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개인후기TGEU 활동가 칼라(Carla LaGata)와의 만남으로 느껴보는 한국 :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2016-12-31

TGEU 활동가 칼라(Carla LaGata)와의 만남으로 느껴보는 한국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조각보는 2015년 11월 14일 드디어 3년 간 프로젝트를 마치고 정식 단체로 발족하는 역사를 가졌다. 발족식 이후 첫 활동은 바로 다음날 15일에 만나게 되는 TGEU의 활동가 칼라 라가타(Carla LaGata)와의 간담회였지만 발족식 바로 다음 날이기에 규모가 크지 않았다. 작은 준비도 제대로 못한 손님맞이를 간담회 전날 발족식까지 함께 참여해 주며 이해해준 칼라. 빨간 상의와 갈색 머리가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유럽 지역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연대체인 TGEU는 트랜스젠더들의 현 사회적 상황을 기재하고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단체 소개와 함께 칼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여러 나라의 트랜스젠더 관련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한눈에 볼 수 있는 리서치를 시작하였고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그곳에서 리서치와 유럽 밖 국제 관계 담당하여 맡고 있다고 하였다. 칼라는 80년도 즈음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베테랑 활동가로 베를린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학위를 받고 젠더해방운동을 집중적으로 해오며 논문과 리서치 등을 편찬하는 편집의원이라고 한다. 칼라가 보여준 책자에는 세계 각국의 의료, 복지, 차별, 폭력 등 사회적인 트랜스피플의 인권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점수화를 하여 각국의 비교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 다음 링크 된 홈페이지를 가면 각 대륙별로 관련된 데이터를 아래의 그림과 같은 표로 만든 정보를 열람하거나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http://www.transrespect-transphobia.org/ ) 그 중 한국의 내용에 눈이 머물렀다. 몇 년 간 크게 변하지 않는 수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칼라도 의문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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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geu.org



세계의 곳곳이 변하고 있다는 칼라의 말에 우린 적극 동의했다. 미국의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바람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젠더의 인식도 점차 변하게 될 거라고 서로 예측한다. 그러나 한국은 근간의 변화가 더디다. 몇 년 전 이슈화가 되었던 외부 성기 비수술 ftm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통과 사례를 끝으로 더는 이렇다 할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칼라... 사실 그 외에도 한국 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슈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왜 외국에 알려지지 못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는 인프라부터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각보의 이전에도 여러 집단이 존재하였지만,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인권활동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부재와 활동비의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기존의 단체와 집단들은 활동을 정지하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TGEU에서 진행하는 리서치에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줄 현지 담당자가 없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외국 단체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수 있을 만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칼라는 현지 담당자가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바로 수정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연락을 주면 바로 한국 상황을 수정하겠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한국 TG단체의 존속을 위해 조각보의 활동 자금 문제에 있어서도 국제적인 사업 지원을 받을 기회와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고 했다. 고마웠다. 소중한 마음을 후원 받은 느낌이었다.


 

이후 우리는 칼라에게 한국의 상황과 이슈를 이야기 해 주기 시작했다. 칼라는 놀라움을 표현한다. 신기함보다는 ‘어쩌면 그럴 수 있냐?’는 듯한 느낌을 받은 듯 했다. 우리 한국의 이야기가 너무 심각했나? 필자는 하도 많은 경우를 접해 와서 그런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먼저 우리는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폭력에 관련된 이슈를 이야기했다. 외부적인 린치를 받는 사례와 정신적인 폭행 사례, 그리고 사회 인식에 따른 사례 등등... 칼라를 만나기 바로 전에 발생한 트랜스 혐오폭력과 폭행 사건은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슈가 되었지만 외부적인 보도는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폭행 사례는 대부분이 지인으로 트랜스젠더 집단에 대한 혐오폭력보다 큰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이나 공기관의 신고는 친족이라는 자체로 사건을 무마시키기에 바쁜 실정. 칼라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각 지역별로 단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냐?”고 물었다. 한지만 한국의 실정상 지부를 운영할 인력도 적은 데다 현재 수가 많지도 않은 퀴어 관련 인권단체는 대부분 서울에 집약되어 있다. 더군다나 가정폭력과 지인폭력의 늪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 할 수 있는 제도가 너무 미약하다. 그들은 어떻게든 그 상황을 스스로 벗어나 보지만 곧 사회적인 폭력에 마주한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입사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렵게 입사를 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달갑지 않은 존재로서 불안한 일코(*‘일반인 코스튬 플레이’를 줄인 속어)를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잘못한 것 하나 없이도 손가락질 받고 인식적 차별과 시선의 폭력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폭력과 강금, 사회적인 대우를 들은 칼라는 매우 끔찍하다며 자신의 문제를 바꾸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럴 수 있는 한국의 여러 가지 개선을 위해 조각보가 필요하다고 격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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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geu.org



칼라는 폭력 외에 다른 이슈들은 없냐고 물었다. 우리는 mtf 트랜스여성의 병역 관련 이슈와 트랜스젠더 의료 관련 상황을 이야기 했다.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아마 따로 논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징병제의 국가에서는 필수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군대는 성소수자의 이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하다. 징병검사관의 성기검사, 호르몬투여와 일부 트랜지션수술 관련 기록을 요청하는 등 비수술 트랜스젠더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공공기관이 요청한 자료들을 보고서도 트랜스젠더는 병역거부를 하려 한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입대면제 결과를 받은 사람에게 다시 징병검사를 하라고 하거나 재입대를 하라는 어이없는 모습도 보인다. 그뿐인가? 군대라는 집단의 속성은 일체화를 지향하는 사회인 것 마냥 똑같은 공간에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이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트랜지션 수술이 말처럼 그냥 스위치 켜지듯 바뀌는 가벼운 수술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목숨을 걸고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 특히 한국에서 트랜지션은 목숨을 두 번 걸어도 시원찮은 실정. 한국에서는 수술을 집도하는 병원 수가 굉장히 적고 그 안에서도 경험이 있는 의사와 병원은 폭리를 취하기도 하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여럿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외국 병원에 예약을 하여 수술을 하곤 하는데, 이 경우도 부작용은 복불복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후속적인 의료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외국의 병원으로 연결하는 모든 것은 자신의 일이기에 굉장히 번거롭기도 하며 외국병원에 연락이 항시 잘 되지는 않는다.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병원과 연결해 주겠다는 사기를 치는 브로커까지도 등장하였다. 이런 실정의 한국에서 비수술 트랜스젠더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굉장한 의문을 가져온다. 태생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사회적, 개인적, 금전적 상황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나 정체화의 맥락에 따라 수술을 비롯한 여타의 의료조치를 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수술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별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 사회이다. 우린 어디까지 참고 기다려야 할까? 우린 스스로 얼마만큼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칼라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부의 이슈를 궁금해 했다. 폐쇄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한국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답변하는 일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신의 외모나 수술 진척도를 자랑하며 서로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트랜스젠더만의 쉼터,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고민들을 상담하는 상담소, 트랜지션 관련 자료를 열람하는 열람실,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집합소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진성 TG’와 ‘가성 TG’에 관한 논쟁이 벌어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커뮤니티 내에 있는 트랜스젠더끼리 성적지향을 잣대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성애 집단이 자리 잡았다. mtf의 경우 여자를 만나면 레즈비언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mtf라고 말하는 것이다. 남성을 만나는 ftm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바꾸는 사람들 또한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먼저 보이곤 하였다. 결국 자신과 다르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사회 속에 다른 자신은 왜 차별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이다. 우리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먼저여야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텐데. 더 나은 한 발짝을 위해...



칼라와 조각보 활동가들의 기념 사진, 왼쪽 세 번째가 칼라



칼라와의 간담회는 규모는 작았지만, 큰 목표들을 조각보에게 던져준 시간이었다. 조각보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함께 걸어 나갈 사람들이 누구인지, 지금 어느 지점까지 도달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3년의 시간을 거쳐 조각보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이로써 우리는 한 발짝 나아갔다. 문제가 있다는 것과 도달할 목표가 보인다는 것은 지금이 최상이 아니며 한국의 트랜스젠더 사회는 앞으로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 변화에 조각보와 함께 있을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