠더 스펙트럼에 속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한번쯤은 고민해보게 되는 법적 성별정정. 지금의 삶에 있어서도, 앞으로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마냥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혼자 성별정정을 준비하며 내가 찾은 정보가 맞는 정보인지,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정보인지 확신할 수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각보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성별정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네 번째 성별정정 설명회를 준비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성별정정이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문제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3회 설명회에 이어 이번 성별정정 설명회 또한 조각보 객원활동가이자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이신 법학박사 이승현님이 강사로 참여하셨습니다. 법학 전문가이신 이승현님께서 기본적인 법률 용어와 법적 절차에 대한 설명부터, 법원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예규 등 성별정정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법적 성별정정 절차에는 아직까지도 불합리한 면이 많습니다. 법적 성별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의 예규에 따라 각 법원의 판사가 재량으로 허가 혹은 기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음에도 영구적인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법적 미성년자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있으면 정정을 허가받기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많은 판사들이 전형적인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을 지닌 트랜스젠더만을 생각하고, 또 그러한 전형적인 서사들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함께 모여 정확한 정보와 동향을 나누는 자리가 더더욱 필요합니다. 이승현 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 외부 성기 성형 없이 FTM 성별정정이 통과된 경우, 6개월간 법적 논리를 개발하고 해외 사례를 조사했으며 약 200페이지의 서류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새로운 통과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허가된 혹은 기각된 사례를 모으고 공유하면서 성별정정을 준비했던 사람들과 앞으로 정정을 준비할 사람들이 연대하고 이야기할 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설명회는 성별정정 절차에 대한 이승현 박사님의 강의로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보나 동향에 대해, 또는 평소 우려했거나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이승현 박사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정정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이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알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설명회를 함께 만들어나가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설명회를 진행해주신 이승현 박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조각보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TDOV)을 맞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하여 조각보에서는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아도 어디에나 있다! 조각보에서 제안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를 위한 문구를 포스트잇에 적어, #트랜스젠더_가시화의_날 #TDOV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올려보아요!”
이렇게 안내문구를 올리고, 아래와 같은 7가지의 해시태그를 제시하였습니다.
#나_여깄지롱 #나도_알지롱 #함께_하지롱
#안_보이는_게_아니라_안_보는_것일_뿐
#없는_게_아냐_네가_안_볼_뿐
#나_여기_있는데_넌_안_보지
#평소엔_튀지_않는_티지
조각보에서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의논하여 만든 여러 해시태그들을 활용하여, 센스 넘치는 인증샷을 많은 분들이 올려주셔서 왠지 감동적이고 즐거웠습니다.
단지 주변에 보이는 몇명이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품에 안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곧 다가올 IDAHOBIT 에서 여러분들과 소통할 날이 또 기대됩니다 :)
*사진 활용에 동의해주신 정**님,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활동가 다니입니다.
제가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담당한 지는 1 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모임을 위해 마땅한 공간을 못 찾아 힘들기도 하고 모임을 진행하며 말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한 적도 많습니다. 가끔은 어떤 참여자들은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다른 분들께 상처주는 말씀을 하지 않을까도 우려가 됐습니다. 물론 고민도 많았습니다. ‘모임마다 매번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닐까? 또는 우리가 너무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나? 앞으로 TGG 모임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아갈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입니다.
처음 조각보 내에서 TGG 모임을 기획할 때도 사실은 걱정이 많이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들이 같이 모여서 힘들고 기쁜 일들을 같이 나누며 공감하는 게 목적이지만 모두 경험은 다르기 마련이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가는 사람이 있을수 있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이런 모임 자체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모임이 첫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지금은 잘 정착해서 원활하게 진행되는 거 같습니다. 트렌스젠더 당사자들이 모여서 사소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 하는 이야기를 TGG 모임에서 풀어나갈 수 있어 좋습니다. 비슷한 경험과 시련들을 겪으신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다른 경험을 한 분들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 기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년에도 더욱 멋지고 의미 있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기록사진을 제공해주신 터울 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 12월 모임 ]
조각보는 매월 트랜스젠더들이 모여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TGG는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각자 겪던 부당하거나 화나거나 슬프거나 기쁜 일들을 서로 나누고 지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함께 기르고자 합니다.
15번째 TGG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누 가 : 자신을 시스젠더로 규정하지 않는 누구나
언 제 : 2017년 12월 16일 오후 3시반
어 디 : 신대방삼거리역 인근
인 원 :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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