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6월 1일의 지방선거를 대비한 각종 선거 캠페인들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가 있는 달이었습니다.


조각보 활동가들도 이래저래 여러 행사에 참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요,

5월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함께 공유드립니다. ^ㅡ^




5월 8일에는 마포구청장 정의당 후보로 나온 조성주 후보 선거사무실의 주최로

<마포구 LGBT 커뮤니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조각보의 유들 활동가와 온도 활동가가 함께 했었는데요.

마포구와 인근에 이렇게나 많은 성소수자 관련 인권단체들이 모여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듣고자 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이 참 반가웠네요. 






5월 13일에는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를 기념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날은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여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각국의 대사관들과 국내 활동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났답니다. ^ㅡ^






5월 17일에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BIT DAY) 기념대회가 용산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조각보의 유들, 이음, 리나 활동가가 참여하고, 리나 활동가는 발언으로도 함께 했는데요.

리나 활동가의 발언문을 아래 공유합니다. 



2022 IDAHOBIT 기념대회 발언문 – 리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나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6년 어느 날, 저는 조각보에서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당사자 지지모임을 참여하며 벽장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이것이 나를 설명하는 언어임을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6년여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찾아올 변화에 대한 고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두려웠습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향하는 혐오발언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고, 직업을 잃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보이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달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두려웠고, 호르몬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며 져야 할 금전적인 부담도 컸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법적 성별정정까지의 지닌한 과정들을 시작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올해 저는 미뤄왔던 트랜지션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가며 인권단체로 진로의 방향을 바꿨고, 작년부터 인권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면접을 볼 때부터 제 정체성을 커밍아웃을 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이나 눈총을 받을 걱정 없이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며,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할 때에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트랜스젠더 친구들에게는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트랜지션 전후로 삶의 단절을 겪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수술을 하고, 성별정정을 하고, 이전의 삶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수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접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은 마치 ‘영혼을 끌어모아’ 수술과 성별정정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트랜스젠더인 사실을 숨기고 시스젠더처럼 이 사회에 묻혀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은 것 마냥 이야기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삶은 수술과 성별정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의 어떤 과정에서도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트랜지션만을 위해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전의 삶을 벽장 안에 감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아 이해받는 회사에 취업해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가족이 있어야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침내 원하는 몸으로, 원하는 성별로서 살아갈 때에도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지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 아이다호빗 기념대회의 슬로건은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의 연대’입니다.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아직도 투쟁해야 하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몸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몸들의 이야기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운이 좋아 다행인 것이 아닌, 마땅하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가 올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입니다. 



2021년 1월, 형법상 존재했던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이루어낸 낙태죄 폐지 1주년을 기념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4월 10일 보신각 앞에서 우리는 모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도 이날 공동주최 단위와 자유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참여한 활동가들의 소감과 발언문을 함께 덧붙여봅니다.



<리나>

낙태죄가 폐지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재생산권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한 새 법률이 제정될때, 법률의 당사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면 FTM 트랜스남성과 논바이너리 당사자 중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이들이 배제될 수 있다고요. 아래는 아일랜드에서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새 법안이 제정될 때 아일랜드 의회에서 발언한 국회의원 메리 루 맥도날드의 발언입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권리를 제한해왔던 소수자 공동체들은 함께 싸워왔고, 우리의 투쟁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법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또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절 및 재생산권에 대한 새로운 법안과 정책, 논의들이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모든 트랜스젠더퀴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마칩니다.



<희정>

 SNS로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혹은 그렇게 느끼는 시대에도 저는 한 번 고비를 넘긴 일을 잊기 시작하네요. 낙태죄 폐지도 그렇습니다. 위헌이라는 큰 성과 속에 끝났다는 생각이 저를 남아 있는 과제로부터 눈 돌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축하 자리가 아닌 1주년 집회를 보며 느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모인 많은 사람들과 빵 하고 크락션을 울리고는 도망치듯 사라지는 자동차 소리 속에서도 줄어들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낙태죄 폐지를 위해 뭉친 이들이 앞으로도 해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음을 선언하는듯 했습니다. 


단순히 한 번 두 번 함께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볍게 잊지 말고 계속해서 꾸준히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을 준 이번 집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온도>

집회… 오랜 시간 수 많은 집회 그 의의에 동의함에도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처음 큰 용기와 결심으로 참석한 4.10 집회에서 많은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고 가슴 아프게 공감했으며 결코 그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였습니다.

나, 내 가족, 내 사랑, 내 친구의 이야기들…”안전하고 싶다!” 

대책없이 흘러버린 1년이란 시간이 부디 하루 빨리 멈춰야만 합니다!



<이음>

 조각보 소속으로 처음으로 참여한 집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으로 패싱되는’ 뭉뚱그려진 저로서가 아닌 ‘트랜스젠더에 포함되는’ 정체성을 가진 저로서 연대하는 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낙태죄’가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재에 우려와 분노를 느낍니다. 하루 빨리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해지는 날을,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아래는 현장 자유발언으로 함께 한 리나 활동가의 발언문입니다.

전체 발언문은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리나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리나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트랜스젠더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저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못했기에,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후 제가 가장 처음 걱정했던 것은 임신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임신중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겪었던 장벽은 ‘여성’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임신에 대한 공포는 원하지 않았던 저의 성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성별불쾌감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회에서 내 몸이 ‘여성의 몸’으로 분류되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설명하는 말들은 저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 당시 임신을 했었다면, 저는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많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습니다. 임신중지 클리닉이 설치된 국가에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안전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의 정체성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거나,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의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거나, 임신중지의 경험이 나를 원하지 않는 성별로 다시 낙인찍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낮은 접근권은, 제대로 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여 위험에 빠지는 상황도 만듭니다. 그러나 임신중지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생식 능력이 없는, 재생산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무성적인 존재로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계 및 각종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는 기록되지 않고 배제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합니다. 지금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심지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지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합시다. 포용적인 언어와 논의로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트랜스젠더에게도 재생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은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선언문]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




지난해 2021년 1월,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힘으로 일궈낸 낙태죄 폐지 1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과제들로 나아가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우리는 처벌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에서 그치지 않고, 안전한 임신중지가 모두에게 문턱없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요구하고 이뤄나갈 것이다. 우리의 구체적인 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하라!

유산유도제를 통한 임신중지는 특별한 부작용 우려 없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산유도제는 해외에서는 1988년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70여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월 8일 새롭게 발표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서 각국이 완전한 비범죄화를 통해 모든 사람이 유산유도제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도록 해야함을 강조하는 한편, 12주 이내 임신중지의 경우에는 의사의 관리감독 없이 안전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적극 권고하며 유산유도제의 안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들은 아직 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산유도제 신속승인을 약속했던 식약처는 아직도 허가를 미루고 있다. 때문에 지금도 온라인으로 구입한 성분미상의 의약품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겪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의료진 또한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한다. 유산유도제 도입을 더이상 미루지 말라. 식약처는 유산유도제를 즉각 허가하라.



둘째,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하라!

‘낙태죄’가 존속할 때까지 임신중지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모자보건법상의 매우 제한적인 허용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뿐이었고, 이는 전체 임신중지 중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형법 ‘낙태죄’의 법적 실효가 사라진만큼 이 조항과 연동되었던 모자보건법상 제한적 적용 조건도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변화된 법적 조건에 맞추어 보장 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아직까지 대부분의 경우 온전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으며, 그 비용마저 의료기관별로 매우 상이하여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지 의료비 때문에 임신중지 자체는 물론 임신중지 전후의 생활에 곤란을 겪는다.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은 파트너나 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에 손을 뻗게 되면서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된다. 또 비용 마련에 소요된 시간 때문에 임신중지가 늦춰져 의학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비범죄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돈 때문에 임신중지 권리에 접근하지 못하는 여성이 없도록, 모든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건강과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라!

우리는 임신중지 혹은 출산에 수반되는 권리와 건강의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다. 일부 언론은 아직도 임신중지를 일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의 결정인 것처럼 다루고 있지만, 현실에서 임신중지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민해서 결정하는 인생의 경로이다. 임신중지란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임신중지를 하거나 출산을 하고,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대다수의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재생산의 일대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장애를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중지에 내가 아닌 타인의 동의를 요구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중지 후에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오랜기간 아프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임신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들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님을 선언한다. 임신중지는 물론 재생산 권리 전체는 기본적 권리로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뉴질랜드, 콜롬비아, 칠레, 베넹,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구시대적인 임신중지 처벌법을 걷어내고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려는 개혁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산부인과학회 또한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과 접근성 제한이 건강과 안전을 침해한다고 보고 각국에 임신중지의 전면 비범죄화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임신중지를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가 한국에서 이뤄낸 성과 또한 마찬가지다. 임신중지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위해 이어온 우리의 투쟁은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한 투쟁이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우리는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가 모두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제공될 때까지, 우리의 권리가 온전히 실현될 때까지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22. 4. 10.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참가자 일동




공동주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노동당, 녹색당, 맑스철학연구회, 믿는페미, 민주노총(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전국공무원노조, 전국언론노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유니브페미,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진보당,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추모’를 할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매년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특히나 올해 한국의 트랜스젠더,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는 마음 아픈 이별을 몇 차례나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2015년 단체가 정식으로 발족하는 해부터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첫 해에는 단체의 발족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외부 공간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전과 같이 한 장소에 모두가 함께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한정된 방식으로 전시형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올해는 이러한 전시 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여러 방향으로 신중하게 기획중이던 조각보 활동가들 또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모이는 것,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나누는 것. 

비록 ‘이 시국’이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2021년 조각보는 ‘게더타운’ 메타버스 공간 한 곳에 알록달록한 공간을 꾸몄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조각보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자조모임인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한정된 인원으로나마 운영해 볼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는 조각보가 2019년 준비했던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2021년 한 해를 버텨내고 살아온 서로의 모습을, 또 앞으로를 살아나갈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이름은 <기억, 모습, 살아갈 우리 2021>이 되었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당일(11월 20일)은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조각보가 매달 진행했으나,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며 잠시 중단된(T_T)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가 돌아왔으니까요! 

11월 20일 토요일의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차례 진행되었던 이번 TDOR 스페셜 TGG의 주제는 <1년의 이야기> 였습니다. 각자 일상에 대해 나누고, 또 1년간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히 달력을 만들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약 한달여간 진행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온라인 전시전에는 정말로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일러스트부터 노래와 공연 영상까지 다양한 분야의 퀴어 아티스트들이 감사하게도 이번 온라인 전시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연대하여 참여해주신 기록활동가 김민수님, 디자이너 뽀시래기님, 드랙 퍼포머 정글님, 아장맨님, 허리케인 김치님, 퀴어 싱어송라이터 태로님, 활동가 에디님, 김결희님과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온라인 전시전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전시된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을 보며 그에 대한 감상과 연대의 말을 방명록에 또 SNS를 통해 남겨주셨어요. 저희 활동가들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퀴어 굿즈 제작소 <라온>에서는 전시 마지막 날, 로비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자는 깜짝 제안으로 함께 모인 분들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지요. (。ˇ_ˇ。)

 

 



조각보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온라인 전시전은 무엇보다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우리가 안전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라는 감각을 이 전시 공간에 접속해있을 때만큼은, 다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활동가들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번에도 함께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감각이 잠시나마 여러분께 함께 할 수 있었기를, 또 그 감각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음 아팠던 2021년도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또 한 해를 무사히 살아낸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의 조각보 후원 공연 포스터)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인 6월을 맞아,

조각보로 감사하고 반가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퀴어 아티스트이자 드랙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 님께서 

무려 수익금 전액!!을 조각보로 후원하는 라이브 공연을 준비중이란 연락을 주셨어요.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 님은 2010년대 초반부터

여러 공연예술 활동을 통해 퀴어 예술을 펼쳐가며

성소수자 가시화와 인권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는 분이랍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도 2017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촛불문화제

연대 공연으로 참여해주셨던 인연이 있지요. ^ㅡ^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와 조각보 활동가 리나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딧 : 강조새



이런 감사하고도 반가운 제안에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겠지요??

관객분들께 드릴 선물로 조각보에서 제작한 트랜스젠더 자긍심 굿즈를 바리바리 싸들고

6월 19일, 서울 이태원 해방촌에서 열린 희지 양 님의 라이브 쇼에 함께 참여했답니다.


조각보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신다는 것도 무척이나 기쁜 제안이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시국에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을 맞아,

트랜스젠더 인권활동단체를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함께 하며

감사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감동과 울림이 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허리케인 김치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크레딧 : 강조새



조각보를 후원하고 지지해주신 관객분들과

퀴어 아티스트 희지 양 / 드랙퀸 허리케인 김치 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 _)


조각보는 그 자리에서 받아갔던 연대와 지지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Happy Pride!






[무지개행동 공동성명 공유]


"A씨의 용기가 던진 울림에 공명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를 같이 만들어나갑시다."



트랜스젠더 여성 A씨가 숙명여대 등록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낸 A씨의 용기와 그럼에도 갖은 혐오와 모욕 앞에 노출되면서 그녀가 겪었을 고민들을 알기에, 그녀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A씨의 커밍아웃은 그간 트랜스젠더를 나와는 무관한 존재로 여겨 왔던 시민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고 각계각층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여성운동, 성소수자운동 단체를 비롯해 수많은 시민인권단체들이 연대와지지 성명을 올렸고 SNS에서는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와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이루어졌습니다. A씨의 용기를 통해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담론들과 인식의 변화들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데에 학교와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숙명여대 당국은 아직 등록 전이라는 이유로 A씨에 대해 무수한 혐오표현이 이루어지는 것에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채 방관했고, 많은 언론이 이를 단지 학생사회 내의 대립구도로 만들며 존재의 부정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습니다. 일련의 과정들은 향후 혐오에 맞서 교육, 언론, 나아가 전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짚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숙명여대 학생으로서 생활할 A씨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분명 어딘가에서 학생이자 시민으로서 우리 곁에 함께 할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이 사건들을 지켜본 우리들 역시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되 각자의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A씨의 용기가 던진 울림에 공명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를 같이 만들어나갑시다. 존재를 부정하고 추방하려는 혐오에 맞서 함께 살아가며 또 모이고 이야기합시다.


2020.02.07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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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꿔온 생존자의 말하기를 지지합니다>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7월 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었습니다. 전형적인 권력과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는 4년여에 걸쳐 이어진 성폭력에 대해 고발하고자 용기를 내어 나섰지만, 응당 본인의 행동에 대해 답을 하고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이는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페미니스트와 성폭력 생존자 동료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호소했던 감정은 무력감 그리고 좌절감이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라 하더라도, 누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면 많은 이들이 비통함을 느낍니다. 피해자도 예외는 아니며, 가해자와 평소 친밀한 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저와 제 주변인들이 느꼈던 감정은 무력감이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가 세상을 떠난다면, 생존자가 어렵게 말한 피해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쉽사리 묵살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결코 법적, 공적인 영역에서의 말하기가 되지 못하고, 피해에 대해 말해본들 “고인이 된 이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말라”라는 등의 말과 함께 따라오는 2차 가해에 부딪혀 공허하게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는 사건이 가져다주는 무력감과 좌절감에 휩싸였고, 누군가는 자신이 겪었던 유사한 피해를, 비슷한 가해자에 대한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2차 가해들을 보며 함께 고통을 느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이렇습니다. 
가해자의 죽음 앞에서 피해 고발은 사회적, 법적으로 존재치 않았던 사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은 피해자는 사건이 남긴 2차 가해와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한 형사 고소는 피고소인이 고인이 되었기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위력에 의한 가해는 피해자가 이 사건을 고발하면서부터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한 지 하루도 안 되어 그 사실이 피고소인에게 보고되었습니다. 
- 일터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이며,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사건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상조사가 시급한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어떠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전 서울시장의 장례를 진행했습니다. 
- 피해자의 신상을 캐고 사건의 모든 것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 2차 가해가 연이어 지속되고 있습니다. 
- 심지어 장례위원회 측은 피해자 지원단체가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자신들과 연결되는 모든 기자들을 통하여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연락을 돌렸습니다. 

이 얼마나 숨 막히는 위력인가요. 성폭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그 권위와 위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성폭력 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말하기에 책임을 지고 답해야 할 주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화 또한 사건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나서야 할 주체는 서울시입니다.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된 상황에서, 서울시는 한 기관의 기관장으로서 고인의 장례를 진행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은 그렇게 그 사람의 공적(功績)만이 이야기되고 있으며, 피해자가 고발한 사건은 공적 영역에 있서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사건에 대한 그 어떤 해결책도 고민하지 않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서울특별시장(葬)은 그래서 너무나도 부적절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의 책임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합니다. 피해자가 처음 피해를 호소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묵살되었는지, 어떻게 4년여 간 피해가 고발되지 못했던 것인지 서울시 내부의 성폭력 문화를 낱낱이 점검해야 합니다.



이제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세상을 바꾸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모든 문제제기는 피해자의 고발로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생존자의 말하기는 세상을 바꿉니다. 한 때 성폭력은 ‘없던 일’이고 ‘숨겨야 할 일’ 이었습니다.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그동안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싸워 왔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생존자의 말하기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말하기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성폭력 문화에 대한 저항이자 더 이상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귀를 기울이고 무한한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은 생존자의 말하기입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라고 피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위계와 위력의 존재를, 성폭력이 존재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가능케 했던 데에는 성폭력 문화가 함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의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생존자의 말하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또 이로 인해 지속되고 있는 2차 가해에 고된 압박감을 느꼈을 성폭력 피해생존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지금도 살아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지지합니다.

2차 가해에 맞서,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페미니스트와 연대합니다. 우리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노하고 연대하며 서로의 힘이 되어 이 사회의 성폭력 문화와 싸워나갈 것입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냅니다. 당신이 보여준 용기로 드러날 수 있었던 이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되도록, 그래서 당신이 우리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적인 평화를, 존엄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_조각보 활동가 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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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IVES MATTER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경찰 폭력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플로이드는 비무장 상태로 그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야 했고, 현재 미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라는 규탄 시위가 전국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위에서는 플로이드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불리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요원이었던 브리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는 집에 있던 도중 살해당했습니다. 마약사범을 쫓던 경찰이 주소를 잘못 알고 테일러의 집을 급습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 모릅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과 흑인 민권운동이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우리의 삶은 언제나 교차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의 초창기를 이끌어갔던 마샤 P. 존슨과 실비아 리베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임과 동시에 성노동자였고, 유색인종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는 언제나 연대로서 공권력이 가하는 폭력에 저항하며 권리를 찾아왔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시작이 된 1969년 스톤월 항쟁에서, 가장 앞서서 벽돌과 술병을 던지며 경찰 폭력에 맞서 싸웠던 마샤 P. 존슨과 실비아 리베라처럼 말이에요.


흑인 트랜스여성 활동가 마샤 존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질 때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여러분이 트랜스젠더 인권의 지지자라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리는 언제나 연대로 함께 나아갑니다.


#BlackLivesMatter #BlackTransLives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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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롤링의 트위터)



‘People who menstruate’. I’m sure there used to be a word for those people. 
Someone help me out. Wumben? Wimpund? Woomud?
‘생리하는 사람’.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을 부르는 다른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뭐였는지 누가 좀 도와줘. 요좌? 여좌? 여어자아? 



<COVID-19 판데믹 시국에서 생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평등한 환경 만들기>를 제안하는 칼럼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은 위와 같이 해당 칼럼이 여성이 아니라 ‘생리하는 사람(people who menstruate, menstruater)’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 문제를 제기했지요. 

이후 롤링은 긴 입장문을 통해, <자신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지 않고 존중하며, 가정폭력과 성폭력 생존자라는 입장에서 트랜스여성이 겪는 남성폭력에 공감하고 연대한다. 다만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단어는 남성폭력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바라보고 물화(物化)하는 단어이며, 결코 중립적인 단어가 아니다> 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는 트랜스젠더 혐오임을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트위터에서는 ‘생리하는 사람’이 실시간 트렌드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체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어떤 문제가 되기에 이렇게나 시끌시끌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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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오독하는 전형적인 예시.)

출처: 열다북스 페이스북


모 출판사가 말한 것처럼, ‘생리하는 사람’은 정말 트랜스젠더만을 위한 단어인 걸까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리하는 사람=여성’이라는 도식은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 또 월경권 이슈에 있어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왜 중요한지를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월경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여성됨과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여성은 단순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으로만 존재하지 않으며, 월경을 하지 않는 여성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섹스 여성, 난임 여성, 재생산에 필요한 난자가 형성되지 않는 중년 여성처럼요. 마찬가지로 ‘생리하는 사람’들이 모두 여성인 것 또한 아닙니다.  트랜스남성이나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 AFAB(Assigned Female at Birth :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받은) 트랜스젠더와 몇몇 인터섹스 당사자들은 월경경험을 겪습니다. 

누군가는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여성들, 특히 신체적인 이유에서 월경을 겪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 말도 맞습니다. 여성을 신체 부위별로 평가하고 물화하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대부분 여성이 주로 겪는 신체 현상을 있는 그대로 칭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결코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존의 언어와 담론이 배제하던 것이 무엇이었고, 대안으로 제안하는 언어로서 어떤 이들의 경험을 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 우리의 세계는 점점 더 넓어질 것입니다.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여성의 삶이 포궁(자궁)이 있고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음을 선언하며, 월경을 겪는 더 많은 비여성 당사자들의 월경경험을 포용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를 위한 월경권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기 위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논의와 고민을 뒤로 제쳐두고,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단순히 트랜스젠더의 ‘기부니’를 맞추기 위한 단어라 칭한다면 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요.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월경을 할 권리를 월경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부터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트랜스젠더의 월경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트랜스젠더의 월경권은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주제입니다.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남성에게 월경이란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서 극심한 젠더 디스포리아를 겪게 하는 경우가 많고, 어쩔 때는 월경에 대한 경험이 트라우마틱한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경하는 트랜스젠더의 고충에 대해서는 당사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잘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월경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면 “빨리 호르몬 시작하셔라.”라는 조언과 위로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호르몬 치료만 시작해도 빠른 시일 내에 비월경 상태가 찾아오기 때문일까요, 트랜스남성으로서 월경은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끼게 하는 부분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극복되면서, 그렇게 '지나간 일'이 되고, 그만큼 쉽사리 잊혀지고 이야기되지 않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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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남자는 이미 하고 있다.)

출처: 현실문화연구


이제와서 고백하지만 정체화 초창기 시절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옷을 사 입고 밖을 돌아다니던 때, 넘치는 자신감으로 남자 화장실을 들어갔더랩니다. (사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여기 여자 화장실이라고! 라며 모르는 사람에게서 등짝을 맞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지겨웠습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생리가 터졌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느꼈던 불안함, 남자 화장실에는 생리대를 버릴 곳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채고 들었던 당혹스러움을 같은 트랜스남성 지인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러게 (의료조치도 안 했는데) 왜 남자 화장실을 쓰냐” 라는 쿠사리만 들었더랬죠. 

농담조로 제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생리하는 트랜스젠더’는 사실 이보다 더 많은 고충을 겪습니다. 많은 당사자들이 매번 월경이 시작될 때마다 심각하게 아웃팅을 걱정하고, 월경으로 인한 아웃팅이 성폭력의 위협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성별 정정에 있어 생식 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는 대법원 예규는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비판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포궁 적출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남성 당사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월경 또는 포궁에 대한 진료를 받으러 가려면 병원 문을 들어설 때부터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트랜스젠더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의료진 등 수많은 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경험이 이야기되어야 함에도 트랜스젠더의 월경은 시스젠더 여성의 월경과는 다른 결에서 계속해서 터부시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트랜스남성의 월경권은 재생산권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안전한 월경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월경하는 비여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월경하는 비여성 당사자들은 일상에서부터 자신의 월경경험으로 인해 수많은 장벽에 부딪힙니다, 이것은 단순히 당사자가 ‘지금부터 마음을 잘 다잡아서’ 해결하거나 긍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인식을 바꾸고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종류의 것입니다.
 

그래서 ‘생리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특히 트랜스젠더의 월경권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단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재가 계속해서 지워지고, 상상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트랜스남성의 월경경험은 분명 실재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안전하게 ‘생리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자신의 ‘불편한’ 월경경험을 이야기하고 안전한 월경권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인 공간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트랜스젠더의 월경권에 대한 불편한 말들이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생리를 한다는 것이 여성됨과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어떤 트랜스젠더는 생리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생리하는 사람’이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는 경험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트랜스남성은 남성입니다.
어떤 비여성은 월경경험을 겪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월경권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_활동가 리나                                    
 

4월에 열린 세 번째 조당이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많은 오프라인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채로 앞으로 우리의 활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일상은 어떠한지를 나누는 자리로 Jay 님이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이번 조당이들 자리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형태의 혐오가 가시화되고, 정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조각보 활동가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함께 나누고, 나아가 활동가로서의 지속가능함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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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권활동단체로서 조각보는 

- 트랜스젠더로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주요 가치로 삼습니다.
-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페미니즘적 활동을 하려 합니다.
- 트랜스젠더 인권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라고 활동가치와 기조를 공식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당이들 자리는 트랜스젠더 인권활동 단체로서, 개개인들은 인권 활동가로서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어쩌면 후순위로 미뤄두거나 덜 급박한 일로 여기거나, 심지어는 그럴 수 없다고 자조적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를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상당히 제약하고 있고, 또한 활동의 영역에서도 심각한 변화를 제촉하고 있습니다. 조각보의 경우만 하여도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서 힘을 얻어가는 <트랜스젠더 지지모임 TGG>를 비롯하여 <트랜스젠더 법적 성별정정 정기 설명회>, <젠더담론 컨퍼런스> 등등은 잠정적으로 멈추어있는 상태이지요. 그 외에도 다른 연대단체들과 함께 하는 캠페인과 활동들, 전국 지역에서 열리던 퀴어문화축제 등도 온전히 예전처럼 열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더더욱 활동으로서 만나는 장소는 축소되어 있고, 다양한 기획들도 멈춰서 기다리고만 있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은, 이번 조당이들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활동가로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단지 버티는 것은 아닌가? 내 감정상태와 심리는 튼튼한가? 전업 활동가로서의 나는 이 공간에서 어떠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하는가? 전업이 아닌 활동가로서 단체 내의 활동과 나의 직업, 일상은 어떻게 공존하고 있고 그 모습은 정말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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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이번 4월의 조당이들에서 이 질문들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도요.
하지만, 저 질문을 더는 뒤로 미루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는, 그것도 혼자만 속으로 삼키는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활동 단체의 구성원들로서 공감하며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_활동가 준우