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2021년, 그럼에도 (우리는)





소개. 기록활동가 김민수.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여러 행사, 그 중에서도 퀴어문화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국내/해외 Pride Parade를 중심으로 기록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본인이 남자인지에 대하여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의심받는 동시에 스스로도 질문하며 답을 내리지 않으려 합니다. 


 저라는 사람을 풀어낼 때 트랜스젠더퀴어, 논바이너리, 퀘스쳐너리, 젠더 논컨포밍이란 단어들이 이제는 더 익숙한 것 같아요.





전시전 제목. 2021년, 그럼에도 (우리는). 2021 Notwithstanding, (We are)


 한국의 성소수자에게 2021년은 여러 의미로 잊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트랜스젠더 3명이 우리 곁을 떠나간 것 외에도 주변의 반려인, 친구, 동료, 지인 등으로 관계를 맺어오던 많은 이들의 부고를 너무나도 많이 들은 한해였지요.


이젠 너무나도 많이 죽어서 흘릴 눈물도 감흥도 없다는 쓴웃음 섞인 말을 여럿에게 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떠나감이, 세상을 등지는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해져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질식시키고 마비시키고 있다는 게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만나기 어렵고, 모일 수 없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함께였다는 감각을 잊고 다시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과 무기력함 속에 익숙해지던 삶 가운데 무엇이라도 해야 했단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마음을 가진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2월의 장례식, 3월의 긴급 공동행동들, 4월의 약간 모자랐던 49일, 5월의 아이다호, 6월의 떠나감, 7월의 전시회와 만남, 그리고 11월의 대구퀴어문화축제까지.


기록활동가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곁에서 지켜보며 담았던 올해 저의 기록을 엮어 내 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던, 잇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갈 “우리들”의 사적이고도 공적인, 비밀스러우면서도 공공연한 순간들을요.


일련의 연결됨이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와 같은 차갑고 폭력적인 말로 쉬이 정리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순간순간들을 목도하며 어렴풋하게나마 체득해오고 느껴왔던, 떠나간 이들을 애도하는 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님을 공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자주 뵙게 될 수 있길 바라며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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